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저자 한암은 <노자>, <논어>, <장자>, 그리고 <주역>에 대한 심층적이고도 실천적인 연구 업적을 남겼다. 그 여러 가지 저술 업적 가운데 본서 『주역 해설』은 기존의 해석을 답습한 차원이 아니라, 자기의 삶과 시대적 정신을 성찰하고 반영한 독창적인 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사 모든 일이 천지와 남녀, 주야, 염량(炎), 상하, 승부(勝負) 등과 같은 생활 환경에 결부되지 않음이 없는데, 저자 한암은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주역의 이러한 삶의 철학적 원리에 깊이 몰두하여 천지인의 상관 계수를 풀어가는 도덕적 수행 원리의 실천적 지침서로 본서를 내놓았다.
출판사 리뷰
한암 강연희의 <주역 해설>에는 나름의 창의적, 주체적 고뇌가 보인다. 상당 부분의 전통적 해석을 취하고 수용하지만, 조금이라도 미심쩍거나 나름의 해석 틀에서 맞지 않으면 이를 위하여 고뇌를 거듭했음이 보인다. 이런 고뇌는 앞서서 괘의 차례에 따라 사례들을 소개하였지만, 사실 이러한 사례는 64괘 모든 괘사와 384 효의 모든 효사에 해당한다. 그의 연구는 그저 쉽게 남의 이야기를 소화하지 못한 상태에서 옮겨 놓은 것이 아니다. 과거 난해하던 주역의 사(詞) 해석에 나름의 숨통을 트는 해석을 창안해 낸 것으로 보인다. 누구랄 것 없이 지난날의 많은 주역 연구자들이 나름의 해석과 그 일관성을 위해 얼마나 오랜 기간 고심했는가를 짐작할 수 있는데 한암의 연구에서도 그것이 느껴진다. 한암에 의하여 역사(易詞)가 지니는 그 의미가 더 깊어졌고 적용의 외연을 더 넓혀놓았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리고 참으로 진지한 자세로『주역』을 공부한 새로운 사례를 우리는 보게 된 것이다.
―곽신환(전 숭실대학교 대학원장, 전 주역학회장)
저자 한암은 <노자>, <논어>, <장자>, 그리고 <주역>에 대한 심층적이고도 실천적인 연구 업적을 남겼다. 그 여러 가지 저술 업적 가운데 본서 『주역 해설』은 기존의 해석을 답습한 차원이 아니라, 자기의 삶과 시대적 정신을 성찰하고 반영한 독창적인 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사 모든 일이 천지와 남녀, 주야, 염량(炎), 상하, 승부(勝負) 등과 같은 생활 환경에 결부되지 않음이 없는데, 저자 한암은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주역의 이러한 삶의 철학적 원리에 깊이 몰두하여 천지인의 상관 계수를 풀어가는 도덕적 수행 원리의 실천적 지침서로 본서를 내놓았다. 독자 제현에게도 큰 기쁨과 보람이 될 것이라 믿어 일독을 권한다.
―이명권(동양철학 박사, 비교종교학 박사, 코리안아쉬람 대표)
1. 주역(周易)이란 어떤 책인가?
1) 『주역(周易)』이라는 말의 뜻
『주역』이라는 말은 주(周)나라의 역(易)이라는 뜻이다. 주나라는 기원전 1345년경 ‘고공단보(古公亶父)’가 지금의 중국 산서성(山西省) 서남부에 있는 황하의 지류인 분수(汾水)라는 강 유역에 건설한 조그마한 부족국가였다.
이 나라는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제4대 임금이었던 무왕(武王) 때에 종주국인 은(殷)나라를 멸망시키고 전 중국을 통치하는 대제국(大帝國)이 되었다. 그러므로 제1대 임금은 고공단보이고 제1대 천자[황제]는 무왕이다. 주나라는 무왕으로부터 860여 년이 지난 제37대 난왕(赧王) 때(B.C. 256년)에 진시황에게 멸망되었다. 주나라 시조로부터는 대략 1,000년이 계속된 나라다.
역(易)이라는 말의 첫 번째 뜻은 점(占)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주역』은 주나라의 점서(占書)다. 주나라에서 점을 치던 책이라는 뜻이다. 고대 조정에서 국가적인 일에 대해서 점을 치는 일은 천신(天神)․지신(地神)에게 제사를 드리는 일과 함께 중대한 종교 행위로서 국가적인 행사였다. 점은 하늘의 뜻을 묻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점을 치는 때에 목욕재계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마치 천제(天帝) 앞에 앉아 있는 것 같은 두려운 마음으로 점을 쳤다.
주나라 이전의 중국의 고대국가였던 하(夏)나라에도 점치는 법이 있었는데, 그것은 연산역(連山易)이라고 하였다. 하나라 다음 국가였던 은(殷)나라에도 점치는 법이 있었는데, 그것은 귀장역(歸藏易)이다. 다시 말하면 하나라에는 연산역, 은나라에는 귀장역, 주나라에는 『주역』이 있었다는 말이다.
하나라와 은나라 1,000여 년 동안 점치는 방법은 거의 같았다. 거북의 등껍질이나 소의 어깨뼈를 불에 구어 그 갈라진 모양을 하늘의 뜻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와 같은 갑골(甲骨: 거북의 등껍질과 소뼈)에 의한 점을 복점(卜占)이라고 한다. 복(卜)이라는 글자는 갑골을 불에 구웠을 때 갈라진 모양을 나타내는 글자다. 그러나 복(卜)이라는 글자의 뜻은 본래 ‘점을 친다’라는 뜻이다.
주(周) 왕조에 들어와서 64괘에 의해서 점치는 방법이 새로 만들어졌다. 점치는 법에 따라 64괘 중 하나의 괘를 만들고 그 만들어진 괘를 하늘의 뜻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같이 괘(卦)를 만들어 점을 치는 것을 역점(易占)이라고 한다. 주 왕조에 들어와서 점치는 방법이 앞에서 말한 복점에서 역점으로 획기적으로 바뀐 것이다. 그러므로 역점이 바로 『주역』이고 주역 점이다.
역(易)이라는 말의 두 번째 뜻은 ‘간이(簡易)’, ‘변역(變易)’, ‘불역(不易)’이다. 다시 말하면 『주역』에서 역(易)이라는 글자는 ‘간이’, ‘변역’, ‘불역’을 의미한다. 이는 『주역』의 중심 내용을 말한 것이며, 철학적 메시지(Message)다.
‘간이’는 ‘간단하고 쉽다’라는 뜻이다. 천지자연은 모든 일을 간단하고 쉽게 한다는 뜻이고 어렵거나 힘든 일이 없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천지자연은 자연의 이치를 어기지 않고 일을 하기 때문이다. 자연이 자연의 이치를 어기지 않고 일을 하는 것처럼 개인이나 국가, 사회도 진리를 어기지 않고 일을 하면 어렵거나 힘든 일이 없이 모든 일은 간단하고 쉽게 이루어진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일이 힘든 것, 일이 안 되는 것, 되는 일이 없는 것, 그래서 괴롭게 되고 화를 당하게 되는 원인은 사람이 알아야 하고, 행하여야 할 진리를 알지 못하고, 행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내용이 ‘간이’ 속에 담겨 있다.
그래서 『주역』은 자연의 이치와 사람이 알아야 하고 행하여야 할 진리를 소상하고 쉽게 알려주면서 그 진리를 반드시 행하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을 간단하고 쉽게 하는 유일한 길, 그리고 괴로움이나 화를 당하지 않는 유일한 길이 진리의 실행이기 때문이다. 진리를 무시하고 진리를 어기며 일을 하면 그렇게 일하는 행위가 바로 불의(不義)이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저항하고 가로막게 되므로 쉽고 간단하게 되는 일이 없다고 『주역』은 말하고 있다. 불의(不義)의 대표는 자기 이익 위주로 일하는 것이다. 자기 이익 위주로 일을 하게 되면 그 사람은 진리에 대해서는 무지한 사람이고, 그가 하는 모든 일은 의심을 받고 저항을 받아 순탄하게 이루어지는 일이 없다.
‘변역’이라는 말은 ‘변한다’라는 뜻이다. 천지자연의 모든 것은 다 변한다. 형태가 변하고 자리가 바뀐다. 이와 마찬가지로 인간 세상의 모든 것과 모든 상황도 다 변한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진행되고 있는 이런 변화를 알려주는 책이 『주역』이다.
강산이 변하는 것처럼 사람의 모습과 마음도 변하며, 음지가 양지가 되고 양지가 음지 되는 것처럼 사람의 자리도 바뀌며, 달이 차면 기울고 기울면 차는 것처럼 흥망성쇠도 고정된 것이 아니며, 흘러가는 물처럼 모든 것은 다 떠나는 것이니 변하고 떠나는 것에 괴로워하지 말고 편안한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는 것이 『주역』이다. 다시 말하면 모든 게 변한다는 불멸의 진리를 알게 하고 깨닫게 하여 괴로움에서 초월하게 하려는 것이 『주역』이다. 『주역』을 영어로 번역할 때 “The Book of Changes”라고 하는데 이는 ‘변역’을 번역한 것이다. 변역에서 변(變)은 모습, 형태가 변한다는 뜻이고 역은 자리, 지위가 바뀐다는 뜻이다. 그리고 변역이라는 말에는 ‘소멸(죽음)된다’라는 뜻도 내포되어 있다.
‘불역’이라는 말은 ‘변하지 않는다’라는 뜻이다. 천지자연과 인간세상의 모든 것이 다 변하는데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는 말이다. 그 변하지 않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려주려는 책이 『주역』이다. 그 변하지 않는 것은 천지자연의 이치이고, 인간과 사물과 세상에 내재(內在)되어 있는 진리라는 것이다. 오직 진리만이 변하지 않고 ‘영원히 불멸’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주역』은 변하지 않는 것을 알게 하여 변하지 않는 사람, 우주 자연의 진리에 순종하는 사람이 되게 하려는 것이다.
역(易)이라는 말의 부수적인 뜻은 세 가지이다. 첫째로 역(易)은 일(日)과 월(月)의 합성어로서 해와 달을 말하는 것이다. 해는 양의 대표이고 달은 음의 대표이다. 그러므로 『주역』은 음양에 대해서 논한 것이다.
두 번째로 역(易)은 일(日)과 물(勿)의 합성으로 보기도 한다. 일(日)은 태양이고, 하늘이고 자연을 말하는 것이고, 물(勿)은 거스르지 말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주역』은 양(陽)과 하늘과 자연을 거스르지 말라는 규범 철학이고 자연철학이다.
세 번째로 역(易)이라는 글자는 도마뱀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서 일(日)은 도마뱀의 머리이고 물(勿)은 도마뱀의 꼬리와 발로 보는 것이다. 어떤 도마뱀은 하루에 12번 변한다고 한다. 카멜레온(chameleon)의 일종이다. 이같이 항상 변하는 도마뱀을 문자로 만든 것이 역(易)이라는 글자다. 그러므로 『주역』은 변화를 말한 철학이다.
위에서 말한 것을 종합하면 점(占)에 진리가 담기게 된 것, 곧 점(占)의 철학적 완성이 『주역』이다.
2) 『주역』의 저자와 저작연대
『주역』의 근본은 8괘와 64괘다. 8괘를 최초로 만든 사람은 ‘복희씨(伏羲氏)’라고 한다. 복희씨는 기원전 2,900년 경 사람으로 추정되므로 지금으로부터 4,900여 년 전의 사람이다. 중국 역사를 일반적으로 5,000년 역사라고 말하는 것은 복희씨로부터 계산해서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중국 최초의 국가는 삼황(三皇)․오제(五帝)가 다스렸다. 삼황은 세 사람의 황제, 곧 ‘복희씨(伏羲氏)․수인씨(燧人氏)․신농씨(神農氏)’이다. 그러므로 ‘복희씨’는 중국 최초의 임금이다. 이는 중국 최초의 임금이 8괘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8괘는 글자가 아니고 자연물 중에서 대표적인 것 8가지를 상징하는 부호다.
64괘는 주(周)나라 제3대 임금이었던 문왕(文王)이 만들었다. 그리고 문왕은 64괘에 괘명(卦名)을 붙이고 괘에 대한 설명인 괘사(卦辭)를 지었다. 문왕은 주나라의 시조인 ‘고공단보’의 손자로서 공자가 성인으로 숭상하는 인물이다. 문왕 때에 주나라는 비약적으로 발전하였고 중국 제후(諸侯)의 2/3가 문왕을 지지하였을 정도로 올바른 임금이었다. 문왕이 왕위에 있던 기간은 대략 기원전 1185∼1135년까지 50여 년이었다. 그리고 문왕의 아들 주공(周公)이 효사(爻辭)를 지었다. 주공도 성인이었으므로 성인(聖人), 부자(父子)가 『주역』의 경문(經文)을 지은 것이다. 그리하여 지금으로부터 3,100여 년 전에 『주역』이 탄생했다. 그러나 『주역』의 내용은 3,000년 전의 글 같지 않고 현재의 글 같아서 놀라운 것이다.
『주역』의 경문을 해설한 「십익(十翼)」은 공자(B.C.551∼479)가 지었다고 한다. 십익을 공자가 지었다고 말한 사람은 전한(前漢) 무제(武帝) 때의 사관(史官)이었던 사마천(司馬遷: B.C.135∼84)이다. 그러나 「십익」의 글의 내용으로 보아서 전부가 공자의 글은 아니다. 특히 「설괘전(說卦傳)」,「서괘전(序卦傳)」, 「잡괘전(雜卦傳)」은 후세 사람이 지어서 붙인 것으로 생각된다. 억지스러운 데가 많기 때문이다.
『주역』을 일반적으로 삼성(三聖)의 역(易), 삼고(三古)의 역이라고 한다. 삼성은 복희씨, 문왕, 공자를 말하고, 삼고는 복희씨의 시대인 상고(上古) 시대, 문왕과 주공의 시대인 중고(中古) 시대, 공자의 시대인 근고(近古) 시대를 말한다.
3) 『주역』 내용의 구성
『주역』의 본래 이름은 역(易)이지만 일반적으로 『주역』이라고 한다. 『주역』이 전한(前漢) 때에 유교의 경전(經典)이 되면서부터 역경(易經)이라고도 한다. 경(經)은 성인이 지은 글 또는 성인의 언행을 기록한 글이다. 그러므로 경은 최고의 지위에 있는 최고로 거룩한 글이다. 성경․불경․도덕경 또한 다 같은 것이다.
『주역』의 내용은 경(經)과 전(傳)으로 되어 있다. 경은 『주역』의 본문이다. 『주역』의 본문은 문왕(文王)이 지은 64괘의 괘명(卦名)․괘사(卦辭)와 주공(周公)이 지은 효사(爻辭)이다. 경은 경문(經文)이라고도 한다. 64괘의 괘명은 하나하나의 괘(卦)가 지닌 진리를 한마디로 표현한 것으로서 『주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다. 괘사는 하나하나의 괘의 전체적인 뜻을 말한 것이 아니라 간단하게 말한 점사(占辭)다. 점사는 점을 치기 위해서 점대로 괘를 만들었을 때 이루어진 ‘괘가 말하는 예언적인 말’이다.
『주역』이라는 말을 영어로 번역할 때 “Chinese classic on divination”이라고도 하는데, 이 말은 ‘예언에 관한 중국의 고전, 점에 관한 중국의 고전’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주역』은 예언서이고 점서(占書)다. 즉 주역 점을 치는 것은 하늘의 예언적 말씀을 듣는 일이다.
효사는 괘명을 풀어 말한 것으로서 사람이 알아야 하고, 행하여야 할 법도를 구체적으로 말한 것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점사로서의 효사는 초반․중반․후반에 일어날 일을 말한 것이다. 그러므로 효사는 점사이면서 동시에 사람의 행위원칙이 된다.
『주역』의 경문은 상경(上經)과 하경(下經)으로 나뉘어 있다. 상경은 64괘 중 첫 번째 괘부터 30번째 괘까지이고, 하경은 31번째 괘부터 64번째까지다.
전(傳)은 경(經)을 알기 쉽도록 풀어 말한 해설이다. 『주역』에는 10개의 해설서가 있다. 그것을 『십익(十翼)』이라고 한다. 최초에는 십위(十位)라고 하였고, 한(漢)나라 때부터 십전(十傳) 또는 십익이라고 한다. ‘익(翼)’이라는 말의 뜻은 ‘돕는다’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십익은 『주역』 경문의 이해를 도와주는 10가지 글이다.
십익은 다음과 같다. 「단전(彖傳)」 상·하, 「상전(象傳)」 상·하, 「계사전(繫辭傳)」 상·하, 「문언전(文言傳)」, 「설괘전(說卦傳)」, 「서괘전(序卦傳)」, 「잡괘전(雜卦傳)」이다. 「단전」은 괘사와 괘를 전체적으로 풀어 말한 것이다. 고대에는 괘사를 ‘단사’라고 하였으므로 ‘단사’를 해설한 글이라는 뜻에서 「단전」이라고 한 것이다. 여기서 단(彖)이라는 글자의 뜻은 ‘판단하다’라는 뜻이다. 괘를 전체적으로 판단한 글이라는 뜻이다. 전(傳)은 ‘설명한다’라는 뜻이다. 「상전」은 「대상전」과 「소상전」으로 되어 있다. 대상전은 괘상에 대하여 보충 설명한 것이고 소상전은 효사를 보충 설명한 것이다. 여기서 상(象)이라는 글자의 뜻은 ‘미루어 생각한다’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괘상과 효사를 미루어 생각한 글이 「상전」이다. 「계사전」은 『주역』을 전체적으로 해설한 글이다. ‘계사(繫辭)’라는 말의 뜻은 ‘이어 붙인 글’이라는 뜻이다. 「문언전」은 「건괘(乾卦)」와 「곤괘(坤卦)」의 괘사․효사에 대해서만 더욱 상세하게 해설한 글이다. 문언전이라는 말의 뜻은 빛나는 말씀에 대한 해설이라는 뜻이다. 「건괘」와 「곤괘」의 괘사․효사는 특히 유명한 글이므로 그렇게 말한 것이다. 「설괘전」은 64괘를 만든 이유와 8괘의 역할과 8괘에 해당하는 천지 만물을 말한 것이다. 「서괘전」은 64괘의 순서에 대한 설명이다. 「잡괘전」은 64괘를 성격이 서로 다른 것끼리 짝을 지어 해설한 것이다.
전한(前漢) 때부터 『십익』도 『주역』 본문에 포함해서 한 권의 책으로 출판되었고 후한(後漢) 때부터는 「단전」은 괘사 밑에, 「소상전」은 효사 밑에 붙여 출판되었다. 현재의 『주역』 체제가 이루어진 것이다.
4) 『주역』의 저자인 문왕과 주공의 사상(思想)
『주역』 64괘 대부분에 이정(利貞)이 나온다. ‘이정’이라는 말은 바르게 살아야 이롭다는 말이다. 『주역』의 내용이 천 번, 만 번 되풀이해서 강조하는 것은 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주역』 만큼 계속 반복해서 강조하는 책은 아마도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64괘의 괘명은 사람이 반드시 행하여야 할 진리를 한마디로 요약해서 말한 것이다. 문왕과 주공은 백성들에게 진리를 알려주면서 그 진리를 따라 바르게 생활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말한다.
그러므로 문왕과 주공의 사상의 첫 번째는 진리 중심주의와 인간존재의 진리화(眞理化)다. 문왕과 주공 자신이 진리가 되어 바르게 살면서 진리가 어떤 것이고, 어떻게 사는 것이 바르게 사는 것인가를 『주역』이라는 책을 저술하여 구체적으로 밝힌 것이다. 진리를 알아 바르게 살아야 하는 일에 막히는 일이 없고 가로막는 장애가 없으며, 강하게 되어 화를 당하지 않으며, 사리 판단이 정확하여 잘못하는 일이 없고, 하늘이 복을 내리어 넉넉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고대사회의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본능의 지배․무지의 지배․귀신(鬼神)의 지배․권력의 지배를 받으며 살았다. 이상의 넷이 사람들에게 재앙을 주는 것들이었다. 특히 권력의 지배는 사람들을 무척 성가시게 하고 늘 피곤하게 하였으며, 교만하고 업신여기고 괴롭혔다. 그래서 힘없는 백성들은 힘들게 살았다. 진리 중심주의와 인간존재의 진리화는 사람들을 본능․무지․귀신․권력의 지배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이었다. 그래서 진리는 절대 존재다. 백성들을 권력의 지배에서 해방시키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무위(無爲)의 정치’다.
문왕과 주공의 사상의 두 번째 것은 예(禮)와 교육 중심주의이다. 예는 타인을 공경하며 사회규범을 지키는 것이며, 국가기구(國家機構)를 제도화한 것이고, 자신의 몸가짐과 마음가짐을 아름답고 품위있게 가지는 것이다. 교육은 백성들을 바른 사람이 바르게 가르쳐 바른 사람으로 만드는 일이다. 주(周) 나라 때에 처음으로 공교육이 시작되었고, 예의 완성판이 『주례(周禮)』인데 『주례』는 주공이 만든 것이다. 그러므로 중국의 문물제도는 문왕과 주공에 의해서 비로소 틀이 잡힌 것이다. 이는 예와 교육을 지극히 중시한 문왕과 주공의 사상 때문이다.
문왕과 주공 사상의 세 번째는 경천애인(敬天愛人)이다. ‘경천(敬天)’은 하늘[하느님]을 받들며 하늘의 뜻을 따르는 것이다. 따라서 귀신을 섬기는 것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성인(聖人)은 귀신을 말하지 않는다. ‘애민(愛民)’은 백성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이다. 진심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그들을 잘 살게 하려고 희생하며 정성을 바쳐 백성들을 위해 일하는 것이다. 백성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나랏일 할 자격이 전혀 없다. 경천애인은 문왕과 주공의 사상만은 아니다. 모든 성인․군자의 공통된 사상이다.
문왕과 주공의 사상은 통치의 근본이 되었다. 그리하여 권모술수로 백성을 속이며 적당히 자기들 이익 위주로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 없었다. 언제나 진리를 따라 정직하고 분명하게, 깨끗하고 사사로움이 없이 오직 일반 백성들의 복리를 위하여 정성을 다해 나랏일을 한 것이다. 그래서 백성들은 임금을 우러러 받들고 따르며 임금의 말이라면 무조건 충성을 바친 것이다. 그래서 얼마 안 되어 조그마한 제후국인 주나라가 대제국인 은나라를 멸망시키는 기적을 이룬 것이다.
문왕과 주공이 세상을 떠난 후 약 500여 년 후에 공자가 이 세상에 오셨다. 공자께서는 옛 사관(史官)들이 남긴 수많은 문헌을 폭넓게 공부하셨다. 그로 인해 문왕과 주공의 인격과 사상, 교육과 통치행위에 대하여 소상하게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문왕과 주공의 위대한 업적에 감탄하시고 성인으로 우러러 모신 것이다. 꿈속에서도 주공을 종종 뵐 정도였다. 그리하여 문왕과 주공의 사상은 그대로 공자님의 사상으로 전승되게 된 것이다.
『논어』에 의하면, 공자께서는 40대 후반에 『주역』을 공부하셨다. 『논어』 「술이(述而)」 편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내가 몇 년 더 살아 50세까지 공부한다면 큰 허물은 없게 될 것이다(子曰 加我數年 五十而學易 可以無大過矣).” 그리고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에 의하면 “공자님은 만년에 『주역』을 좋아하시어 책을 맨 가죽끈이 세 번이나 끊어지도록 책을 읽으셨다(孔子晩而喜易 讀書韋編三絶)”라고 하였다. 종이가 발명되기 이전의 옛날 책은 댓조각(竹簡)에 글씨를 써서 가죽끈으로 엮은 것이었다. 댓조각을 엮은 가죽끈이 세 번이나 끊어지도록 『주역』을 읽은 것이다. 『주역』에는 천지자연의 이치와 사람이 행하여야 할 진리와 문왕과 주공의 훌륭한 정신과 사상이 담겨 있는 존귀한 책이어서 그토록 반복해서 읽은 것이고 “이 책이야말로 인간의 잘못을 무한히 소멸시킨다.”라고까지 말씀한 것이다. 이처럼 『주역』은 『시경(詩經)』과 함께 공자께서 특히 애독한 책이다. 공자께서 애독하신 『주역』의 가치를 후세인은 고대 언어의 난해함 때문에 잘 모르고 있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주역』은 순수한 진리의 책이다. 성인이신 공자님을 감격하게 한 진리의 책이다. 그러므로 공자님을 대하는 경건하고 겸손한 자세로 『주역』을 공부해야 한다. 그리고 『주역』은 고대에도 단순한 미신적 점서가 아니고,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철학서였던 사실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5) 『주역』이 탄생하게 된 배경(背景)
『주역』은 주(周)나라와 문왕(文王)이 겪은 극심한 고난 속에서 피어난 생활철학이다. 이 생활철학이 중국철학의 시조가 되었고 오늘날까지 중국 고전(古典) 중에서도 최고가 된 것이다. 주나라와 문왕이 겪은 고난은 다음과 같다.
주나라를 세운 사람들은 이름 없는 조그마한 부족 집단이었다. 이 부족 집단에 ‘고공단보(古公亶父)’라는 족장(族長)이 나오면서부터 크게 힘을 떨치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주변의 조그마한 국가들을 쳐부수고 병합하여 영토를 넓히고 국가의 체제를 갖추어 고공단보는 왕이 된 것이다. 여기까지는 이 책의 맨 앞에서도 설명하였다. ‘고공단보’는 주나라의 수도를 그들의 원래 근거지였던 분수(汾水)라는 강 유역에 있는 빈(豳)에 정하였다. 분수 유역은 기후가 온화하고 비옥한 농경 지대였으며, 근처에 소금 산지도 있는 등 지리적 여건이 좋아 생활에 풍요를 가져다주었다. 이와 같은 좋은 지리적 환경에 유능한 임금이었던 고공단보 때문에 주나라는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때 은(殷)나라는 중국 천하를 다스리는 대제국(大帝國)으로서 막강한 국력을 과시하고 있었다. 중국 서쪽 변방의 나라인 주나라는 국력으로는 감히 은나라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살아남으려면 주나라는 은나라와 군신(君臣) 관계를 맺어야만 했다. 그리하여 고공단보는 은나라와 주종관계를 맺고 정식으로 국가로 인정받았으며 은나라의 제후국이 되었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은나라 22대 천자인 무정(武丁)이 대군을 이끌고 주나라를 침략하였다. 고공단보는 싸움에 패하고 부족을 이끌고 다른 곳으로 이주하였다. 겨우 자리 잡힌 나라의 터전이 하루아침에 무너져 버린 것이다. 이후 조상 대대로 살던 고향을 떠나 지금의 섬서성(陝西省) 기산(岐山) 밑에 새로 도읍을 정하고 무너진 나라의 재건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것이 주나라가 겪은 첫 번째 고난이다.
고공단보에게는 아들이 셋이 있었다. 고공단보는 왕위를 막내아들 계력(季歷)에게 물려주려고 하였다. 그 이유는 계력의 큰아들이 창(昌)인데 창에게 왕위를 이어주려고 했던 것이다. 어린 손자 창의 인간됨이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고공단보의 장자와 차자는 부왕의 이런 뜻을 알고 나라를 떠나 몸을 감추어 버렸다. 고공단보가 죽자 계력이 임금이 되었다. 계력도 훌륭한 임금이었다. 통치를 잘하여 국력이 강대하게 되었고 그리하여 주변의 강적을 모두 쳐부수고 새로운 강국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그 때문에 종주국인 은나라가 불안하게 되었다. 그래서 은나라 29대 천자인 제을(帝乙)은 계력에게 은 왕실의 여자를 보내고 관작을 하사하며 회유하였다. 은나라의 천자에게 순종하게 만들려는 술책이었다. 그러나 계력은 회유에 넘어가지 않고 국력을 키우는데 정성을 바쳤다. 그래서 은나라 제을은 결국 자객을 보내 계력을 암살한 것이다. 임금이 암살당하여 나라의 기둥이 무너지게 되자 온 백성들은 피눈물을 흘리며 원통해 하였다. 이것이 주나라가 겪은 두 번째 고난이다.
계력이 암살당하고 그의 장자 창(昌)이 임금이 되었다. 이분이 바로 문왕이다. 문왕은 후대의 공자께서 성인으로 우러러 받들 만큼 위대한 인물이었다. 주(周)나라의 3대 임금인 문왕은 임금 자신이 위대한 인물인데다 강태공(姜太公)이라는 현인(賢人)을 만나 절망 속에 빠져있는 백성을 일으켜 세우고 주나라를 더욱 바른 나라로 만들어 나갔다. 그러자 많은 나라에서 수많은 훌륭한 인물들이 문왕에게 모여들었다. 그래서 주나라는 더욱 부강한 나라가 되어갔다.
주나라의 이런 변화와 발전에 주변국의 제후들이 문왕을 시기하게 되었고 은나라의 30대 천자인 주왕(紂王)에게 문왕을 중상모략하였다. 문왕을 그대로 두면 장차 은나라에 큰 화가 된다고 말하였다. 그래서 주왕은 문왕을 은나라 궁궐로 불러들였다. 천자의 호출이니 문왕은 신하로서 그에 따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주왕은 문왕이 은나라에 도착하자마자 체포하여 감옥에 가두어 버렸다. 감옥은 ‘유리(羑里)’라는 곳에 있는 토굴이었다. 문왕은 한 나라의 임금으로서 토굴 감옥에서 3년을 감옥살이하는 참담한 치욕을 당한 것이다. 이것이 문왕이 겪은 고난이다.
주나라 백성들은 자기들의 임금이 억울하게 감옥살이하여 치욕을 당하고 있음에도 결코 굴하지 않고 온 백성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 굳건히 나라를 지켜갔다. 그래서 주변의 어떤 나라도 감히 주나라를 침략할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때 문왕은 감옥살이를 하면서 64괘를 만들고 거기에 괘명(卦名)을 붙이고 괘사(卦辭)를 지은 것이다. 그러므로 『주역』은 고난의 감옥에서 꽃피워진 점서이면서 동시에 위대한 진리의 책이 된 것이다. 점서(占書)는 하늘에 의지해야 한다는 것이고, 진리는 하늘의 뜻에 따라 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처럼 고대에 진리는 하늘의 뜻이었다.
은나라의 주왕은 죽음으로 나라를 지키는 주나라 백성들의 불타는 충정심에 놀라 결국 문왕을 석방하였다. 그리고 회유책으로 문왕을 ‘서백(西伯)’에 임명하였다. 서백이란 은나라 서쪽 지방에 있는 제후들을 통솔하는 우두머리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주나라는 바르지 않은 은나라로부터 계속 수난을 당한 것이다. 이같이 한 나라와 임금이 바르지 않으면 다른 나라와 다른 사람에게도 고통을 주는 것이다. 또한, 바르지 못한 나라와 임금에게 내 나라가 고통을 당하는 것은 자신의 나라가 그만큼 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왕은 바로 이점을 감옥에서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나라와 사람을 바르게 하고 강하게 하는 것은 하늘을 의지하고 진리를 온전히 따르는 것임을 깊이 깨닫게 된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그가 깨달은 진리를 알려주기 위해서 감옥에서 『주역』이라는 점서를 지었다. 이리하여 『주역』은 바르게 사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를 온 백성에게 알려주는 범국민적 교과서가 되었다.
이같이 『주역』은 일종의 국민적 점서였고 진리를 전파하는 교과서였으므로 지금으로부터 3,100여 년 전 당시에는 모든 사람이 알기 쉽게 쓰였을 것이다. 후대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기원전 1000년경의 한자의 총글자 수는 3,500여 자에 불과하였다고 한다. 그런데도 오늘날 『주역』은 최고의 난해한 글로 여겨지고 있다. 그 난해함 때문에 예전에 우리 선인(先人) 중에는 『주역』을 공부하다가 실성한 분까지 있다고 하지 않는가?
이처럼 『주역』을 어렵게만 여기는 것은 현재의 통상적인 한자의 뜻으로 번역하려고 하기 때문일 것이다. 3,100여 년 전 주나라 때에는 현재의 통상적인 한자(漢字)의 뜻으로 글을 썼던 경우도 있겠지만, 아마도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므로 그 시대에 썼던 한자의 뜻을 먼저 알아야 한다. 그러려면 여러 큰 사전에 나와 있는 한자의 모든 뜻을 소상하게 공부하는 일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므로 『주역』은 해박한 한자 실력과 고도의 인식 능력, 지식과 진리 수준이 고차원에 이르러야 이해가 가능한 것이다. 아득한 옛날 고대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주역』의 내용이 결코 어려운 것은 아니다. 간단하고 쉬운 글이다. 간단하고 쉬운 자연의 이치와 세상의 이치를 말한 것이다. 그러나 통상적인 한자 뜻에 매달리면 『주역』은 영원히 이해 불가능한 글이 되고 말 것이다.
2. 8괘와 64괘
1) 효(爻)란 무엇인가?
천지자연과 인간 세상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생물과 무생물 그리고 무형(無形)의 존재가 있다. 『주역』은 그 많은 존재를 음(陰)과 양(陽)으로 나눈다. 예를 들면 하늘은 양이고 땅은 음이다. 하늘을 양이라고 할 때, 하늘에 있는 모든 것은 하늘에 포함되고, 땅을 음이라고 할 때, 땅에 있는 모든 것은 땅에 포함되는 것이다. 그래서 『주역』은 하늘은 모든 양의 대표라 하고 땅은 모든 음의 대표가 된다. 그리고 음양은 주역 철학의 근본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땅을 양이라고 할 때 물은 음이고, 나무를 양이라고 할 때 풀은 음이며, 동물을 양이라고 할 때 식물은 음이다. 그러므로 『주역』에서 음과 양은 암․수의 관계이면서 동시에 상대적 관계다.
『주역』은 이와 같은 음․양에 대해서 논하는 철학이며, 이 세상은 상대적 세계라는 것을 일깨워 주는 철학이다. 음과 양이 화합하여 바른길을 가면 좋은 일과 복이 오고, 음과 양이 불화하여 싸우게 되면 되는 일이 없고 재앙이 온다고 가르치는 것이 『주역』이다. 주역철학의 근본인 음과 양은 상고(上古) 시대에 복희씨가 부호로 만들었다. 양의 부호는 ⚊(온줄), 음의 부호는 ⚋(도막줄)이다. 현대 과학에서 양의 부호를+(플러스), 음의 부호를-(마이너스)로 하는 것과 유사하다. 이와 같은 양의 부호인 온줄(⚊), 음의 부호인 도막줄(⚋)을 합하여 효(爻)라고 한다. 그러므로 효는 양의 부호(⚊)와 음의 부호(⚋)의 통합 명칭이다. 개별 명칭은 양의 부호는 양효, 음의 부호는 음효라고 한다.
효(爻)라는 한자(漢字)의 뜻은 ‘형상화(形象化)한다’는 뜻이다. 그러면 음효와 양효라는 부호는 무엇을 형상화하였는가? 양효(⚊)는 동물 수컷의 생식기를 형상화한 것이고 음효(⚋)는 동물 암컷의 생식기를 형상화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동물 암수의 생식기를 부호로 형상화한 것이 양효와 음효다.
효의 명칭은 음효와 양효이지만 『주역』 경문(經文)에서는 음효․양효라는 명칭은 사용하지 않고 강(剛)․유(柔)와 구(九)․육(六)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강(剛)은 강하다․단단하다는 뜻인데 이는 양의 본질이다. 그래서 양(陽)이라는 말 대신에 강(剛)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이다. 만일에 양(陽)이 약하거나 물러서 양답지 못하면 양이 해야 하는 일을 할 수가 없다. 그러면 굴복하거나 무너지는 것이다. 이런 굴욕이 없도록 양은 강해야 한다는 것을 계속 강조하기 위해서 강(剛)이라는 말을 쓰고 있다. 유(柔)는 부드럽고 온순하다는 뜻인데 이는 음(陰)의 본질이다. 그래서 음이라는 말 대신에 유(柔)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만일에 음이 부드럽고 온순하지 못하고 거세고 강하기만 하다면 음은 양을 짓밟고 제멋대로 행동하게 된다. 그러면 음양은 불화하고 계속 어긋나기만 한 것이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무슨 복이 오겠는가? 이런 일이 없도록 음은 음다워야 한다는 것을 계속 강조하기 위해서 유(柔)라는 말을 쓰고 있다. 이런 것 하나하나가 『주역』의 가르침이다.
음(陰)을 육(六)이라 하고 양(陽)을 구(九)라고 하는 이유는 『주역』에서 1부터 10까지의 수를 기본수(基本數)라고 하는 데서 비롯된다. 기본수 중에서 1・2・3・4・5를 생수(生數)라 하고 6・7・8・9・10을 성수(成數)라고 하는데[생수와 성수에 관한 설명은 하도(河圖)에서 나옴], 생수에서 1․3․5는 홀수로서 이를 천수(天數) 또는 양수(陽數)라고 한다. 이것을 합하면 9가 된다. 생수에서 2․4는 짝수인데 이를 지수(地數) 또는 음수(陰數)라고 한다. 이것을 합하면 6이 된다. 그러므로 여기서 9는 양이고 하늘을 말하는 것이며, 6은 음이고 땅을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양을 9라고 하고 음을 6이라고 한다. 양은 하늘을 닮아야 하고 음은 땅을 닮아야 한다는 것을 계속 강조하기 위해서 음양이라는 말 대신에 6(六)과 9(九)를 쓰고 있다.
1을 천수(天數), 2를 지수(地數)라고 하는 이유는 천지창조에서 하늘이 첫 번째로 생기고 땅이 두 번째로 생겼으므로 하늘[天]을 1로 하고 땅[地]을 2로 한 것이고 홀수를 천수(天數)라 하고 짝수를 지수(地數)라고 한 것이다.
2) 팔괘(八卦)
(1) 8괘란 어떤 것인가?
8괘에서 8은 천지 만물 중에서 기본적이고 가장 중요한 하늘․소택(沼澤)․불․우레․바람․물․산․땅을 말한다. 괘(卦)란 이 8가지 자연물을 나타내는 8개의 부호를 말한다. 그러므로 8괘란 여덟 가지 중요한 자연물과 그 자연물을 나타내는 8개의 부호를 말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음과 양의 부호를 효(爻)라고 하는 것처럼 8가지 자연물의 부호를 괘(卦)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효(爻)나 괘(卦)는 부호의 명칭이다.
8괘의 괘의 이름[卦名]과 괘의 모양[卦形]은 다음과 같다.
건(乾): ☰, 태(兌): ☱, 이(離): ☲, 진(震): ☳
손(巽): ☴, 감(坎): ☵, 간(艮): ☶, 곤(坤): ☷
∙ 건(乾)은 하늘이다
건(乾)이라는 글자가 ‘하늘 건’이므로 글자 그대로 하늘을 말하는 것이다.
∙ 태(兌)는 소택(沼澤)이다
소(沼)는 늪이고 용소(龍沼)이며 택(澤)은 호수․저수지․웅덩이․연못이다. 용소는 폭포수가 떨어지는 바로 밑에 깊고 넓게 파인 웅덩이이다. 그러므로 소택은 자연적으로 깊고 넓게 파인 곳에 물이 고인 곳과 사람이 깊고 넓게 파거나 둑을 만들어 물이 모이게 한 곳을 말한다. 그러므로 태(兌)는 흐르는 물이 아니고 고여 있는 물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태(兌)라는 글자의 뜻에는 소택이라는 뜻은 없고 ‘기뻐한다․기쁘게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태(兌)를 소택이라고 말한 이유는 사람에게 정서적․물질적으로 기쁨을 주는 소택의 본성 때문이다. 소택은 그를 바라보는 사람에게 정서적으로 큰 기쁨을 주고 그 물로 농사를 지음으로 물질적으로 큰 기쁨을 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태(兌)는 소택의 본성인 것이고 소택의 본성을 괘명(卦名)으로 한 것이다.
∙ 이(離)는 불[火]이다.
이(離)라는 글자가 ‘불 이’이므로 글자 그대로 불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離)는 불만 말하는 것 아니고 해․달․별과 빛과 번개도 포함된다.
∙ 진(震)은 우레이다.
우레는 천둥이다. 진(震)이라는 글자가 ‘우레 진’이므로 글자 그대로 우레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진(震)은 천둥만 말하는 것이 아니고 지진과 벼락도 포함된다.
∙ 손(巽)은 바람과 나무이다.
그러나 손(巽)이라는 글자의 뜻에는 바람이나 나무라는 뜻은 없고 부드럽다는 뜻이다. 그런데 손(巽)을 바람과 나무라고 말한 이유는 바람과 나무의 본성인 부드러움 때문이다. 바람도 부드럽고 나무도 처음의 싹은 부드러운 것이다. 자라면서 딱딱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손(巽)은 바람과 나무의 본성이고 따라서 바람과 나무의 본성을 괘명으로 한 것이다.
∙ 감(坎)은 물이다.
흐르는 물이다. 그러므로 시냇물․강물․바닷물․이슬․비․구름이 다 이에 포함된다. 그러나 감(坎)을 물이라고 말한 이유는 그 물이 주는 재앙 때문이다. 고대 중국인들이 당한 큰 재앙 중의 하나는 황하(黃河)의 범람이었다. 그러므로 감(坎)은 시냇물․강물의 범람을 의미하는 것이다. 불어난 큰물은 험난한 것이다.
∙ 간(艮)은 산(山)이다.
그러나 간(艮)이라는 글자의 뜻에는 산(山)이라는 뜻은 없고 ‘머물러 있다․움직이지 않는다․견고하다’라는 뜻이다. 그런데 간(艮)을 산이라고 말한 이유는 움직이지 않고 머물러 있는 산의 본성 때문이다. 그러므로 산의 본성인 ‘머물러 있고 움직이지 않는’ 것을 괘명으로 한 것이다.
∙ 곤(坤)은 땅[大地]이다.
지구인 것이다. 곤(坤)이라는 글자가 ‘땅 곤’이므로 글자 그대로 땅을 말하는 것이다.
8괘의 괘명과 그에 해당하는 자연물과 괘의 모양은 『주역』의 기초이다. 그러므로 『주역』 공부를 하려면 꼭 기억해야 한다. 8괘의 괘형(卦形)을 기억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乾三連(건삼련)
兌上絶(태상절)
離中絶(이중절)
震下連(진하련)
巽下絶(손하절)
坎中連(감중련)
艮上連(간상련)
坤三絶(곤삼절)
연(連)은 이어진 효 곧 양효를 말하고, 절(絶)은 끊어진 효 곧 음효를 말한다.
8괘는 소성괘(小成卦) 또는 경괘(經卦)라고도 한다. 소성괘라는 말은 효(爻)를 가지고 만든 괘로써 작은 괘라는 뜻이다. 경괘는 근본적인 괘라는 뜻이다. 소성괘는 세 개의 효로 만들어졌는데 그 세 개의 효는 천(天)․지(地)․인(人)을 나타낸다. 가장 아래 효는 지(地)를 나타내는 것이고, 가운데 효는 인(人), 맨 위 효는 천(天)을 나타낸다. 하늘과 땅 사이에서 사람이 살기 때문에 인(人)이 가운데 위치한 것이다. 이 천․지․인을 삼재(三才) 또는 삼극(三極)이라고 한다. 재(才)와 극(極)은 근본이라는 뜻이다. 천지자연의 근본은 하늘과 땅과 사람이라는 말이다. 그러므로 『주역』은 삼재에 대한 철학이다. 즉, 삼재를 현대적인 말로 표현하면 진리와 자연과 인간이다. 이 셋이 악에 의하여 훼손당하면 그 사회는 곧 무너지고 만다. 『주역』은 이 셋을 지키려는 철학이다.
8괘는 음괘(陰卦)와 양괘(陽卦)로 나누어진다. 건(乾)․진(震)․감(坎)․간(艮)은 양이고, 곤(坤)․손(巽)․이(離)․태(兌)는 음이다. 건과 곤을 제외하고 여섯 개의 소성괘는 음효가 많은 괘를 양이라고 하고, 양효가 많은 괘를 음이라고 한다. 강하고 견고하고 험한 것은 양이고, 부드럽고 따뜻하고 조용한 것은 음이기 때문이다.
(2) 8괘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내용
8괘의 본성(本性)은 일반적으로 괘덕(卦德)이라고 말한다. 64괘를 이해하는데 괘덕은 대단히 중요한 것이므로 바르게 이해해야 한다.
∙ 건(乾․하늘)의 괘덕은 건(健)이다.
‘건(健)’의 뜻은 강하다, 흔들림이 없다,․힘쓰다․쉬지 않고 일한다는 뜻이다.
∙ 태(兌․소택)의 괘덕은 열(悅)이다.
‘열’의 뜻은 기뻐한다. 기쁨을 준다는 뜻이다.
∙ 이(離․불)의 괘덕은 려(麗)이다.
‘려’의 뜻은 빛나다. 아름답다․붙어있다는 뜻이다.
∙ 진(震․우레)의 괘덕은 동(動)이다.
‘동’의 뜻은 움직이다, 일어나다, 일으키다는 뜻이다.
∙ 손(巽․바람)의 괘덕은 입(入)이다.
입의 뜻은 앞으로 나아간다는 뜻이다.
∙ 감(坎․물)의 괘덕은 험(險)이다.
‘험’의 뜻은 험난하다, 위태롭다는 뜻이다.
∙ 간(艮․산)의 괘덕은 지(止)이다.
지의 뜻은 머물러 있다. 움직이지 않는다 흔들림이 없다, 망동(妄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 곤(坤․땅)의 괘덕은 순(順)이다.
‘순’의 뜻은 온순하다, 순종한다는 뜻이다.
3) 64괘
(1) 64괘란 어떤 것인가?
64괘란 소성괘(小成卦) 둘이 상하(上下)로 결합하여 이루어진 64괘의 대성괘(大成卦)이다.
(예)
䷋
乾上
坤下
위에서 예를 든 괘가 소성괘인 건괘(乾卦)와 소성괘인 곤괘(坤卦)가 상・하로 결합하여 이루어진 대성괘다. 그러므로 소성괘 둘이 상하관계로 결합된 형태의 괘다. 이런 대성괘가 『주역』에서는 64개가 있다. 이와 같은 대성괘 64개를 64괘라고 한다. 대성괘 64개에 주역 철학이 담겨 있고, 『주역』의 모든 내용이 담겨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주역』이라는 책은 64개의 대성괘를 해설한 것이다. 대성괘 64개에 담겨 있는 내용은 천지자연의 이치, 사람이 반드시 알아야 하고 행하여야 할 진리, 사람이 긴 인생을 살면서 겪게 되는 모든 중대한 문제의 발생 원인과 예방책과 해결 방안이다.
대성괘 64개가 이루어지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8개의 소성괘 모두가 각각 하괘(下卦)가 된 다음에, 그 하괘가 된 자신을 포함해서 8개의 소성괘를 상괘(上卦)로 하여 일대일(1:1)로 만나면 8개의 대성괘가 이루어진다.
(예)
위의 예에서 보는 바와 같이 소성괘인 건괘는 하괘로 고정되어 있고, 하괘인 건괘가 자신을 포함해서 8개의 소성괘 모두와 일대일 상하관계로 만나면 8개의 대성괘가 이루어진다. 다시 말하면 한 개의 소성괘가 8개의 대성괘를 이루는 것이다. 그러면 8개의 소성괘 모두가 이루는 대성괘는 64개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이루어진 64개의 대성괘는 전혀 다른 괘의 모양, 전혀 다른 괘의 뜻, 전혀 다른 상황이 되는 것이다. 대성괘 64개는 일정팔회(一貞八悔)의 법칙에 따라 이루어진다. 여기서 정(貞)은 하괘(下卦)를 말하고 회(悔)는 상괘(上卦)를 말한다.
(2) 64괘의 형태와 명칭
64괘 중에서 하나의 대성괘만 그 형태를 예로 들면 다음과 같다.
23.
艮上
坤下
山地剝(산지박)
좌측의 23이라는 숫자는 64개의 괘 중 23번째 괘라는 뜻이다. 맨 우측의 박(剝)은 괘의 이름이다. 그러므로 괘명(卦名)이다. 괘명은 대성괘의 핵심이다. 그런고로 『주역』 23번째 괘는 박괘(剝卦)다. 간상(艮上)․곤하(坤下)의 박괘에서 상괘는 간괘이고 하괘는 곤괘다. 64괘에서 상․하괘를 표시할 때는 반드시 소성괘의 괘명을 쓴다. 산지(山地)라는 말은 박괘의 괘상(卦象)을 말한다. 괘상이란 상괘와 하괘를 자연현상으로 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박괘의 괘상은 ‘땅 위의 산’이다. 땅 위의 산이 버티고 앉아 있는 형상이 박괘다. 괘명 앞에는 괘상을 나타내는 자연현상의 명칭을 붙인다. 그래서 산지박(山地剝)이라고 한 것이다. 그러므로 박괘를 ‘산지박괘’라고도 하고 그냥 박괘라고도 한다.
대성괘는 일반적으로 괘상으로 해설한다. 그래서 괘상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때로는 괘의 모양새인 괘형(卦形)으로 해설하기도 한다. 괘형은 괘체(卦體)라고도 하는데 대성괘의 음양의 분포상태와 눈에 보이는 모양새가 어떤 물체를 닮았는지를 말하는 것이다. 박괘의 괘형은 맨 위에 양효가 하나만 있고 모두 음효이다. 이는 소인이 군자를 모두 몰아내고 남아있는 군자는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그래서 괘형도 중요한 것이다. 군자는 양(陽)이고 소인(小人)은 음(陰)이다.
그러나 64괘의 대성괘를 모두 괘상과 괘형으로만 해설한 것은 아니다. 어떤 경우에는 괘덕이론, 음양이론, 자연현상을 상징화하여 해설하고 있다. 구체적인 것은 『주역』 본문 해설에서 그때그때 말하였다. 그리고 간괘와 곤괘에는 괘덕이 들어있다. 그러므로 박괘에 들어있는 명칭은 괘서(卦序)․괘상(卦象)․괘형(卦形)․괘덕(卦德)이다.
대성괘의 두 괘는 일반적으로 상하관계로 본다. 그러나 단순히 상하관계만은 아니다. 상괘를 외괘(外卦), 하괘를 내괘(內卦)로 보기도 하고, 상괘를 전괘(前卦), 하괘를 후괘(後卦)로 보기도 하며, 때로는 결합관계(結合關係), 병존관계(倂存關係)로 보기도 한다.
64괘의 괘상은 더 이상 마음대로 해석할 필요가 없다. 괘상을 설명한 것이 괘명․괘사․단전․대상전․효사․소상전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주역』의 본문인 경(經)과 경에 대한 해설인 전(傳)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본문에 대한 정확한 이해 속에서 괘상을 바라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주역』의 경과 전은 불완전하게 또는 잘못 이해하면서 괘상만 바라보며 『주역』을 알려고 한다면, 무지하면서 사람을 바라보고 사람을 알려고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64괘는 자연현상 간의 관계와 음과 양의 관계를 말하면서 그 속에서 자연의 이치와 사람이 행하여야 할 진리와 중대한 인생 문제를 찾아내서 말한 것이다. 성인(聖人)들의 말씀이므로 모두 바른 말이고 덧붙일 것도 뺄 것도 없다. 그러므로 마음대로 붙이고 빼도 안 되는 것이다. 성인의 글에 대한 공부는 낮은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
64괘가 하는 말은 두 마디로 요약하면 “역천자필망(逆天者必亡: 하늘 곧 진리를 어기는 자는 반드시 망한다)”와 “물극필반(物極必反: 세상 모든 일은 지나치면 반드시 원점으로 돌아간다)”이다. 이 두 마디 말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중정(中正: 언제나 바르고 적당해야 한다)”이다. 그러므로 ‘중정’은 주역 철학의 핵심이다.
(3) 대성괘(大成卦)의 효(爻)의 명칭과 효의 상호관계
대성괘의 효의 명칭은 다음과 같다. 예로 드는 괘는 뇌화풍괘(雷火豐卦, ䷶)이다.
(예)
⚋
上六
또는
上陰
또는
上爻
⚋
六五
五陰
五爻
九四
四陽
四爻
九三
三陽
三爻
⚋
六二
二陰
二爻
初九
初陽
初爻
여섯 효의 순서는 아래서부터 시작되고 아래서부터 읽는다. 맨 아래 효를 일효(一爻)라고 하지 않고 초효(初爻)라고 하며, 맨 위의 효를 육효(六爻)라고 하지 않고 상효(上爻)라고 한다. 효의 명칭은 세 가지 종류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명칭은 위의 3가지 예에서 보는 좌측의 것이다. 아래 두 효는 일의 시초이고, 가운데 두 효는 일의 중간이며, 맨 위의 두 효는 일의 종반을 의미한다. 사람으로 말하면 초효는 일반백성이고, 이효는 선비[士]며, 삼효는 대부(大夫)이고, 사효는 공경(公卿)이며, 오효는 임금이고, 상효는 은자현인(隱者賢人)이다. 공경에서 공은 제후이고 경은 삼정승이다.
대성괘에서 초효․삼효․오효는 양효(陽爻)의 자리이다. 홀수는 양수(陽數)이므로 홀수의 자리는 양효의 자리가 되는 것이다. 양(陽)이 그의 자리인 초효․삼효․오효에 있게 되면 위정(位正) 또는 위정당(位正當)이라고 한다. 양이 자기가 있어야 할 자기 자리에 있다는 말이다. 이효․사효․상효의 자리는 음효의 자리이다. 음이 그의 자리에 있게 되면 이 또한 위정(位正) 또는 위정당(位正當)이라고 한다.
반대로 양이 음의 자리에 있거나 음이 양의 자리에 있으면 위부정(位不正) 또는 위부당(位不當)이라고 한다. 위정당은 좋은 것이고 위부당은 나쁜 것이다. 그러나 위부당은 사람의 인격과 능력이 그의 직위나 지위에 미치지 못하면서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것도 해당된다. 자기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데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 일은 바르게 되지 않는 것이고 오히려 화를 부르기도 하는 것이다.
상괘와 하괘의 가운데 효를 중위(中位)라고 한다. 오효에 양이 있거나 이효에 음이 있으면 그것은 위정(位正)이면서 위중(位中)이어서 좋은 것이다. 대성괘의 상괘와 하괘는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하괘 초효는 상괘 초효와, 하괘 이효는 상괘 이효와, 하괘 삼효는 상괘 삼효와 짝으로서 서로 간에 감응하는 관계이다. 그 짝의 관계가 둘이 다 양이거나 음이면 서로 맞지 않고 갈등 관계가 된다. 이런 관계를 적응(敵應) 또는 불응(不應)이라고 한다. 적대관계이거나 서로 등 돌리고 사는 관계인 것이다. 그러나 짝의 관계가 한쪽은 양이고 한쪽은 음이면 화합하는 관계이다. 이런 관계는 정응(正應)이라고 한다. 위부정(位不正)이면서 정응이면 점괘에서는 처음에는 좋아도 후반에는 나쁘다.
여섯 개의 효가 서로 이웃한 효끼리 음양으로 이웃하고 있으면 비(比)라고 한다. 서로 친하게 지내면서 돕는 관계라는 말이다.
하나하나의 효는 구체적인 상황이기도 하고, 사람이 지켜야 할 법도이기도 한 것이다. 『주역』 64괘의 효는 모두 384효인데 그중에서 양효가 192개, 음효가 192개로서 음양이 동수이다.
하나의 대성괘는 하나의 괘로만 보지 않고 내호괘(內互卦)와 외호괘(外互卦)로 보기도 한다. 내호괘는 2효부터 5효까지를 하나의 소성괘로 보는 것이고, 외호괘는 3효부터 5효까지를 또 하나의 소성괘로 보는 것이다. 그러므로 하나의 대성괘 속에 두 개의 소성괘가 들어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4) 현대와 64괘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신화는 당시의 신화작가, 신화편집자들의 작품이다. 고대는 신이 지배하던 신의 시대였으므로 신화작가나 신화편집자가 지어 쓴 신화는 절대적 사실로 믿어졌다.
그러나 현대에도 신화 속의 신들의 이야기를 사실로 믿는 사람이 있는가? 현대에도 그 신들은 실재하는 신들로 믿으며 그 신들에 매달려 그 신들을 연구한다면 그런 연구가 바른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현대에서는 신화 속에서 신은 버리고 오직 진리만 붙잡으면 되는 것이다.
현대에서의 『주역』 64괘도 이와 같다. 『주역』이 만들어진 지금으로부터 3,100여 년 전은 천제(天帝)가 우주 자연과 인간세계를 지배하던 시대였고 온갖 잡귀들이 들끓던 시대였다. 이런 신의 시대에 『주역』이 만들어진 것이다.
현대에도 천제가 우주 자연과 인간세계를 지배하고 있고 귀신들이 들끓고 있다고 사람들이 믿고 있는가? 현대에도 천제의 뜻을 알려고 정부에서 점을 치는가? 현대의 점은 가물거리는 들불과 같은 민간신앙에 불과하다. 현대는 신이 지배하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신이 지배하는 시대가 아닌데 점을 쳐서 신의 뜻을 알 필요가 있겠는가? 그렇다면 신의 뜻을 알 필요가 없으므로 점서로서의 『주역』은 의미가 없지 않은가? 그러므로 점치는 책으로서의 『주역』은 현대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단지 유가의 경전으로서만 존재하는 것이다.
현대에 『주역』이 단순히 점치는 책이 아니라면 64괘는 필요가 없다. 단지 경문만이 필요할 뿐이다. 그러므로 독단적으로 64괘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오히려 경전으로서의 의미를 훼손하는 것이다. 현대에 와서는 64괘는 신화 속의 신들과 같은 존재가 된다. 그리고 64괘는 자연현상이 아니다. 8괘를 인위적으로 결합하여 64괘를 만들어서 그 하나하나의 괘에서 성인들이 진리를 찾아낸 것이다. 그러므로 64괘는 단지 진리의 형상으로 바라보아야만 하는 것이다.
3. 주역 철학의 근원(根源)
1) 태극론(太極論)
『주역』 「계사전」 상(上) 11장에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주역에는 태극이 있는데, 그 태극이 양의를 낳았고 양의가 사상을 낳았으며 사상이 팔괘를 낳았다(易有太極, 是生兩儀. 兩儀生四象, 四象生八卦.)” 이에 대한 체계를 도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주역』 경문에는 태극이라는 말이 없는데 『주역』에 태극이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공자께서는 만물의 근원이나 천지자연의 근원 등 불가지(不可知)의 존재에 대해서는 말씀하신 일이 없다. 인식이나 경험 밖에 존재하는 초월적 존재에 대해서는 한 번도 언급하신 일이 없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공자님은 태극을 말하신 일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주역』 「계사전」에서도 태극이 어떤 것인가를 말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태극이 어떤 존재인지를 확실하게 알 수가 없다.
그러면 『주역』에 태극이 있다고 한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아마도 하늘(天)을 말한 것 같다. 즉 천(天)이라는 존재의 철학적 표현이 태극인 것 같다. 고대 중국인들의 관념 속에서 하늘은 막연하고 아득한 존재였지만 이 세상을 지배하는 존재였고 천지 만물의 근원이기도 하였기 때문이다.
이같이 태극이라는 말의 뜻은 태초(太初)부터 존재하는 천지 만물의 근원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태극으로서의 하늘은 초월적 존재로서의 하늘이다. 그리고 태극에서 양의(兩儀)가 나왔다고 하였다. 양의라는 말은 두 개의 형체(形體)라는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두 개의 형체는 음(陰)과 양(陽)을 말하는 것이다. 음과 양은 무형의 존재로서의 음양이고 그 음양 안에 기(氣)가 들어있다.
양의(兩儀) 곧, 음과 양이 사상(四象)을 낳았다고 하였다. 주역경문에도 사상이라는 말이 없고 계사전에서도 사상이 무엇인가를 말하지 않았다. 사상은 태양(太陽)・태음(太陰)・소양(少陽)・소음(少陰)이라고만 말하였을 뿐 그것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에 대한 말은 없다. 아마도 태양은 순양(純陽)이고 태음은 순음(純陰)으로 생각된다. 그러므로 사계절로 말하면 태양은 여름과 같은 존재이고 태음은 겨울과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소양은 음보다 양이 많은 존재이고 소음은 양보다 음이 많은 존재라고 생각된다. 그러므로 사계절로 말하면 소양은 봄과 같은 존재이고 소음은 가을과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천체(天體)로 말하면 해는 태양이고, 달은 태음이며, 오성(五星: 금성・목성・화성・수성・토성)은 소양이고, 온갖 작은 별들인 신(辰)은 소음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으로 말하면 순전한 남성은 태양이고,
작가 소개
지은이 : 강연희
1938년에 전북 고창에서 출생하여 성균관대 법과를 졸업하고, 서울 가톨릭 신학대학과, 한국신학대학 대학원에서 수학하였다. 이후 성공회 신학대학을 졸업하고 성공회 강남교회, 강화도 온수리교회 등에서 관할사제로 시무하였다.은퇴 후 세상과의 인연을 멀리하고 은둔 생활을 하면서 동양철학, 서양철학 연구와 집필에 열중하시다가, 2020년 3월 어느 날, 전라남도 장성군내 실버센터에서 홀연히 고독사 하였다.기존의 저서로는 1993년에 출간(다산글방)된 『빈손 빈마음』과 2009년 번역․해설(신아출판사)한 『노자 도덕경』이 있고, 유고 작 『광야로 간 사제』(2021년 도서출판 人)가 있다.그밖에 유고로 남긴 『논어』, 『주역』, 『장자』는 현재 ‘강연희 신부 전집 간행위원회’에서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목차
추천글
한암(寒庵) 역·해 『주역』 해제 곽신환 _ 4
시대 정신을 성찰한 한암의 주역 해설서 이명권 _ 13
머리말 강연희 _ 17
제1부
주역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기본 이론
1. 주역이란 어떤 책인가? _ 27
2. 8괘와 64괘 _ 40
3. 주역철학의 근원 _ 54
4. 서법(筮法)과 상수역(象數易) _ 64
제2부
주역경문(周易經文)
1. 주역상경(周易上經)
1) 건위천(乾爲天 ) _ 76
2) 곤위지(坤爲地 ) _ 100
3) 수뢰준(水雷屯 ) _ 114
4) 산수몽(山水蒙 ) _ 122
5) 수천수(水天需 ) _ 129
6) 천수송(天水訟 ) _ 136
7) 지수사(地水師 ) _ 143
8) 수지비(水地比 ) _ 150
9) 풍천소축(風天小畜 ) _157
10) 천택리(天澤履 ) _ 164
11) 지천태(地天泰 ) _ 171
12) 천지비(天地否 ) _ 179
13) 천화동인(天火同人 ) _ 186
14) 화천대유(火天大有 ) _ 193
15) 지산겸(地山謙 ) _ 199
16) 뇌지예(雷地豫 ) _ 205
17) 택뢰수(澤雷隨 ) _ 212
18) 산풍고(山風蠱 ) _ 218
19) 지택임(地澤臨 ) _ 224
20) 풍지관(風地觀 ) _ 230
21) 화뢰서합(火雷 ) _ 236
22) 산화비(山火賁 ) _ 243
23) 산지박(山地剝 ) _ 249
24) 지뢰복(地雷復 ) _ 255
25) 천뢰무망(天雷无妄 ) _ 262
26) 산천대축(山天大畜 ) _ 269
27) 산뢰이(山雷 ) _ 276
28) 택풍대과(澤風大過 ) _ 283
29) 감위수(坎爲水 ) _ 289
30) 이위화(離爲火 ) _ 296
2. 주역하경(周易下經)
31) 택산함(澤山咸 ) _ 304
32) 뇌풍항(雷風恒 ) _ 311
33) 천산둔(天山遯 ) _ 318
34) 뇌천대장(雷天大壯 ) _ 324
35) 화지진(火地晉 ) _ 331
36) 지화명이(地火明夷 ) _ 338
37) 풍화가인(風火家人 ) _ 345
38) 화택규(火澤 ) _ 352
39) 수산건(水山蹇 ) _ 359
40) 뇌수해(雷水解 ) _ 365
41) 산택손(山澤損 ) _ 371
42) 풍뢰익(風雷益 ) _ 378
43) 택천쾌(澤天 ) _ 385
44) 천풍구(天風 ) _ 392
45) 택지췌(澤地萃 ) _ 399
46) 지풍승(地風升 ) _ 406
47) 택수곤(澤水困 ) _ 412
48) 수풍정(水風井 ) _ 419
49) 택화혁(澤火革 ) _ 425
50) 화풍정(火風鼎 ) _ 432
51) 진위뢰(震爲雷 ) _ 439
52) 간위산(艮爲山 ) _ 446
53) 풍산점(風山漸 ) _ 452
54) 뇌택귀매(雷澤歸妹 ) _ 460
55) 뇌화풍(雷火 ) _ 468
56) 화산여(火山旅 ) _ 475
57) 손위풍(巽爲風 ) _ 482
58) 태위택(兌爲澤 ) _ 489
59) 풍수환(風水渙 ) _ 496
60) 수택절(水澤節 ) _ 502
61) 풍택중부(風澤中孚 ) _ 508
62) 뇌산소과(雷山小過 ) _ 515
63) 수화기제(水火旣濟 ) _ 522
64) 화수미제(火水未濟 ) _ 529
제3부
주역십익(周易十翼)
1. 계사전상(繫辭傳上) _ 539
2. 계사전하(繫辭傳下) _ 584
3. 설괘전(說卦傳) _ 632
4. 서괘전(序卦傳) _ 658
5. 잡괘전(雜卦傳) _ 6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