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우리 일상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설탕이 전 세계로 퍼져나간 과정을 따라가며, 그 뒤에 숨겨진 모험과 탐욕의 세계사를 생생하게 포착한다. 저자는 30여 년 동안 사업차 스리랑카, 태국, 앙골라, 쿠바, 유럽 등 많은 국가를 경험하며 역사적 감수성과 호기심을 키웠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서적과 자료를 탐독하며 물자와 인구의 이동, 특히 서구 제국주의의 흔적 등을 탐구해 왔다. 그 첫 결실인 전작 《향신료 전쟁》은 향신료를 두고 벌어졌던 열강의 각축전을 중심으로, 최초의 주식회사인 동인도회사의 탄생 등 세계사의 주요 장면을 흥미롭게 풀어내 큰 호응을 얻었다. 후속작인 이번 《설탕 전쟁》에서는 설탕을 향한 욕망이 유럽 제국주의 팽창과 맞물리며 전 세계로 퍼져 나간 파란만장한 여정을 따라간다. 또한 설탕 산업이 촉발한 노예제로 인해 잔혹하게 희생된 원주민과 흑인 노예의 역사를 조망하며, 설탕의 달콤한 맛 뒤에 드리운 인류사의 어두운 그림자를 드러낸다. 나아가 설탕 산업이 초래한 조선인의 하와이 이민과 디아스포라의 역사를 되짚으며, 설탕의 세계사와 우리 역사의 교차점을 조명한다. 《설탕 전쟁》은 설탕을 통해 새롭게 바라보는 세계사, 그를 통한 신선한 지적 자극을 선사하는 흥미진진한 교양서다.“공주께서 마시는 저 음료, 무엇인지 아시나요? 아침부터 줄곧 저것만 드시더군요.”“‘차이’라고도 하고, ‘차아’라고도 부른다네요. 동방의 어딘가에서 왔다던데, ‘인디아’인지 ‘차이나’인지 확실하진 않지만요.”“차이나? 거긴 또 어디인가요?”“무엇보다도 저 잔이며 주전자가 정말 예술이에요. 어제는 새하얀 것이었는데 오늘은 아름다운 꽃무늬가 그려져 있네요. 처음 보는 아름다운 문양이에요.”“도대체 어떤 맛일까요, 저 ‘차이’라는 것은.” (중략)포츠머스의 귀부인들이 궁금해하던 그 음료가 나중에 ‘티(tea)’라고 불리며 영국 문화의 한 뿌리가 될 줄을, 영국을 해가 지지 않는 제국으로 만들 실마리가 될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차에 넣은 설탕에 아프리카인과 중국인, 인도인, 좀 더 이후에는 일본인, 그리고 한국인의 ‘민족 이동’과 아픔이 어려 있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오늘날 아메리카 대륙에 살고 있는 아프리카인 대부분은 영국인, 프랑스인, 포르투갈인, 네덜란드인들이 운영하는 사탕수수밭에 팔려 왔던 노예들의 후손이다.
설탕을 뜻하는 영어 ‘sugar’와 사탕을 가리키는 ‘candy’도 고대 인도로부터 그 어원을 찾을 수 있다. 고대 산스크리트어로 설탕을 샤르카라(sharkara)라고 불렀다. 샤르카라는 본래 자갈이나 모래를 뜻하는데, 사탕수수즙을 끓여 정제한 설탕이 마치 모래알 같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샤르카라는 페르시아로 전해지며 페르시아어인 샤카르(shaker)가 되었다가, 이슬람에서는 아라비아어인 슈카르(sukkar)가 되었고 이 영향으로 영어의 ‘슈거(sugar)’가 탄생했다. 또한 ‘설탕 조각’을 산스크리트어로 칸다(khanda)라고 불렀는데, 이로부터 영어의 ‘캔디’가 생겨난 것이다. 설탕은 명실상부 고대 인도인들의 ‘발명품’이다.
우사인 볼트, 일레인 톰슨, 세리카 잭슨 등 오늘날 세계 단거리 육상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는 자메이카 선수들의 경기를 보며, 나는 종종 사탕수수밭에서 혹사당했을 그들의 선조들을 떠올리곤 한다. 해적기(海賊旗)를 나부끼며 바다를 누빈 영국의 프랜시스 드레이크와 두 다리로 트랙 위를 질주하는 자메이카의 육상 선수들, 과연 ‘진짜 영웅’은 누구일까?
작가 소개
지은이 : 최광용
향신료의 역사와 매력에 푹 빠진 독립 연구자. 30여 년 동안 전 세계 80여 개국을 돌아다니며 비즈니스와 여행을 병행했다. 특히 유럽, 중동, 아프리카, 동남아시아에서 지낼 때에는 현지인들과 깊이 어울렸고 그러다 보니 그곳의 문화와 역사, 미식과 향신료에 대해 큰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해외 서적과 자료를 찾아 독학하면서 제국주의와 세계화는 물론이고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의 식민지 역사도 그 근원에는 향신료를 차지하기 위한 유럽 열강의 경쟁이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렇게 보고 듣고 맛보고 배우고 느낀 향신료의 매력과 그를 둘러싼 흥미진진한 역사 이야기를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