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국경이라는 렌즈로 인류 역사의 이면을 새롭게 들여다보는 책이다. 지도 위의 얇은 선 하나에 수천 년의 권력과 전쟁, 정체성과 분열의 이야기가 응축되어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그동안 익숙하게 받아들여온 세계의 경계를 낯설고도 생생하게 드러낸다. 현시대를 사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국경선들은 사실 임의적 경계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단 한 번의 전쟁이나 협상의 결과로 생겨나기도 했고 때로는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심지어는 지도 제작자의 실수에 의해 자의적으로 그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 선이 불러온 결과는 언제나 가볍지 않았다. 어떤 선은 분쟁과 폭력을 낳았고, 어떤 선은 끝나지 않는 분쟁의 씨앗이 되었으며, 어떤 선은 지금까지도 한 사회의 구조와 불평등을 고착시키는 보이지 않는 장벽으로 작동하고 있다.이 책은 그중에서도 ‘가장 흥미롭고 결정적인 47개의 경계선’을 엄선하여 그것의 배경과 결과를 정치, 지리, 역사, 문화 등 다층적인 관점에서 풀어낸다. 고대 이집트의 최초 국경부터 아시아와의 구분을 위해 유럽이 설정한 대륙의 선, 유럽 열강이 무책임하게 그어놓은 중동과 아프리카의 분할선, 냉전의 유산으로서 한반도를 갈라놓은 38선과 지금도 팽팽한 긴장 속에 존재하는 비무장지대, 그리고 미래의 새로운 경계가 될 우주의 국경까지. 저자 존 엘리지는 지도 위에 끊임없이 선을 그어온 인간의 야망과 두려움, 그로부터 비롯된 수많은 전쟁과 조약, 소속과 지배의 서사를 유쾌하면서도 집요한 시선으로 파헤친다.지도 위를 가르며 시공간을 뛰어넘는 이 흥미로운 여정은 세계를 인식하는 우리의 관점을 뒤흔들고, 발 딛고 있는 이 세계의 구조를 새롭게 재편한다. 나아가, 인류의 질서가 얼마나 허약한 합의 위에 놓여 있는지 일깨운다. 역사의 거대한 흐름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새로운 사유의 출발점이 되어줄 것이다.어떤 경계도 필연적이거나 영원하지 않다. 경계는 자의적이며 우연적인 결과물이고, 많은 경우 단 한 번의 전쟁이나 조약, 혹은 지친 유럽인 몇 명의 결정이 달랐다면 전혀 다른 모습이 되었을 수도 있다. 어떤 경계는 일시적으로 존재했다가 사라지며, 어떤 것은 수 세기 동안 유지된다. 어떤 것은 우스꽝스럽고, 어떤 것은 터무니없으며, 또 어떤 것은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경계로 표현된 역동적인 역사
이 복잡한 영토들의 지도는 제대로 된 것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아니, 오히려 명백히 모순되는 여러 지도가 존재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당시의 국경은 모호하거나 아예 정의되지 않은 경우도 많았고, 국경선뿐만 아니라 국가 자체도 끊임없이 변화했다. 그리고 이러한 조각난 상태는 단순한 이론적 문제가 아니었다. 제국 내에는 수많은 통화가 존재했고(일부 국가들은 여러 개의 통화를 사용했다), 각 국가는 자국을 통과하는 여행자들에게 독자적인 세금과 관세를 부과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었다. 만약 오늘날의 유럽연합 단일 시장과 정반대되는 개념을 상상한다면, 그것이 바로 18세기 신성로마제국이었다.신성, 로마 그리고 제국
즉, 아프리카에 피해준 것은 단순히 정복과 착취의 사실 자체가 아니었다. 대륙을 의미 없이 조각 내고 자연스러운 일체감을 무시한 채 선을 그어버림으로써, 많은 공동체가 오히려 국경 너머의 이웃들과 더 강한 유대감을 느끼고, 수도에 사는 동포들과는 단절된 상황을 만들어버린 것이었다.이렇듯 무책임한 국경선은 생명을 앗아간다. 그 어떤 백인도 밟은 적 없는 곳
작가 소개
지은이 : 존 엘리지
영국의 대중문화지 《빅 이슈》와 시사지 《뉴 스테이츠먼》에 정기적으로 글을 쓰고 있고, 《가디언》 《와이어드》 등에도 기고하고 있다. 매주 발송되는 ‘대략 모든 것의 뉴스레터Newsletter of (Not Quite) Everything’에도 글을 쓰고 있다. 그전에는 《뉴 스테이츠먼》의 부편집장으로 일했다. 저서로 『대략 모든 것의 개론서The Compendium of (Not Quite) Everything』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