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뛰어라, 젊음이여! 거머쥐어라, 성공을!
스포츠 논픽션의 대가, 야마기와 준지의 명저!
일본논픽션상 수상작 《슬로 커브를 한 번 더》 출간!
밤하늘을 가르며 아름답고 확실하게 날아가는 청춘의 광선
노력과 열정, 승리와 성취, 패배와 좌절을 매력적으로 그려낸 단 한 권헤밍웨이는 썼다. “스포츠는 모든 것을, 즉 인생이란 걸 가르쳐준다”고. 그래서인지 스포츠가 인생과 닮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고, 땀 흘려 노력해 승리를 거머쥐고, 언젠가는 반드시 좌절하고, 어이없는 실수 혹은 크나큰 벽에 부딪히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나아가는 것. 어쩌면 우리가 스포츠에 열광하는 건 승리 그 자체보다 패배에도 굴하지 않고 내일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싸운다는 것, 나아간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가. 단 한 개의 공은, 마운드 혹은 타석에 서 있던 이의 운명을 나락으로 보내기도 한다. 공뿐만이 아니다. 링 위에서 날리는 펀치 한 방, 팔이 터져라 젓는 노 한 번, 벽을 향해 날리는 스윙 한 번, 무한한 높이를 향해 날아오르는 점프 한 번 모두 절박하게 뛴 이들의 노력을 한 번에 끝낼 수 있다.
야마기와 준지는 《슬로 커브를 한 번 더》에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눈부신 청춘을 바친 이들의 삶을 담아냈다. 그중엔 누구에게나 인정받던 슈퍼스타도 있고, 한 번의 스포트라이트도 받지 못한 채 선수 생활을 마감한 이도 있다. 심지어 최정상의 자리에 올랐지만 허탈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같은 구절을 다시 한번 반복하자면, 결과를 떠나 싸운다는 것,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일이다. “천 명 중 한 명도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이 없다. 내 패배가 곧 승리가 될 것이다”라는 찰스 부코스키의 말이 꼭 맞다. 하나를 위해 몸과 삶을 걸고 비상하는 이들의 질주는, 그 끝이 비록 추락이더라도 승리일 수밖에 없다.
시대와 개인을 동시에 포착해내는 필력, 야마기와 준지라는 장르한국에 처음 소개되지만 알 만한 사람은 이미 다 아는 스포츠 논픽션의 대가 야마기와 준지. 주오대학 법학부 재학 중 르포를 발표하며 작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한 그는, 본명 이누즈카 스스무 대신 야마기와 준지라는 필명으로 활동했고 이름을 알리기 이전인 1970년대부터 인물 르포르타주를 꾸준히 써왔다. 그리고 그때부터 인사이트 있는 관점, 상세한 묘사, 읽을수록 빠져드는 표현 등으로 작가로서의 재능을 인정받았다.
이후 1980년 문예춘추에서 발행된 <스포츠그래픽넘버> 창간호에 필명 야마기와 준지로 <에나쓰의 21구>를 발표했고, 그 작품이 크게 흥하며 금세 대가의 지위를 확립하게 된다. 1981년 <에나쓰의 21구>가 수록된 《슬로 커브를 한 번 더》로 일본논픽션상을 수상한 그는 종목을 가리지 않고 스포츠를 테마로 한 작품을 꾸준히 발표했다.
그의 저서 중 가장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슬로 커브를 한 번 더》는 야구, 복싱, 조정, 스쿼시, 장대높이뛰기 등 다양한 종목에서 분투하는 선수들의 이야기 8편이 담겼다. 야마기와 준지는 승자와 패자로만 나뉘는 냉정한 세계, 그 한가운데에 서 있는 이들의 요동치는 심경과 사슬에 가까운 수련을 유려한 언어로 조각해낸다. 취향이 아닐 순 있어도 우수성만큼은 의심할 수 없는 필력은, 스포츠를 좋아하지 않는 이들조차 그의 글에 빠져들게 한다.
이 글이 쓰인 1970~1980년대는 일본 스포츠가 종목을 가리지 않고 성행한 시기이기도 하다. 경제 성장으로 인한 여가 문화 확대, 연이은 올림픽 유치로 확립된 스포츠 인프라, 중계를 볼 수 있는 텔레비전의 보급화, 《내일의 죠》 《거인의 별》 같은 스포츠 만화의 엄청난 인기 등으로 당시 스포츠는 일본 국민에게 빼놓을 수 없는 생활이었다. 야마기와 준지는 이런 시대에 스포츠 선수를 하는 이들의 삶으로 들어가 한 시대의 단면까지 보여줬다. 개인의 노력과 열정, 그것을 충분히 뒷받침할 수 있던 호황과 지지. 《슬로 커브를 한 번 더》는 훌륭하게 쓰인 르포르타주가 역사서의 역할까지 한다는 걸 보여준다.
두고두고 읽게 될 고요한 문장과 독특한 여운
야마기와 준지가 직조해낸 결정적 순간의 단면들
<8월의 칵테일 광선>
“누구에게나 실패는 있다. 1979년 여름, 한 1루수가 공을 놓쳐버렸다.”
일본 고교야구 역사에 길이 남은 18회 연장 혈투. 야구를 하는 모든 고등학생의 꿈인 고시엔, 바로 그곳에서 한 1루수는 힘없이 날아오른 타구를 놓치고, 홈런을 한 번도 쳐본 적 없던 타자는 동점 홈런을 치고, 양팀 투수는 도합 465구의 투구를 한다. 승리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 이들의 눈부신 승부. 8월의 칵테일 광선을 향해 날아가는 청춘의 궤적은 이토록 아름답다.
<에나쓰의 21구>
“투수는 스스로를 믿어야만 투수가 될 수 있다.”
1979년 일본시리즈 7차전, 4대3 상황. 세계 프로야구 최초의 전문 마무리 투수 에나쓰 유타카는 1점 차 앞선 상황을 지켜내기 위해 7회부터 마운드에 오른다. 그러나 마지막 이닝인 9회 말, 무사 만루의 위기를 맞는다. 그가 9회 말에 던졌던 공은 21구, 정확히 말하면 26분 49초 동안의 사투였다. 그 극적인 상황, 1점 차 승리를 지켜내는 마무리 투수의 마음을 가감 없이 보여준 예술적인 단편.
<단 한 사람의 올림픽>
“그날 그는 올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따자는 생각을 하고 말았다.”
일상적으로, 너무나 일상적으로 삶을 살아가다 보면 어느새 얄팍하고 둥글어진 자신을 만나게 된다. 자신의 무감함에 놀란 한 일상생활자가 갑자기 올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따겠다고 마음먹는 게 가능한 일일까? 삼수를 해 대학에 갔지만 흘러가는 대로 살던 한 청년이 문득 조정으로 금메달을 따려 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20대를 조정이라는 종목에 바치게 된다.
<등번호 94>
“깨달았을 때는 너무 늦어요……. 저는, 대개 그렇더라고요.”
팀 에이스로 활약하던 한 고등학생은 감독 눈에 띄어 명문 구단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입단하게 된다. 떠들썩하게 파티를 하고 친구들한테 한껏 자랑을 하던 것도 잠시, 그는 프로의 세계에서 차갑고 쓰라린 맛을 느끼게 된다. 왜 젊었을 땐 꿈과 희망이 언제나 함께할 것만 같을까. 영원히 내 것일 줄 알았던 용기와 실력이 녹아내릴 때의 뒷맛은 늘 쓰고 아리다.
<더 시티 복서>
“이 녀석에게 어울리는 건 피 냄새가 나는 향수일지도 모른다.”
목표를 향해 무조건 매진해야만 성공할 수 있는 걸까? 어렸을 때부터 복싱을 했지만 감독 말도 안 듣고 훈련도 열심히 하지 않았던 소년. 무패의 기록을 늘리던 그는 어떤 사건을 계기로 복싱을 그만둔다. 몇 년 뒤,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싶었던 소년은 청년이 되어 다시 복싱의 길로 들어선다. 헝그리 정신 같은 게 없어도 될 놈은 될 거라 생각하는 복서는 드디어 메인이벤트의 주인공이 된다.
<김나지움의 슈퍼맨>
“차가 안 팔리는 날은 있어도, 스쿼시를 잊은 날은 없다.”
배드민턴을 하다 무릎을 다친 사람이 스쿼시를 하며 135연승이라는 기록을 쌓을 수 있을까? 공식전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은 그가 자동차 세일즈맨으로 일하는 회사원이기도 할 수 있을까? 양쪽 모두를 훌륭하게 해냈던 일본 스쿼시의 일인자 사카모토 세이지의 전성기를 그려낸 단편.
<슬로 커브를 한 번 더>
“히어로 같은 게 될 수 있을 리가 없다. 인생은 만화처럼 풀리지 않는다.”
고시엔과는 전혀 연이 없던 어느 고등학교의 에이스 투수. 그는 에이스답지 않은 외모로, 에이스 같지 않은 구속의 커브를 던지며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걸 즐기는 고등학생이다. 스윙 연습은 안 해도 여자친구가 왜 없는지는 생각해보는 투수, 기본적인 작전 수행 능력조차 떨어지는 타자들 그리고 그들을 이끄는 초보 감독. 이런 그들이 장타를 때려내고 강력한 어깨를 가진 다른 팀들을 이길 수 있을까?
<폴 볼터>
“새로운 기록을 만드는 거, 그거 좋죠. 그런데 그게 어쨌다는 거예요.”
폴 볼트, 즉 장대높이뛰기라는 종목은 신체 조건에 따라 한계 높이가 대충 계산되어 있다. 171센티미터, 60킬로그램이라는 신체 조건을 가진 사람은 남들에게 넌 대충 이 정도까지는 뛸 수 있겠다(거기까지밖에 못 뛰겠다)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다만 그 한계를 향해, 더 나아가 한계를 넘어서려고 노력해볼 수 있을 뿐이다. 한계를 향해 고통스럽게, 하지만 저벅저벅 나아간 한 인간의 위대한 도전과 기록은 빗물과 함께 눈물이 된다.

‘게임’-이 얼마나 재밌는 말인가.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삶에서 최소한 한 편의 소설은 끄집어낼 수 있는 것처럼, 어떤 게임이든 계속해서 회자되는 장면이 하나쯤은 있다. 인생이 게임 같은 것이어서일까, 아니면 게임이 인생의 축소판이어서일까. _<8월의 칵테일 광선>
“힘들 수도 있다는 생각 같은 건 안 했어요. 제 피칭을 하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죠. 늘 그랬어요. 대개 제 피칭을 못 해서 졌거든요. 침착하게 던지면 이길 수 있어요. 그게 다예요.” _<8월의 칵테일 광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