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권정생 대표작 『몽실 언니』의 개정판(2012). 『몽실 언니』는 해방과 한국전쟁, 극심한 이념 대립 등 우리 현대사의 굴곡을 온몸으로 겪은 작은 어린이의 사실적인 기록이면서, 처참한 가난 속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고 이웃과 세상을 감싸 안은 한 인간의 위대한 성장기다.
초판부터 삽화를 맡은 판화가 이철수는 『몽실 언니』 개정 4판에 ‘몽실 언니’를 목판에 새로 새겨 넣었다. 인물의 동작, 배경의 공간감, 옷의 주름이나 나뭇잎의 움직임에 이르기까지 섬세하고 부드러운 표현, 선명한 채색 등이 특징이다. ‘현실성’을 구현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 것이다. 꽃 파는 소녀 뒤로 무심히 지나가는 사람들(183면), 아버지를 살려 달라는 몽실의 절규를 남 일처럼 바라보는 사람들(238면)처럼 타인과 소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회색으로 칠해 인간의 소외를 보여준다. 화가가 이 작품을 새롭고 풍부하게 해석하기 위해 얼마나 숙고했는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오래 전 『몽실 언니』를 읽은 독자가 다시 이 작품을 읽어도 새롭게 해꺼되고 감동을 받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작품이 시대를 뛰어넘어 사랑받는 이유를 짐작하게 된다. 일상의 폭력과 차별도, 가난과 가족해체도 여전한 오늘날, 난남이가 기도처럼 부른(268면, 마지막 장면) ‘몽실 언니’가 더 많은 독자들을 위로하고 용기와 희망을 전하기를 기대한다.
출판사 리뷰
권정생 대표작 『몽실 언니』(1984, 양장본 2000)의 개정판(2012). 『몽실 언니』는 해방과 한국전쟁, 극심한 이념 대립 등 우리 현대사의 굴곡을 온몸으로 겪은 작은 어린이의 사실적인 기록이면서, 처참한 가난 속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고 이웃과 세상을 감싸 안은 한 인간의 위대한 성장기다. 1984년 초판 출간 이래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두루 읽히며 사랑받으면서 한국 아동문학의 명실상부한 고전이 되었다. 2012년 출간 100만 부를 돌파하며 나온 개정 4판은 판화가 이철수의 신작 목판화로 작품의 감동을 새롭게 전한다. ‘몽실 언니’를 오랫동안 사랑해온 독자들에게도, 이 고전을 만날 새로운 독자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이 될 것이다.
세대를 뛰어넘는 감동, 우리 시대의 고전
『몽실 언니』는 한국전쟁 전후를 배경으로, 어린 몽실이가 부모를 잃고 동생 난남이를 업어 키우며 겪는 고난과 성장을 그린 작품으로서, 출간 이후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1990년 한글맞춤법 개정에 따른 개정판을 낸 뒤에도 10년에 걸쳐 42쇄를 펴내는 동안 필름이 낡아 인쇄가 불가한 이유로 개정판을 거듭 출간해야 했다. 한국 아동문학으로서 이만큼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명실상부하게 ‘스테디셀러’가 된 예는 찾아보기 어렵다. 더욱이 이 작품이 어린이의 눈으로 전쟁과 가난이라는 우리 역사의 아프고 어두운 부분을 직시하고 또한 고난 속에서도 굳건히 피어난 삶을 아름답게 그려낸 걸작이라는 점에서, 『몽실 언니』는 우리 문학의 귀중한 자산이라 할 수 있다.
한국 아동문학이 낳은 불멸의 주인공
몽실은 가난 때문에 새아버지를 만나고, 새아버지 때문에 절름발이가 된다. 친아버지에게 돌아와 새어머니와 겨우 정을 나누는 사이가 되지만, 아버지가 전쟁터에 끌려간 사이 새어머니는 동생 난남이를 낳고 죽는다. “갓난아기를 안고 어떻게 할 줄을 모르는” 몽실의 나이는 겨우 열 살이었다. 전쟁 뒤 몸이 상해 돌아온 아버지까지 돌보기 위해 구걸에 나서는 몽실의 삶은 이후에도 결코 평탄치 않은 것이었다. 그러나 몽실은 끝내 운명에 굴복하지 않는다. 오히려 굳은 의지로 주변 사람들을 보듬으며 꿋꿋하게 삶을 개척해간다. 고난을 극복하는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감동과 위안, 용기를 주었기 때문에 오랜 시간 더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아동문학평론가 원종찬이 지적한 대로, 몽실 언니를 “한국 아동문학이 낳은 불멸의 주인공”이라 평가하는 데는 이러한 독자들의 변함없는 사랑이 뒷받침된다.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캐릭터 ‘몽실 언니’
엄혹한 시절을 견딘 시대의 걸작
한편 몽실이 겪은 일은 우리 민족이 겪은 시련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며 이 땅의 수많은 보통 사람들이 바로 그런 일을 견뎌냈다고, ‘몽실 언니’가 그들을 대신해 증언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몽실의 이웃들처럼 사나운 전쟁을 겪으면서도 더 어려운 이들을 함께 돌본 사람들의 착하고 따뜻한 마음도 이 작품은 고스란히 기록하고 있다. 그렇기에 『몽실 언니』가 30년 동안 꾸준히 독자들을 감동시킨 것이다.
『몽실 언니』는 1984년 울진의 시골 교회 청년회지에 연재를 시작했다가 『새가정』이라는 교회 잡지에 옮겨 연재하던 중 잡지사가 당국의 압력을 받으면서 연재가 중단된 역사가 있다. 인민군이 나오는 대목이 문제가 되었는데, 이후 연재가 재개되면서는 일부 내용이 잘려 나간 채 실렸다. 삭제된 내용은 인민군 청년 박동식이 몽실이를 찾아와 통일이 되면 서로 편지를 하자고 주소를 적어 주는 장면이었다. 군사정권 아래 반공이데올로기가 강요되던 당시에 ‘적’인 인민군을 ‘살인마’가 아닌 우리 핏줄, 한백성으로 묘사한 것이 문제였다. 권정생은 한 인터뷰에서 “가난하게 살아도 저렇게 사는 것, 저 자체가 인생에서 아름다운 것 아닌가.” 하는 마음으로 작품을 썼다고 밝힌 바 있다.(「저것도 거름이 돼 가지고 꽃을 피우는데」, 『창비어린이』 2005년 겨울호)
판화가 이철수가 새로 새긴 몽실 언니
이 시대 독자들에게 가까이 다가서다
초판부터 삽화를 맡은 판화가 이철수는 『몽실 언니』 개정 4판에 ‘몽실 언니’를 목판에 새로 새겨 넣었다. 인물의 동작, 배경의 공간감, 옷의 주름이나 나뭇잎의 움직임에 이르기까지 섬세하고 부드러운 표현, 선명한 채색 등이 특징이다. ‘현실성’을 구현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 것이다. 꽃 파는 소녀 뒤로 무심히 지나가는 사람들(183면), 아버지를 살려 달라는 몽실의 절규를 남 일처럼 바라보는 사람들(238면)처럼 타인과 소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회색으로 칠해 인간의 소외를 보여준다. 화가가 이 작품을 새롭고 풍부하게 해석하기 위해 얼마나 숙고했는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오래 전 『몽실 언니』를 읽은 독자가 다시 이 작품을 읽어도 새롭게 해꺼되고 감동을 받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작품이 시대를 뛰어넘어 사랑받는 이유를 짐작하게 된다. 일상의 폭력과 차별도, 가난과 가족해체도 여전한 오늘날, 난남이가 기도처럼 부른(268면, 마지막 장면) ‘몽실 언니’가 더 많은 독자들을 위로하고 용기와 희망을 전하기를 기대한다.
작가 소개
저자 : 권정생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도 좋아하는 우리나라 대표 아동문학 작가. 1937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해방되자 곧바로 우리 나라로 오셨다. 1969년에 <강아지똥>으로 제1회 기독교 아동 문학상을 받고 글을 쓰기 시작했고, 『몽실 언니』, 『강아지 똥』 등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1937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10살 나던 1946년에 우리나라로 돌아왔으나 아홉식구가 뿔뿔이 헤어지고 생사도 모르는 가운데 부산에서 재봉틀 상회 점원 일을 했다. 19살에 늑막염과 폐결핵을 앓고 거기에 신장, 방광결핵까지 겹친다. 고향집에 돌아와 투병생활을 하나 집나간 동생과 고생하시는 부모님에 대한 죄스러움으로 죽기를 바랄만큼 괴로워 했다. 1963년 교회학교 교사로 정식 임명되어 죽지 않는다는 신념만으로 살았다. 그러다가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동생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 떠돌이 방랑생활을 자청하지만 병이 더욱 심해져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경북 안동에 혼자 남아 교회 종지기로 일한다.
1969년 동화 『강아지똥』으로 월간 기독교 교육의 제1회 아동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73년 「조선일보」신춘문예 동화 부문에 『무명저고리와 엄마』가 당선되었으며 1975년에는 제1회 한국아동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그 뒤 작고 보잘것 없는 것들에 대한 따뜻한 애정과 굴곡 많은 역사를 살아왔던 사람들의 삶을 보듬는 진솔한 글로 어린이는 물론 부모님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 왔다.
지은 책으로는 동화집『강아지똥』,『사과나무밭 달님』, 『하느님의 눈물』등과 소년 소설 『몽실언니』,『점득이네』, 『한티재 하늘』,『도토리 예배당 종지기 아저씨』,『무명저고리와 엄마』등이 있다. 그리고 시집『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 산문집『오물덩이처럼 뒹굴면서』,『우리들의 하느님』등이 있다.
동화 작가로서 많은 인세를 받아 왔지만 직접 지은 5평짜리 오두막집에서 강아지와 둘이서 사는 검소한 삶을 실천하며 살다가 2007년 5월 17일 지병이 악화되어 대구 가톨릭대학교에서 70세의 나이로 유명을 달리하였다.
작가는 자연과 생명, 어린이, 이웃, 북녘 형제에 대한 사랑을 주된 주제로 하여 깜둥바가지, 벙어리, 바보, 거지, 장애인, 외로운 노인, 시궁창에 떨어져 썩어가는 똘배, 강아지 똥 등 힘이 없고 약한 주인공들이 자신을 희생하여 타인에게 기여하는 기독교의 예수 그리스도적인 삶을 주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특히 처마 밑의 강아지 똥을 보고 썼다는 『강아지똥』과 절름발이 소녀의 꿋꿋한 이야기를 담은 『몽실언니』는 무시당하고 상처받으며 소외된 주인공들의 모습을 잘 그려내고 있어 작가의 작품 세계를 잘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림 : 이철수
간결하고 단아한 그림과 선가의 언어방식을 끌어온 촌철살인의 화제들 혹은, 시정이 넘치는 짧은 글이 어우러져 현대적이면서도 깊이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우리 시대 대표 판화가.
1954년 서울에서 출생하였고 한때 독서에 심취한 문학소년이었으나, 군 제대 후 홀로 그림을 공부하여 화가가 되었다. 오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평가로 처음 미술 활동을 시작했으며, 1981년 서울에서 첫 개인전을 연 이후 전국 곳곳에서 여러 차례 개인전을 열었고, 1989년에는 독일과 스위스의 주요 도시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탁월한 민중판화가로 평가받았던 이철수는 1990년 무렵부터 자기 성찰과 생명의 본질에 대한 관심으로 판화 영역을 확대해 간 그는 그 후 사람살이 속에 깃들인 선과 불교에 주된 관심을 쏟아 심오한 영적 세계와 예술혼이 하나로 어우러진 절묘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살다보면 편지 쓰고 싶은 날이 있기 마련이고, 그도 그랬다. “편지 쓰고 싶은 날이 많아서, 편지 받고 싶은 날이 많아서” 어느날 저녁 문득 직접 손글씨로 받는 이가 따로 없는 엽서를 썼다. 그저 마음 한 조각을 담은 짧은 편지였다. 마음 ‘안에 있는 그리움’이 그를 부추겼던 모양이다. 쓰기는 했지만 붙일 곳 없어 흐르는 물결에 던졌다던 피천득 시인처럼, 그도 엽서를 물결에 둥실 띄워 보냈다. 강물 대신 인터넷이란 물결 위에 실어서. 그냥 한 번 그러면 좋을 것 같아서 그랬을 뿐인데, 그 뒤로도 엽서를 쓰게 됐다. 일 마친 저녁, 짬을 내 엽서를 쓰고 자신의 인터넷집(mokpan.com) 손님들에게 부치는 것으로 하루를 마감하는 날이 잦아졌다. 그리고 엽서에는 ‘나뭇잎 편지’란 이름도 붙였다. 그렇게 띄엄띄엄 보내기 시작한 엽서가 차츰 그에게 일기 같은 것이 됐다. 꾸밀 것도 없고, 감출 것도 없이 마음가는 대로 쓸 뿐인데 사람들은 오히려 그래서 더 열광했다. 이 엽서들이 모여서 『밥 한 그릇의 행복 물 한 그릇의 기쁨』이라는 책이 되었다. 엽서의 그림과 글은 그의 판화 그대로 깔끔하고, 담백하면서도 가볍고 살갑다. 전시를 위해 공들인 무게감은 없을지 몰라도 힘 빼고 그린 그림과 편하게 쓴 글씨의 매력이 작품과는 다른 독특한 매력을 보여준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다시 쌓인 엽서들을 또 한 번 묶었다. 그래서 출간된 책이 『가만가만 사랑해야지 이 작은 것들』과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습니다』이다. 2008년 겨울에 출간된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습니다』에서는 일 년 열두 달, 그와 더불어 사는 이웃들의 소식, 집 안팎에서 만난 생명과 생명 아닌 것들을 보며 느낀 단상들, 나 몰라라 할 수 없는 세상의 진창길과 그 길에 희망이 되는 징검다리 이야기들을 듣고 느끼는 바를 드로잉과 판화 그림 여백에 적었다. “궂은 날에도 죽기 살기로 꽃대를 밀어 올리는 꽃”처럼, “거칠 것 없는 푸름 한 장인 하늘”처럼, 존재 자체로 자신의 생명을 긍정하는 것들에 시선을 두면서 그 마음 닮아 가자고 한다. 아름다운 세상 그리면 아름다운 세상이 열릴 거라고 믿으며 같이 힘내 살자고 어깨를 다독인다.
단아한 그림과 글에 선적인 시정과 삶의 긍정을 담아내는 이철수의 판화들은 '그림으로 시를 쓴다'는 평판과 함께 폭넓은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새도 무게가 있습니다』, 『소리 하나』, 『배꽃 하얗게 지던 밤에』 등 판화 산문집, 『이철수의 작은 선물』, 『생명의 노래』 등 판화집과 엽서 모음집 『밥 한 그릇의 행복 물 한 그릇의 기쁨』, 『가만가만 사랑해야지 이 작은 것들』, 『자고 깨어나면 늘 아침』을 출간하였다.
현재 충북 제천의 박달재 아랫마을에서 아내와 함께 농사를 지으며 판화작업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