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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은 별이 되어
샘문(도서출판) | 부모님 | 2025.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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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문>

아버지, 어머니의 노래가 그리운 별이 된 시詩

- 이정록 (시인, 수필가, 교수, 문학평론가, 칼럼니스트)

이동현 시인이 이번에 샘문시선에서 첫 시집 『그리움은 별이 되어』를 출간한다. 이 시집은 자연물을 소재로 하여 노래한 시들이 주조를 이룬다. 그리고 그의 심상은 사랑, 그리움, 기다림을 노래한다. 전체적으로 시편들은 정감을 지니고 있고 시인은 시적으로 표현하기 위하여 일상언어를 전복하고 있다. 첫 시집에 깃든 시인의 사유는 어린 시절의 추억과 아버지에 추억과 어머니에 추억 속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이 시집은 중심적인 주제는 사랑이다. 시집을 펼쳐보면 “가을의 뜨락에서” 외 139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그의 시집이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지닐까를 생각해 보면 한 마디로 자연과 사람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가는 정과 사랑을 소중히 하고 그런 감정을 귀하게 여기며 그리워한다. 그것이 사람이 살아가는 길이며 삶을 아름답게 살아가는 요소라는 것을 시인은 체득 체관하고 있다.

이동현 시인은 샘문뉴스와 문학그룹샘문에서 2020년경에 실시한 <신춘문예 샘문학상> 공모전에서 <돌담설화 외 4편>으로 시부문에 당선되어 등단하였고, 뒤이어 2021년에 샘문뉴스와 문학그룹샘문에서 주최한 <신춘문예 샘문학상>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하였고, 2021년 같은 해 11월경에 샘문그룹과 한용운문학에서 시행한 <한용운문학상> 수필부문 <신인문학상>에 응모하여 등단하였다.

뒤이어 다음 해, 2022년 11월경에 한용운문학상 본상에서 <우수상>을 수상하였고, 2023년 신춘문예 <샘문학상> 공모전에서 본상, 최우수상을 수상하였고, 또한 2023년 9월경에 샘문그룹 계열 문학사 ㈜한국문학에서 주최한 <한국문학상> 공모전에서 <한국문학상> 본상, <우수상>을 수상하였고, 2024년 신춘문예 <샘문학상> 공모전에서 본상, <샘문특선상>을 수상하였고, 같은 해 2024년 11월경에 샘문그룹에서 시행한 <한용운문학상> 본상, 중견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수제다.

2019년경 필자가 이동현 시인을 처음 만났을 때 시인은 시골에서 마늘과 양파와 쌀농사를 짓는 농부라고 소개하였다. 첫 이미지가 사랑의 아름다운 감성적 서정적 시를 쓰는 시인 같지는 않았다. 공무원으로 재직하다 정년퇴직하고 아버지가 짓던 농사를 대물림하여 현직이 농부라는 것이, 최고의 지성이요 삼대 성현의 하나인 <시인> 과 아무런 관련성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필자가 운영하는 샘문그룹 계열에 문학사들이 시행하는 문학상 공모전에 치열하게 도전하는 이동현 시인을 지켜보니 상상외로 시인은 감성적이고 낭만적인 사람이고 물리적 성실함이 뛰어난 사람이기에 기량이 급성장했으며 아집이나 오만이 없는 합리적이며 이타적이고 아주 낮은 자세로 겸손하고 예의가 바른 나비와 같은 사람이다.

그래서 이동현 시인의 논과 밭, 정원에는 항상 아름다운 꽃과 벌 나비가 있다. 그는 농자의 터전인 논과 밭과 숨 쉬는 공간, 정원을 소중히 지킨다. 시인의 논밭과 정원에는 이 세상의 그 무엇도 침범할 수 없는 그만의 내밀한 세계를 간직하고 있고 그것으로 흔들림이 없으며 늘 온유함을 지니며 그 터전에는 심신을 정화하는 향수가 흐르고, 그의 샘에서는 생명수가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것이다.

왜 자연과 사랑과 그리움에 대한 시를 써야 하는가, 라고 한다면 이동현 시인에게는 새로운 사랑을 희구하고 도전하기 때문에 희망의 마음이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그는 사랑을 다하고 끝없이 그리움을 갈구한다. 그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희구하고 그리워하는 전사였다면 그가 지킨 추억이 자기를 소환하여 주기를 사랑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도 누군가의 사랑을 받고 싶은 것이다.

그가 필요로 하는 사랑과 그리움은 그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며 근원적인 요구이다. 그동안의 사랑과 그가 비호 해야만 했던 사랑과 그리움은 그에게는 책임이나 의무였을지도 모른다. 그 짐을 지느라고 그도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 그가 이제는 누군가의 새로운 사랑으로 새 삶을 살고 새로운 생명력을 얻어 이 시간 이후의 삶도 윤택하게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이동현 시인의 자연과 사랑과 그리움에 관한 시편들은 잘 음미하면 할수록 공감이 배가 된다. 그리고 현대적 감수성이 배어있고 그의 논밭과 정원으로 우리들을 불러들여서 온유하게 품어준다는 생각이다. 사실 현대사회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메마른 마음으로 건조하며 공허하게 의미 없이 살아가고 있다. 사랑을 품기보다는 헛된 우상을 좇아가느라 타인도 자신도 사랑해야 할 이들도 외면한 채 돌진하고 있다.

이것이 현실을 사는 우리들의 아름답지 못한 모습이기도 하다. 이해타산을 생각하는 조건적인 사랑에 댓가를 바라는 거래적인 사랑, 사랑 받기만 바라는 이기적인 사랑에 우리들은 빠져있다. 그야말로 자본주의는 사랑마저도 상품의 교환가치로 바꾸려고 획책한다. 이러한 물신화 속에서 우리들은 사랑을 잃고 공허하고 메마르며 푸석푸석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인간을 차별하고 귀하게 여기지 않으며, 권리를 짓밟고 타인을 자신의 이익을 만들어내는 수단으로 취급하는 비열성이 가담한다.

이동현 시인이 복원하는 인간의 마음은 사랑과 그리움이다. 그 사랑을 복원하는 데에는 에로스 사랑에서 시작하여 확장되어 가는 것은 시인에 여러 시편에서 보듯이, 최고의 선善은 최고의 사랑이라는 것이 시인이 해석하는 새로운 사랑이며 그가 찾고 희구하는 사랑일 것이다. 시인은 에로스의 사랑만이 아니라 필리아의 사랑, 즉 관계의 사랑과 아가페적인 사랑, 즉 자기희생적인 사랑을 체현해 왔다.

20대 이후 30년을 살아오면서 에로스의 사랑에서 출발하여 지아비와 부모가 되는 자기희생적 사랑과 타인들 간의 필리아적인 사랑, 부부의 사랑을 경험하면서 그의 사랑은 깊어졌고 단단해져 왔다고 본다. 그가 아버지를 소환하고, 어머니를 소환하여 회억回憶하는 것이, 단순히 감성적인 사랑만을 꿈꾸어온 것만 아니라, 인간의 정체성과 원초아 적, 순수를 소환한 것이라는 것이, 시편 한 편, 한 편에서 전개되고 있다. 그리고 상상력으로 빚어낸 것은 바로 시인의 삶 속에서 우러나온 표현들이거나 그의 사랑에 대한 의식일 거라고 생각한다.

위 시편에서 알 수 있듯이 그가 지켜온 그의 사랑과 그리움의 희구는 바로 고단한 농사 노동과 정신노동의 하루하루가 있었고 그것은 가족을 위한 한 남자의 자기희생적 아가페 사랑이었다. 시인의 시편을 읽은 이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할 것이다. 사랑을 위해 그저 달려왔고 그러면서 중형의 고통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은 반어적으로 중형을 자처하였고 고통스러웠지만 고고한 자세로 견지해 온 삶이 있었기에 그는 자연과 사랑과 그리움을 주제로 한 시편들을 엮을 수 있었던 것이리라.

이동현 시인의 시구절이 사랑을 잃어 방황하거나 마음이 흔들리는 사람들이 시인과 함께 돌을 고르고 고랑을 내고 꽃씨를 뿌려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따는 비법을 그로부터 전수를 받고 희망을 꿈꿀 것을 기대 해본다. 시집 출간을 감축드리면서 많은 독자가 이 시집을 읽고 다시 자연을 사랑하고 사랑을 품고 구현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이동현 시인의 첫 시집 출간을 축하드리며 문운창대를 빈다.

<평 설>

<이동현 시인의 『그리움은 별이 되어』에 부쳐>

기억의 유산에서 길어내는 존재 회복의 시학

- 심종숙(시인, 교수, 문학박사, 문학평론가)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가는가, 라고 질문을 할 때 언뜻 떠오르는 것은 사랑으로 살아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인간은 가족과 사회의 제 관계들 속에서 살아간다. 그러나 항상 사람은 소우주인 자신을 중심으로 하여 대우주를 향해 나아가는 존재가 아닐까 한다. 개인은 성장하여 사회적 존재로서 전체를 향해 나아가는 존재이다. 그리고 인간은 이 세상에 피투 되었다가 원래 온 곳으로 돌아가는 존재이다. 인간의 삶은 잘해야 백년의 세월일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백 세의 나이에 이르지는 못한다. 유한한 존재인 인간은 나무의 수령에 경탄하면서 신성시하였다. 언제나 우리 민족에게 친근한 동구 바깥의 나무, 어느 마을이나 들어갈 때 수령이 오래된 나무를 당산나무라 하여 신성을 표하고 있다.

이동현 시인의 첫 시집 『그리움은 별이 되어』는 자연물을 소재로 하여 노래한 시들과 사랑에 대한 그리움과 기다림을 노래한 시, 생활을 노래한 시, 이야기를 곁들인 시, 깊은 사유 속에서 이끌어낸 사상적 면모를 띤 시편들이 주조를 이룬다. 전체적으로 시편들은 정감을 지니고 있고 시인은 시적으로 표현하기 위하여 일상언어를 전복하려는 시도를 곳곳에서 보여주고 있다. 첫 시집에 깃든 시인의 에스프리는 어린 시절 추억의 동네로 우리들을 데려간다.

사실 그의 시는 이미 노년을 맞이한 이들의 심성에 호소력이 짙고 공감력이 크다. 시인은 당산나무가 서 있고 나무들이 군락을 이룬 숲으로 둘러싸인 향촌으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시 「잃어버린 시간」에서 시인은 그가 그리워했던 상실한 세계를 다시 구축한다. 나무숲으로 둘러싸인 시골 마을에서 사람들은 나무가 주는 것으로 온기를 품었다. 나무는 죽어서도 사람들에게 온기를 주었고 살아서는 그늘과 온갖 꽃과 열매를 주었다. 나무숲 마을에서 살았던 유년의 기억을 재현하는 시인에게는 그리움의 강한 충동이 시의 형상을 만들어 갔다.

나무는 죽어서도 사람에게 온기를 남기고
그리움은 언제나 산속 깊숙이 숨어서 산다

겨울이 되면 아버지는 게으른 하품을 하는
암소를 수레에 매고 온 가족을 태우고
구워 낸 군고구마 향이 나는 겨울 햇살을 헤치며
황톳길 건너 눈 덮인 산으로 땔나무 하러 가는데
암소는 콧김을 푹푹 내뿜는 녹슨 기차가 되어
잃어버린 시간을 헤아리며 느릿느릿 나아간다

겨울이 되면 나무는 제 옷을 벗고
비로소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는 자유를 얻는다
나무는 거추장스러운 옷을 벗어야
제 몸이 산다는 것을 안다
사람들은 많이 가지려는 욕심을 움켜쥐지만
나무보다 못한 인생을 산다

아버지는 큰 도끼로 꽁꽁 얼은 고지뱅이를 패고
엄마는 소나무에 붙어 있는 삭정이를
무딘 낫으로 하나씩 베어서 나뭇단을 만든다

누이는 소나무 아래 깔 비를 긁어모으며
시린 손을 호호 분다
나는 누이 손에 묻은 갈비를 털어 주고
언 손을 꼭 쥐여주면 누이에게서
누운 소나무 갈비 향이 난다

산골짜기에서 부는 파르스름한 바람은
가족들의 이마에 송송 솟은 땀을 닦아주는
비단 수건이 되고
어느덧 암소가 끄는 수레에 나무가 가득 쌓이면
아버지는 힘없이 쓰러진 풀을 베어 암소 먹이로 주고
암소는 흰 거품을 내며 순한 웃음을 웃는다

햇살 가득한 양지바른 곳에
온 가족이 도란도란 둘러앉아
엄마가 준비해 온 도시락을 먹는다
흰 눈이 소복이 쌓인 응달 토끼 굴에서는
토끼가 큰 귀를 쫑긋거리며 우리를 째려본다

산새 한 마리가 망개 열매에 앉아 있다가
포르륵 붉은 궤적을 남기고 날아오르고
식은 밥에 김치 하나, 단출하지만
김치를 북 찢어 찬밥에 얹어 한입 먹으면
엄마의 사랑이 온 가슴에 스며든다

산그늘이 앞산을 덮을 즈음에
가득 실린 나무 수레가 대문에 들어서고
엄마는 아버지 손에서 암소를 받아
외양간에 들인다

나와 누이는 피곤이 절은 신발을 댓돌에 벗어놓고
언 몸을 녹이려고 아랫목에 누우면
창호지 바른 문틈 사이로
아버지가 쇠죽을 끓이는 소리가 타닥타닥 들린다
어느새 아버지의 사랑은 뜨듯한 아랫목이 된다

인생은 꿈만 같구나, 한마디 남기시고
아버지는 그리움을 한 지게 지고
깊은 산속으로 걸어 들어가신 후
두 번 다시 집으로 돌아오시지 않는다

이제는 곧은 직선으로 하늘 높이 달리는
편안한 아파트에 사람들은 살지만
잃어버린 시간은 그리움이 되고
그리움은 산속 깊숙이 술래가 되어
언제나 소년과 숨바꼭질하고 있다

- 「잃어버린 시간」 전문

시인에게는 가난하지만, 따뜻한 인간애가 살아 숨 쉬었던 향촌의 공동체가 그의 그리움의 대상이다. 시인이 꿈꾸고 그리워하는 것은, 그리고 시인으로 하여금 시를 쓰게 하는 동인은 바로 잃어버린 세계에 대한 꿈과 그리움일 것이다. 거기에는 궁핍의 시대에 동고동락했던 가족들과 이웃들에 대한 추억이다. 그 기억을 시인은 시쓰기를 통하여 복기한다. 그러니까 시인이 시를 쓰는 현재와 이미 상실된 과거 사이에는 추억하는 시적 자아가, 회억하는 주체가 존재한다. 이러한 현상은 대개의 시인들이 자신을 반추할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서 어린 시절 추억이 중요한 시적 소재가 되고 있다. 시를 쓰는 현재의 시점은 노년기에 인생을 뒤돌아보면서 자신을 성찰하고 들여다보는 도상에 있다. 그러나 이상향인 추억 속의 따뜻한 공동체는 현재에는 없다. 시인은 상실한 공동체에 대한 그리움이 별이 되었다고 하였다.

그의 시 세계가 따뜻한 것은 바로 아이->고향->어머니->모성으로의 회귀가 지니는 과정에서 그의 시심이 뿜어내는 따뜻한 사랑이 아닐까 한다. 회억의 주체는 중년기나 노년기의 시적 주체이지만 그는 어린 시절의 자아(내면 아이)를 만난다. 거기에는 어머니를 비롯한 어른 가족들의 따뜻한 사랑이 있었던 곳이다. 그리고 지난한 삶을 살았던 가족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승화시킨 것은 시인 자신과 가족에 대한 자기 연민일 수도 있고 시쓰기를 통하여 가족들을 다시 탄생하게 하는데 시인의 가족들은 곧 우리들의 이웃들과 동일하며 거기에는 민중적 삶과 민중적 정서가 같이 융해되어 있다고 하겠다. 시 「고등어자반」에는 어린 시절 몸이 약했던 시인을 위해 어머니가 고등어자반을 구워 주었듯이 현재의 아내는 시인에게 그 어머니처럼 고등어자반을 구워준다. 이 사랑의 대물림은 시인의 토대가 사랑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때는 푸른 바다를 마음껏 누렸으리라
늘 푸른 바다를 보며 푸른 꿈을 꾸었기에
너의 모습은 죽어서도 푸르르구나

어머니는 몸이 약한 나를 위해
보약을 정성껏 달여서 먹이시고
입이 써서 찡그리는 나에게
달콤한 곶감을 주시면서 하시는 말씀,
"고등어 굽고 있으니 먹고 건강 하거라“

붉은 숯이 이글거리는 화목 보일러에
아내가 푸른 고등어를 굽는다
몸이 약한 남편을 위해 정성으로 구운 고등어
아내에게서 어머니의 사랑이 어른거린다

고등어자반에 저녁을 먹고 마당에 나서니
소한 찬바람 속에서
서쪽 하늘에서 유독 붉게 빛나는 별들
그리운 어머니 생각이 난다
별빛은 더욱 붉게 스쳐 가는데

- 「고등어자반」 전문

시인은 어쩌면 힘든 인생길에서 가족들의 사랑이 자신을 있게 하였다는 생각과 그 사랑 속에서 성장해 왔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현재 삶의 무상과 공허함, 상실감, 인생의 비애를 희석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람이 태어나서 죽는다는 생자필멸의 이치에서 오는 존재의 슬픔과 탄식을 시인은 가족들의 사랑으로 버티어 가면서 사랑을 베풀어주었던 가족들과 이웃들의 이야기를 시에서 쓰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사람은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받으면 그것을 오래오래 간직하고 추억하게 되듯이 시인도 상념 속에서 회억하는 것이다. 시 「고등어자반」은 육류를 대신하는 우리들 서민들의 음식이었고 민중적 정서를 환기할 수 있는 산물이다. 고등어자반과 어머니/ 아내, 그리고 사랑과 별은 하나의 이상향이거나 동경의 대상이다.

그리움이 소복이 쌓여 별이 되었다
까만 밤을 밝히는 별의 근원은
간절한 그리움이었구나!

파랗게, 하얗게, 붉게 빛나는
별빛이 쌓이고 쌓여 그리움이 되고
그리움이 쌓이고 쌓여 사랑이 된 별은
슬프도록 아름답다

그리움은 한없이 슬픈 꿈
언제나 밝게 빛나는 나만의 별
내 그리움이 속절없이 슬픈 꿈이었나

- 「그리움은 별이 되어」 전문

“속절없이 슬픈 꿈이었나”라고 반문하는 시인의 마음은 하늘에 뜬 별처럼 언젠가는 파랗게 언젠가는 하얗게 언젠가는 붉게 빛나는 영혼이다. “그리움이 쌓이고 쌓여 사랑이 된 별”은 바로 시인 자신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 시구절의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리움이 쌓여서 별이 된다는 시인의 의식은 단순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 같다. 시인이 그리워하는 것은 하나의 이상향으로서 그 그리움은 인간애가 넘치는 사회였을 것이고 그것은 사랑이 토대가 된 사회일 것이라는 인식이다. 그리워하는 것들은 모두 아름답고 슬프다는 진술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랑을 이룬다는 것은 아름답기만 하거나 손쉽게 되는 것이 아님을 말해준다.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라는 말처럼 사랑은 관념이 아니라 실천적인 행동인 것이다. 자신이 아니라 타인에 대한 배려이고 거기에는 자신의 포기와 희생이 따르기에 아름답고도 슬프고도 높은 것이며 깊은 것이라는 인식을 시인은 하고있는 것이다.

그러니 사랑은 분명히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명사이고 관념적인 말이지만 그것을 실천하는 주체에게는 자기 포기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주는 기쁨도 있을 것이며 그리워하고 사랑하기에 주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고 자신의 수고를 힘겨워하지 않는다. 이 사랑의 별은 그야말로 어두운 밤을 비추는 별빛이요 어둠의 세력을 물리칠 수 있는 충만한 힘을 지니고 있으며 그것은 사람과 우주 만물을 살리는 힘의 원천이요 생명 원천인 것이다.

시인이 발견한 이 아름답고도 깊고 높은 경지의 사랑은 우주 만물을 충만케 하며 자신과 이웃들을 구원하는 힘일 것이기에 시인은 끊임없이 그리워하고, 그 그리워하는 구체적인 삶의 모습을 그가 경험해온 가족과 이웃들의 생활 속 형상을 시의 화폭에 담아 이야기로 재현하고 있다. 농촌 공동체의 아버지의 모습을 형상화한 시 「청어靑魚」에서 농사를 하는 사람들의 피어린 고통을 표현하면서 그런 가운데서도 꿋꿋하게 살아온 우리 농부 아버지들의 모습을 투영시키고 있다.

정월 대보름 날 저녁 아버지는
눈目이 붉은 청어靑魚를 드시면서

올핸 보름달이 붉게 뜨는 것을 보니
흉년이 들겠구나 하셨다

정월 대보름 달이 붉게 뜬 그해
유독 우리 집만 지독한 흉년이 들었지

아버지의 선한 눈동자가 청어 눈처럼
붉게 핏발이 서던 그해 가을날

까마득히 무너져 내리던
그 빛나던 무지개여

- 「청어靑魚」 전문

이 시에서 정월 대보름에 달이 붉게 뜨면 흉년이 든다는 우리 민중들 속에 뿌리내린 민간신앙이 아버지에게도 인지되어 있고 정월 대보름날 눈이 붉은 청어를 먹으면서 불길함을 이야기하는 아버지, 그러나 일 년 농사를 짓는 아버지는 해마다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농사일에 매달렸듯이 보름달이 붉게 뜬 그해 역시 처절하게 수확을 얻기 위해 모진 더위와 싸웠을 것이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유독 시인의 집에만 흉년이 든 것은 얼마나 아프고 처절한 슬픔과 궁핍, 굶주림을 가져왔겠는가. 이 한 편의 시로 농사를 지으며 먹고사는 사람들인 농부들의 고통을 상상하게 한다.

이 시에서는 ‘청어의 빨간 눈/ 붉게 뜬 보름달/ 아버지의 핏발 선 눈’은 이미지적으로 잘 조합되어 시적 구성미를 높이고 있고 통일성을 지니고 있어 시적 미학을 느끼게 한다. 이 붉은 기운은 반대급부적으로 사악하거나 불길한 기운을 몰아내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예언성을 지니면서 흉년을 부른다. 이 시는 회화적이면서도 서사미도 지니고 있으며 민간신앙에서 오는 구전 적 요소 또한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안개 제국」에서는 농촌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에서 겪는 비극을 형상화하였는데 그것은 안개 때문이었다는 시인의 의식은 바로 자연현상인 안개 때문에 일어나는 슬픔의 측면을 희화적으로 그리고 있고 거기에는 아버지의 고통스러운 수고에도 벗지 못하는 가난한 농부의 슬픔이 눈물이 되어 흐른다. 그 시간을 기억하는 만큼 내면의 눈물은 흐른다. 시인의 영혼은 눈물로 젖어있다.

강은 늦가을 아침이 되면
너른 땅을 뿌연 안개로 뒤덮어 버린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중무장 한 아낙들은
마늘을 심는다고 참새떼처럼 옹기종기 앉아
저마다 무지갯빛 사연으로 두런거렸다

그 오랜 세월 동안
마늘을 심고 장에 내다 팔았지만
곰이 사람이 되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곰이 사람이 되는 건
곰 한 마리만으로 충분했으리라

안개 낀 가을 도로는 무척이나 위험하다
산에 사는 고라니 어미는 이른 새벽에
집을 나간 새끼 고라니를 찾으러 나왔다가
한순간 도로에서 생을 마감했다

며칠 전 칠순 노인이 낡은 경운기를 타고
장을 보고 오는 길에 안개에 갇혀 있다가
뒤따라오는 덤프트럭에 치여 절명했다
착하고 성실한 노인이었는데 안개는
선한 자와 악한 자를 가려주지 않았다

뿌옇게 안개 낀 너른 들판에
공수부대 낙하산병처럼
거미줄이 여기저기 하얗게 퍼져있다
거미는 저마다 불멸의 신,
헤파이스토스에게 기술을 전수받아
투명한 그물을 만들어
풍요로운 들판에 쳐 놓았건만
얻은 전리품이라곤
무거운 안개만 걸려 대롱거릴 뿐

질긴 가난은 아버지의 흰 수염을 슬프게 만들었다
평생 원수인 가난을 이겨보고자
흰 그물을 너른 땅에 그렇게도 넓게 폈지만
부귀영화는 안개처럼 끝내 그물에 걸리지 않았다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에 안개가 내려앉아
세상은 더욱 흐릿하게 보인다

- 「안개 제국」 전문

안개의 위력은 이 마을에서 지대하다. 안개의 속성은 모든 것을 불확실하게 하고 흐릿하게 한다는 점이다. 안개로 가려진 진실은 안개가 걷히면 끔찍한 사건으로 드러나듯이 숲속에 마을을 이루고 살았던 사람들은 고난의 삶을 살았음을 시인은 기록하고 있다. 이 시에서 안개가 걷힌 후 드러나는 현실은 곧 시인이 어린 시절 눈으로 보았던 이웃들과 가족이 겪은 불행이요 슬픔이었다. 짙은 어둠의 그림자마저도 시인의 그리움은 담담히 그려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살았던 사람들은 질긴 생명을 이어왔다. 그들의 삶 속에서 나무가 겨울에 잎을 떨구고 인내하듯이 사람들은 인내와 자연에의 순응, 겸허한 자세로서, 결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새봄에는 희망의 씨를 뿌려왔던 우리 민중의 검질긴 생명력을 투영시키고 있다. 이 시에서 아버지의 가난은 시인에게 쓰라린 상처였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사람은 상처 속에서 견디고 다시 일어서는 법, 상처를 투명하게 태우는 데에는 흙투성이 장화와 같은 자세가 필요해진다.

「소중한 존재에 대한 예절」은 구두와 장화를 대조하면서 쓴 시로 농사 일을 하는 농부의 겸허한 마음을 느끼게 한다. 농부는 흉년이 들어도 그 고통 속에서도 씨를 간직하면서 다가오는 봄에 희망의 씨를 다시 뿌리면서 지난해의 불행을 딛고 일어난다고 하지 않는가.

봄, 여름, 가을, 겨울
칠만 오천 원짜리 겨울 구두 한 켤레로 난다
여름엔 무척이나 덥지만 참는다
가난한 농부에겐 구두 두 켤레는 사치
일 년에 대여섯 번 예식장 갈 때 신고
일 년에 너댓 번 장례식장에 갈 때만 신는다

내 구두는 일 년에 열댓 번
삶과 죽음을 오갈 뿐
나에게는 일만 오천 원짜리 장화 한 켤레가 더 필요하다

아무리 더워도
아무리 추워도
장화는 언제나 내 친구
무서운 뱀도 막아주고
축축하게 스며드는 물도 막아주고
스치는 풀독도 막아준다

구두와 장화를 번갈아 본다
일 년에 몇 번 안 신는 구두는 반짝반짝
장화는 언제나 흙투성이
소중한 것에는 막 대하는 경향이 있다
흙투성이 장화에게서
사람됨의 예절을 배운다
소중한 존재는
소중하게 대해야 한다는 걸

- 「소중한 존재에 대한 예절」 전문

시인은 흙투성이 장화에게서 사람됨의 예절을 배운다고 하였다. 이 시에서는 농촌의 농부들이 신는 장화와 도시의 샐러리맨들이 신는 구두를 대비시켜서 시인의 생활을 엿보게 한다. 이 시는 다소 유머를 지니고 있기도 하면서도 흙투성이 장화여도 시인에게는 소중한 존재라는 걸 환기시킨다. 시인은 가난한 마음으로 살아가면서 삶과 죽음이라는 결혼식과 장례식을 반짝이는 사계절 전천후 구두를 신고 갔던 기억과 오랜 세월 농사를 하면서 흙투성이 장화가 자신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존재가 된 것임을 말한다. 구두처럼 멋지거나 반짝이지는 않지만, 장화가 지니는 기능성과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농부에게 없어서는 안 될 장화는 소중한 존재이며 흙투성이라고 무시해서는 안 되는 소중한 존재이다. 사람됨의 예절이란 장화가 지닌 본질이 농부의 존재와 동일하게 바라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농사꾼은 자연과 더불어 겸허한 마음으로 농사일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부는 따뜻한 밥이다」를 보자.

농부는 한 달이 되었다고
월급이 나오지 않는다

농부는 일 년이 지났다고
호봉이 올라가지도 않는다

농부는 연륜이 쌓인다고
승진되는 일도 없다

농부에게는 주 5일 근무도
편안히 하루 쉬는 공휴일도 없다

예쁜 꽃들 위로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꿀 따는 나비가 부럽고

창공을 유유히 나는
매의 자유가 농부는 한없이 부럽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쉬지 않고 개미처럼 일해도
늘 가벼운 농부는 참 슬픈 짐승이다

비가 오면 비가 많이 올까, 걱정
비가 안 오면 가뭄이 들까, 걱정

농사가 잘되면 가격이 폭락할까, 걱정
농부의 가장 친한 친구는 다름 아닌, 걱정이다

그럼에도 농부로 사는 건, 행복이다
가장 가난한 마음으로 창조주를 섬기며
가장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는 삶을 산다

이른 아침 치열한 삶의 전장으로
떠나는 이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
먹을 수 있게 해주는 농부는 밥이다

- 「농부는 따뜻한 밥이다」 전문

농부는 따뜻한 한 그릇의 밥이라고 시인은 인식한다. 농부는 월급도 승진도 호봉이 올라가는 것도 없고 주 5일 근무의 휴식도 없다, 반면 농산물 가격이 폭락할까도 걱정하고 비가 오지 않아 가뭄이 들까도 냉해도 입을까도 걱정하여서 걱정이 농부의 친구라고 하였다. 그럼에도 농부가 농사를 짓는 것은 창조주를 섬기고 가장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는 삶을 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농부가 거둬들인 벼는 쌀이 되어 치열한 삶의 전장으로 떠나는 노동자들에게 따듯한 한 끼의 밥이 된다는 것이다. 이천만 노동자들에게 밥이 되어 주는 농부야말로 따뜻한 마음, 겸허한 마음을 지닌 존재이다. 농촌공동체에 농부는 여전히 존재하고, 쌀을 생산하는 그곳에는 자연을 사랑하고 창조된 질서에 순응하면서 창조주를 섬기면서 간절한 마음으로 농사를 지어 도시민들에게 농산물을 공급하는 생산자인 농부는 밥이다. 걱정이 친구임에도 농부로 산다는 것은 행복이라고 시인은 긍정적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이 시에서 시인이 꿈꾸어온 세상은 바로 농부와 같은 마음을 지닌 이들이 이루어 가는 삶의 공동체이다. 시인은 잃어버린 공동체를 그리워하고 꿈꾼다. 시 쓰기를 통해서도 이 꿈을 이루고자 한다. 농부로서 밥을 생산하거나 시인으로서 시를 생산하여 사람들의 영혼과 육신의 허기를 충만하게 하는 일이 동일하며 시인에게 주어진 책무이며 길이다. 「나무의 기도」에서는 하늘을 향해 손을 뻗고 기도하는 나무의 자세가 농부의 농사에 대한 희망의 염원과 겹친다. 나무의 기도하는 자세는 시인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황금의 글줄을 기다리고 받아쓰는 겸허함과 항일함에 비유할 수 있지 않을까.

세상에 그저 열리는 열매가 어디 있으랴
나무를 보라
그 깊고 차가운 겨울날
벌거벗은 몸으로 잔뜩 날이 선 뿌리를
어두운 땅속에 숨기고
기도하는 날들이 얼마였겠는가

종달새들 종종 울음으로
마침내 대지가 큰 하품을 하며 깨고
깊은 산속의 계곡물이
서로 잡은 손을 스르르 놓으면
비로소 산도 부지런한 기지개를 켜며 일어난다

습한 바위틈에 하얀 겨울 꿈을 꾸던 도롱뇽도
가늘게 눈을 뜨는 봄밤이면
아직 시린 별빛이 내려와 친구 하자며
손을 잡는다

겨우내 시린 뿌리를 덮느라고
늦가을부터 벌거벗은 몸으로 드린
기도의 보상으로
나무들은 봄이면 연둣빛 새잎을 다시 받는다

나무들도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소중한 것을 안다
그러다가 노란 꾀꼬리 울음에
마침내 푸른 청춘이 된다

바람이 어디선가 불어와 나뭇잎에 머물고
하얀 나비 한 마리
여린 꽃잎에 숨어 달콤한 잠을 자고
따스한 햇살이 나뭇잎을 어루만지면
깊숙한 뿌리들은 땅속에서 힘차게 헤엄친다

천둥은 구름 속에서 용트림하고
구름은 백마처럼 비를 박차고 달린다
햇살, 바람, 비, 나비, 나뭇잎, 꽃, 뿌리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땀이
하나의 열매를 만든다

변화의 바람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떨리는 바람과 흔들리는 햇살
시작과 끝 그리고 끝과
그 시작의 파르스름한 간격
세상에 그저 열리는 열매가 어디 있으랴

- 「나무의 기도」 전문

이 시는 어려움 속에서도 나무는 그 모양이 하늘을 향해 손을 뻗듯이 가지를 뻗어 나가면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나무의 기도는 항일하면서도 견결하다. 시인은 나무에게서 농심을 발견하고 있으며 농사의 수고가 없다면 거두어들일 낱알이 없듯이 나무가 스스로 광합성을 통해 에너지를 저장하여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시는 자연물을 통하여 그 안에 내재 된 본질을 꿰뚫어서 통찰하는 시인의 놀라운 투시력을 보여주는 시라고 할 수 있겠다. 나무들이 모여서 숲을 이루는 세상에는 나비와 새들이 깃들고 동식물이 거기에 거한다. 나무로 이루어진 숲은 이렇게 많은 생명을 거느리고 있으며 거기에는 나무의 피나는 고통의 결과 만들어진 생명공동체이다. 나무는 또한 시인이 그리워하는 사람이며 도래할 위대한 시인일 것이다. 위대한 시인은 끊임없이 독자로 하여금, 새로운 꿈을 꾸게 한다. 이동현 시인의 시편들은 그것을 부추긴다. 그가 시 쓰기를 통하여 독자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꿈꾸기이다. 「사막의 꿈」에는 시인이 꿈꾸는 이상향을 보여준다.

흰 낙타는 은방울 울리며
까마득한 사막을 가로질러 왔다
사막을 건너는 낙타에게는
방울을 달지 않는데 유독
흰 낙타만이 은방울을 달고 있었다

잠자던 사막이 깨어 무시무시한
모래폭풍을 일으키지 않은 것이
신기해서 흰 낙타에게 그 비결이
무엇이었냐고 물어봤다

방울 소리에 맞추어 사막에게 자장가를
불러주었다고 했다
잠자는 사막은 꿈을 꾼다
흰 낙타의 자장가를 들으며 무슨 꿈을 꿀까
사막의 꿈이 궁금했다

흰 낙타의 목에서 은방울을 떼고
조용히 아주 조용히 사막에 도착해
잠자는 사막을 깨웠다
사막은 깊은 잠에서 깨어나질 못했다
흰 낙타 옆에서 기다리다 지쳐서
스르르 잠이 들었다

꿈속에서 만난 사막과 이야기를 나눴다
- 너의 꿈이 무엇이지?
- 나의 꿈 아 그거
사막이 부끄러운 듯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 내 꿈은 사과나무를 심는 것이야

사과꽃이 피고 향기롭고 빨간 사과가 가득한
동산을 만드는 것이 내 꿈이야
배고픈 자 누구라도 와서 실컷 먹을 수 있게

영혼이 맑은 자들은 사막에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는다
사막이 푸른 사과나무로 가득 차게 되면
세상은 어느덧 아름다운 낙원이 되리니

- 「사막의 꿈」 전문

시인이 꿈꾸는 세계는 불가능할 것 같은 사막에 사과나무를 심는 것이다. 통념을 깨고 새로운 생각을 생산하는 것, 진부한 언어를 넘어 살로 된 언어 빚어내는 것, 그것은 이동현 시인이 꿈꾸고 걷고자 하는 길일 것이다. 그는 시인으로서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불협화음도 겪었고 세계와 길항하는 자신과 직면도 하였고 그러한 삶의 여정을 걸어왔다. 그래서 그는 다시 자기 별로 돌아가고자 하고 그곳에서 지구 행성의 삶도 아름다웠다고 말하겠노라고 「내가 꿈꾸는 그곳」에서 고백한다.

늦은 밤,
피곤한 육신은 포근한 잠을 갈망하는데
먼 미래를 바라보는
나의 정신은 새파랗게 반짝인다

한 육십여 년 정도 살아왔으면
이 행성에 정이 들 만도 한데
나에겐 먼 타향처럼 서먹하기만 하다가
나는 지구 행성이 고향이 아닌
아름답고 멋진 나의 별을 두고
떠나온 떠돌이가 아닐까?

어느 날 문득 먼 곳의 세계가 그리워
무작정 우주선을 타고 별들을 여행하다가
갑자기 내 우주선이 고장 나서 표류하다가
삭막한 지구 행성에 불시착한 것은 아닐까?

나의 별에서는 분명 어린 왕자였으리라
그곳에서는 멋진 삶을 살았으리라
사시사철 아름답고 멋진 꽃이 피고
수정같이 맑은 강물이 흘러내릴 것이다

강기슭 새하얀 모래언덕엔 열두 달마다
향기로운 과일이 주렁주렁 열리는 그곳
늘 밝은 빛이 가득 차서 어둠이 없는 그곳
사랑과 평화와 행복이 가득한 그곳
욕심부리지 않아도 부족하지 않게 채워지는 그곳
난 그곳에서 길들여지고 생활해 왔기에
이 지구 행성의 삶은 늘 서툴고 불편하다

타향은 언제나 불변하고 피곤한 법
하지만 타향살이는 본향을 늘 꿈꾸며 사는
희망의 처소이기도 하다
내가 타고 온 우주선이 고쳐질 그날
나는 정답고 행복하게 살았을
진정한 나의 고향별에 돌아가련다

돌아가서 지구 행성의 삶도
나름 아름다웠다고
나의 고향별 친구들에게 자랑하련다
이 거친 지구 행성에서
난 오늘도 내일도 내가 영원히 살아갈 그곳을
꿈꾸며 산다

- 「내가 꿈꾸는 그곳」 전문

이동현 시인은 자신을 지구별에 불시착한 어린 왕자라고 생각한다. 지구별에 불시착한 그는 어린 왕자가 비행기를 고쳐서 다시 자기 별로 돌아가야 하듯이 이동현 시인도 역시 그렇다. 고친다는 것은 고장난 것을 고친다는 의미다. 그는 세계와 길항했던 자신에게 내재했던 죄와 어둠, 고통과 슬픔, 상처와 상실감을 딛고 마음과 영혼을 고쳐 투명하게 되어서 자기 별에 돌아갈 것이다. 우리들은 누구나 원래 자기의 별에서 잠시 지구 별에 불시착 한 존재이며 언젠가 자기 별로 돌아가게 된다.

시인은 그 자기 별에 대한 동경과 그리움을 품은 채 시를 쓰면서 시의 언어의 가느다란 줄을 자기 별에 드리우면서 그 거리를 계속 좁혀왔을 것이다. 그 가느다란 줄 위에서 그는 아슬아슬하게 자기를 세웠던 시간의 첨예함과 돌로 된 언어를 부수고 살로 된 언어를 빚어 독자들의 마음에 다가가려고 실험하였다. 돌로 된 언어 대신에 살로 된 언어를 뿜어내는 한 마리 누에처럼 시인은 스스로 언어의 고치를 만들어 그 속에서 자유로이 살 것이다. 그 누구의 방해도 없이 누리는 해탈과 무위의 자유로운 영혼의 가벼움으로 나비가 되어 날아갔다. 끝으로 이동현 시인의 첫 시집 출간을 감축드리며, 문운창대를 기원합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이동현
아호 : 춘산春山농부, 시인, 수필가경상북도 구미시 거주구미1대학교 학사 졸업구미시 공무원 정년퇴임도개초등학교 운영위원장 역임모레가정권역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 사무국장 역임(사)문학그룹샘문 부이사장(시)샘문학(구,샘터문학) 부회장(시)새문그룹문인협회 부이사장(시)샘문뉴스 문화부 기자(주)한국문학 편집위원(사)한용운문학 편집위원이정록문학관 회원지율문학 회원샘문시선 회원<수상>2020 샘문뉴스 신춘문예 당선2020 샘문학 신인문학상 시 등단2021 신춘문예 샘문학상 우수상(시)2021 한용운문학상 수필 등단2022 한용운문학상 우수상(시)2023 신춘문예 샘문학상 최우수상(시)2023 한국문학상 우수상(시)2024 신춘문예 샘문특선상(시)2024 한용운문학상 최우수상(시)2025 신춘문예 샘문학상 최우수상(시)<공저>태양의 하녀, 꽃바람을 연모하는 꽃나 그렇게 당신을 사랑합니다태초의 새벽처럼 아름다운 사랑개봉관 신춘극장<컨버전스시선집/ 샘문>나 그렇게 당신을 사랑합니다추야몽 秋夜夢이별은 미의 창조불의 시 님의 침묵<한용운문학시선집/ 샘문>위대한 부활 그 위대한 여정호모 노마드투스<한국문학시선집/ 샘문시선>

  목차

여는 글 / 4
서문 _ 아버지, 어머니의 노래가 그리운 별이 된 시詩 / 6
평설 _ 기억의 유산에서 길어내는 존재 회복의 시학 / 10

제1부 : 꿈에도 그리운 사람
가을의 뜨락에서 / 28
개똥벌레 / 29
개망초 연가 / 30
그리움은 별이 되어 / 32
꿈에도 그리운 사람 / 33
붉은 가을 / 34
감꽃 / 36
끙끙 운다 / 37
도라지꽃 / 38
무지개 / 39
별리別離 / 40
외사랑 / 41
이별 / 42
고추가 익을 때쯤 / 44
별 / 45
아득히 먼 그곳 / 46

제2부 : 하얀 사랑 머문자리
하얀 사랑 머문 자리 / 48
4월은 / 49
은하수 / 50
목련 / 51
슬픈 연가 / 52
첫눈 / 54
영원한 불꽃 사랑 / 56
물망초勿忘草 / 59
오래된 연인 / 60
소복소복 자라는 봄 / 62
봄날은 온다 / 64
봉선화 연정 / 66
벚꽃이 필 즈음에 / 68
싸리꽃 / 70
봄밤 별 하나 / 71
들꽃 향기 / 72
시인의 행복 / 74
초설初雪 / 75
노을 / 76

제3부 : 나무의 기도
나무의 기도 / 78
늦서리 / 80
샛강의 백조 / 83
보석 / 84
동백 아가씨 / 85
알고 있어요 / 86
산다는 건 / 88
청춘의 시계 / 90
청춘이 다 지나가면 / 92
복사꽃 꿈 / 93
내가 꿈꾸는 그곳 / 94
소망所望 / 96
동동 나그네 / 97
안개 제국 / 98
상실의 시대 / 100
시간의 역설 / 102
굴참나무 아래서 / 104
사막의 꿈 / 106
보리밭 사이로 흐르는 바람 / 108

제4부 : 잃어버린 시간
잃어버린 시간 / 110
노고지리가 우는 봄날 / 113
농부는 따뜻한 밥이다 / 114
입춘대길 / 116
날개 / 117
소중한 존재에 대한 예절 / 118
노란 초가집 / 120
외갓집 / 122
고등어자반 / 124
아내의 밥상 / 125
홍시, 아 그리운 어머니 / 126
그리움 / 129
돌담 설화 / 130
설날 아침 회억 / 132
긴 봄을 지고 / 135
온돌방 그리운 아버지의 사랑 / 136
노로이랴 노로이랴 / 138
꿈꾸는 자의 깃발 / 140
나무 도시락 / 142
청어靑魚 / 145
빈집 / 146
안부를 묻다 / 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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