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노동문학관 50인 노동시집 『몸으로 시 한 편 썼네』가 ‘시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이 시집은 이 땅의 진정한 노동자 50인 시인들이 최저 시급 계약자, 소음성 난청에 시달리는 철근 노동자, 농약값과 자재값을 빼면 남는 건 나이뿐인 농부, 파도와 바람에 맞서 그물을 끌어올리는 어부 등 다양한 노동자의 삶을 담았다.또한 밤샘 노동 후 창백한 얼굴로 귀가하는 여공, 폭발사고로 유언조차 남기지 못한 광부, 산재 보상조차 받지 못하는 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인다. 노동자의 존엄과 당위를 지키려는 목소리가 담긴 이번 시집은 노동의 가치가 돈으로만 평가될 수 있는지, 열심히 일할수록 삶의 보람은 더 커지는지, 노동자들 간 차별 없는 세상은 가능한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책 머리에2025년! 1945년 우리 민족이 일제로부터 해방된 지 80년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민족의 남북 분단으로 인해 이 땅 남한 사회에선 ‘노동’ 용어를 북한 동조자 ‘빨갱이’ 용어로 동일시 매도, 금기시하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를, 일제 계승자 이승만 이후 다수 정치 권력자와 추종 세력들이 북한 적대 주적 개념을 전면에 내세운 기득권 사수 유지 통치를 하여, ‘스스로 알아서 일하는’ 개념의 <노동>을, ‘대가를 제시하는 타자의 요구에 의해 일하는’ 개념의 <근로>로 세뇌해 놓았기 때문이다.전 지구적으로 4차산업이 급속히 진행됨을 추산해 볼 때 머지않은 시일에, 현재 <노동>과 <자본 정치>로 대치하고 있는 인간은, 노동을 대변하는 <인간>과 자본 정치를 대변하는 <AI 로봇>으로 대치하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다. 아울러 AI 로봇에게 인간성을 탈취당한 인간은 노동의 소중함을 뒤늦게 자각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우리는, 우리의 후대들이 인간성을 되찾을 수 있도록 노동의 참된 가치와 얼을 부단히 심어 전해야 한다.노동문학관이 시인 50명의, 노동의 참된 가치와 얼을 심은 신작 시 50편을 담아 ‘50인 노동시집’ 『몸으로 시 한 편 썼네』를 펴낸다. 동참한 시인님들을 비롯해 기획위원으로 수고한 맹문재 시인님과 양문규 시인님, 출간을 위해 힘써준 ‘시와에세이’ 관계자님들께 감사드린다. 아울러, 지원을 아끼지 않은 <홍주문화관광재단> 관계자님들께 마음 깊이 감사드린다.2025년 7월 노동문학관장 정세훈
2025년 4월 1일나는 노숙했다시베리아 여행에서 입었던 패딩을 입고시베리아 여행에서 신었던 방한화를 신고 산별노동조합 동지들과 동지들 사이에서은박지를 깔고은박지를 덮고그날도 대한민국 봄밤은 시베리아 추위였다 내 앞에는 귓바퀴에 은색 핀을 꽂은투쟁가가 나오면몸을 마구 흔들어 대던 젊은 여자아이들 셋내 뒤에는 노동조합총연맹 간부내 옆에는 사회단체 대록학교 사무총장그 옆에는 소속이 없다는 평범한 중년 부인노숙 대오 좌우에는 사회단체와 노동조합과 농민 단체 깃발들대학생회와 진보정당 깃발들무대에는 대통령 파면 선고 촉구 현수막진주에서 올라왔다는 중학생 연사강원도에서 왔다는 대학생 연사전라도에서 올라온 여성 농민 연사 2025년 4월 1일안국동 사거리 안국빌딩 앞에서1990년대 초 박원순 변호사 주관으로미국 시민 운동사를 출근 전 공부했던 빌딩 앞에서은박지를 깔고은박지를 덮고나는 노숙했다―공광규 「나는 노숙했다」 전문
1갱 속에서 살아가던 광부들이안경다리 위에서 돌을 던진 일이며돌멩이가 그들의 유일한 무기였던 상황을나는 알지 못했다광부들이 불법 군인들에게 잡혀가밤낮없이 당한 고문은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2사북에서 일하던 아버지는 왜 그 일을 전해주지 않았을까? 울분이 끓어올랐지만공포에 압사당한 것이었을까?군인들의 강제 연행에 빠져동료들에게 미안해서였을까?언젠가 밝혀질 사건이라고 시간을 믿은 것일까?3어떻게 군인들이식은밥 같은 광부들을 연탄재처럼 짓밟을 수 있을까? 방패 하나 없는 그들을 막장보다 더 깊은 어둠에 가두고 고문할 수 있을까?4사북으로부터 먼 곳에 있는공단의 굴뚝을 바라보며실습 시간을 간신히 채우던 공고생은유언비어 같은 소문조차듣지 못했다광부들의 소금 같은 눈물도배고픔 같은 공포도도끼날 같은 분노도알지 못했다―맹문재 「팔십 년 사북 생각」 전문
작가 소개
지은이 : 노동문학관 50인
강상기 강영환 강태승 고 철 공광규구재기 기복진 김윤환 김이하 김인호김채운 김해화 김희정 맹문재 박관서박금리 박두규 박설희 박성한 박원희박철영 백무산 봉윤숙 섬 동 성희직신언관 양문규 양선규 여국현 유덕선유승도 유용주 유 종 윤중목 이강산이대흠 이원규 이정록 임 윤 장세현장우원 정세훈 정원도 조기조 조미희진영대 채상근 한종훈 황구하 황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