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정법(淨法)’의 의미와 역사적 흐름을 조망한 연구서 『정법(淨法)의 변천에 관한 통시적 연구』가 민족사(설민 지음)에서 출간되었다. 정법(淨法: 청정한 계율)은 불교의 승가 공동체가 청정함을 유지하며 수행을 지속하고, 불교가 발전할 수 있게 해주는 핵심 원리다. 한마디로 승가 공동체의 뿌리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불교의 계율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화되고 수용 발전해 왔는지를 밝힌 본격적인 율학 통사(通史)다.
붓다 재세 당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그 해결 과정 속에서 율이 만들어졌다. 율은 출가자 개개인의 수행 지침이자 승가 공동체의 질서를 위한 규범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붓다의 입멸 후 시대가 흐르면서 이 율을 어떻게 계승하고 변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물음은 수많은 분파와 논쟁, 다양한 실천 양식을 낳았다. 이런 상황에서 ‘율을 보존하면서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대안’으로서 정법(淨法)이 탄생했다.
이 책은 단지 율장, 정법(淨法)의 변화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 변화 속에서 ‘정법’이라는 개념이 어떤 역할을 하며, 교단을 유지하고, 그 나라 그 시대의 윤리적 요구에 부응했는지를 통찰한다. 이에 역사적 흐름에 따라 초기불교부터 부파불교, 대승불교, 중국과 한국불교에 이르기까지 시대별로 정법이 어떻게 변화하고 적용되어 왔는지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출판사 리뷰
현재 세계 불교는 상좌부 불교와 대승불교로 나뉘는데,
불교의 다양한 모습은 율 해석의 차이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승가의 화합과 수행을 위해 율장은 필수적인 요소로
승가 공동체의 존속과 발전을 위해 반드시 준수해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계율은 시대의 요구에 따라 새롭게 정비되고 발전해 가야 합니다.
설민 스님은 일찍이 정법의 중요성에 눈뜨고 이 주제에 수십 년 동안 천착, 이 책은 스님의 박사학위논문을 수정 보완해서 출간한 것이다. 김해 무위암에서 14년간 토굴 수행을 하며 계율과 수행, 전법의 조화를 온몸으로 체득하며 살아낸 저자는, 단지 학문적 분석뿐만 아니라 수행자의 문제 의식을 가지고 정법의 변천에 대해 통시적으로 고찰하였다. 설민 스님은 이 책에서 계율과 정법의 상관관계를 다음과 같은 흐름으로 풀어내고 있다.
- 붓다 재세 시의 율 제정과 초기 승가의 청정 유지 구조 - 부파불교 시대, 십사비법(十四非法)을 둘러싼 갈등과 승가 분열 - 대승불교에서 보살계의 등장과 출가 보살 개념의 전환 - 중국 선종의 등장과 계율 해석의 내면화, 선원 청규의 등장 - 조선 불교의 제도화와 정법의 형해화(形骸化) - 현대 한국불교의 승가 교육과 제도적 한계, 그리고 정법 회복의 과제
초기불교에서는 붓다가 직접 제정한 계율을 철저히 지켰으며, 개인과 공동체의 해탈을 동시에 추구했다. 부파불교 시대에는 계율을 둘러싼 해석의 차이가 승가 분열로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율의 절대 보존’과 ‘시대에 맞는 율의 개편’이라는 양 극단이 등장했다. 대승불교는 기존 율장을 부정하거나 우회하면서 자서수계, 십선계, 삼취정계 등 새로운 형태의 계율을 제정했고, 이는 ‘보살의 수행’을 강조하는 윤리로 전환되었다.
중국 불교에서는 선종의 청규가 나타나 현실과 수행을 조화시키는 실천적 규범이 정법으로 자리 잡았고, 이는 한국불교에도 계승되어 조계종의 수행 전통으로 이어졌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한국불교가 청규를 비롯한 다양한 정법을 통해 계율의 정신을 유지하면서도 시대 변화에 적응해 왔다는 점이다.
한편 이 책은 ‘정법’이라는 단어 속에 담긴 율의 순수성과 시대의 현실성 사이의 조화를 집중적으로 탐구하면서 다음과 같은 시대적 질문에 응답하고 있다.
율은 시대를 어떻게 견뎌왔는가?
율을 바꾸지 않고도 정법을 유지할 수 있는가?
오늘날 승가는 어떤 정법을 필요로 하는가?
이러한 질문은 오늘날 한국불교의 제도적 고민과 맞닿아 있으며, 이 책은 그에 대한 역사적·수행적·철학적 해답을 제시한다. 이 책의 미덕은 단순한 계율의 변천사에 머무르지 않고, 시대의 문제에 응답해 온 불교의 지혜를 ‘정법’이라는 렌즈로 관통했다는 데 있다. 또한 수행, 교단 운영, 시대정신, 문화적 융화까지 포괄하는 정법이 불교가 2600년 동안 지속 발전, 살아 숨 쉬게 만든 동력임을 일깨워 주고 있다.
불교의 정법(淨法)은 그때그때 당면한 현실을 반영하여 여실한 수행의 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승가는 급변하는 현실에서 제도의 문제를 넘어 수행 정신의 퇴색이라는 본질적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정법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불교가 지속 가능할 수 있는가?’에 대한 화두에 몰입, 정법으로 활로를 열어야 한다고 생각으로 집필했습니다.
설민 스님은 정법이 단지 전통 계율의 보존이 아니라, 미래 불교를 여는 길임을 역설한다. 이 책은 정법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물음을 역사와 사상, 수행과 제도의 흐름 속에서 되짚으며, 오늘날 승가 공동체가 안고 있는 현실적 문제에 정면으로 마주 선다. 또한 승가 교육의 현장, 재가자의 신행 시스템, 불교 제도와 교단 운영에 이르기까지 정법은 불교 전반에 걸쳐 ‘다시 시작해야 할 화두’임을 밝힌다.
불교학자뿐 아니라, 출가 수행자, 제도 개혁에 관심 있는 종단 인사, 승가 교육자, 불교 실천윤리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 모두에게 의미 있는 통찰과 깊은 사유의 계기를 제공, 불교에 관심 있는 모든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원장 설민
1985년 부산 보덕사 지형 스님을 은사로 출가하였으며, 범어사에서 사미니계, 통도사에서 비구니계를 수지하였다. 청암사 율원과 청암사 율학승가대학원 연구과정을 졸업하였고, 연구논문으로는 「한국불교계단사 연구」를 제출하였다. 이후 동국대학교 선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화원대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불교학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학부논문은 성본 스님 지도로 「원상의 수행론」, 석사학위논문은 「대승기신론의 수행론」, 박사학위논문은 「정법(淨法)의 변천에 관한 통시적 연구-초기불교부터 한국불교까지-」이다. 승가대학 도반스님과 단감 농사와 배 묘목을 재배하며 주경야독, 경남 김해 무위암에서 약 14년간 토굴 생활을 하며 3년 주기로 묵언좌선(默言坐禪, 눕지 않고 앉아서 잠을 자는 수행)을 실천하였다.어려서부터 익숙했던 그림 작업은 출가 이후 자급자족의 일환으로 탱화를 그리는 수행으로 이어졌으며, 학문 연구와 논문 집필의 버팀목이 되었다. 제작한 불화 가운데 일부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안아트뮤지엄’에 소장된 서방광목천왕탱(5.5m×3m)과 백의수월관음도, 한국 통도사 관음전의 후불 백의관음도, 울산 언양 흥덕사의 104위 신중탱화와 감로탱화 등이 있다.현재는 경남 함양의 통도사 말사인 향운암에 주석하며 수행하는 한편, 산양삼과 약초를 재배하는 임업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함양 산양삼협회 이사, 한국불교상담학회 이사로 지역 주민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목차
머리말
Ⅰ. 연구 목적과 방법
1. 연구 목적
2. 선행 연구
3. 연구 범위 및 방법
Ⅱ. 붓다 재세 시의 정법(淨法) 문제
1. 정법(淨法)의 정의와 의의
2. 코삼비(kaumbi) 분쟁
3. 데바닷다의 오법(五法) 논란
4. 율장(律藏)의 정법(淨法)
Ⅲ. 붓다 입멸 후 정법(淨法) 문제
1. 결집 전후에 나타난 율 제정과 정법(淨法)
2. 부파불교의 정법(淨法)
3. 인도 대승불교의 정법(淨法)
Ⅳ. 중국 불교에서의 정법(淨法)
1. 중국적 배경
2. 범망계(梵網戒)
3. 청규(淸規)
V. 한국불교에서의 정법(淨法)
1. 삼국시대 및 통일신라시대의 정법(淨法)
2. 고려불교의 정법(淨法)
3. 조선불교의 정법(淨法)
4. 대한불교조계종의 단일계단의 정법(淨法)
5. 단일계단 이후의 정법(淨法)
VI. 결론
1. 율의 제정 목적과 불교 공동체의 질서
2. 시대 변화에 따른 정법(淨法)의 필요성
3. 대승불교의 율 해석과 정법의 다양화
4. 한국불교의 정법 실천과 계율 계승
5. 현대 승가의 과제와 정법의 재정립
Abstract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