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울고 있다
초벌에 깨졌으니 흙도 아니고 작품도 아닌
동강난 도자기가
온전한 작품들 사이에 당당히 전시되어 있다
깨진 작품에 핏빛 칠을 해
‘태초의 폭발’ 이란 작품의 안젤름 키퍼
하얀 벽에 뜨거운 울음이 걸려 있다
불만 견디면 끝인 줄 알았더니
작가의 전생全生과 흙의 마음이 접신接神하는…
우는 것은 깨진 도자기인가
나 인가
― 「울음 전시」 전문
환기 미술관에 갔네
부암동 달을 가슴에 꼭 품은
그 곳은 달 박물관
달빛을 사랑하여
항아리에 물 가득 채워 넣고
달 뜨면 항아리마다 온통 달이 찼다며 좋아하던
그 날 처럼
해는 지고 어두운데
달이란 달은 다 화집 속으로 들어가고
하늘엔 달이 없네
― 「항아리 속에 뜨는 달」 전문
마음 후비는 그 소리 담아 와
흙물을 부어 풍경風磬을 만든다
가볍고 얇은 몸을 뜨거운 불 속에 넣고
맑은 소리 하나만 남기고 다 태웠다
어떻게 알았을까 내가 온 줄
졸고 있는 장곡사 마당에 혼자 깨어
바람처럼 달려온
쟁그랑 풍경 소리에 찔린 내 심장
낚싯줄에 꿰어 현관에 걸어 두고
마음을 씻는
여기는 작은 부처의 뜰
― 「장곡사 풍경 소리」 전문
작가 소개
지은이 : 나고음
경남 마산 출생. 서울교육대학교 졸업.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교육과 졸업.2002년 『미네르바』로 등단.시집 『불꽃가마』, 『저, 끌림』, 『페르시안 블루, 꿈을 꾸는 흙』, 『그랑드자트 섬의 오후로 간다』. 에세이 『26 & 62』. 동시집 『사이사이 동시』(편저). 저서 『유아미술교육학』(공저), 『마음을 여는 미술활동』(공저).1988년 인사동 관훈미술관에서 첫 전시를 시작으로 2025년 현재까지 개인전 2회, 해외전 9회, 그룹전 100회 이상. 황조근조훈장 수훈. 서울시 문학상, 바움작품상, 한국시문학상, 숲속의시인상 수상. 한국시인협회 회원, 미네르바문학회 자문위원, 가톨릭문인협회 이사. 개나리장학회 초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