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저자가 오랜 시간 축적해 온 동학 관련 연구 성과를 정리한 이론적·해석적 결실이다. 제1부는 동학을 소재로 한 장편소설 『동학제』, 『들불』, 『갑오농민전쟁』 등을 통해 동학사상이 민중적 서사와 어떻게 결합하며, 역사적 고난과 저항의 기억을 어떻게 재현하는지를 분석한다. 제2부는 『동경대전』과 『용담유사』에 내재된 동아시아 신화 전통 및 상징체계를 추적하며, 동학 경전이 단지 교리적 텍스트가 아니라 신화적 상상력의 언어라는 점을 밝혀낸다.제3부는 동학 경전과 법설에 등장하는 중국 인물들(요순, 공자, 노자 등)에 주목하며, 동학이 외래 문명과 전통적 성인상을 어떻게 수용·전유했는지를 입체적으로 분석한다. 이 책은 종교의 틀을 넘어 사상, 문학, 신화, 윤리, 역사인식의 다층적 접점에서 동학에 접근함으로써, 동학의 복합성과 문화적 심층을 드러낸다. 특히 문학과 신화, 인물 분석을 연계해 동학의 정신 구조를 서사적으로 해명한 점은 기존 동학 연구에서 볼 수 없는 방식으로, 향후 동학의 현대적 재해석과 학제적 연구를 위한 이론 기반을 제공한다.한승원의 『동학제』는 조선 후반기 갑오년인 1894년 즈음 양반의 학정과 부패, 그에 부속된 다양한 관속들의 먹이사슬적 착취 구조 속에서 숨 막혀 하며 살아가는 민중들·서자들·약자들인 실존인들이 개벽의 목소리와 만민 평등사상에 강하게 동조했음을 표명한다. 특히 서자 출신 지식인·동학 지도부·민중들 모두 동학의 정신 계보자 문화, 동학의 영혼 문화, 동학의 상무 문화를 수용하며 개벽의 길, 평등의 길, 열림의 길, 미래의 자유로운 길을 강하게 심주의 내면 심리와 통일적 단합 심리로써 표출시켰다. 런 면에서 볼 때 한승원의 소설 『동학제』는 100년 이상 동안이나 동학이 이끌어 온 문화가 연속적이고 지속적인 생명력을 가지고 동학의 영혼 양식이 그 생명성을 도도하게 흐르도록 표출한 데 큰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조선 후반기인 1860년대와 1890년대 양반의 학정과 부패, 그에 부속된 다양한 관속들의 착취 구조 속에서 숨 막혀 하며 살아가는 당시 농민들은 그들을 응징하는 전봉준의 보국안민과 척왜척양 개혁에 동참한다. 그들은 숨 막히는 현실의 장벽 속에서 일관되게 척왜척양을 외치며, 제국주의가 이 땅에서 물러갈 것을 가장 우선으로 주장했다. 그런 면에서 박태원의 『갑오농민전쟁』에서는 100년 전 민족적 위기의 상황일 때 제국주의 앞에 무기력한 조선의 현실을 바라보면서 실천적 지도자를 비중 있게 다루었다. 한편 농민군들은 동학군이라는 누명을 쓰면서 전봉준의 실천적 전개에 함께 발을 맞추었다. 나라의 실존을 위해 집단 봉기하여 뭉쳐졌으며, 특히 관헌들의 폐해가 심했던 전라도 지역 농민을 중심으로 일체된 마음을 드러냈다. 당대 조선의 사회경제사적 현실, 국제 역학의 헤게모니적 현실 앞에 바로 서고자 하면서, 우리 것의 주장인 주체와 민족 입장에서 우리 자신을 바라보고자 했다. 종교적 현실은 배제시킨 채 동학에서의 사회사상을 부각시켜 사회사상과 사회 개혁 운동에 주안점을 두었다. 그러면서도 박태원은 종교 지도자의 사회사상보다는 실천적 지도자들의 사회 개혁 운동에 더욱 비중을 두었다. 이는 사회주의 국가의 현실에서 창작된 예술 작품에서 작가 의식이 주인공 의식에 그대로 투영되어 사회주의 이데올로기에 초점이 맞추어진 것이라 보여진다.
수운·해월·의암의 요순 비유를 통해서 볼 때 동학적 이상향에는 여러 요소가 다층적으로 복합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수운의 경우 혼원지일기적 세계관과 범재신관이 내재되어 있으며, 무엇보다도 그만의 새로운 수사법(修辭法)을 동원하여 새롭게 세상을 펼쳐 보였다. 그것이 바로 수운이 새롭게 읽어 낸 한울님 중심의 우주관, 도성입덕을 안내한 스승님, 무궁한 이울 속의 한울님 지킴이로서 후천개벽에 대한 열망, 영속적 유토피아에 대한 갈망, 성운을 위한 동귀일체 준비, 새로운 도덕률인 수심정기였다. 해월의 경우 만물 공경적 세계관과 종교 실천 세계관이 밑바탕이 되어 대선생님의 무극대도, 성인의 덕화적 훈육 방법, 후천개벽 후 포덕천하와 광제창생의 강조, 요순공맹심과 일용행사, 자강불식을 강조했다. 의암의 경우 인간 주체의 자력 신앙적 세계관과 문명 진보의 세계관의 맥락에서 덕화적 훈육 방법, 교회의 덕화와 삼위일체적 덕화, 만물 회생의 조화 이치 재인식, 선령의 가치관과 천심의 개안을 드러내며 강조했다. 이렇게 볼 때 ‘요순 신화’를 비유하여 재해석한 동학 경전에 쓰인 비유법은 과거 이상주의에 대한 회귀만이 아닌, 한마디로 후천개벽 유토피아를 지향하고자 당대에 익숙했던 이상주의의 비유인 요순의 비유를 동원하여, 새로운 세계관을 지향해 나갈 패러다임의 전환 수사법을 무엇보다 독특하게 보여주었다 할 수 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임금복
1960년 계룡산 신도안에서 출생했으며, 1996년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1997년 문학평론가로 데뷔했다. 국제대, 대전대, 명지대, 성신여대, 천안대, 협성대, 성신여대 국제교육원에 출강했고, 중국 하북과기대학 및 스자좡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강의했다. 현재 성신여대 국제교육원 대우교수이다.저서로 『박상륭 소설 연구』(1998), 『현대여성소설의 페미니즘 정신사』(2000), 『‘죽음의 한 연구’ 깊이 읽기』(2000), 『‘칠조어론’ 깊이 읽기』(2004, 2005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 『박상륭 어휘 사전』(2004), 『박상륭 소설의 창작 원류』(2004), 『박상륭을 찾아서』(2004), 『동학 문학과 예술 그리고 철학』(2004), 『한국 신화 새롭게 쓰기』(2012), 『그림으로 읽는 수운 최제우 이야기』(2014, 2015 세종도서 교양부문), 『수운 최제우와 함께하는 중국 탐방기』(2024)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