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승한은 안과 밖, 내부와 외부, 있음과 없음, 색(色)과 공(空)의 개념을 주된 모티프로 삼아서 진리와 깨달음의 세계에 천착해온 승려시인이다. 승한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응시와 가장 가까운 곳』은 존재와 비존재에 대한 곡진한 시편으로 가득하다. “번개가 치는 듯한 파격을 선보이면서도 원형의 세계를 꿈꾸는 이 걸출한 시집”은 우리에게 사바세계의 본질을 깨닫게 해준다. 불교적 사유와 시적 사유가 일상의 상투적 인식을 벗어나 교차하는 순간을 잘 보여준다. 불교적 사유와 시적 사유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는 상투적·상식적 시선을 넘어서려는 시도이다. 상투적·상식적 시선은 ‘일상’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습관적 행동이나 인식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행동과 인식은 세속적 세계를 사는 데는 편리하지만 세계의 실상을 포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만들고, 일상적 경험 속에서 비일상적인 순간을 지향한다. 이는, 습관화된 인간의 지각 방식과 언어가 세계의 실상과 경험을 왜곡하는 것을 넘어서기 위함이다. 상투적이고 상식적인 인식과 시각에서 벗어나, 익숙한 것을 낯선 것으로 바꾸려는 의지야말로 가장 시적인 것이므로.
작가 소개
지은이 : 승한
승한 스님의 속명은 이진영(李珍英), 법호 효흠(曉欽). 198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200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었다. 시집으로 『수렵도』 『퍽 환한 하늘』 『아무도 너의 깊이를 모른다』 『그리운 173』 『응시와 가장 가까운 곳』 등이 있으며, 산문집으로 『나를 치유하는 산사기행』 『좋아좋아』 등이 있다. 한국불교태고종 기관지 「한국불교신문」 주간을 역임했다. 2023년 제15회 불교문예작품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