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톨스토이가 일흔이 넘어 완성한 만년의 역작으로 고골, 푸쉬킨, 도스토옙스키를 아우르는 19세기 러시아 문학에 대한 오마주이자 『전쟁과 평화』와 『안나 카레니나』와도 맞닿는 인간과 구원에 대한 최종적인 통찰이 담겨 있다. 톨스토이는 19세기 러시아의 불합리한 사회 구조와 종교적인 모순을 지적하면서도, 타인에 대한 사랑으로 흔들리는 인간의 모습에서 정신적인 ‘부활’을 향한 가능성을 발견한다.
『부활』에 등장하는 인물은 누구도 절대적으로 선하지 않다. 사랑하는 여인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은 네흘류도프는 물론, 힘든 노동 대신 화려한 유곽에서의 삶을 택했던 카츄샤 역시 그렇다. 법과 제도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사회의 타락은 그보다 훨씬 고질적이며 광범위하다.
그럼에도 톨스토이는 양심에 깃든 부끄러움과 타인에 대한 사랑으로 흔들리는 인간의 모습에서 정신적인 ‘부활’을 향한 미약한 가능성을 발견한다. 그리고 이 미약한 불빛을 과장하는 대신 파편적이고 불안정한 실체 그대로 서술함으로써 인간 존재에 대한 뜨거운 비판과 애정을 드러낸다.
출판사 리뷰
시대를 초월하여 가장 ‘동시대적인’ 작가 톨스토이
19세기 러시아의 불합리한 사회 구조와 종교적 모순을 드러낸 문제작이자
‘흔들리는 인간’에게서 부활의 가능성을 모색한 만년의 걸작
▶ 톨스토이의 소설은 단지 예술 작품이 아니라 하나의 생명체다. ―매슈 아널드
▶ 만약 세계가 스스로 글을 쓸 수 있었다면, 톨스토이처럼 썼을 것이다. ―이사크 바벨
▶ 톨스토이는 예술가이며 동시에 심리학자다. ―귀스타브 플로베르
러시아를 대표하는 문호 톨스토이의 『부활』 개정판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되었다.『안나 카레니나』, 『전쟁과 평화』를 통해 젊고 섬세한 감각을 선보이며 러시아 고전의 새로운 독자층을 형성한 번역가 연진희가 번역을 맡았다. 『닥터 지바고』로 잘 알려진 러시아 작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아버지이자 유명 화가였던 레오니드 파스테르나크의 삽화를 추가해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보는 재미를 더했다.
『부활』은 톨스토이가 일흔이 넘어 완성한 만년의 역작으로 고골, 푸쉬킨, 도스토옙스키를 아우르는 19세기 러시아 문학에 대한 오마주이자 『전쟁과 평화』와 『안나 카레니나』와도 맞닿는 인간과 구원에 대한 최종적인 통찰이 담겨 있다. 톨스토이는 19세기 러시아의 불합리한 사회 구조와 종교적인 모순을 지적하면서도, 타인에 대한 사랑으로 흔들리는 인간의 모습에서 정신적인 ‘부활’을 향한 가능성을 발견한다.
■ 타락한 인간, 정신적인 부활을 꿈꾸다
“남자와 여자의 사랑에는 언제나 그 사랑이 정점에 이르는, 그 안에 의식도 이성도 심지어 관능도 전혀 없는 순간이 있다. 부활절의 그 밤이 네흘류도프에게는 그런 순간이었다.” (1권 130쪽)
네흘류도프 공작은 살인 혐의를 받고 법정에 선 카츄샤의 재판에 배심원으로 참석한다. 대학생 시절의 공작은 카츄샤를 향해 순수한 애정을 품은 적이 있다. 그러나 군인이 되어 재회했을 때 다른 남성들에게서 배운 대로 카츄샤의 감정과 육체를 마음대로 다룬 후 그녀에게 돈을 찔러 주었으며, 그 후 캬츄샤는 인간에 대한 불신 속에서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결국 재법정에서조차 무책임한 법조인과 배심원들로 인해 죄도 없이 징역형을 선고받는다. 이 장면을 목격한 네흘류도프는 오랜 시간 자신을 옥죄던 죄책감과 함께 카츄샤를 감옥에서 꺼내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이기 시작한다.
■ 선한 영향력, 집필의 동기가 되다
톨스토이는 정부로부터 억압받는 두호보르 교도들을 돕기 위해 『부활』을 집필했다고 전해진다. 두호보르교는 18세기부터 러시아에 존재한 그리스도교 종파로 교회를 부정하고 납세와 병역의 의무를 거부해 정부로부터 탄압을 받았다. 정부가 이들을 강제 이주시키는 과정에서 학대와 폭력이 자행되었고, 이 소식을 접한 톨스토이는 국제 여론에 호소하는 등 폭력을 멈추기 위해 갖은 애를 썼다. 특히 그는 1881년 이후 저술한 작품에 대해 저작료를 받지 않기로 한 원칙을 깨고 집필 중이던 『부활』을 필사적으로 마무리해 주간지 《니바》와 선금 1만 2000루블에 출판 계약을 맺어 그 돈을 전부 이주비에 보탰다. 이처럼 『부활』은 집필 과정부터 인간 사회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했지만 그럼에도 선한 영향력을 믿었던 톨스토이 자신의 역량을 총동원한 만년의 역작이라고 할 수 있다.
■ ‘흔들리는 인간’으로 충분하다
“이날 밤 이후 네흘류도프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삶이 시작됐다. 그가 새로운 생활 조건 속으로 들어섰기 때문이라기보다 이때부터 일어난 모든 것이 그에게 이전과 완전히 다른 의미를 띠었기 때문이다. 인생의 이 새로운 시기가 어떻게 끝날지는 미래가 보여 줄 것이다.” (2권 446쪽)
『부활』에 등장하는 인물은 누구도 절대적으로 선하지 않다. 사랑하는 여인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은 네흘류도프는 물론, 힘든 노동 대신 화려한 유곽에서의 삶을 택했던 카츄샤 역시 그렇다. 법과 제도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사회의 타락은 그보다 훨씬 고질적이며 광범위하다. 그럼에도 톨스토이는 양심에 깃든 부끄러움과 타인에 대한 사랑으로 흔들리는 인간의 모습에서 정신적인 ‘부활’을 향한 미약한 가능성을 발견한다. 그리고 이 미약한 불빛을 과장하는 대신 파편적이고 불안정한 실체 그대로 서술함으로써 인간 존재에 대한 뜨거운 비판과 애정을 드러낸다.
그러자 바로 그 순간 감옥, 머리털을 민 머리통, 감방, 역겨운 냄새, 쇠사슬, 그리고 도시와 수도에서 자신을 비롯한 모든 귀족이 누리는 무분별한 사치가 동시에 떠올랐다. 모든 게 의심할 여지없이 너무도 분명했다.
그는 오늘 본 모든 것을 떠올렸다. 남편이 그의, 즉 네흘류도프의 숲에서 몰래 나무를 벤 죄로 감옥에 갇혀 혼자 아이들을 키우는 여자, 자기네 같은 처지의 여자들이 주인의 정부가 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거나 적어도 그렇게 말하는 끔찍한 마트료나……. 또 아이들을 대하는 그녀의 태도, 아이들을 고아원에 데려가는 방식, 조각 천을 이은 모자를 쓰고서 늙은이 같은 얼굴로 방글방글 웃으며 영양 결핍으로 죽어 가던 불행한 아기를 떠올렸다.
모두가 자신을 위해, 자신의 쾌락을 위해서만 살았고, 하느님과 선에 대한 모든 말은 속임수였다. 어째서 이 세상 모든 것이 그처럼 악하게 만들어져 모두가 서로에게 악을 행하고 괴로움을 겪는지 의문이 든다 해도 그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말아야 했다. 울적해지면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시면 되고, 무엇보다 남자와 사랑을 나누면 된다. 그러면 지나간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1828년 남러시아 툴라 지방의 야스나야 폴랴나에서 톨스토이 백작가의 넷째아들로 태어났다. 어려서 부모를 잃고 고모 밑에서 성장했다. 1844년 카잔 대학교에 입학했으나 대학교육에 실망하여 삼 년 만에 자퇴하고 귀향했다. 고향에서 새로운 농업경영과 농민생활 개선을 위해 노력했지만 실패하고, 1851년 큰형이 있는 캅카스로 가 군대에 들어갔다. 1852년 「유년 시절」을 발표하고, 네크라소프의 추천으로 잡지 『동시대인』에 익명으로 연재를 시작하면서 왕성한 창작활동을 하는 한편, 농업경영과 교육활동에도 매진해 학교를 세우고 교육잡지를 간행했다.1862년 결혼한 후,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등의 대작을 집필하며 세계적인 작가로서 명성을 얻지만, 『안나 카레니나』의 뒷부분을 집필하던 1870년대 후반에 죽음에 대한 공포와 삶에 대한 회의에 시달리며 심한 정신적 갈등을 겪는다. 이후 원시 기독교에 복귀하여 러시아 정교회와 사유재산제도에 비판을 가하며 종교적 인도주의, 이른바 ‘톨스토이즘’을 일으켰다. 직접 농사를 짓고 금주와 금연 등 금욕적인 생활을 하며 빈민구제활동을 펼치기도 했다.1899년에 발표한 『부활』에서 러시아정교회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1901년 종무원으로부터 파문당했다. 1910년 사유재산과 저작권 포기 문제로 부인과 불화가 심해지자 집을 나와 방랑길에 나섰으나 폐렴에 걸려 아스타포보 역(현재 톨스토이 역)에서 82세를 일기로 숨을 거두었다.
목차
1부 11
2부(상) 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