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너는 (큰글자도서)
바람의아이들 / 김이정, 이경혜, 이성아, 이경화, 부희령, 김혜진, 임태희, 박형숙 (지은이) / 2020.07.30
28,000
바람의아이들청소년 문학김이정, 이경혜, 이성아, 이경화, 부희령, 김혜진, 임태희, 박형숙 (지은이)
아동청소년 전문출판사 ‘바람의 아이들’의 단편모음집 시리즈 다섯 번째 책. “이미 청소년 소설을 낸 적이 있거나 그런 적은 없지만 청소년 소설을 잘 쓸 수 있을 것 같거나 혹은 쓰고 싶어 하는 작가들” 여덟 명이 각기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여덟 편의 작품 속에 ‘내게 주파수를 맞춰 봐’라는 라디오 방송이 공통적으로 자리잡고 있다.
매일 저녁 여덟 시, 1814㎒의 주파수를 타고 흐르는 라디오 방송, ‘내게 주파수를 맞춰 봐’는 디제이 지민과 은파랑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주 청취자는, 이 시간대의 라디오 방송이 대개 그렇듯, 청소년이다. 그 시간에 아이들은 교실이나 독서실에서 목하 시험공부 중이고,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고, 어딘가에서 간식을 먹고 있는 중이고, 친구들과 어울려 시시껄렁하게 농담을 주고받는 중이다.
해는 져서 어두운데 모두들 어딘가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는 시간. 그들 주위로는 있는 듯 없는 듯 라디오 소리가 들려온다. 수많은 아이들이 똑같이 맞춰놓고 있는 라디오 주파수는 그 아이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하나의 단면이 되고자 한다.제5회 바람단편집을 펴내며
박형숙 17번째 계단과 18번째 계단 사이
김이정 굿 이브닝 식스틴
이경혜 그가 떨어뜨린 것
이성아 엄마는 괜찮을까
김혜진 질문의 시간
부희령 여느 날과 그다지 다르지 않지만 조금은 다를 뻔했던 날
임태희 네 얘길 들려줘
이경화 가은이의 선택큰글자도서 소개
리더스원의 큰글자도서는 글자가 작아 독서에 어려움을 겪는 모든 분들에게 편안한 독서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책 읽기의 즐거움을 되찾아 드리고자 합니다.
바람단편집, 그 다섯 번째 이야기 『그 순간 너는』
‘바람단편집’은 아동청소년 전문출판사인 ‘바람의 아이들’에서 지속적으로 펴내고 있는 단편모음집 시리즈로,『그 순간 너는』은 그 다섯 번째 책이자『깨지기 쉬운, 깨지지 않을』(바람단편집3)에 이은 두 번째 청소년 소설이다. 그런데 “이미 청소년 소설을 낸 적이 있거나 그런 적은 없지만 청소년 소설을 잘 쓸 수 있을 것 같거나 혹은 쓰고 싶어 하는 작가들” 여덟 명이 모여 펴낸 이 작품집에는 아주 색다른 시도가 담겨 있다. 각기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여덟 편의 작품 속에 ‘내게 주파수를 맞춰 봐’라는 라디오 방송이 공통적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
우리는 모두 각자 다른 곳에서 다른 일들을 하고 사는 모르는 사람들
매일 저녁 여덟 시, 1814㎒의 주파수를 타고 흐르는 라디오 방송, ‘내게 주파수를 맞춰 봐’는 디제이 지민과 은파랑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주 청취자는, 이 시간대의 라디오 방송이 대개 그렇듯, 청소년이다. 그 시간에 아이들은 교실이나 독서실에서 목하 시험공부 중이고,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고, 어딘가에서 간식을 먹고 있는 중이고, 친구들과 어울려 시시껄렁하게 농담을 주고받는 중이다. 해는 져서 어두운데 모두들 어딘가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는 시간. 그들 주위로는 있는 듯 없는 듯 라디오 소리가 들려온다. 수많은 아이들이 똑같이 맞춰놓고 있는 라디오 주파수는 그 아이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하나의 단면이 될 수 있을까? 단편집『그 순간 너는』의 작가들은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눈치빠른 사람이라면 이미 알아챘겠지만, 사실 1814㎒라는 주파수는 없다. 당연하게도 ‘내게 주파수를 맞춰 봐’라는 라디오 방송 역시 없다. 주파수와 프로그램명, 진행자들까지 순전히 가상으로 만들어진 이 방송은 이 작품집의 여덟 작가들이 “평범한 아이들의 평범한 일상”을 이야기하기 위해 나눈 최초의 악수와도 같은 것이다. 그리고 중간고사가 끝난 4월 말, 어딘가에서 자기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고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 여덟 편이 라디오 주파수를 타고 흐른다.
그 순간 너는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었니?
박형숙의「17번째 계단과 18번째 계단 사이」와 부희령의「여느 날과 그다지 다르지 않았지만 조금은 다를 뻔했던 날」. 이성 친구에 대한 기대와 실제, 언제나 어긋나고 마는 외사랑과 짝사랑, 하긴 어른들에게도 도통 어렵기만 한 연애가 아이들에게라고 쉬울 리 없다. 어른이 되기 위한 계단 하나하나 사이에는 얼마나 많은 고비가 기다리고 있는 걸까. 김혜진의「질문의 시간」과 임태희의「네 얘길 들려줘」는 아주 사소한 의견대립, 혹은 아주 조그만 정서적 균열이 만들어내는 난처한 상황을 이야기한다. 친구끼리 솔직하게 묻고 답하는 것이 좋다거나 이따금 진지한 얼굴로 문제를 더듬어 볼 필요가 있다거나 하는 가르침은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온몸을 부딪쳐가며 스스로 터득해가야 할 뿐.
그런가 하면, 김이정의「굿 이브닝 식스틴」과 이성아의「엄마는 괜찮을까」는 다소 문제적인 상황을 그리고 있다. 늦은 저녁 경찰차 뒷자리에 올라탄 여자애들이나 이제 막 패싸움에 끼어들기 위해 교실을 박차고 나가는 남자애. 언제나 그렇듯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아이들 저 너머에 존재한다. 가정불화나 부실한 가계 상황, 장바닥 구경꾼처럼 불필요한 참견을 일삼는 학부모회 같은 것. 이경혜의「그가 떨어뜨린 것」과 이경화의「가은이의 선택」이 처한 문제는 보다 심각하다. 자살 시도와 가정 붕괴, 출구도 없이 캄캄한 어둠 속에 있는 아이들이 의지할 데라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뿐이다. 그리고 라디오를 통해 전해져 오는 멀리 있는 누군가의 간절한 호소, 그 누군가는 바로 옆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 순간 너는』에서 MP3와 라디오는 작가들이 포착해낸 십대들의 상징이자 작품 속 인물들이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자신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거는 건강한 소통방식이다. 시시한 이야기와 비슷비슷한 음악으로 채워진 라디오 방송은 바람처럼 구름처럼 흘러가 버리는 듯하다가도, (「그가 떨어뜨린 것」에서 같은 병실을 쓰는 두 남자아이가 라디오를 통해 내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처럼) 어느 순간 놀라운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아마도 십대들의 이야기를 몇 가지 주제로 분류하고 다 아는 척하는 것은 무례한 일일 것이다. 그러니까 어쩌면, 라디오를 듣듯, 잠자코 지켜보면서 이따금 귀담아 들어주는 것만이 우리가 할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 순간, 너는』의 여덟 작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렇게 『그 순간, 너는』은 한 출판사와 여덟 작가들이 1년 반 동안 나눈 ‘청소년 소설’에 대한 좀더 깊고 진지한 고민의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