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흔히 도가의 핵심 문헌으로 『도덕경』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노자』에 대해 다층적인 읽기를 시도하는 책이다. 『노자』는 간결하면서도 함축적인 문장으로 인해 엄청난 비의를 감추고 있는 책으로 여겨졌고, 그런 이유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누군가는 『노자』의 아포리즘 속에서 삶의 지혜를 얻기도 하고, 누군가는 유가와 다른 ‘무위’의 정치철학을 읽어내기도 하며, 구체적인 통치술을 구하기도 한다. 또 누군가는 병법의 요체를 『노자』에서 발견하는가 하면 누군가는 평화주의와 생태주의의 단초를 찾아내기도 한다. 이 책 『독학자를 위한 노자 읽기』는 후대에 이렇게 다채롭게 해석되어 온 『노자』를, 대표적인 판본과 주석들 간의 차이를 상세히 살피면서 더 깊고 넓게 이해하기 위한 시도이다. 지금 우리가 읽고 있는 대표적인 판본이자 주석인 왕필(王弼)의 주석본을 비롯하여, 하상공주와 상이주와 같은 주석들, 그리고 백서본과 죽간본 등 왕필이 본 판본과 차이가 있는 판본들을 원문을 들어 상세하게 살피면서, 『노자』가 비의를 담고 있는 신비한 문헌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형성되어 왔고 현실과 밀착해서 해석되어 온 ‘역사적 문헌’임을 밝히고자 했다.어떤 저작이든 저자가 있고 독자를 상정한 다음 독서행위가 작동한다는 전제에서 볼 때 『노자』는 희한한 책이다. 『노자』는 저자를 알 수 없다. 저자로 추정하는 노자는 ‘늙은이’라는 보통명사일 가능성이 크다. 설사 노자를 누구라고 특정한다 해도 『노자』라는 책을 설명하거나 이해하는 데 별 도움이 안 된다. 저자를 안들 저술과 별 관련이 없기에 저자가 숨었다고 할 수 있다. 『논어』와 비교해 보면 이 말뜻이 곧 드러난다. 『논어』를 읽으면 공자가 어떤 사람인지 그의 라이프 스타일에서 감정 습관과 기질, 인격까지 한 인간의 많은 모습을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런 면에서 『노자』는 저자가 안 보이는 저작이다.
‘도가도, 비상도; 명가명, 비상명’(道可道, 非常道 ; 名可名, 非常名)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해 보자. 『논어』는 첫 글자가 학(學)이어서 읽는 이가 배울 준비를 하면 그에 상응하는 가르침을 준다. 독자는 『논어』가 제시하는 배움의 단계를 따라 전진할 수 있다. 『노자』는 어떠한가. 『노자』의 첫 글자는 도(道)다. 도를 배우려 독자는 단단히 마음먹지만 노자는 도를 설명하지 않는다. 노자는 처음부터 도라는 궁극의 언어를 가져왔다. 그럼에도 대뜸 도는 임시로 이름 붙인 것일 뿐[道可道] 실체가 아니라고 한다.
‘도경’과 ‘덕경’의 분류는 편의적인 게 아니다. 상하편으로 나눈 것은 충분한 이유가 있는데 도경은 언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포괄적으로 던지고 시작한 데서 감지할 수 있듯 추상적이고 개념적인 글이 주류다. 덕경으로 불리는 하편은 도경에 비해 실천적인 면이 강해서 통치철학과 관련해 읽을 수 있는 부분이 대다수다. 왕필본이 도경을 앞에 두었다는 점은 그의 관심이 어디 있는지를 가늠케 한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최경열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서 한문학을 공부했습니다. 곡부서당(송양정사松陽精舍)에서 서암(瑞巖) 김희진(金熙鎭) 선생님께 한문을 익혔습니다. 한림원과 민추(현 고전번역원)에서도 한문고전을 읽었습니다. 영어도 부지런히 읽는 편이라 운이 닿아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UPenn)에서 방문학자로 책을 읽었습니다. 넓게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중국고대 한나라 이전 선진(先秦)시대 저작을 두루 읽고 있습니다. 다양한 담론이 쟁명(爭鳴)하는 모습이 장관이라 글읽기가 흥미롭습니다. 사회교육단체인 <파이데이아>와 <인문학당 상우>에서 여러 선생님들과 매주 동양고전을 읽고 있습니다. 저서로 『기록자의 윤리, 역사의 마음을 생각하다 : 문학으로서의 『사기』 읽기』가 있으며, 『당시 300수』를 공역했고 일본의 유학자 이토 진사이(伊藤仁齊)의 저서 『논어고의』(論語古義), 『맹자고의』(孟子古義), 『동자문』(童子問) 등을 번역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