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보름달 뜬 밤, 흔들리는 노란 불빛. 제대로 된 요리를 완성했을 때에만 문을 여는 달토끼 식당. 어느 날, 달토끼들은 깊은 산속에서 자연산 구멍을 발견하고, 여드레 밤낮 동안 구멍청을 완성한다. 첫 손님을 기다리던 늦은 밤, 몸집 작은 곰돌이가 식당 문을 열고 들어오는데…. 마음속 깊은 구멍을 정성껏 달여 만든 달토끼 식당의 특별한 한 그릇. 백희나의 《구멍청》은 지친 존재에게 거창한 해결책 대신, 다정한 작은 해소를 건넨다. 당신의 구멍은 무엇인가. 잠시 숨을 고르고, 달토끼들이 정성껏 차려낸 구멍청 한 그릇 앞에 앉아 보자.
출판사 리뷰
‘아…… 한동안은 잊고 살 수 있을 것 같아.’당신의 ‘구멍’은 무엇인가요?
달토끼들이 정성껏 구멍청을 달여 드립니다.
#마음속 구멍을 조용히 어루만지는 백희나 신작, 《구멍청》#지친 존재에게 건네는 달토끼 식당의 특별한 한 그릇#작은 해소, 조용한 위안, 잠깐의 숨 고르기#깊고 깊은 구멍으로 달인 한 그릇이, 오늘 당신의 빈자리를 조용히 어루만집니다.
“삶에서 한 번쯤 만나는 구멍을 애써 피하지 않고, 다정히 들여다보고, 천천히 어루만지며 때로는 작은 해소로, 따뜻한 온기로 채우고 싶었다.” _백희나
보름달 뜬 밤, 흔들리는 노란 불빛. 제대로 된 요리를 완성했을 때에만 문을 여는 달토끼 식당. 어느 날, 달토끼들은 깊은 산속에서 자연산 구멍을 발견하고, 여드레 밤낮 동안 구멍청을 완성한다. 첫 손님을 기다리던 늦은 밤, 몸집 작은 곰돌이가 식당 문을 열고 들어오는데…마음속 깊은 구멍을 정성껏 달여 만든 달토끼 식당의 특별한 한 그릇. 백희나 신작 《구멍청》은 지친 존재에게 거창한 해결책 대신, 다정한 작은 해소를 건넨다. 당신의 구멍은 무엇인가. 잠시 숨을 고르고, 달토끼들이 정성껏 차려낸 구멍청 한 그릇 앞에 앉아 보자.
“그날 밤, 달토끼들은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구멍청』은 백희나 작가가 떠올린 이 한 줄에서 시작됐다. 『달샤베트』의 달토끼들이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지구에 더 머물기로 했다면 어땠을까. 그날 밤, 달토끼들은 배가 고팠고, 문을 연 식당은 없었다. 그래서 직접 식당을 차리기로 한다. 입체가 된 달토끼들은 한층 더 생생하고 능청스럽다. 어쩐지 지구살이를 제법(?) 겪은 얼굴들이다. 이 식당, 참 별나다. 아무 때나 문을 열지 않고, 제대로 된 요리가 완성된 밤에만 문을 연다. 음식값은 돈이 아니라, 더는 입지 않는 헌 옷. 옷 갈아입기를 좋아하는 달토끼들에게 헌 옷은 꽤 괜찮은 아이템이다. 이 이상한 거래는 묘하게 다정하다. 헌 옷은 한때 누군가의 몸을 감싸던 것이고, 지나온 시간의 흔적을 품는다. 더는 입지 않는 옷을 내주고, 구멍청 한 그릇을 받는 일은 어쩌면 오래 묵은 마음의 무게를 조금 내려놓는 제법 그럴듯한 거래가 아닐까. 이 책에서 달토끼들은 신비로운 요리사이자 다정한 관찰자다. 거기에는 요란한 위로도, 과장된 충고도 없다. 그저 제 방식대로, 정성껏 달이고, 빻고 쪄서 조용히 한 그릇을 내줄 뿐. 그들의 고요하고 이상한 식당이 궁금한가. 이제 당신이 『구멍청』 한 그릇을 받아 볼 차례다.
구멍을 오래 달여 만든, 그 맛과 효능이란
구멍으로 ‘청’을 만든다니! 이보다 더 엉뚱하고 그럴듯한 비법이 있을까. 달토끼들이 찾아낸 재료는 나물도, 과일도, 곡식도 아니었다. 뜻밖에도 만질 수 없는 ‘구멍’이다. 그것도 저절로 난 자연산 구멍만 쓴다. “깊고도 깊어 짙은 빛깔을 머금은 구멍이야말로 참으로 훌륭한 구멍”이란다. 조청이 곡식을 고아 만든 청이라면, 구멍청은 구멍을 고아 만든 청이다. 구멍은 대개 곤란하다. 옷에 나면 꿰매야 하고, 양말에 나면 민망하고, 길에 나면 위험하고, 마음에 나면 헛헛하고 쓸쓸하다. 얼른 막거나 외면할 구멍을 그들은 피하지 않고, 오히려 살피고, 귀히 여기며, 정성껏 달인다. 참으로 달토끼다운 노동이며, 꽤 믿음직한 처방이다. 그렇게 완성된 구멍청은 막힌 속을 시원하게 뚫어 주고, 허전한 마음을 뭉근히 데운다. 구멍청은 조청처럼 진득하고 은은한 단맛이 나겠으나 먹는 이의 마음에 따라 그 맛은 조금씩 다를 것이다. 달떡이 하늘의 음식이고 구멍청이 현실의 깊은 어둠에서 길어 올린 음식이라면, 이 요상한 조합은 어쩌면 단짠에 가깝지 않을까. 삶이 마냥 달기만 해서는 제맛이 나지 않으니 말이다. 구멍청의 효능은 꽉 막힌 마음을 풀어 주는 쪽에 가까울 것이다. 물론, 한 그릇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리 없다. 그러나 적어도 잠시 동안 그것들을 내려놓을 수는 있다. 굳이 채우려 애쓰지 않아도 되는 순간, 그저 마음이 느슨하게 풀어지는 그 정도의 여유. 그런 한 그릇이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곰돌이, 돌보는 이들의 얼굴
제법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달토끼 식당을 찾아온 손님은 몸집 작은 곰돌이다. 아기 주인 곁에 있어야 할 곰돌이가 어쩐 일로 여기까지 온 것일까. 그는 묻지도 않은 말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다. 아기 주인은 깊이 잠들었고, 악몽을 꾸지 않도록 잘 달래어 재워 두고 왔다고, 앞으로 한두 시간은 괜찮을 것 같다고. 그도 그럴 것이, 살뜰히 돌보는 존재를 두고 나왔으니, 마음이 영 편치 않을 터. 곰돌이의 작은 몸집, 간절한 눈빛, 엉킨 털을 보고 있노라면 누군가를 돌보느라 지친 그 얼굴이 자꾸만 겹쳐 보인다. 아기를 돌보는 양육자, 아프거나 나이 든 이를 보살피는 가족, 때로는 매일을 성실히 살아 내느라 정작 자신은 돌보지 못한 우리 자신인 것만 같다. 돌봄은 고귀하지만, 고단하다. 사랑해도 허기가 남고, 성실하게 하루를 채운 뒤에도 마음 한구석이 비어 있을 때가 있다. 아기 주인을 달래고, 지키고, 재우느라 미뤄 둔 ‘쉼’이 결국 곰돌이를 이곳까지 데려왔을 것이다. 그래서 곰돌이는 곁을 지키는 모든 이들의 얼굴을 닮았다. 자기 삶의 많은 부분을 바깥으로 내주느라, 자기 마음에 난 구멍은 쉽게 들여다보지 못했던 이들 말이다. 곰돌이가 달토끼에게 묻는다. “꿀하고 비슷한 맛이겠지요?” 달토끼가 답한다. “생각하기에 따라서?” 그 맛은 먹는 이의 마음에 따라 달라지는 맛이다. 달토끼들은 부지런히 떡을 빻고 쪄서 곰돌이의 허기를 받아 준다. 구멍청을 달떡과 함께, 따끈한 차와 함께 먹는 곰돌이는 그동안의 허기와 말하지 못한 그리움까지 함께 삼키는 듯하다.
『구멍청』에는 거창한 해결책은 없다. 다만 구멍청 한 그릇으로 인한 잠깐의 쉼이 우리를 다시 요만큼 살게 할 뿐이다. 그 쉼 끝에 곰돌이는 한 뼘쯤 자란 듯하다. “그럴 리가요.” 하고 쑥스럽게 웃지만, 독자는 안다. 마음은 작은 해소만으로 자랄 수 있다는 것을.
백희나의 손맛, 구멍청
『구멍청』은 작은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연극과 같은 인상을 준다. 등장인물의 눈빛과 표정, 작은 몸짓 위로 작가 특유의 문체가 겹치며, 미묘하고 섬세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백희나의 캐릭터들은 매끈하거나 예쁘기만 한 존재가 아니다. 어딘가 닳고 헤진 듯, 그 불완전함 속에 삶의 결이 배어 있다. 『구멍청』의 달토끼들 역시 그렇다. 화려한 헌 옷을 바꿔 입고, 제법 수상한 비법을 품은 채, 제 방식대로 살아가는 얼굴들이다. 그에 비해 곰돌이는 그리 특별할 것 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먼지 앉은 헝클어진 털, 간절하게 젖은 눈빛, 절제된 표정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 속에 누군가를 돌보고, 또 오래 견뎌 낸 시간이 찬찬히 배어 있음을 알게 된다. 『구멍청』의 등장인물들, 달토끼 식당과 깊은 산속 배경은 장면마다 생생하게 살아 있다. 작가는 배경을 찾아 산속을 헤매고, 어린 시절 비닐우산과 세발자전거로 포장마차를 만들던 기억을 떠올리며 달토끼 식당의 골격을 세우고, 천막을 씌웠다. 직접 만든 달떡과 그릇, 오래된 미니어처로 세간살이를 채우고, 수일 동안 구멍산과 바위를 만들고, 인형을 빚고, 옷을 지었다. 그 손끝의 시간이 장면마다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인물의 클로즈업이나 구성 장면 또한 매우 독특하고 인상적이다. 달떡을 찧는 달토끼들의 분주함은 마치 작은 무대 위에 펼쳐지는 군무처럼 보인다. 한껏 풀어진 곰돌이의 변신, 엷게 번지는 곰돌이의 미소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특히, 이번 책에는 화려한 디자인 요소를 배제하고, 이야기의 결, 캐릭터의 내면세계, 깊은 밤의 분위기에 충실하고자 했다. 꾸미거나 덧입히기보다, 스케치의 결 그대로, 장면 연출의 공기 그대로를 온전히 책 안에 담아냈다. 표지에 쓰인 다소 거친 마분지의 펄프 감과 섬유질도 이 감각을 이어 간다. 손으로 빚은 세계를 직접 만지고, 곰돌이의 털을 쓰다듬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것은 독자를 이야기의 무대로 조용히 끌어들이는 장치다. 매끈한 포장보다는 다소 거칠고 따뜻한 손길의 위로처럼.작가가 직접 손으로 그리고 써 내려간 부록도 『구멍청』의 즐거운 볼거리다. 달토끼들만이 간직한 ‘구멍청 비법서’, ‘요리 채집도’, 숨겨진 달토끼 식당 광고 전단까지. 어딘가 이상하고 오묘한 이 장치들 속에는 독자가 또 한 번 이야기 안으로 건너갈 수 있는 작은 단서들이 숨어 있다. 그러니 책장을 넘기다 구석에 숨어 있는 전단 하나, 비법서 한 줄도 놓치지 말 일이다.
“한동안은 잊고 살 수 있을 것 같아”
곰돌이의 이 짧은 한마디가 『구멍청』이 건네는 가장 정직한 메시지 아닐까. 구멍청은 모든 걸 해결해 주는 마법의 음식이 아니다. 한동안은 괜찮을 힘을 건넬 뿐이다. 잠시의 숨 고르기와 온기. 그 정도로도 우리는 다시 살아간다. 누군가를 돌보며 살고 있는가. 무언가를 견디며 살고 있는가. 『구멍청』이 조용히 당신에게 속삭인다. 잠시 쉬어 가도 괜찮다고, 모든 걸 바꾸려 애쓰지 말라고. 한동안 버틸 힘만 얻어도 충분하다고. 자, 당신의 구멍은 무엇인가. 당신의 구멍청은 어떤 맛인가.

작가 소개
지은이 : 백희나
“삶을 더 달콤하게 만드는 건 언제나 이야기였다.” 그림책 작가. 2020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 문학상을 받았습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구름빵》 《달샤베트》 《어제저녁》 《삐약이 엄마》 《장수탕 선녀님》 《꿈에서 맛본 똥파리》 《이상한 엄마》 《알사탕》 《이상한 손님》 《나는 개다》 《연이와 버들 도령》 《알사탕 제조법》 《해피버쓰데이》 《Bitter sweet story: Bird cake》 《구멍청》 등이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baekheena 수상2025 BBCK ‘한국에서 가장 즐거운 책’ 선정 — 『해피버쓰데이』2024-2025 사서와 교사가 직접 선정한 ‘책씨앗’최고의 책 — 『알사탕 제조법』2024 제22회 예스24 올해의 책 — 『알사탕 제조법』2023 이탈리아 프레미오 안데르센상 ‘올해의 책’ — 『알사탕』2023 제3회 용아문화대상 수상2022 보스턴 글로브 혼북 명예상 수상 — 『달샤베트』2020년 아스트리드 린그드렌 추모상 2018 제11회 MOE 그림책서점 대상 수상 — 『알사탕』2013 제3회 창원아동문학상 수상 — 『장수탕 선녀님』2012 제53회 한국출판문화상 수상 — 『장수탕 선녀님』2005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픽션 부문 ‘올해의 작가’ — 『구름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