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홀연히 사라져버린 어린 날 친구와 초록빛 모자를 쓴 여자의 등장을 통해 삶의 균열과 기억을 호출하는 사회파 SF 경장편소설 『초록빛 모자를 쓴 여자』. 오컬트 스릴러 『드리머』로 주목받은 모래 작가의 작품으로, 고블 씬북 열일곱 번째 책이다. 소도시에서 옷 가게를 운영하는 석희의 현실과 멸망 이후 세계를 살아가는 유나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새로운 서사 구조를 만든다.
SNS 연재 소설 「초록빛 모자를 쓴 여자」를 읽던 석희가 오래전 친구 완규를 떠올리듯, 작품은 과거와 현재, 현실과 허구를 교차시킨다. 액자식 구성을 통해 리얼리즘과 SF를 결합하고, 젠더 이분법 사회의 폭력성을 비판적으로 드러내며 다른 세계의 가능성을 상상하게 한다. 외모와 성별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는 세계를 향한 질문이 서사의 중심을 이룬다.
초록빛 모자를 쓴 여자는 유나를 “자매”라 부르며 다가오고, 석희의 일상에도 스며든다. 작품은 가난과 외모, 젠더 디스포리아 등으로 소외된 존재들을 ‘괴물’로 표상하며, 정상과 비정상 사이의 경계를 흔든다. 사라져가는 존재들을 다시 호명하고, 혐오와 폭력에 맞서는 문학의 힘을 보여준다.
출판사 리뷰
홀연히 사라져버린 어린 날 사랑했던 친구와
어느 날 나를 찾아온 초록빛 모자를 쓴 여자
고블 씬북 열일곱 번째 책
『드리머』 모래 작가의 강렬한 사회파 SF 경장편소설
『초록빛 모자를 쓴 여자』
우연히 사이비 종교 교주의 수첩을 손에 넣은 네 친구가 몰락해가는 과정을 그린 오컬트 스릴러 장편소설 『드리머』로 사랑받았던 모래 작가가 경장편소설 『초록빛 모자를 쓴 여자』로 돌아왔다. ‘짧지만 강고한 소설 시리즈’ 고블 씬북의 열일곱 번째 책이다.
‘석희’는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고향으로 돌아와 시장통에서 작은 옷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손님 없는 가게에서 컵라면을 먹으며 석희는 「초록빛 모자를 쓴 여자」라는 소설을 읽는다. 이는 몇 년 전 SNS에 연재되었던 것으로, 작성자는 룸살롱에서 일한다는 ‘마담O’라는 닉네임을 가진 여성이다. 우주에서 온 괴수 나무 바이러스에 감염된 바이라마들이 사람들을 잡아먹는다는 세상. 인류는 거의 멸망했고,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황폐한 사막의 작은 마을에서 착취당하며 살아가는 소녀 ‘유나’가 있다. 유나의 꿈은 얼른 돈을 벌어 마을을 떠나는 것이다. 그런 유나의 앞에 초록색 모자를 쓴 의문의 여자가 나타난다. 석희는 그 이야기를 읽으며 무슨 이유에서인지 자꾸만 오래전 연락이 끊긴 친구 ‘완규’를 떠올린다. “원숭이 대신 나무들이 진화했어야 해.” “식물은 여자도 남자도 없대.” “나무는 이 세계의 축이야”라고 말하며 이따금 코를 훌쩍이던 완규, 부침 많던 고교 시절 함께 세상을 멸망시키는 상상을 하면서도 여자와 어린이, 동물 들은 살아남아야 한다는 주장을 끝까지 굽히지 않았던 완규를.
『초록빛 모자를 쓴 여자』는 소도시 ‘인산’에서 옷 가게를 운영하는 석희의 이야기와 ‘새모이마을’에서 살아가는 유나의 이야기가 액자식 구성을 취하는 메타 소설이다. 슬프고도 아름다운 서사를 통해 젠더 폭력과 혐오에 대해 날선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다. 바깥 이야기인 석희의 서사에서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리얼리즘 소설의 양식으로 젠더 이분법적인 사회의 폭력성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SF소설로 쓰인 내부 이야기 유나의 서사를 통하여서는 독자로 하여금 다른 세계를 상상하게 한다. 사람을 외모와 성별로 판단하지 않는 세상을, 우리 모두가 서로의 자매임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나무 같은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세계를. 이 작품을 뛰어난 사회파 SF소설이라 할 수 있는 이유다. 이 세상의 거대하고 폭력적인 구조에 균열을 내고 모든 혐오에 맞서는 문학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이 이야기를 펼친 모든 손에 축복 있으라
이 이야기를 보는 모든 눈에 축복 있으라.”
우리의 자매 됨을 자각케 하는
괴물들의 노래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유나를 “자매”라고 부르며 친근하게 말을 거는 초록빛 모자를 쓴 여자. 어느 날 석희의 옷 가게에 찾아와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이어가는 초록빛 모자를 쓴 여자. 석희는 여자가 이만 가주었으면 하면서도 차마 말하지 못하고, 유나는 여자가 낯설고 불편하지만 어쩐지 자꾸만 그리운 느낌이 든다. “여자를 따라가 그 눈을 다시 들여다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다.
작가는 인도에서의 수행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좀처럼 적응하지 못했던 2020년경에 초록빛 모자를 쓴 여자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군대가 변희수 하사를 거부하고 트랜스여성인 A 씨의 여대 입학이 좌절되었던” 때, “트랜스여성인 지인이 끝내 다른 일을 찾지 못하고 성매매 산업에 유입되는 걸 봤던 때이기도 하다.” 가난, 매력적이지 않은 외모, 젠더 디스포리아 등으로 소외되었거나 도무지 세상에 발붙일 수 없는 사람들의 이미지는 이 작품 속에서 ‘괴물’로 표상된다. 그리고 작품은 ‘자매’라는 호명을 통하여 우리를 정상과 비정상, 괴물과 비괴물로 구분 짓는 경계를 허문다. 그리고 사라져가는 사람들을 다시 한번 이 땅 위에 단단히 붙들어놓는다.
그렇다. 우리는 언젠가 구원자처럼 찾아올 초록빛 모자를 쓴 여자를 기다릴 수 있다. 혹은 스스로 초록빛 모자를 쓰고 마음이 아프고 괴로운 누군가를 향하여 찾아갈 수도 있다. 우리 모두는 “반란의 씨를 품고 있는 존재들이고, 서로에게 구원자”이며, “나에 대한 사랑을 품고, 나를 찾아올 너”이기 때문이다. 냉혹한 현실 앞에 선 사람들, 상처받았거나 외로운 사람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대한 애정과 소망을 놓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이 책 읽기를 권한다. 자매들은 결코 죽지 않는다. 자매들은 떠나지 않는다. 늘 여기에 있다. 이 세상이 늘 망할 듯 말 듯하면서도 결코 망하지 않고 이제까지 이어지는 이유는 여전히 우리가 함께이기 때문이다.
파놉티콘에 수용된 수감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항상 자신을 감시하고 있을 교도관의 시선 때문에 규율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하지 못하다가 점차 이 규율권력을 ‘내면화’해 스스로 자신을 감시하게 된다. “감시는 보편적이었고 영구했으며 포괄적이었고”, 이러한 의미에서 파놉티콘은 감시의 원리를 체화한 “자동기계”였다. (…) “건축물과 기하학적 구조를 제외하고는 다른 물리적 도구 없이 파놉티콘은 직접적으로 개개인에 작동하며, 정신이 정신에 가하는 권력행사인 것이다.”
파놉티콘은 공장제 생산이 보편적 생산양식으로 자리를 잡아가던 산업혁명 초기에 등장했다. 새뮤얼 벤담의 작업장은 마치 죄수와 다를 바 없는 러시아 농노 출신의 노동자들을 소수의 엔지니어가 효율적으로 감시하기 위해 고안되었고, 제러미 벤담의 감옥으로서의 파놉티콘은 노동을 통해 수감자들의 영혼에 규율을 심어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파놉티콘은 공장제 생산이 보편적 생산양식으로 자리를 잡아가던 산업혁명 초기에 등장했다. 새뮤얼 벤담의 작업장은 마치 죄수와 다를 바 없는 러시아 농노 출신의 노동자들을 소수의 엔지니어가 효율적으로 감시하기 위해 고안되었고, 제러미 벤담의 감옥으로서의 파놉티콘은 노동을 통해 수감자들의 영혼에 규율을 심어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모래
환생 보험 사업이 활개를 치는 근미래 사회를 그린 블랙 코미디 단편 「우리의 오리와 그를 찾는 모험」(『우리한텐 미래가 없어』 수록)으로 작품 발표를 시작했다.사학과 여성학을 공부했고, 석사 논문으로 「성적 환상으로서의 야오이와 여성의 문화능력에 관한 연구」를 썼다. 인도에서 명상을 하며 사 년을 보냈다. 단체 활동가, 국책 연구소 연구원, 전시관 교육 기획자, 대학 교직원, 요가 선생, 가게 점원, 쇼핑몰 사장, 이런저런 잡글을 쓰는 아르바이트를 했다.기억, 영성, 빈부, 젠더, 동물에 대해 질문 혹은 농담을 던지는 글을 쓰고자 한다. 사이비 종교 교주가 남긴 마력의 수첩을 둘러싼 오컬트 호러 장편소설 『드리머』, 사이보그 보모 할머니에 대한 추억을 그린 SF 단편 「로바」(『글리치 엑스 마키나』 수록), 갱년기가 닥친 촉수괴물 외계공주 이야기 「변신」(『영원히 행복하게, 그러나』 수록)을 썼다.
목차
【초록빛 모자를 쓴 여자】 1화. 나를 달로 날아가게 해줘
인산의 장사 잘 안되는 옷 가게에서 손님을 구함. 식물형 괴물, 동물형 괴물, 심해에서 온 괴물, 우주에서 온 괴물, 다른 차원에서 온 괴물 모두 다 앗싸리 대환영!
【초록빛 모자를 쓴 여자】 2화. 내가 별들 사이에서 춤추게 해줘
나는 숲의 꿈을 꾸고, 나무에는 괴물들이 영글어간다. 그 괴물들은 이 우주의 좆 같은 신들이 아니다
【초록빛 모자를 쓴 여자】 3화. 목성과 화성의 봄이 어떤지 내게 보여줘
천국은 영원하지 않다. 그래서 너는 이제 돈은 좀 벌었니?
【초록빛 모자를 쓴 여자】 4화. 그러니까, 내 손을 잡아달라는 말이야
이 이야기를 펼친 모든 손에 축복 있으라, 괴물들이 노래한다
작가의 말
참고 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