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엄마 아빠가 헤어진 뒤 엄마랑 살고 있는 테오. 서로 경쟁적으로 더 멋진 것에 태워서 테오를 유치원에 보내주려는 엄마 아빠. 아빠의 스포츠카로 시작된 경쟁은 소방차, 캥거루, 로케트까지 동원되고 급기야 아빠는 테오에게 궁전을 사주겠다고 말합니다. 점점 마음이 무거워진 테오는 좋은 해결책을 생각해내기에 이릅니다.
헤어진 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이에게 필요한 건 물질적인 ‘선물’이 아니라 그래도 여전히 다정한 부모의 모습이라는 것을 새삼 일깨워주는 책입니다. 이 책에는 색깔을 입힌 테오와는 달리 엄마, 아빠가 선으로만 표현되어 있어서 테오의 외로운 마음이 그대로 전달됩니다.
출판사 리뷰
시시한 부모가 되고 싶지 않아_아이의 마음을 더 얻으려는 부모의 심리, 끝날 줄 모르는 자존심 대결
우리나라도 이혼 뒤의 풍속도가 많이 달라졌다. 예전 같으면 부부 당사자들 문제에 빠져 아이들은 뒷전이었다. 그래서 한쪽 부모와 사는 것이 결정되는 순간부터 다른 부모의 역할은 무시되거나 또 포기하거나 하였다. 요즘에는 다행스럽게도 아이와 눈을 맞추며 부모의 상황을 최대한 납득시키려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혼 뒤에도 정기적으로 아이를 만나는 날을 정해서 부모 역할을 다하려는 부모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주인공 테오도 엄마 아빠가 헤어진 뒤 엄마와 단 둘이 살고 있는 아이다. 아빠를 정기적으로 만나는 날은 목요일이다. 목요일을 빼곤 날마다 엄마가 테오를 자전거로 데려다 준다. 그런데 어느 목요일, 아빠는 멋진 스포츠카를 몰고 와서 테오를 유치원까지 데려다 주게 된다. 테오는 신이 나서 “지붕이 없는 스포츠카 정말 좋아요.”라고 엄마한테 자랑을 한다. 그런데 이 말에 엄마는 자존심이 상해서 다음에는 오토바이를 가져와서 테오를 태워준다.자전거나 태워주는 시시한 엄마로 비쳐지는 게 싫었던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엄마 아빠의 선물 경쟁은 점점 더 엄청난 것으로 변해 간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테오에게 서로 잘 보이려고 엄마 아빠가 가지고 온 물건들이 차례차례 보여진다. 그래서 날마다 자전거로 유치원에 가던 테오는 소방차, 양탄자도 타게 되고, 캥거루와 함께 유치원에 가기도 한다. 경쟁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로케트까지 동원되더니, 급기야 아빠는 테오에게 궁전을 사주겠다고 한 것이다. 엄마도 이에 지지 않고 잠수함을 구해오겠다는 약속을 하기에 이른다.
테오는 처음에 신나하던 것과 달리 점점 지쳐간다. 결국 테오는 좋은 해결책을 생각해낸다. 엄마 아빠의 경쟁은 끝이 보이지 않으니 아침에 유치원에 데려다 주는 일을 차라리 할머니한테 부탁하는 것이다. 엄마 아빠한테는 저녁에 자기를 데리러 와달라고 하는데, 아무것도 가져오지 말라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이 책은 헤어져 사는 부모들이 각자 아이의 마음을 더 얻으려는 심리를 과장되게 보여주고 있다. 또 서로 자존심을 굽히지 않고 끝까지 싸우는 부모, 그 사이에서 점점 불안하고 외로워지는 아이의 마음을 고스란히 표현해내고 있다.
아무것도 가져오지 마세요_부모의 선물 경쟁에 지쳐가는 테오, 해결책을 내놓다.
엄마 아빠가 엄청난 선물을 가져올 때마다 테오의 뒤를 따르는 물건들도 하나씩 늘어간다. 처음에 유치원 갈 때는 예쁜 가방을 메고 좋아하는 곰돌이 인형만 있었다. 그런데 다음에는 오리인형이 같이 타더니, 회전판 장난감, 증기기관차, 공, 쿠션, 그리고 블럭까지 함께 따라간다. 뒤따라가는 물건들이 하나씩 늘어가는 상황을 반복적으로 보여줌으로써 테오의 마음이 점점 무거워지고 있음을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테오가 “정말 최고로 멋져요.” “정말 좋아요.”라고 말하는 것이 더는 말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테오의 무거운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독특한 그림 스타일에서도 테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데 색깔을 입힌 테오와는 달리 엄마 아빠는 선으로만 표현되어 있다. 그래서 어린 아이지만 오롯이 서 있는 테오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으면서도 조금은 세상과 분리되어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결국 테오는 악몽을 꾼다. 테오 혼자만 아주 특별한 걸 타고 다니다가 다른 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하는 꿈이다. 다른 아이들은 유치원에 갈 때 씽씽이를 타거나 걸어서 갔던 것이다. 테오는 꿈에서 깨자마자 좋은 해결책을 생각해낸다. 아침에 유치원에 데려다 주는 일은 할머니한테 부탁하고, 오후에 데리러 오는 일은 엄마 아빠한테 부탁하는 것이다. 물론 어떤 물건도 가져오지 말라고 하면서. 마지막 장면에서 엄마 아빠의 한 손씩을 잡고 집으로 가는 테오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 보인다. 테오는 진심으로 말한다. “이제 정말 좋아요.”
그러나 이 책은 섣불리 어떤 교훈을 주려고 억지스런 해피엔딩을 만들지 않는다. 엄마 아빠가 재결합해서 다시 화목한 가정을 꾸린다든지, 또 그랬으면 하는 바람도 나타나 있지 않다. 엄마 아빠가 자존심을 내세우면서 선물 공세를 퍼붓던 과정 속에서 테오의 마음, 그 자체를 보여줄 뿐이다. 꿈꾸는 듯한 그림으로, 짤막하고 반복되는 글로 말이다. 그래서 그런 갈등이 해결되고 나서 테오는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딱 거기까지다. 부모가 따로 살게 되더라도 서로 미워하지 않고, 부모로서 아이의 손을 함께 잡아줄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이혼 가정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고 부모라면 누구라도 기본적으로 해 주어야 할 일일 것이다.
작가 소개
저자 : 클레이어 징거
독일 뮌헨에서 태어났고 독문학을 공부했어요. 10년 전부터 아동과 청소년, 또 어른을 위한 책을 쓰고 있어요. 지금은 아들과 함께 이탈리아에 살면서 아이들의 마음을 잘 이해해주는 아름다운 책을 쓰고 지낸답니다.
그림 : 아네테 뢰더
1968년 독일 뮌헨에서 태어났어요. 건축을 공부했지만 지금은 동화책의 삽화가로 더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지요. 아네테 뢰더의 그림은 순진무구한 아이들의 표정이 밝은 색채감으로 잘 표현되어 있어요.
역자 : 유혜자
스위스 취리히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공부했어요. 그렇지만 벌써 20년째 독일말을 우리 글로 옮기는 번역 작업을 하고 있지요. 『아빠는 성을 사주신대요』처럼 어린이의 마음을 잘 표현해 놓은 책을 번역할 때 보람을 느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