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비로 쓴 편지
멀리서 보내오는 그리움의 신호가
빗소리로 환생하나보다
그리도 다정하게 들려오니
장문도 실려 오고
짧은 안부도 전해준다
손바닥을 간지르는 그리움의 자태가
빗방울로 대신하나봐
이리도 반갑게 젖어드니
군에 간 아들의 근사한 모습도
멀리 있는 벗들의 고운 모습도 담아낸다
동그랗게 맴도는 그리움의 그림자가
빗물로 뭉쳐지나보다
저리도 아름답게 그려지니
모나지 않게 어우러져 살라는 동그란 충고와
튀지 말고 무뎌지라는
둥근 지혜도 보내온다
내 사랑도
우정도
가득 실어 동봉한다
흥정
은근한 봄을 펼쳐 놓고
흥정을 시작한다
계절의 여왕이니
천정부지 값이 치솟는다
어이없지만
이대로 가슴 아파
죽을 수는 없지 않은가
꽃들의 향연에 내 눈 헹궈내어
희망과 사랑을 가득 품고
꽃바람에 네 향기 흠씬 맡아
아픔을 반으로 감한다
빈털터리 되어도
너와 내가 나눈 더운 교감으로
일말의 여한도 남기지 않으니
수지맞은 게지?
어머니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말, 어머니
곱고 인자한 심성에
사랑과 지혜를 가득 품은 당신에게
감사와 애정을 무엇으로도 표할 길이 없습니다
열아홉 꽃다운 나이로 시작된
위대한 모정은
다섯 손가락 무뎌지도록 기꺼운 수고로
공들여 쓰신 무수한 글씨만큼
희망과 꿈들을 일궈냅니다
살아야 할 이유
막중한 존재감을 주셨습니다
비록 새끼손가락은 꺾였지만
여전히 어린 존재로만 남아있는
저희들에게 구순을 굳건히 지켜주셨습니다
건강하게 백수를 누리심을 기원드릴 뿐입니다
오래 함께할 수 있음이 최고의 축복임을
이제야 깨닫고
효도할 날을 미뤄온 후회막급의 마음입니다
퍼주는 기쁨을 가르쳐주셨으니
내리사랑으로 보답드릴 뿐입니다
마주볼 수 있어 행복합니다
기쁨과 슬픔을 나눌 수 있어 든든합니다
천륜의 소중한 인연을 아름답게 꾸려가렵니다
상큼한 후각과 달콤한 잠의 묘약을
당신에게 가득 선물하고 싶습니다
오늘, 늦은 고백합니다
나의 어머니
진정으로 당신을 사랑합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이정언
시인1957년 2월 15일 대구 출생대졸두 아들 둔 전업주부국제문학바탕문인협회 정회원첫 시집 『비로 쓴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