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서평
물칠, 다가가기와 스며들기
이애란의 수필은 정성을 다해 지어 올린 한 채의 집과 같다. 깊이 땅을 파서 탄탄하게 기초를 다지고, 나무와 돌로써 기둥과 벽을 세웠으며, 멀리서 보아도 선명한 푸른 빛의 지붕, 저 아름답고 튼튼한 집이 이애란의 수필이다. 산과 호수를 배경으로 뜰에는 꽃과 새가 어우러지고, 굴뚝을 타고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집 안의 온기, 드문드문 사람의 말소리가 새어 나오는 한 폭 풍경이, 주제와 구성, 문체를 조화롭게 합일해 낸 그의 수필을 닮았다.
이애란은 올해 문단에 이름을 올린 신인 수필가다. 그런 그가 곧장 수필집을 낼 수 있는 문학적 에너지는 어디에 있을까. 그는 우선 학자이다. 문헌정보학 박사이다. 평생 도서관과 관련한 업무에 봉직한 행정가로서 연구와 강의, 저술 활동을 이어온 이력의 소유자이다. 그는 일간 신문과 공공기관지에 십 년 넘게 글을 연재해 오고 있는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연전에는 『오늘, 통하다』라는 칼럼집을 출간한 적이 있으며, 지금은 오피니언 동아리를 이끌어가고 있다. 이렇듯 평생 글과 책을 품고 살아온 그에게 문학 역시 멀리 있는 낯선 존재는 아니었을 것이다.(중략)
이애란의 수필집은, 표제 ‘물칠의 시간’에서부터 그의 언어적 자산과 활용의 탁월함을 증명해 보인다. ‘물칠’은 그림의 한 기법이다. 거칠고 두꺼운 화선지는 바로 물감을 받아들이지 못 한다. 색을 올리기 전, 맑은 물을 붓에 흠뻑 머금게 하여 종이를 충분히 적시는 작업이 바로 물칠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스며들게 하는 이 기법이 어디 그림에서만 한정될까.
수필은 세상사 만물상을 담아내는 사람의 문학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긴장과 이완, 그러니까 기쁨과 슬픔, 그리움과 기다림, 아픔과 안타까움의 서사적 구조에서 내가 나에게, 내가 너에게, 우리에게 길을 이어주는 역할을 수필이 한다. 그러기에 ‘스며든다’로 풀이되는 ‘물칠의 시간’은 단순히 표제로서가 아니라 그의 수필 44편을 관통하는 주제어가 되며, 제각각의 작품에 깔려 있는 사유의 바탕이 된다.(중략)
수필가 이애란은 그의 평생 이력에 힘입어 많은 장점을 가진 작가다. 넉넉한 언어적 자산, 잘 습득한 구성법, 대상에 대한 온기의 화소들이 그의 문학적 성과를 기대하게 한다. 인생 2막을 맞아 새 길에 서게 된 그의 문단 입성을 환영한다. 용기를 내어 발간한 첫 수필집의 노고에도 응원과 격려를 보낸다.
- 홍억선 (수필가, 한국수필문학관장)
작가 소개
지은이 : 이애란
경북 고령 출생부산대학교 문헌정보학 박사울산과학대학교 정년퇴직한국대학신문 오피니언 필진칼럼집 『오늘, 통하다』 출간(2022)경상일보 <이애란의 도서관 산책> 연재 중월간 《한국수필》 신인상 등단(2026) 대학에서 도서관 종사자를 위한 교육자로 활동
목차
프롤로그
제1부 밥상머리 온도
무화과와 웃음꽃
같은 각도로 눕다
오래된 약속, 한 이부자리의 거리
혈관의 나이테
중장년의 경계
밥상 실랑이
노모의 캐리어
흔적 (1)
흔적 (2)
눈빛
화상火傷
제2부 타인의 거리
물칠의 궤적
자기검열의 언어
타이밍의 역설
마음의 무게
벽은 숨을 쉰다
개새끼라는 파열음
본능과 예절
변화의 파문
풍화의 잔상
남남
나를 짓는 시간
제3부 숲이 건네는 쉼표
숲길, 쉼표
새 멍
행운을 키우는 네잎클로버
피자두나무의 묵언默言
까치밥
쓸모없음의 가치
잉걸불
물 등에 탄 잎새처럼
처절한 발광
활공滑空
화담和談
제4부 다시 쓰는 이력서
첫 강의
삼 분의 벽
돌팔매질
수국꽃 같은 이력
붉은 메모
무지의 값
계영배의 교훈
내 몫의 무게
반려 살림
물지게를 진 초봉이와 나
완주
에필로그
발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