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정다연의 『여름 대삼각형』이 51번째 아침달 시집으로 출간됐다. 『내가 내 심장을 느끼게 될지도 모르니까』 『서로에게 기대서 끝까지』 『햇볕에 말리면 가벼워진다』이후 네 번째 시집이다. 2015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시인은 시와 산문을 통해 그간 단정한 언어와 감각을 선보여 왔다. 이번 시집은 여름밤 하늘을 수놓는 ‘대삼각형’ 별자리를 거닐며 사랑을 실천한다.‘대삼각형’ 별자리는 별 세 개(데네브, 알타이르, 베가)가 모여 만드는 선명한 삼각형으로, 뜨거운 계절의 낭만과 신비로움을 상징하기도 한다. 문학평론가 선우은실은 발문을 통해 “(모자라는) 말을 모자라게 씀으로써 사랑을 말하려고 하기에 대담하고, 사랑을 말함에 끊임없이 모자람의 상태를 드러내기에 과감하다”라며 ‘모자람’으로 넓혀 나가는 정다연 시의 무궁한 확장과 상상에 주목했다.여름밤 하늘에 피어난 대삼각형처럼 『여름 대삼각형』은 사랑의 다채로운 빛깔과 형태를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하며, 사랑은 뜨겁고 환히 빛나지만 때로는 익숙하면서도 조용히 숨겨진 별빛처럼 신중하고 겸손한 태도로 마주해야 함을 일깨운다.
출판사 리뷰
다정한 관찰자가 그려낸 언어의 다층적 점묘
또 다른 차원을 향한 조용한 질문
시와 산문을 통해 섬세한 관찰과 깨끗한 감각으로 주변을 살아가는 존재들에게 다정한 시선을 보내 온 정다연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여름 대삼각형』이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은 총 46편의 시를 3부로 나누어 담았다.
정다연의 시는 하나의 거대한 점묘화 같다. 팔레트에서 색을 미리 섞지 않고, 균일한 크기의 작은 원색 점들을 세심하게 찍어내어 전에 없던 새로운 색감을 만들어 낸다. 언어의 화폭 안에서 그의 대상들은 모두 균등하고 나란하며, 정돈된 시선으로 어떤 사실과 감정도 쉽게 단정 짓지 않는다. 발문을 쓴 문학평론가 선우은실은 정다연의 시를 “상상하는 대로 깊어지는 가능성”이라 표현하며, 시인의 시선과 관심, 그리고 일상 속 질문이 만들어내는 언어의 힘에 주목한다. “언어가 이미 저기 멀고 깊은 곳에서 우리를 끌어당기고 있”다는 말처럼, 그의 시는 독자를 무한한 상상의 공간으로 이끈다. 가까이서 보면 수많은 색점일 뿐이지만, 멀리서 보면 누군가에게는 암호로, 사랑으로, 어둠으로 읽히는 점묘화처럼 시인의 언어는 우리가 미처 알아채지 못한 다정한 관계와 은밀한 풍경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펼쳐 보인다.
누군가 사랑이 잘 뭔지 모르겠다고 하거나, 사랑에 빠지고 싶다고 한다면 정다연의 시를 건네고 싶어진다. 그의 시는 단어 그 자체보다 그 단어가 만들어내는 분위기와 감성에 힘이 있기 때문이다. 정다연은 서둘러 답을 내리지 않고, 오히려 질문을 던지며 사랑의 본질을 곱씹게 한다. 읽는 이로 하여금 저마다의 기억과 감정을 불러일으키게 하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여름 대삼각형’을 찾도록 이끈다. 화려한 수사보다 낮고 잔잔한 어조로, 그러나 결코 가볍지 않은 무게로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린다. 이 시집은 사랑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느끼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2부는 시집 제목과 같은 이름의 연작시 「여름 대삼각형」으로 시작된다. 1부가 주로 타인을 향한 관찰과 묘사에 집중했다면, 2부에서는 화자가 보다 직접적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태양, 별, 섬광, 암석, 빛과 어둠 등 광활한 우주를 연상시키는 이미지에서 출발해, 신화나 전설적 인물의 이름을 통해 별자리의 기원을 암시하기도 하며 폭발과 분출 속에서도 나와 너, 대상에 대한 탐구는 계속 이어진다. “사랑은 형벌을 앞지릅니다 두려움을 모르고 그르릉거립니다 막힘없이 바위를 뚫고 분출됩니다(「여름 대삼각형 ·2」” 삶이 마주치는 폭력과 무자비함 속에서도 시인은 사랑이 가져다주는 기쁨을 통해 ‘사랑만은 꺼지지 않고 우리를 데우는 힘’임을 암시한다. 사랑이야말로 모든 두려움을 넘어, 끝내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근원적인 힘인 것이다. 수록된 46편의 시를 읽다 보면, 꼭 곁에 누군가 함께 앉아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 이유는 단순히 언어 때문이 아니라, 한 편의 시가 풍기는 독특한 분위기와 결이 독자와 조용히 호흡을 맞추고 있어서다.
시인의 사랑은 비단 사람에게만 머물지 않는다. 평소 자연과 동식물에 대한 그의 깊은 애정은 이번 시집 곳곳에서도 은연중 드러난다. 특히 ‘나무’를 향한 시인의 시선은 특별하다. 한 그루의 나무가 자라나는 과정을 통해, 시인이 생각하는 사랑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 그는“이따금 물수건으로 그 잎들을 하나씩 닦”(「아주 개인적인 나무」)고, “토분을 깨 한 번의 분갈이를”하고, “몇몇 잎사귀가 녹슨 쇳빛을 띠며 마루로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도 “나무에게 꽃이 열릴 것을 기대하지 않고 체리나 복숭아 과육을 얻을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저 나무가 제 스스로 자라날 수 있도록 조용히 돌보며, 사랑하는 기쁨을 느낀다. 대상이 스스로의 힘으로 최선을 다할 수 있게, 기대나 바람을 덜어낸 채 더 많은 가능성을 상상하며 지켜본다. 이렇듯 자연과 만물에 대한 시인의 사랑은 그를 다정한 관찰자로 만든다. 그의 상상은 이 섬세한 관찰에서 비롯된다. 실제 그는 혼자서 이곳저곳을 다니길 즐기면서도, 길에서 마주치는 모든 존재에게 깊은 관심을 기울인다. 그러면서도 함부로 탐하거나 독점하지 않고, 언제나 예의를 잃지 않는다. 사랑마저도 소유가 아니라 존중과 배려로 실천하는 것, 그것이 시인이 체득한 사랑의 방식이다.
『여름 대삼각형』은 사랑을 단순한 감정의 표현으로만 그리지 않는다. 사랑을 통해 ‘나’라는 존재를 끝없이 탐색하고,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아의 경계를 다시 묻는다. 별빛처럼 멀리서 빛나면서도, 가까이 다가가면 더 깊고 은밀한 표정을 드러내는 시편들 안에는, 사랑을 향한 조용한 질문과 나 자신을 향한 섬세한 성찰이 겹겹이 겹쳐 있다. 사랑은 결국 타인을 향한 것이면서도, 동시에 나를 알아가는 길이기도 하다. 시인은 그 길 위에 서서 서두르거나 단정 짓지 않고, 묻고 기다리고 관찰하며 천천히 걸어간다. 그렇게 빚어진 이 시집은, 독자들에게도 사랑과 자아, 그리고 정체성의 본질을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여름밤 하늘의 대삼각형처럼, 이 시집 또한 우리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아 우리가 누구인지, 무엇을 사랑하고 있는지를 다시 묻는 빛이 되어줄 것이다.
잠든 너에게 가장 이로운 자세는
내가 움직이지 않는 것
숨소리가 아주 작아졌으면 해 가까이서도 들리지 않을 만큼
감긴 눈꺼풀 너머로 네가 보고 있는 것
이렇게 두 눈을 감으면
부드럽고 여린 막이 날 감싸고 있는 것 같아
세상이 피바다로 보이지 않고
나의 일부를 깨뜨리고 나가고 싶을 만큼 따뜻해 보여
―「잠든 너의 면」 중에서
너에게 어떤 근사한 걸 줄지, 멈추지 않고 꿈꾸는 사치를 누릴게
―「사치」 중에서
불 끈 사람의 마음을 알고 싶어서 오늘은 불을 켜지 않기로 했습니다
어두운 화장실에서 샤워하고 양치했어요 얼굴이 보이진 않았지만 따뜻한 수증기가 피부를 감싸주었습니다
쓸쓸할 줄 알았는데 편안했어요
―「불 켠 사람」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정다연
2015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내가 내 심장을 느끼게 될지도 모르니까』 『서로에게 기대서 끝까지』 『햇볕에 말리면 가벼워진다』와 산문집 『마지막 산책이라니』 『다정의 온도』 등이 있다.
목차
1부
히치하이커
호더
세입자
파과
호흡법
빛 헤엄
지폐
잠든 너의 면
사치
부재중 전화
부재
석영희
창문을 열면 적막이 흘러가요
불 켠 사람
2부
여름 대삼각형·1
여름 대삼각형·2
여름 대삼각형·3
여름 대삼각형·4
여름 대삼각형·5
여름 대삼각형·6
여름 대삼각형·7
여름 대삼각형·8
여름 대삼각형·9
셀프포트레이트
아주 개인적인 나무
여름 장마 검은 구름
Stair Dust Corners
야광충
세계의 첫 독자
3부
매일의 사랑
표범
물컵
눈보라
현장
생크림
트렁크
여기에 오고 싶었어요
벌루닝
대화천
순록
미래의 얼굴
전망
담수 폭포
연락
미라도르
이파리는 레이스처럼 펼쳐진
관다발로 엮인 접시
발문
모자라는 말 - 선우은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