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터지지 않은 채 여기저기 흩뿌려진 폭탄이 라오스 땅에만 약 8000만 개. 인도차이나 전쟁은 끝난 지 오래지만 불발탄은 여전히 '오늘의 문제'다. 라오스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유은과 관택은 불발탄 피해 지역을 오가다 탄피로 만든 숟가락을 마주한다. 그리고 거기서 평화의 가능성을 본다. 책은 생명을 앗아가는 무기를 녹여 생명을 잇는 지극히 일상적인 도구로 재창조해 내는 라오스 사람들의 삶 이야기다.
그들이 보여 주는 평화의 과정은 잔잔하지 않고, 매끈하지 않으며, 혼란하고 지지부진하다. 매일 밥 지어 먹는 행위가 그러하듯. 그러나 그 제자리걸음 같은 하루들과 그것을 채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면, 당신도 분명 새로운 자리에 이르게 될 것이다.비단 외국어뿐일까? 같은 나라에서 동일한 언어를 쓴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나에게 익숙한 방식, 관습, 말투, 단어만을 고수한 채 낯선 타인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면 상대의 말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소음으로 들릴 뿐이다. 대화를 하다가 서로 말이 통한다 싶을 때 ‘주파수가 잘 맞는다’라고 표현하지 않던가. 라디오 주파수가 달라서 전혀 들리지 않았던 소리를 듣고자 나의 가청 주파수를 넓히는 노력, 그 노력으로 인해 그동안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는 소리를 처음에는 ‘지지-직’ 하는 소음과 함께 듣게 되고, 점차 선명한 음질로 들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리에게 활기와 편안함을 선물했던 이곳 타켁은 이렇게도 서글픈 역사와 분노의 날을 품고 있었다. 순간, 제주가 떠올랐고, 광주가 떠올랐다. 언젠가 ‘아시아’라는 지역에 관한 강의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때 강사가 “‘아시아’는 지리적인 지명에 대한 명칭이 아니라, 참혹한 식민과 전쟁의 역사를 공유하고 있는 공동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한국 땅 곳곳에 식민의 잔재와 전쟁의 상처가 남아 있는 것처럼 아마도 아시아 어디를 가더라도, 특히 라오스 어디를 가더라도 오늘과 같은 참혹한 역사의 진실을 마주하게 되지 않을까 짐작해 본다. 앞으로 우리는 더욱 다양한 지역과 도시를 탐방할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도시의 풍광이나 여타의 정보들이 아닌, 그 밑에 흐르고 있는 역사의 상처를 무엇보다 먼저 살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2021년 한 해만도 불발탄으로 인해 죽거나 다친 사람이 63명이나 된다. 워낙 라오스 전역에 산발적으로 묻혀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농사일을 하거나 장작을 태우는 등 일상적인 활동을 하다가 변을 당한다. 피해자 상당수는 어린이들인데, 숲에서 놀거나 낚시를 하던 아이들이 작은 공 모양의 고철을 발견하고는 그것이 폭탄인 줄 모르고 가지고 놀다가 사고를 당하는 것이다. 사용하는 언어가 달라 정확한 정보를 접하기 어려운 소수민족 마을도 피해가 잦다. 불발탄 사고 예방교육이 라오스 곳곳에 필요한데 여전히 교육과 정보의 양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래서 이번 불발탄 사고 예방교육과 같은 청년들의 활동이 큰 의미가 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정유은
라오스 사완나켓을 기반으로 교육문화 활동과 지역 공동체 프로젝트를 이어 가고 있습니다. 라오스 곳곳을 오가며 사람들의 삶과 기억, 불발탄 피해 지역의 이야기와 평화의 가능성을 기록합니다.
지은이 : 이관택
라오스 사완나켓을 기반으로 교육문화 활동과 지역 공동체 프로젝트를 이어 가고 있습니다. 라오스 곳곳을 오가며 사람들의 삶과 기억, 불발탄 피해 지역의 이야기와 평화의 가능성을 기록합니다.
목차
프롤로그
1부. 발견 Discovery
탕말라이, 라오스어를 통해 건너는 길
파파야 샐러드가 두 개의 이름을 갖게 된 이유
만나서 반갑습니다, ‘인디학당’
라오스국립대학교의 작은 교실에서
동남아에 적응을 못 하셨네요
이름이 적힌 초대장
2부. 기록 Documentary
라오스의 북부, 풍요로운 공존의 공간
그날, 타켁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코끼리의 고향, 사이냐부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루앙프라방은 더 넓고 깊다
변화를 도모하는 공간과 사람들
3부. 연결 Communication
버리캄싸이에서 피어난 작은 불꽃
천국이라 불리는 도시 사완나켓
씨엥쿠앙에서 만난 것
후아판, 사람이 사는 마을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4부. 동행 Companion
다음 단계는 어디에서 시작될까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발견하기, 기록하기, 연결하기
낯선 고난은 없다
이것은 혼란의 문제입니다
에필로그
부록: 라오스 불발탄 관련 정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