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〇공은 공空이요
한용운문학상 대상 수상 기념시집
샘문(도서출판) | 부모님 | 2025.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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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글

시를 푸른 바다에 풀어 놓습니다. 찌푸린 날엔 아름다운 곳을 찾아 꿈꾸는 치어들, 초록의 하늘이 번지면 바람은 푸른 바다의 짠 냄새를 맡는다. 시어들은 바닷속 신비로움을 노래한다. 부서진 파도는 악보처럼 음계를 타며 유영한다.

푸른 바닷속 유희를 즐기던 치어가 2024년 12월경 문학그룹샘문에서 시행한 한용운문학상 중견부문 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타고난 재능이 부족하였지만 열심히 날갯짓을 하다 보니 몸집이 부풀려져서 성어가 되어가고 있다.

등단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예술인으로 등재되고 ‘예술활동준비지원금’ 수혜자로 선정되어 이번에 제2시집을 출간하게 되었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달고 쓴 열매가 익기도 전에 녹음 신록의 숲 속 강으로 거슬러 오르는 힘찬 연어들처럼 저 높은 곳까지 오르고 싶었다.

우선 거슬러 오르기 전, 세상의 강바닥에서 질펀하게 놀아보고자 했다. 숲 속에서 꽃신을 신고, 저 아름다운 봄을 은유한 사랑처럼 곧은 생각으로 뻗은 가지 하나하나에 언젠가는 행동하는 양심 꽃으로 피어나리라 생각한다.

2024년 12월은 잔인한 달이었다. 잊혀지지 않는 엄청난 이슈가 있었다. 대통령 지시에 의한 무장 군인들, 국회를 장악하고 통제하더니 친위 구태타 내란으로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돼서, 파면을 당하는 끔찍한 달이었다.

나는 깨달았다. 故 김대중 대통령님 말씀 중에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 라는 말이 생각난다. 악의에 굴복하지 않고 양심에 순종하며 정의로운 사람이 되겠다고, 내 스스로 다짐한다.

나에게 가르침을 준 친구가 있다. 매스컴에 개나 고양이를 학대하는 장면이 나오자, 부인께서 끔찍하다며 도저히 볼 수 없다며 학대하는 놈들은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길길이 날뛰면 난리를 쳤단다. 그것도 잠깐이었다고 한다. 아마, 금방 잊어버렸다고 한다. 친구는 금방 잊을 바에야 동물 보호센터에 후원이라도 하여 의미를 부여함이 좋을 것 같다고 부인과 친구 이름으로 오만 원씩 일십만 원을 매달 후원하였다고 한다.

또한, 정치, 언론, 기아 등등 후원을 하고 있다고 한다. 저액의 후원금이 모이고 모이면 아주 큰 힘의 원천이 된다는 것, 특히, 정치는 그렇다. 저액의 후원이 수천, 수만 명이 모이고 보면 오래도록 관계가 지속되지만, 특정인이 고액의 후원을 한다면 자칫하면 뇌물로 변질되어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무너질 확률이 높다는 말에 그런 고리를 끊어야 하므로 의미가 깊다. 친구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은 바, 나로서는 엄중하게 실천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소망 한다. 세상이 변함없이 늘, 푸르르기를, 이 땅 위에 악의가 사라지고 선의만 존재하길 빈다.

시가 몸통이라면 시의 겉옷은 평론인 것 같다. 시의 구절구절마다 풍부하게 엮어서 평론을 해주신 손해일 문학박사님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평소에 많은 지도편달을 해주시고 한용운문학상을 제정하고 투자하여 과분한 상을 수상하게 해주셨으며 필자의 제2시집을 만들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감수를 해주신 문학그룹샘문 이정록 회장님, 교수님께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도서출판샘문(샘문시선) 출판사 모든 임직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항상 응원해주고 위무 해주는 제 가족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며 이번 제2시집 출간의 기쁨을 함께 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저의 친구들과 지인분들과 문학의 길을 함께 걷는 문도 여러분들께도 고맙다는 말씀 전합니다.
존경과 감사를 드립니다.

2025. 08. 20.

희망의 서재에서 최경순 드림

<평 설>

해학과 풍자, 비유와 상징이 장기인 정통 시법

- 손해일(시인, 문학박사, 국제펜한국본부 제35대 이사장)

[1] 들어가면서
최경순 시인의 두 번째 시집 『O은 공(空)이요』 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베스트셀러 작가를 많이 배출한 베스트셀러 명품브랜드 <샘문시선>에서 출간한다고 하니 축하드린다. 특히 이번 시집은 <한용운문학상> 대상 수상 기념시집이어서 더 의미가 깊다. 한용운문학상은 사단법인 문학그룹샘문 이정록 이사장이 한용운 선생 유가족에게 문학계에서는 유일하게 허락받아 제정한 저명한 상인데, 이 한용운문학산 중견부문 공모전에 응모하여 중견부문 <대상>을 수상한 수상 기념 시집이라고 하니 더 의미가 있는 시집이다.

최경순 시인의 이번 시집을 관류하는 전체적인 특징은 독특한 착상에 해학과 풍자, 비유와 상징을 능란하게 구사함으로써, 시가 깔끔하고 읽는 재미를 준다는 점이다. 낭만적 영탄조가 아니라 이미지를 중시하는 현대적인 모더니즘 시류이기 때문이다.

한국문학의 모더니즘은 1920년대부터 영미 주지주의와 이미지즘의 영향으로 태동하여 1930년대에 본격화되었다. 정지용 선생은 한국 모더니즘 운동의 선구자로 현대 시에 도시적 감각과 이미지즘을 강조하였다. 김기림과 최서해 선생은 영미 주지주의 시 이론을 주도하였다.

첨단 문명이 고도화된 현대에는 시의 갈래가 다양하게 분화되고 있지만, 모더니즘의 뿌리가 여전히 그 바탕을 이루고 있다. 본 작품에서는 크게 해학과 사회풍자가 두드러진 시들과 일반적인 서정시의 두 부류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2] 해학과 풍자와 역설과 아이러니의 세계
최 시인은 이 시집에서 ‘해학’ ‘풍자’ ‘역설’ ‘아이러니’ 기법 등을 즐겨 사용하고 있다. 한마디로 착상이나 시어 구사에 능숙하다는 이야기다.
부연하면 ‘해학’은 단순한 농담을 넘어 따뜻한 시선과 너그러운 태도로 현실을 보며 웃음을 통해 공감과 비판을 동시에 이끌어낸다. ‘풍자(諷刺)’는 사회나 인간의 모순, 부조리를 비판적이고 날카롭게 표현하는 기법이다. 유머도 사용하나 주목적은 비판이나 조롱에 있다. ‘역설(逆說, Paradox)’은 겉보기에는 모순되거나 이치에 안 맞아 보이나, 곱씹어 보면 진리를 담고 있는 표현이다. ‘아이러니(Irony)’는 기대와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는 상황, 혹은 말과 실제 의미가 반대인 표현이다. 이 밖에도 말장난, 과장하기 기대 깨기, 모방과 패러디, 몸 개그 등이 있는데, 시를 읽는 재미와 웃음을 유발하는 기법들이다.

이 시집에 수록된 71편의 시중 거의 절반이 이 범주에 속한다. 「야동 세상」 「소래포구를 먹다」 「대장내시경」 「경을 치다」 「복 싸리비」 「모기의 역습」 「악어의 눈물」 「수작질」 「사유를 낚다」 「심방세동」 「카르텔」 「부러진 못」 「자아도취에 빠진 나르시스트」 「미투」 「O은 공(空)이요」 「군홧발에 짓밟힌 무궁화」 「민들레」 「대중목욕탕 군상들」 「수상한 푸들」 「갈대와 떠난 억새」 「우생」 「달팽이관 스위치」 등등이다.
먼저 표제 시 「O은 공(空)이요」와 몇 작품을 통해 이를 확인해 본다.

각은 모서리다/ 삼각, 사각, 오각, 육각/
각진 것들을 깎고 다듬으면 결국에는 둥ㅤㄱㅡㄻ이 된다//
인간의 구조상 모든 끝은 모서리다/
관절, 뒤꿈치도, 퇴화한 꼬리뼈도 모서리다/
모서리라고 생각하는 것에는 모서리가 없다/ 오로지 둥ㅤㄱㅡㄻ뿐,//
뾰족한 각을 세운 말은 상처가 된다/ 상처는 모난 것이다/
상처는 부메랑 되어 돌아온다/ 모난 것은 잡념들이 박힌 것/
모난 것들을 버리면 둥ㅤㄱㅡㄻ을 얻는다// 둥ㅤㄱㅡㄻ은 곧 ○이다 //
空은 비운다는 것, / ○은 채운다는 것, /
채움은 욕심이다, 욕심은 부푼다/ 부품은 부패요 /
모두가 걷고 뛰어온 뒤편이/ 욕심처럼 부푸니 다 덧없음이요//
○은 버리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채우는 것이요/
긍휼矜恤을 품는 것이다//
○이라는 지구에서/ 잠시 쉬어가는 나는 여행자//
비우고 나면 봄은 온다// ○은 空이다//

-「○은 공空이요」전문

이 작품은 마치 'O과 공(空)’을 불교의 화두나 선문답처럼 전개하고 있다.
불교의 ‘공(空) 사상’은 모든 존재가 본질적으로 고정된 자아나 실체를 갖고 있지 않다는 가르침이다. 특히 대승불교, 그중에서도 중관(中觀) 사상의 핵심이다.
한마디로 “모든 것은 인연 따라 생겨났으며, 고정된 자아나 본질이 없기 때문에, 그 실체에 집착하지 말라.”는 것이 요점이다.
이 작품의 개요는 각은 모서리인데, 꺾고 다듬으면 둥글게 된다. 인체의 모든 끝은 모서리인데, 관절, 뒤꿈치, 꼬리뼈도 모서리다. 각진 말은 상처가 되는데, 상처는 모서리다. 모난 것을 버리면 둥근 O이 된다. O은 채우는 것인데 채움은 욕심이다. O은 버리는 것이 아니라, 긍휼의 마음을 품는 것이다. 결국 “O은 공(空)이다”

모든 꽃/ 무더위에 짓무르다/ 고개 떨궈 툭툭 바닥에 눕는다//
홀로 밤을 능가하며 우뚝 솟아/ 한 뼘 두 뼘 키를 재더니/
요염한 율무기, 벽을 타고/ 달빛 그림자를 지우며 월담한다//
허리를 꼿꼿이 치켜세워/ 독을 품은 통꽃 요염한 자태로 /
이성異性의 발목을 휘감고 수작을 건다/....
독 품은 능소화 피고 지는/ 이 땅 위에 천 년 동안 뿌리박고
이듬해에도 수작을 걸어온다, 또

-「수작질」일부

이 시에서는 담장을 넘어 맹렬히 꽃을 피우는 능소화를, 수작질하는 꽃뱀 ‘율무기’로 비유하고 있다. 너무 예뻐서 미인계로 수작질을 한다고 풍자하고 있다. ‘수작(酬酌)’이란 ‘수(酬)=보답하다’ ‘작酌)=술’이란 뜻이다. 술자리에서 손님과 주인이 말이나 술잔을 주고받으며, 공경의 뜻을 나타낸다는 것이 원래 의미이다. 그런데 이것이 나쁜 의미의 ‘수작’으로 변질되었다.
“모든 꽃이 무더위에 짓무르다/ 고개 떨궈 툭툭 바닥에 눕는다” 그런 중에 도 능소화는 한 뼘 두 뼘 키를 재듯 벽을 타고 월담하여 “독을 품은 통꽃 요염한 자태로 발목을 휘감고 수작을 건다” 이 땅에 천 년 동안 뿌리박고 “이듬해에도 또 수작을 걸어온다”

망망대해 수술대 위, 푸른 마스크의/ 포경선이 사방에서 조여 온다/...
팔은 갑판의 지느러미처럼 묶이고/ 잠망경으로 본 솟아오른 고래 지느러미가/
엉거주춤한다 // 사각사각 회 뜨는 소리 너머 탈태奪胎하는 고래/
하느님보다 높은 의느님의 잔치/,
수입 보존을 위해 잘려 나가는/ 어린 고래의 무지,//
경鯨을 칠 노릇이다//...
대한민국 만세/ 일등인데 부끄럽다//

-「경鯨을 치다」

원래 ‘경(更)을 치다‘는 옛날에 북이나 꽹과리를 쳐서 시간을 알린다는 뜻이다. 아울러 호된 꾸지람이나 나무람으로 벌을 받는다는 뜻도 있다. 이 작품에서는 한자를’ 고래 경(鯨)‘자로 대체하여 불법 고래잡이의 범죄를 “경을 치다”로 비틀고 있다. 망망대해에서 포경선이 고래를 잡아 와 하느님 보다 높은 ’의느님‘인 의사가 인체 수술하듯 부위별로 해체한다. “사각사각 회 뜨는 소리 너머 탈태하는 고래” “수입 보존을 위해 잘려 나가는 어린 고래의 무지” “경鯨을 칠 노릇이다”

마운드에 선 글러브 / 오만가지 생각이 자란다/...
심오한 감정 따위 알지 못하는/ 그녀는 자위질 하듯 침을 삼킨다/ ...
오로지, 직구로만 승부를 건 투구/ 방패 막 없이 몸부림치던 그녀/...
생전 처음 맛보는 / 고도의 태크닉이 필요한 변화구/
그녀가 흥분한다 / 유인구에 번트 성공하면 도루/
주자가 짧은 시간에 죽으면 조루/...
그녀의 마음을 훔치려다/ 병살타 삼진 아웃이다/...
타자가 휘두른 방망이가/ 그녀의 욕망을 채우고도 남았다/
한 방의 결정타, 만루홈런/ 짜릿한 쾌감이자 쾌락,/ 만만찮다//...
야구 동영상은 한 방에 읽히니/ 눈이 호강하고
귓전에 와 닿는 함성이 솔깃하다

-「야동 세상」일부

이 작품은 일반 독자가 읽기에는 좀 난해하다, ‘야동 세상’이라는 제목이 “ 야한 섹스 동영상”인지 ‘야구 동영상’ 인지 헷갈리는 중층의 뜻이 있다. 야구를 보며 흥분하는 ‘그녀’와 마운드에 선 투수, 또는 타자는 섹스 상대의 남성을 암시하는 듯하다. 다음 구절들이 야릇하다.

“그녀는 자위질하듯 침을 삼킨다” “방패막 없이 몸부림치던 그녀” “생전 처음 맛보는/ 고도의 테크닉이 필요한 변화구” “그녀가 흥분한다” “주자가 짧은 시간에 죽으면 조루” "타자가 휘두른 방망이가/ 그녀의 욕망을 채우고도 남았다.“ 맨 마지막 연에 ”야구 둥영상은 한방에 읽히니/ 눈이 호강하고/ 귓전에 와 닿는 함상이 솔깃하다.“로 반전하며 시치미를 뗀다.

탈의하고 가운으로 갈아입으실께요/ 침대에 누우실께요/
수면에 드니/ 뽕 맞은 것처럼 몽환적이다//
그의 손으로 거시기를 엉덩이에/ 은밀하게 밀어 넣는다/
피지컬이 역역하다//...
빼도 박도 못하게/ 찰칵찰칵 여러 번, 박더니/ 만족한 환한 미소다/...
비몽사몽에 듣는 첫마디 말/ 환자분 일어나실께요/
거시기 끝났습니다//

-「대장 내시경」일부

이 시는 대장내시경의 풍경을 코믹하게 해학적으로 그렸다. 가운으로 “갈아입으세요”를 “갈아입으실께요” 하는 식으로, “침대에 누우실께요” “환자분 일어나실께요”로 말장난(fun), 언어유희를 한다. 강제 설사약으로 속을 다 비우고 검사하는 대장내시경은 참 고약하다. 수면내시경은 몽환상태라 좀 덜하지만, 마치 항문 섹스하듯 의사가 카메라가 달린 장비(거시기)를 억지로 밀어 넣으면 너무도 불쾌하다. “빼도 박도 못하게/ 찰칵찰칵 여러 번 박더니” “거시기 끝났습니다”로 마무리한다.

사군자 중 으뜸은 대나무요/ 지조와 절개를 지키는 군자는/
마디마다 속을 다 비웠다//
비운 속에 찹쌀, 황기,/ 대추로 채운 영계/
다리를 배시시 꼬아 죽염 바르고/ 죽통에서 합방하니//
남녀 칠 세 부 동석이라 했거늘/ 부끄러움에 체통이 서질 않는다/...
영계와 합방이라니/ 세상에 금계를 깨는 일/
허나, 군자의 체통이 뭐가 그리 중헌디//
궁합이 묘하니/ 참 맛나구나//

-「 군자와 영계」일부

이 작품도 풍자와 해학이 넘친다. 보양식으로 먹는 ‘대통 삼계탕’이 별미다. 절개와 지조의 상징인 대나무(대통)가 속을 다 비우고, 어린 닭 영계와 합방한다는 설정이다. 속을 비운 어린 영계 뱃속에 찹살, 황기, 대추로 채우고 “다리를 배새시 꼬아 죽염 바르고/ 죽통에서 합방하니” 선비 체면이 말이 아니다. “허나, 군자의 체통이 뭐가 그리 중헌디” “긍합이 묘하니/ 참 맛나구나”

[3] 비유와 상징이 능숙한 서정 시편
현대 시의 주요 테크닉은 비유와 상징이다. 시뿐 아니라 글을 잘 쓴다는 것은 ‘비유와 상징’을 얼마나 잘 구사하느냐에 달렸다, 최 시인은 이에 능통하여 시를 읽는 재미를 준다. 시대가 변하고 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현대 시도 복잡다기 해졌지만, 시의 본령은 역시 서정시다. 앞에서 언급한 작품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이 범주의 서정시들이다. 그중 몇 편을 살펴본다.

타닥! 타닥! 타닥!/ 자연이 숨 쉬는 선율의 아름다움/
유리창 오선지를 밟는 소리가/ 3/4박자 경쾌한 춤곡 비엔나 왈츠다/
창밖에는 비릿한 흙냄새,//
풍경 속 사색에 젖은/ 물감 대신 진한 커피 향에 취한/
운율 서사가 되는 정물이 있는 곳/ 그녀를 시음詩吟하는 나른한 오후,/
시원한 빗소리 듣다 보면/ 마음이 가라앉는다//
딱 한 잔의 여유/ 포트에서 도너츠처럼/ 물 끓는 소리가 눈에 익어요/
그녀는 오늘 첫 시음이다//

-「첫 시음詩吟」전문

이 작품은 어느 여성 그녀가 봄비 소리를 들으며 카페에서 커피향에 취해 망중한을 즐긴다는 모티브이다. 창밖의 봄비 소리는 타닥! 타닥! “자연의 선율” “유리창 오선지 밟는 소리” “3/4박자 경쾌한 춤곡 비엔나 왈츠” 등 비유가 신선하다. “그녀를 시음하는 나른한 오후” “그녀는 오늘 첫 시음이다” 여기서 ‘시음(詩吟)’은 시를 가락에 맞추어 읊는 것을 말한다.

자 봐라!/ 불두佛頭, 내가 진짜 부처요//
비바람 안 맞고 맺은 열매는 없을 것이요/
시련과 역경은 누구나 다 있다/ 내가 그러하니//
나무의 끝이 눕는 것이 하늘 위가 바닥이듯/
떨어져 눕는 것은 바닥이 내 집이요 //
나 이제, 굴참나무 살갗에 걸치고 있던/
모든 것들 다 비우고 / 동안거에 들고자 하니//
내 살갗에서 떨어져 나간 부스러기 같은/
나뭇잎 덮어/ 엄동설한에 얼어 죽지도 말고/
나의 자식 같은 도토리를 다 내어줄 터이니/
굶지 말지어다//
내 너에게 보시하니 다 가져가라/
그것 또한 윤회인 것을//

-「도토리」전문

이 시는 도토리 생김새를 부처님 머리 불두佛頭로 비유한 작품이다. 도토리를 부처님으로 환치하여 불법을 설하고 있다. 설명이 필요 없이 비유법의 묘미를 음미하면 된다. “자 봐라!/ 불두佛頭, 내가 진짜 부처요” “시련과 역경은 누구나 다 있다/ 내가 그러하니” “떨어져 눕는 것은 바닥이 내 집이요” “나 이제 모든 것들 다 비우고 / 동안거에 들고자 하니” “나의 자식 같은 도토리를 다 내어줄 터이니/ 굶지 말지어다// 내 너에게 보시하니 다 가져가라“

담장 밑 구덩이 파고/ 똥거름 한 바가지 퍼붓고/
부처 사리 몇 알 묻어놓으니/ 뙤약볕 쏟아질 때쯤 출산이다//
금 줄 친 담쟁이넝쿨 비집고 / 방긋 웃는 노란 별꽃 밑동에/
까까머리 동자승/ 그늘에 앉아 오롱조롱 땀을 식힌다//...
면벽하고 묵언수행 중인 동자승/ 머리 위 후드득 떨어진 빗방울 /
그 생김이 불두佛頭 같다//
잎사귀로, 꽃잎으로, 씨앗으로/ 몸뚱이로 다 내어준 동자승 /
그대가 미륵이다//

-「 애호박 미륵」일부

이 작품은 애호박을 동자승에 비유했다. 담장 밑에 똥거름 주고 부처 사리(호박씨) 몇 알 묻어놓으니 자라서 애호박 된다. 동글동글한 애호박 생김새는 까까머리 동자승 민머리 불두佛頭를 닮았다. 면벽하고 묵언수행 중인 애호박은 “잎사귀와 꽃잎과 씨앗으로/ 몸뚱이를 다 내어준 동자승”이니, “그대가 미륵이다”

아내가 자신보다 작은 간호 침대에서 잔다/
남의 편 소변 통 받아 들고/ 얼굴 찡그리던 아내가/
간이침대에서 쪼그려 잔다//
애절한 사랑은 아닌 것 같고/ 달리 아는 여자도 없어서/
드라마 보며 운다고 면박 주던/ 아내를 데려다/
불침번을 세우고 있다/ 버럭버럭 큰소리치지나 말걸//
병실 창밖 얼굴 찡그린 보름달이/ 구름 속을 들락거린다/
보일 듯 말 듯/ 보일 듯 말 듯/ 허공에서 졸고 있는데//
아는 여자라곤 마누라밖에 없어서/ 오래된 달덩이를/
간호 침대에서 재우고 있다//

- 「보호자」전문

이 작품은 자신의 간병을 위해 병실의 작은 간이침대에서 새우잠을 자는 아내를 안쓰러워하는 내용이다. “애절한 사랑은 아닌 것 같고/ 달리 아는 여자도 없어서/ 드라마 보며 운다고 면박 주던/ 아내를 데려다/ 불침번을 세우고 있다. 버럭버럭 큰소리치지나 말걸” 이 핵심이다. 허공에서 찡그린 보름달처럼 “오래된 달덩이” 아내를 간호 침대에서 재우고 있다.

옷 갈아입을 때나 밥 먹을 때나/ 화장실 갈 때나 친구 만날 때나/
껌딱지처럼 날 따라다닌다// 침대에 손에 쥔 채 나란히 눕는다/
못 볼 것 없이 다 본 사이니/ 저만 쳐다보라는 둥//
만질 것 다 만진 사이라며/ 내 손을 꼭 잡고 놓지 않는다//
눈도 침침하고 뒷골이 땡긴다/ 너 때문에 내 병이 깊다//
너 없인 하루도 못 살 것 같아// 늘, 손에 쥐고 산다//

-「늘, 손에 쥐고 산다 」일부

우리가 일상에서 늘 손에 쥐고 사는 물건은 무엇일까? 옷 갈아입을 때, 밥 먹을 때, 화장실 갈 때, 친구 만날 때도 껌딱지처럼 따라다니고 침대에도 나란히 눕는 것. 못 볼 것도 다 보고, 만질 것 다 만저 본 사이라며 내 손을 꼭 잡고 놓지 않는 것. 너 때문에 내 병이 깊지만 “너 없인 하루도 못 살 것 같아/ 늘 손에 쥐고 산다.” 최 시인은 그 존재를 끝까지 밝히지 않은 채 시치미를 떼고 마무리한다. 누구나 공감하는 껌딱지는 곧 ‘휴대폰’이 아닌가.,
최 시인의 짧은 서정시들은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쉬운 시들이라 전문을 몇 편 예시한다. 착상이나 비유를 음미하기 바란다.

엄니가 해주던
백설기에 갓 나온 쑥 버무림
유년이 오버랩 되니
고향이 그립다

-「이팝나무」전문

때론, 상처를 봉합하지만
난, 어쩔 수 없는 놈인가 봐
늘, 상처에 상처만 주니
배배 꼬여서

-「대못」전문

꽃 향 가득 찬 밤하늘
가로수 위로 별들이 쏟아 지네
별을 헤이다 먼동이 트니
밤새 심어놓은 별들이
찬란히 피었네

-「벚꽃」전문

가을걷이 끝난 들녘,
감잎 떨군 우듬지에
꽉 찬 달 하나 걸려 있네
누굴 기다리나
서리꽃 피고 지고 나면
꽉 찬 달도 떨어지는데

-「 까치밥」전문

봄은 아래에서 위로
여름 지나
가을은 위에서 아래로
겨울에 우리가 만났고
봄과 가을의 교차로에서
이별을 고했고
겨울 종착역에서
마지막 리허설 중입니다

-「리허설」전문

[4] 맺는말
이상에서 최경순 시인의 ‘한용운문학상 대상 수상 기념시집’「O은 공(空)이요」의 작품세계를 분석해 보았다.

첫째, 최 시인은 해학과 풍자와 아이러니 등의 기법을 능숙하게 구사함으로써 시를 읽는 재미와 사회풍자적 골계미를 보여주고 있다. 둘째, 비유와 상징을 적절히 활용한 시들은 현대 시의 요체인 짙은 서정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특징들은 최경순 시인이 시의 착상이나 언어표현에 능란함을 보여주는 증거들이다. 앞으로 더욱 정진하고 절차탁마해서 큰 시인으로 대성하기 바란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최경순
시인, 수필가강원도 양양군 출생경기도 용인시 거주수원힐스테이트 광교K99호수 세탁소 대표(사)문학그룹샘문 운영위원(사)샘문그룹문인협회운영위원(사)샘문학(구,샘터문학)운영위원(사)한용운문학 편집위원(샘문)(주)한국문학 편집위원(샘문)(사)샘문뉴스 문화부 기자이정록문학관 회원샘문시선 화원<수상>2024 샘문뉴스 신춘문예 당선(시)2024 샘문학 샘문학상 시 등단2024 한용운문학상 대상(샘문)<등재>한국예술인북지재단한국문학 인물 정보<시집>그는 아버지의 등을 상속받았다 〇공은 공空이요<공저>불의 時 님의 집묵<컨버전스시선집/ 샘문시선>개봉관 신춘극장만화방창 랩소디<한용운문학시선집/ 샘문>

  목차

여는 글 / 4
평설 _ 해학과 풍자, 비유와 상징이 장기인 정통 시법 / 7

제1부 : 야동 세상

야동 세상 / 24
소래포구를 먹다 / 26
경鯨을 치다 / 28
포말 / 29
복福 싸리비 / 30
담쟁이 / 31
악어의 눈물 / 32
군자와 영계 / 34
수작질 / 35
[사유]를 낚다 / 36
고해 / 38
모기의 역습 / 39
목비 / 40
군홧발에 짓밟힌 무궁화 / 42
Me too / 43
예멘 난민 표류기 / 44

제2부 : 부러진 못

이팝나무 / 46
‘거시기’ 부탁허요 / 47
싸리비 역정 / 48
심방세동 / 49
보호자 / 50
갱년기 / 51
리허설 / 52
붉은 장미 / 53
카페 둘러보기 / 54
카르텔 / 56
부러진 못 / 57
이보게 친구 / 58
구강 / 60
애호박 미륵 / 62
대못 / 64
스크래치 / 65
자아도취에 빠진 나르시시스트 / 66
감기 / 68
명함 꺼내기 / 70
나는 종이다 / 72

제3부 : 늘, 손에 쥐고 산다

○은 공空이요 / 74
황혼 1 / 76
황혼 2 / 77
윤회 / 78
설화雪花 / 79
못 / 80
늘, 손에 쥐고 산다 / 82
빙수 / 83
대중목욕탕 간 군상들 / 84
도토리 / 86
어린 생, 궤적 / 87
수상한 푸들 / 88
딸아 / 89
선풍기 / 90
전어구이 / 91
강남 제비 / 92
달팽이관 스위치 / 94
우생牛生 / 96

제4부 : 봄이 안단테로 피네

싸리골 풍경화 / 98
봄은 / 100
팝콘 봄축제 / 101
봄이 안단테로 피네 / 102
벚꽃 / 103
민들레 / 104
목련꽃 / 107
연못 연화蓮花 축제 / 108
물고기 떼의 유희 / 110
첫 시음詩吟 / 112
사랑의 스케치북 / 113
낙엽 / 114
갈대와 떠난 억새 / 116
숫눈길 / 118
겨울나무 / 120
까치밥 /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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