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그림자 섬 영도影島,
분홍 대문이
우리를 맞이한다.
작은 풀꽃 가득한 정원에 스민 차가운
물기는
진한 핑크빛 독일 장미의
관능을 씻어내고,
벽에 걸린 톨스토이의 노자적 표정은
초록 풀들의 속삭임을 금한다.
차가움과 뜨거움,
움직임과 정지의 교란 사이에
황홀한
푸른 식탁이 펼쳐진다.
진지한 런치 후의
담백한 티 타임,
‘천 권 시집의 집’
카페 ‘영도일보’는
극지와 열대 사이의
긴장과 조화를 구현한
‘그림자의 섬’이다.
― 「그림자의 섬」 전문
도처에 물기가 스며있는데
우리는 왜 매 순간 목마름으로 지쳐가는가?
인색한 샘물이여!
인생은
부유하는 습기 사이를 떠돌다
오로지 작은 물방울 하나
맺기 위한 기나긴 유랑이다.
떠도는 물기가 별안간 멈출 때
비로소 방울져 내리듯
지상에서 삶의 짐 벗어버릴 때
하나의 물방울로 남겠지.
우리는 말없이 기다린다.
.....
어느 날 아침 비로소 보았다.
햇살에 반짝이는
풀잎 사이에서
작은 이슬 하나
파르르 떨며
지상의 무게 떨치고
텅 빈 물방울로
방울져 내리는 것을.
― 「물방울」 전문
여기
가느다란 가지 두 개 있어,
삶의 자세로는 경건을 넘어서고
예술로는 자유를 넘어선
두 개의 가지가
지루한 평행선을 이어가다
어느 날 돌연히 만나니
하늘을 향한
하나의 가지.
시작과 끝을 잇는
가지가 두 손을 맞잡을 때
어둠에 잠겨 있던
침묵의 시간이 흐르고
메마른 허공이
눈부시게
빛을 짠다.
― 「두 개의 가지」 전문
작가 소개
지은이 : 김구슬
경남 진해 출생.한국외국어대학교(문학사) 고려대학교 대학원 영문과(문학박사)미국 UCLA 객원교수한국 T. S. 엘리엇학회 회장 역임저서 <T.S. 엘리엇과 F.H. 브래들리 철학>, <현대 영미시 산책> 외2009년 <시와시학>으로 등단. 협성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