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올 것도 같고
울 것도 같은
식장에서
당신은 아니라고 한다
해맑기만 한 사람이
그 옅은 미소에
숨이 넘어가는 줄도 모르고
「영정」 전문
윗집 아기는 시간도 모르고 운다
젊은 부부의 입술이 말라갈 동안 문 앞에
‘괜찮습니다’라고 쓴 종이를 두고 온다
하루는 구급차 소리가 울음소리를 덮었
다
파편 같은 고요가 끝나고 찾아온 것은
어른의 울음소리였다
바닥의 슬픔으로 인해
천장에선 비가 내렸다
곰팡이에 집이 무거워져도
손쓸 수 없었다
그런 유의 슬픔을 지우는 법을
나는 알지 못한다
「층간소음」 전문
영양제와 수면제를 함께 삼키면 꿈속의 내가 무럭무럭 자랄 줄 알았지요 어떤 비난도 아프지 않고 비로소 어른이 될 줄 알았지요 “잘하고 있어”가 상처엔 연고보다 좋을 줄 알았지요 햇살 아래서 풀이 자랐고 그늘 아래선 풀이 죽었지요 닫힌 성장판이 거꾸로 열려서 해마다 작아지는 것 같았지요 해진 주머니 봉제선 사이로 글자가 떨어졌지요 어디 보여주기도 부끄러운 이름 석 자였지요 떠난 사람 이야기는 잃어버린 커플링처럼 한 쪽만 애타게 찾고 있었지요 개는 죽고 쓰러진 몸을 안을 때의 무거움만 남았지요 눈 뜰 때마다 장님이 되고 심장 뛸 때마다 주검이 되었지요 희망의 싹은 완전히 잘려 나갔지요
「희망의 싹을 잘라요」 전문
작가 소개
지은이 : 이한
1999년 구미에서 태어났다. 우연히 컴퓨터공학을 전공했고, 필연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2024년 독립출판 프로젝트 '이상기류'를 통해 작가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이상기류』 『새벽 죽음 연습』 등이 있다. 현재 1인 출판사 시야매거진에서 시야문집 시리즈를 발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