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근대화와 문명화라는 시대적 이상 속에서 만들어진 ‘미’와 이를 표상하는 이미지로서 ‘미인’ 그리고 전통적 가치관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미인’을 ‘제조’하기 시작한 ‘근대’ 조선의 시대상을 담은 책이다. 대중 매체가 출현하며 근대화의 가치관과 함께 미와 미인 담론이 형성되기 시작한 19세기 후반부터 2차 세계대전으로 대부분의 매체가 폐간된 1940년대 전반까지 조선을 중심으로 동아시아에서 공유된 미인관을 살펴본다. 또한 일상과 문화 전반에서 공유되던 보편적 미의식과 시대적 이념을 재구성하기 위해 신문과 잡지, 삽화, 사진, 영화, 광고 등 다양한 근대 매체를 통해 대중적 미인상을 논한다.
근대 미인의 계보를 밝히는 일은 근대가 추구했던 이상과 문명화의 기준을 밝히고, 나아가 한국 근대화 양상을 파악하는 가장 미적인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전통 시대의 미의식과 마찬가지로 근대 미인상 역시 미의 서구화 속에서 제조되고 공유되었다는 점에서 한국, 나아가 동아시아의 근대를 보여 주는 문화적 지표가 될 것이다. 시대에 따라 변모하는 이상과 미의식을 추적하며 이를 통해 제조된 근대의 미인들을 만나 보자.
출판사 리뷰
신문과 잡지, 삽화, 사진, 영화, 광고 등
다양한 근대 매체를 통해 살펴본 근대 동아시아 ‘미인’
근대화와 문명화라는 시대적 이상 속에서 만들어진 ‘미’와 이를 표상하는 이미지로서 ‘미인’ 그리고 전통적 가치관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미인’을 ‘제조’하기 시작한 ‘근대’ 조선의 시대상을 담은 책이다. 대중 매체가 출현하며 근대화의 가치관과 함께 미와 미인 담론이 형성되기 시작한 19세기 후반부터 2차 세계대전으로 대부분의 매체가 폐간된 1940년대 전반까지 조선을 중심으로 동아시아에서 공유된 미인관을 살펴본다. 또한 일상과 문화 전반에서 공유되던 보편적 미의식과 시대적 이념을 재구성하기 위해 신문과 잡지, 삽화, 사진, 영화, 광고 등 다양한 근대 매체를 통해 대중적 미인상을 논한다.
근대 미인의 계보를 밝히는 일은 근대가 추구했던 이상과 문명화의 기준을 밝히고, 나아가 한국 근대화 양상을 파악하는 가장 미적인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전통 시대의 미의식과 마찬가지로 근대 미인상 역시 미의 서구화 속에서 제조되고 공유되었다는 점에서 한국, 나아가 동아시아의 근대를 보여 주는 문화적 지표가 될 것이다. 시대에 따라 변모하는 이상과 미의식을 추적하며 이를 통해 제조된 근대의 미인들을 만나 보자.
미인 제조 시대, 근대
미인은 당대의 전형적 이데올로기를 몸에 새긴 여성상으로, 시대적 가치관과 미의식 속에서 제조되었다. 근대 초기 부국강병과 민족 자강의 시대 의식 속에서 미와 미인은 식산흥업 혹은 건강한 국민 양성이라는 국가적 가치로 수렴되며, 위생과 건강이라는 서구의 가치를 통해 신체를 다듬는 방식으로 체화되었다.
미인은 근대 매체를 통해 호명되고 시현됨으로써 대중성을 확보했고, 문명과 근대를 체현한 여성상의 등장과 자유연애라는 새로운 사회 풍조 속에서 미의 가치는 일반 여성에게 보편화되었다. 또한 소비문화 속에서 미인의 신체는 자본이자 개인의 재산으로, 여성의 사회 진출을 통해 확산되었다.
미인 제조는 문명과 근대의 권력관계를 미의 가치로 포장했다. 식민지 조선은 제국 일본을 선망하며 일본 여성을 동경하는 식민주의적 미의식을 학습했으며, 이는 일본제 화장품 광고의 도상과 문구에서 노골적으로 표출되었다. 근대 여성들은 미의 서구화에 가치를 두고 서양 여배우를 동경하는 동시에 일본의 미적 식민주의에 맞춰 자기 몸을 제조했다. 여성의 외모는 전통과 근대 혹은 내지와 식민지를 구분하는 기준이었고, 그 외모를 통해 신분 상승의 욕망이 발현되었다.
근대 조선의 광고 속 미의식과 미인상을 제조한 가장 큰 흐름은 일본식으로 만들어진 서구적 미감이었다. 달걀형 얼굴에 극단적으로 큰 눈과 작은 입을 배치한 모습은 당시 가장 대중적 미인상이었다. 또한 할리우드 영화가 유행하면서 서구적 미인상을 표방한 배우의 사진과 도안이 유포되었으며, 이들과 같은 미인이 되기 위해 몸에 변형을 가하는 적극적 미인 제조의 움직임도 나타났다.
이러한 당대 미인상들은 모두 남성에 의해 여성으로 대상화되고 제조되었다는 점이 공통적인데, 이는 사회를 주도하던 성별이 판단 주체로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근대기 신여성에 의해 발화되기 시작한 여성 해방의 목소리가 아직 주류화되지 못한 상황에서 남성의 인식이 곧 사회의 평가로 통용되었으며, 이에 대한 반론의 여지는 극히 미미할 수밖에 없었다. 근대 여성 대부분은 남성의 시각과 평가를 체득하고 내면화했으며, 이는 여성이 스스로 자신의 몸과 정체성에 주목하게 되면서 더욱 심화되었다. 미인에 관한 사회적 관심과 더불어 여성들이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근대적 여성미를 체현하고자 했듯이, 남성의 평가와 여성의 선망도 동시에 제조되고 전개되었다고 할 수 있다.
미인 대회, 미의 기준이 되다
미의 기준을 정하고 평가하려는 시도는 지역과 시대를 넘어 끊임없이 존재했으며 그것은 ‘미인 대회’라는 이름으로 불려 왔다. 근대 조선에서 세 차례 개최된 미인 대회는 그 대상과 선발 방식은 달랐지만, 여성의 신체를 바라보는 시대적 변화, 즉 미를 수치화하고 계량할 수 있다는 서구적 미의식을 바탕으로 전개된 조선의 근대화와 그 체화 양상을 보여 준다. 미인의 얼굴과 신체는 곧 그 문화권의 문명과 근대화의 정도를 측정하는 기준이었으며, 대표 미인은 근대의 표상으로서 심사받고 평가되었다. 이러한 미인 대회를 통해 외모 지상주의와 여성의 상품화가 전개된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는 여성의 사회 진출이 시작되던 시기로, 미인임을 공적으로 주지하는 것이 여성의 사회적 자기표현 수단이 되었다는 점에서 현대의 미인 대회와는 다른 맥락을 보여 준다.
미인 대회는 미의 기준을 실제로 적용한 예로, 근대 동안 문명화와 근대화라는 큰 목표 속에서 개최되었다. 그러나 미의 가치가 다원화된 현대에 이르면 난무하는 각종 대회와 다양한 심사 기준 속에서 이것이 얼마나 평가되고 정의되기 어려운 것인지를 역설적으로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미인이 유전자에 새겨진 본능이든 후천적 자질이든 간에, 근대의 미의식과 미인상은 분명 시대적 기준과 기호, 필요성에 의해 제조되었음은 확실하다. 시각 매체의 발달과 함께 커지는 이미지의 위력과 근대화의 흐름 속에서 조선은 근대 미의식과 미인상을 학습하고 구상했다. 외모가 경제·사회적으로 생존의 핵심 요인으로 부상하면서 형성된 현대의 외모 지상주의 역시, 근대 광고가 선전한 ‘미인 만능’의 권위 속에서 만들어진 담론의 산물이었다. 누구나 미인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음은 자명하며 그것을 규정하고자 하는 목표는 시대를 거치며 지속되어 왔다. 근대에 근대화, 문명화를 이루는 것이 곧 미인이 되는 것을 의미했다면, 오늘날에도 여성들은 현대화를 이루기 위해 미인이 되고자 노력한다. 이처럼 근대 조선이 감내해야 했던 다양한 외부의 조건들과 표방된 내부의 이상 속에서 형성된 ‘미인 제조’는 시대적 이념과 가치 속에서 형성되며 현대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지혜
경기대학교 미술경영전공 겸임교수. 건국대학교와 숙명여자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미술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아시아의 근대 시각 이미지에 관심을 두고 연구를 이어 가고 있다.함께 지은 책으로 《촉각의 미술관》, 《동아시아 미술, 젠더Gender로 읽다》, 《예술의 주체》, 《모던 경성의 시각문화와 일상》 등이 있다.
목차
prologue
1 미인 탄생
근대 이전의 미와 미인
근대 미와 미인의 등장
2 미인 조건
부국강병의 미인
이상적 근대 미인 신여성
소비문화의 미인 모던걸
3 미인 제조
식민지적 미인 제조
서구화된 미인 제조
미인의 신체 제조
미인의 표정 제조
4 미인 대회
미인 대회의 탄생
근대 미인 대회와 미인들
대표 미인과 근대 미인관
epilogue
주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