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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화성으로 이사했다
북랩 | 부모님 | 2026.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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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퇴직 후 저자가 찾아간 곳이 화성 같다. 위탁 전기안전관리자. 아주 낯선 화성으로 이사했다. 이곳은 공기가 없어서 더 숨 막힌다. 전기는 순식간瞬息間이 아니다. 순瞬보다 더 짧게 사단이 날 수 있다. 한 점을 잘못 찍으면 끝이다. 단테가 신곡에서 지옥을 표현한 장면을 떠올릴 때가 있다. ‘빨리빨리’ 문화에서 느릿느릿 걷지만, 전기 계산에 곧 숨이 막힐 듯 긴장한다.

그러나 전기보다 더 위험한 것이 사람일 때가 있다. 그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 이해利害가 얽혀도 버티고 살아남아야 하는 곳에 오늘도 살아남기 위해 출근을 한다. 전기를 달래고, 사람과 버성기며 살아남아야 한다. 그나마 동료의 책임과 인간으로서의 의리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이 책은 젊은 사람이 쓴 감성 에세이가 아니다. 시간을 버텨 낸 사람이 쓰는 기록이다.

  출판사 리뷰

여전히 배우고,
여전히 버티고,
여전히 살아남는 중이다.
젊은 세대에게는 다가올 현실이고,
누군가에게는 이미 지나온 시간이다.

전기안전관리 현장에서 마주한
노동과 책임, 생존의 기록


퇴직 후 저자가 찾아간 곳이 화성 같다. 위탁 전기안전관리자. 아주 낯선 화성으로 이사했다. 이곳은 공기가 없어서 더 숨 막힌다. 전기는 순식간瞬息間이 아니다. 순瞬보다 더 짧게 사단이 날 수 있다. 한 점을 잘못 찍으면 끝이다. 단테가 신곡에서 지옥을 표현한 장면을 떠올릴 때가 있다. ‘빨리빨리’ 문화에서 느릿느릿 걷지만, 전기 계산에 곧 숨이 막힐 듯 긴장한다.
그러나 전기보다 더 위험한 것이 사람일 때가 있다. 그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 이해利害가 얽혀도 버티고 살아남아야 하는 곳에 오늘도 살아남기 위해 출근을 한다. 전기를 달래고, 사람과 버성기며 살아남아야 한다. 그나마 동료의 책임과 인간으로서의 의리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이 책은 젊은 사람이 쓴 감성 에세이가 아니다. 시간을 버텨 낸 사람이 쓰는 기록이다.

일주일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처음인 데다가 수배전반 설명을 몇 번 듣는 사이에 순식간에 지나갔다. 이젠 나 혼자다. 수용가에 가서 전기점검을 하는 것도 큰 부담이지만, 그보다 먼저 발등에 바로 떨어진 불이 수배전반을 보러 건물을 찾아가는 것이다. 문제다. 뭐, 먼저 집을 찾아야 전기를 보지. 굿판을 가야 떡을 구경하지. 찾아가는 것이 우선이다.

어제 점검을 한 제트 타우젠트 수변전실은 모두 전주 위에 있다. 전주 세 개를 나란히 세우고 그 위에 그레이팅(Grating)을 깔아 장비를 올려놨다. 대개 H 전주에 설치해도 고압 설비는 아래에서 할 수 있다. 제일 위에 달린 CH에서부터, ASS, PF, MOF, COS, 제일 아래 달린 TR은, 육안으로 확인하는 정도다. 팽창된 곳은 없는지, 누유는 없는지, 열화나 탄화의 흔적은 없는지를 점검한다.

우리는 서로 돕는 관계다. 뭐 어느 관곈들 일방적인 관계가 있는가? 긴급출동을 예상하고 한 달 업무 일정을 잡기는 한다. 하지만 영정빌딩과 성박사인생고기같이 긴급한 것만 당장에 전화하고, 긴급하지 않은 것은 정기점검 때 내 얼굴 보고 이야기를 하시라. 상식으로도 해결할 수 있는 간단한 것은 스스로 해결하고 말이다. 뭐, 출동한다고 돈도 받지 않으니,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사람이라고 막 부려 먹어도 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서로 합리적으로 풀어가기를 바란다. 한더위도 이제 한풀 꺾일 기미가 보인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충권
우리 아버지는 화전민이셨다. 중학교에 들어가 한문을 배우면서 등교(登校)는 학교 가는 길, 하교(下校)는 집에 가는 길인데, 우리 집은 반대였다. 학교에 가려면 산동네에서 내리막으로 내려만 가는 하교였고, 학교가 끝나면 오르막만 있는 등교였다. 그것도 어언 60년 전의 일이다. 한평생을 다 보내고 언제 어떻게 죽어도 자연사라고 해도 이상할 것 하나 없는 나이가 되었다. 인생을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도 없었다. 눈앞에 돌 하나 치우려고 공부하고 시험 보고, 취직도 하고, 일도 했다. 인간이 살아가는 참모습이다. 삶의 현장이다. 슬픔도 있고, 애환도 있고, 애정도 있고, 희망도 있었다.어릴 때 어머니가 “일기 썼니?” 하고 저녁마다 물으셨다. 어릴 때 일기(日記) 쓰듯, 일하면서 주기(週記)를 썼다. 60년 내가 산 세월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삶이란 사라지지 않고 거름같이 켜켜이 쌓이는 것인가 보다.충북 단양에서 태어났고, 젊어서 쓴 시집으로 『정자나무』, 『아픔은 별이 된다』가 있다.

  목차

머리말

내비게이션 없는 세상을 어떻게 살았나 몰라
오늘은 뭘 먹을까?
포기가 빠를수록 좋은 때도 있다
이런 건 껌이다, 껌
나는 가볍게 살기로 했다
구릿빛 얼굴이 좋다
늦어도 좋으니 꼼꼼하게
나도 꽹과리 좀 치자
쩨쩨한 저항이다
습관을 바꿔야 산다
전기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일 년에 한두 번 써먹으려고 안전관리자 둔다
시루떡 한 켜를 쌓았다
차라리 장마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빠르겠다
벼락은 예기치 못하니까 벼락이다
긴급할 때만 콜(Call)하세요, 제발
전기 패러다임 쉬프트(Paradigm Shift)의 때가 되었다
전기는 용서가 없지만 난 널 용서한다
전기의 결론은 안전이다
우리는 희생양만일 수는 없다
전기의 발자국이 보인다
패널 문을 제발 좀 닫으세요
날 부르려거든 직접 전화하세요
접지설비는 아주 중요해요
비상 발전기를 돌려 봅시다
전기는 결과가 바로 나온다
전기는 찍어 봐야 안다
커다란 도깨비가 드나든다
콘센트를 콘센트(Consent, 동의)하게 하라
기술자 성깔이라니, 나도 낯설다
눈이 와서 인생길이 미끄럽다
서울장이 세월호의 3.0 버전이다
국회 앞에서는 국민이 이겼다
살아 있는 변압기에 브리더(Breather)를 갈았단다
정글(Jungle)에 누가 또 지나간다
차마 손댈 수 없는 전기공사가 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이유가 있다
우리는 총성 없는 전쟁 중이다
‘K2스럽다’라는 뜻이 무엇인지 아는가?
우리 인생도 늘 간당간당하다
설날 떡국을 잘못 먹었는가 보다
우리 등을 나락으로 떠밀고 있다
닭의 목을 비틀지는 않겠다
사직서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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