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1610년대 조선을 무대로 오직 좋은 음식과 흥미로운 사건만을 탐하는 허균의 기상천외한 수사 활극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음식의 재료는 물론 향신료까지 구분할 정도로 뛰어난 미각을 지녔고, 파직당해 유배 가는 길에도 소고기부터 찾는 남다른 먹성의 소유자 허균. 그의 앞에 기이한 사건과 죽음이 속속 모습을 드러낸다. 유사한 상흔을 지닌 시신들, 그리고 죽은 이의 위장에서 발견된 도리옥 관자. 이 사건에 생각지 못한 거물이 연관되어 있음을 직감한 허균은 거대한 음모를 막기 위한 절체절명의 모험에 오른다.조선 제일의 식탐과 특유의 방탕함 때문에 함정에 빠지는 허균이지만 비상한 머리와 날카로운 추리로 위기를 타개하며 사건을 추적해나간다. 허균이 조선 최초의 미식서 《도문대작》을 집필할 만큼 미식을 좋아했다는 역사적 사실은 소설 안에서도 드러난다. 시체 앞에서도 결코 꺾이지 않는 식욕과 팔도 음식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색다른 웃음을 자아내며 ‘음식이 삶이자 자존심이며 인간의 영혼’ 자체인 허균의 캐릭터에 흠뻑 빠져들게 한다.매일 반복되는 일상처럼 보이면서도 조금씩 달라지는 사람과 사람들. 그리고 그 사이에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갈등과 그 갈등을 없애기 위해 일어나는 모든 헛된 시도들. 그것은 눈을 크게 뜨고 귀를 활짝 열어야만 보이고 들리는 것이다. 일상과 같은 옷을 입으려 노력하는 그것들을 우리는 어쩌면 사건이라 불러도 좋으리라. 사소하고 작은 일들이 겹쳐져 중요하고 커다란 ‘사건’이 되는 그 연쇄 작용을 역순으로 풀어 진상을 알아내는 일에 그는 조금은 미쳐 있었다. 〈1장. 탐할 탐(貪)에 바를 정(正)〉
상흔이 드러나지 않았음에도 정황으로 보아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에 물을 뿌린 뒤 총백, 즉 파의 흰 뿌리를 찧어 넓게 펴 바르고 식초에 담가두었던 종이를 위에 덮어준다. 그래도 상처가 잘 보이지 않는다면 백매실을 찧어 짓이긴 후 덮어두면 상흔이 드러난다. 혹 그래도 보이지 않는다면 그때부터는 떡이 필요하다. 살아 있는 이들이 음식을 만들어 먹어야만 생을 이어갈 수 있듯 죽음의 흔적을 찾는 데에도 음식이 필요하다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다.〈1장. 탐할 탐(貪)에 바를 정(正)〉
“세상은 말도 안 되는 일들로 이루어져 있지요. 돈 때문에 사람을 죽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천금을 주고라도 사람을 구하려는 이도 있어요. 그것은 말이 되는 일입니까?” 〈2장. 분신사바하〉
작가 소개
지은이 : 현찬양
2013년 〈401호 윤정이네〉로 부산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 당선되었고, 2021년 제4회 ‘엘릭시르 미스터리 대상’ 단편 부문을 수상하였다. 2021년 〈식탐정 허균〉으로 MBC 드라마 극본 공모에 당선되어 집필 중이다. 소설집으로 《잠 못 드는 밤의 궁궐 기담》 《이름 없는 여자들의 궁궐 기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