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불펜의 시간》 한겨레문학상 수상 김유원 작가 소설. 대구의 한 재래시장에서 27년 동안 손칼국숫집을 운영해온 ‘선희’에게 갑자기 설거지 담당으로 함께 일했던 ‘경숙’이 퇴직금을 요구한다. ‘누가 시장에서 일하면서 퇴직금 타령을 하나’ 싶어 황당하고 화가 나 있던 선희는 소설가 딸 ‘해리’에게 전화해 하소연하고, 해리는 그런 엄마의 속도 모르고 자신이 쓴 소설 태반이 노동에 관한 내용인데 어떻게 퇴직금을 안 줄 수 있느냐고, 주는 게 맞는 거라고, 그깟 몇백 아끼고 아껴서 뭐 할 거냐며 되받아친다. 선희는 늘상 해리에게 전화가 오면 돈 달라고 할까 봐 겁을 내다가도 돈 이야기를 않고 끊으면 어떻게 먹고사는지 걱정되는 사람이었고, 월세라도 아끼게 전세금을 마련해줘야 하나 싶다가도 밥벌이도 못하는 그 일을 계속한달까 봐 입을 다무는 사람이었다. 이후 경숙과의 문제가 해결되고 기쁜 마음에 해리에게 연락한 선희는 자신의 당당한 목소리 너머로 느닷없는 딸의 흐느낌을 들으며 생각한다. 야가 소설이 잘 안 써지나? 생활비가 부족한가? 삶이 고된가? …… 니 진짜 와이카노.
출판사 리뷰
“낸들 아나. 뭔가 사정이 있겠지.”
막막한 이해보다 먹먹한 오해를 택하는 사람들 이야기
《불펜의 시간》 한겨레문학상 수상 김유원 작가 신작 소설
“하나의 주제를 인물의 이야기에 걸맞게 직조해내는 균형감”과 “역전 만루 홈런”같이 생동하는 이야기인 《불펜의 시간》으로 제26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고, 《미확인 홀》을 통해 “막막하게만 느껴지는 생의 진실을 커다란 감동과 위로로 바꿔놓은” 김유원 작가의 신작 《와이카노》가 위즈덤하우스 위픽 시리즈로 출간된다.
대구의 한 재래시장에서 27년 동안 손칼국숫집을 운영해온 ‘선희’에게 갑자기 설거지 담당으로 함께 일했던 ‘경숙’이 퇴직금을 요구한다. ‘누가 시장에서 일하면서 퇴직금 타령을 하나’ 싶어 황당하고 화가 나 있던 선희는 소설가 딸 ‘해리’에게 전화해 하소연하고, 해리는 그런 엄마의 속도 모르고 자신이 쓴 소설 태반이 노동에 관한 내용인데 어떻게 퇴직금을 안 줄 수 있느냐고, 주는 게 맞는 거라고, 그깟 몇백 아끼고 아껴서 뭐 할 거냐며 되받아친다.
선희는 늘상 해리에게 전화가 오면 돈 달라고 할까 봐 겁을 내다가도 돈 이야기를 않고 끊으면 어떻게 먹고사는지 걱정되는 사람이었고, 월세라도 아끼게 전세금을 마련해줘야 하나 싶다가도 밥벌이도 못하는 그 일을 계속한달까 봐 입을 다무는 사람이었다. 선희는 자신의 돈 돈 거리는 습관이 외벌이로 아이 둘을 부족함 없이 키워낸 자산이라고 여기며 그렇게 자란 아이들도, 가족처럼 아꼈던 지인도 하나같이 마음을 몰라주는 것에 한탄한다. 이후 경숙과의 문제가 해결되고 기쁜 마음에 해리에게 연락한 선희는 그것 보라고 안 줘도 된다고 하지 않았느냐는 당당한 목소리 너머로 흐느낌을 듣게 된다. 느닷없는 딸의 흐느낌에 선희는 생각한다.
야가 소설이 잘 안 써지나? 생활비가 부족한가? 삶이 고된가? …… 니 진짜 와이카노.
소설을 읽는 독자의 눈은 생존을 위해 딸보다 손님의 얼굴을 먼저 살펴야 했던, 다른 사람을 이해하느라 오해가 쌓이는 줄은 몰랐던 한 여자의 삶을 고요히 따라간다. 그리고 이내 먹먹해진다. 선희의 얼굴 위로 가족 혹은 누군가의 얼굴을 떠올리는 건 어렵지 않고 그러다 보면 왠지 평생 풀 수 없는 오해의 타래를 마주한 것만 같기 때문이다. 이처럼 실제 삶에 깊이 뿌리 내린 《와이카노》 의 이야기와 인물들은 다큐멘터리 감독이기도 한 작가의 손을 거쳐 생생하게 눈앞에 펼쳐진다. 경상도 사투리의 말맛과 섬세한 감정 묘사 또한 잘 끓인 칼국수 한 그릇처럼 시원한 풍미를 더한다. 그렇게 소화된 이야기는 우리에게 질문을 남긴다. 우리는 과연 막막한 이해와 먹먹한 오해, 그러니까 “니 그라서 그라나?”와 “니 와이카노” 중에 어느 쪽에 기대어 살아가는지를.
단 한 편의 이야기’를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
위즈덤하우스는 2022년 11월부터 단편소설 연재 프로젝트 ‘위클리 픽션’을 통해 오늘 한국문학의 가장 다양한 모습, 가장 새로운 이야기를 일주일에 한 편씩 소개하고 있다. 구병모 〈파쇄〉, 조예은 〈만조를 기다리며〉, 안담 〈소녀는 따로 자란다〉, 최진영 〈오로라〉 등 1년 동안 50편의 이야기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위픽 시리즈는 이렇게 연재를 마친 소설들을 순차적으로 출간하며, 이때 여러 편의 단편소설을 한데 묶는 기존의 방식이 아닌, ‘단 한 편’의 단편만으로 책을 구성하는 이례적인 시도를 통해 독자들에게 한 편 한 편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위픽은 소재나 형식 등 그 어떤 기준과 구분에도 얽매이지 않고 오직 ‘단 한 편의 이야기’라는 완결성에 주목한다. 소설가뿐만 아니라 논픽션 작가, 시인, 청소년문학 작가 등 다양한 작가들의 소설을 통해 장르와 경계를 허물며 이야기의 가능성과 재미를 확장한다.
시즌1 50편에 이어 시즌2는 더욱 새로운 작가와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시즌2에는 강화길, 임선우, 단요, 정보라, 김보영, 이미상, 김화진, 정이현, 임솔아 작가 등이 함께한다. 또한 시즌2에는 작가 인터뷰를 수록하여 작품 안팎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1년 50가지 이야기 축제를 더욱 풍성하게 펼쳐 보일 예정이다.
위픽 시리즈 소개
위픽은 위즈덤하우스의 단편소설 시리즈입니다. ‘단 한 편의 이야기’를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이 작은 조각이 당신의 세계를 넓혀줄 새로운 한 조각이 되기를, 작은 조각 하나하나가 모여 당신의 이야기가 되기를, 당신의 가슴에 깊이 새겨질 한 조각의 문학이 되기를 꿈꿉니다.
딸의 목소리와 함께 차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밖이가?
─일하러 가는 중이야.
해리는 자기 일상을 시시콜콜 말하지 않았다. 어릴 땐 그게 점잖아 보이고 키우기 수월해서 좋았는데 나이가 드니 딸이 좀 수다스러우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끔 들었다. 시계를 보니 7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이 시간에? 무슨 일 하는데?
─그냥, 돈 버는 일…….
해리가 얼버무렸고 선희는 황당했다. 세상에 돈 안 버는 일도 있나? 돈을 못 벌면 그게 취미지, 일이가?
해리에게 전화가 오면 돈을 달라고 할까 봐 겁을 내다가도 돈 이야기를 하지 않고 전화를 끊으면 어떻게 먹고사는지 걱정되었다. 월세라도 아끼게 전세금을 마련해줘야 하나 싶다가도 밥벌이도 못하는 일을 계속한다고 할까 봐 그런 말은 아예 꺼내지도 않았다.
선희는 친절하다는 칭찬을 들으면 그날 해리가 했던 말이 종종 떠올랐다. 엄마가 이렇게 친절한 사람이었어? 처음엔 당연히 감탄이라고 생각했다. 눈으로 보지 않고도 촘촘하고 빠르게 면을 써는 선희를 보고 감탄하는 손님들처럼, 이렇게 바쁜데도 어쩜 그렇게 친절하냐고 감탄하는 손님들처럼 해리도 엄마의 솜씨와 태도에 감탄한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 해리의 목소리엔 분명 감탄이 담겨 있었다. 그게 다는 아니었다. 감탄 아래에 다른 감정도 깔려 있었다. 선희는 그게 자식들을 위해 죽기 살기로 일하는 엄마를 향한 존경심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기엔 해리의 뉘앙스가 석연치 않았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뒤돌아서 딸의 얼굴을 봤다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을 때 그냥 넘기지 않고 꼬치꼬치 캐물었다면 그 감정이 무엇인지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 선희는 줄 선 손님들의 표정을 살피느라 딸의 표정을 살필 겨를이 없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유원
다큐멘터리를 만들다가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2021년 장편소설 《불펜의 시간》으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았다. 장편소설 《미확인 홀》을 썼다.
목차
와이카노
작가의 말
김유원 작가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