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수지·이진욱 주연 영화화 확정!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 13년 만의 완결판“투명하면서 아름다운 서사”, “독특한 설정과 세련된 필치”, “신선한 제목의 소설”이란 호평을 이끌어낸 작가 백영옥의 대표적 연애소설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을 김영사에서 재출간한다. 임선애 감독이 연출하고 수지·이진욱 배우가 주연을 맡은 영화의 원작 소설로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2012년 초판이 출간된 이후 한 번의 개정을 한 뒤 선보이는 마지막 완결판이다. 초판의 서사를 따르되 문장 일부를 단호히 삭감하고 시대상을 반영해 단어를 세공했다. 수백 번 읽어도 도무지 버릴 수 없는 문장들을 리드미컬하게 다듬었다.
이 소설은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이라는 간판을 건 레스토랑에서 시작한다. 오전 일곱 시에 모인 실연당한 사람들이 함께 아침 식사를 하고, 실연을 주제로 한 영화를 보고, “실연의 기념품”을 교환하며 상처를 치유한다. “동병상련의 상처를 위무하기 위한 모임”이라기보다 각자가 “실연을 선언하는 모임”인 동시에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독특한 모임을 통해 세 주인공은 만난다. “남자라는 신인류”와 치명적 사랑에 빠졌지만 끝내 이별을 고한 뒤 상실감에 빠진 항공사 승무원 윤사강, 오랜 연애의 갑작스러운 종료 앞에서 일상이 무너진 컨설팅 강사 이지훈, 사내 연애를 하다가 헤어진 뒤 이직한 결혼정보회사에서 비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미도. 이들은 뜻하지 않은 인연으로 얽히고 맞물리는데….
사랑의 오해와 이해사랑의 오해가 깊어질 때 사랑은 종말을 맞이한다. 작가는 그것을 사랑을 이루지 못한 ‘실연’이라 부른다. 언젠가 다시 결합할 수 있는 헤어짐이 아니라 이제 서로의 어깨를 감싸 안을 수 없는 것. 실연은 “슬픔이나 절망, 공포 같은 인간의 추상적인 감정들과 다르게 구체적인 통증을 수반함으로써 거절과 거부가 인간에게 얼마나 치명적인 상처를 남길 수 있는지를 증명한다.” 그리고 그것은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뿐 아니라 부정하고 밀어내고 있는 어떤 기억을 내포한다.
사강은 짧은 연애 끝에 이별했다. 뜨겁게 끌렸던 정수에게 “이해할 수 없는 적개심”을 느꼈다. “노력하지 않아도 이해되는 관계”가 되기를 바랐지만 마주치지 않기 위해 1년 동안 거리 두는 사이가 되었다. 그 이별은 유년 시절 이해할 수 없는 아버지와의 이별과 상처를 다시 마주하게 했다.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에서 사강을 바라보던 지훈은 현정과의 10년 연애 끝에 이별했다. 서로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파악하는 지속적인 연애는 “변하지 않으려는 안간힘이 결국 사랑”일 수 없다는 것으로 종결된다. 그 이별은 어린 시절 이해할 수 없는 외할머니와 형에 대한 기억과 원망을 대면하게 했다.
각기 다른 사연을 지닌 주인공의 시선이 교차하여 전개되는 이 소설은, 이별이라는 공통된 상처를 통해 사랑이 끝난 이후에도 우리는 여전히 사랑을 배운다는 것을 알려준다. 눈물겨워 털어내고 싶던 이별에 ‘안녕’이라 말하며 손짓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진짜 이별을 이해하는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음을 믿어보고 싶게 만든다.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서 죽도록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 한눈에 그 사람의 모든 게 이해되는 게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노동을 필요로 하는 일”이란 지훈의 말은, 긴 연애 끝에 돌연 찾아온 이별에 대한 고백이자 우리네 사랑과 인생에 대한 진리로 읽힌다.
실연의 자기 계발화《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은 이별이라는 감정의 중심으로 들어가 그 아픔이 어떻게 일상을 바꾸고 회복되는지를 풀어낸다. 여기서 실연은 단순한 감정의 붕괴가 아니다. 그것은 삶의 궤도를 비틀고, 잊고 있던 과거를 끌어올리며, 자신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내적 훈련이 된다.
실연의 아픔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서 어떻게 바꾸는가. 시간은 상처를 흐려지게 하는 약이다. 그러나 “넘어져서 피가 철철 나는 사람에게 힘내라고 말하면서 희망찬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은 허무한 위로다. 작가는 실연을 ‘고통의 종착지’가 아니라 ‘내면 근력을 길러내는 자기계발의 장’으로 그린다.
사강은 연인과의 이별뿐 아니라 아버지와의 이별을, 지훈은 지나간 사랑의 습관을 되짚으며 이별 후 폐허가 된 마음을 다시 들여다본다. “현실을 직시하게 해주는 게 진짜 위로야. 무릎이 깨졌으면 아프더라도 과산화수소수를 퍼붓고 빨간약부터 발라주는 게 진짜 위로라고” 말하는 미도는 “헤어져야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새로운 사람에게 “연락처를 묻고, 무너진 감정을 복구”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오전 일곱 시”에 시작하는 이 소설은 “오후 일곱 시”에 끝난다. 열두 시간의 시차는 “혼자 있으면 손목을 그을 것 같은 칼날 같은 햇빛”을 마주한 이별의 아침부터 “헤어져야 만나고, 만나야 사랑이 다시 시작”됨을 깨우치는 이별의 저녁까지의 과정을 상징한다.
상처 입은 치유자서로의 슬픔이 때때로 서로를 구원할 수 있을까. “실연이 주는 고통은 추상적이지 않다. 그것은 칼에 베이거나, 화상을 당했을 때의 선연한 느낌과 맞닿아 있다.” 인간이란 “넘어지고, 후회하고, 다시 또 사랑에 빠지는” 허약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런 취약한 인간은 “남의 슬픔을 보면서 진심으로 위로”받는다.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에 모인 이들은 서로의 아픔을 경계하지만, 곧 공통의 슬픔으로 연결된다. 슬픔이 다른 슬픔을 알아보는 것이다. 슬픔을 농담처럼 말하는 미도, 묵직하게 고통을 짊어지고 슬퍼하는 지훈, 오랜 슬픔을 끌어안은 사강. 이들의 서사는 우리 모두가 언젠가 상처를 줄 수 있고, 상처를 입을 수 있고,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음을 조용히 예고한다.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은 연애소설이자 성장소설, ‘심폐 소생 소설’이다. 어긋난 관계를 이야기하면서 결국 새로운 회복에 이르는 이야기, 가슴 안에 있던 트라우마가 가슴 밖으로 나오면서 치유되는 이야기, 심폐가 멈춘 듯 살아가는 사람들의 심폐를 소생시키는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상처받은 사람이 또 다른 상처를 감지하고 품을 수 있다는 치유의 아이러니를 되새긴다.
이 소설은 말한다. “모든 연애에는 마지막이 필요하고, 끝내 찍어야 할 마침표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날 때마다, 들리지 않는 것이 들릴 때마다 사람은 도리 없이 어른이 된다. 시간이 흘러 들리지 않는 것의 밖과 안 모두를 보게 되는 것”, 그것이 사랑이라고. 그 사랑으로 우리는 서로에게 완전히 기울어지지 않고 자기의 중심축을 잡으며 영원히 계속될 것 같던 슬픔에게 손짓할 수 있게 된다고.

모든 연애에는 마지막이 필요하고, 끝내 찍어야 할 마침표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날 때마다, 들리지 않는 것이 들릴 때마다 사람은 도리 없이 어른이 된다. 시간이 흘러 들리지 않는 것의 밖과 안 모두를 보게 되는 것. 사강은 이제 그것을 사랑이라 부르기로 했다.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서 죽도록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 한눈에 그 사람의 모든 게 이해되는 게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노동을 필요로 하는 일, 그게 제가 알고 있는 연애예요.
작가 소개
지은이 : 백영옥
2006년 단편소설 〈고양이 샨티〉로 문학동네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아주 보통의 연애》, 장편소설 《스타일》 《다이어트의 여왕》 《애인의 애인에게》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 에세이 《마놀로 블라닉 신고 산책하기》 《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 《다른 남자》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 《안녕, 나의 빨강머리 앤》 《힘과 쉼》 등을 썼다. 《스타일》로 제4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소설을 쓰는 일이 고독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명랑한 노동이라 믿고 싶은, 예술가라기보다 직업인에 가까운, 오전 5시에서 오전 11시 50분까지의 사람. 광고 회사 카피라이터, 온라인 서점 MD, 패션지 기자, 라디오 DJ, 시사 교양 프로그램 MC 등 다양한 직업을 겪은 사람. 자주 길을 잃고 지하철 출구를 대부분 찾지 못하는, 버스를 잘못 타고 종점까지 갔다 오는 일이 잦은, 외향적으로 보이는 내향성인 아주 보통의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