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오랫동안 <민중의소리> 편집국장을 역임하면서 쌓은 관록이 묻어나는 책이다. 저자 이정무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대북통, 정치통으로 한반도 정세를 날카롭게 분석하고 논설해 왔다. 이 책은 1987년부터 1997년까지 오늘날 한국사회가 만들어진 과정을 정치사회운동사를 중심으로 새로운 각도에서 해석한다. 우리가 맞이했던 과거의 새로운 시대는 언제나 저항과 변혁, 투쟁으로 이뤄졌다. 지독히 환멸스러운 반민주, 반민중, 반인권, 보수와 진보의 정치적 대립이 극에 달한 시대에 꼭 한 번 읽어볼 만한 책이다.이 책은 1987년 6월 29일에서 시작한다. 군부독재자들이 민중의 투쟁 앞에서 무릎을 꿇었던 그날이다. 우리 민족에게 첫 번째 해방이 1945년이라면, 두 번째 해방은 1987년일 것이다. 그날 우리는 군부독재를 끝장내고 완전한 민주화의 새날이 밝아오리라 믿었다. 30년이 훨씬 더 지난 지금에서야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말이다. 이후 군부세력은 보수세력이라는 이름으로 간판을 바꿔달고 우리사회의 일각을 차지했고, 군부세력과 맞서 싸웠던 이들은 보수세력과 일진일퇴를 거듭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 책의 진정한 관심은 이 길고 오래된 싸움이 아니라 6월이 저물고 불과 며칠 되지 않아 시작된 7·8·9노동자대투쟁이다.- 독자들에게 중에서
전두환은 군 투입을 감행하지 못했다. 정부 내 온건파들과 미국이 군 투입을 반대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 그러나 군대를 투입해 시위를 진압할 수 있었다면 전두환이 이를 주저할 이유는 없었다. 그는 이미 1980년 광주에서 민중을 학살한 자였다. 하지만 군 투입이 군사독재의 승리로 끝날 것이라는 보장은 없었다. 재야와 학생운동을 중심으로 6월의 거리에 나섰던 이들은 더 이상 군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1980년 광주는 7년이 지나 마침내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었다.’- 6월항쟁 중에서
7·8·9노동자대투쟁은 현장에서 군대식 노동통제를 몰아냈고 급속하게 성장한 노동자 정체성과 연대의식을 남겼다. 노동자는 더 이상 천한 이들이 아니라 자신들의 긍지와 존엄을 위해 싸우는 이들이었다. 이런 인식은 같은 지역의 노동자들 내에서, 같은 ‘그룹’의 노동자들 내에서, 같은 산업의 노동자들 내에서 점차 확산됐다. 노동자에게 계급조직을 건설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은 상식이 됐다.- 7·8·9 노동자대투쟁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이정무
강원도 태백에서 태어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오랫동안 <민중의소리> 편집장으로 일했다. 지금은 청년들과 공부하는 일에 관심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