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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사회 150호 - 2025.여름 (본책 + 하이픈)
문학과지성사 | 부모님 | 2025.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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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150호를 맞이한 『문학과사회 하이픈』의 키워드는 ‘이후-상상’이다. 답이 없는 양자택일의 상황을 넘어설 상상력, 적대와 혐오의 상황을 극복할 대안들, 쉽게 들리지 않는 어떤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자세. 이러한 것들을 고민하면서 천박한 정치 상황으로 인해 정지된 새로운 미래를 향한 탐구와 상상을 지속해보고자 한다. 다가올 미래마저 분노와 환멸에 저당 잡히지 않기 위해서 지금의 우리는 어떤 탐구와 실천을 지속해야 할까? 우리는 과연 다른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에 대한 고민을 확장해줄 여덟 편의 글을 실었다.

  출판사 리뷰

■ 서문 :

여름호를 펴내며
혐오와 적대를 넘어, ‘마주침의 윤리’를 실천하기


한국 사회가 굉장히 공정하다고 느낀 적이 언제일까. 나이가 들수록 애쓴 만큼 만족스러운 결과가 돌아오지 않는 경험이 잦아지면서, 수시로 공정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누군가에게는 참 쉬워 보이는 일이 왜 나에게만 이렇게 가혹할까, 내가 원체 불평과 불만이 많은 사람이라 그런가 생각하며 지독한 절망에 빠져들기도 한다. 그동안 내가 누렸던 당연한 것들이 어쩌면 굉장히 특별한 혜택이자 행운이었으리라는 뒤늦은 성찰이 따르기도 한다. 부끄럽지만 동시에 억울하고, 기대와 절망은 늘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 아무리 피하려고 한들 어쩐지 분한 마음이 점점 더 강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최근에는 상식이 무엇일까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한다. 예기치 못한,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과 마주할 때마다 ‘아, 이건 정말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라는 생각이 앞서기도 한다. 당황스러운 감정들이 생겨날 때마다 나에게는 당연한 것들이 누군가에겐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자 마주한 상황들을 여러 번 곱씹어보지만, 결국 내 판단이야말로 어떤 절대적인 공통 감각을 따른 것이 분명하다는 오만한 결론에 이르곤 한다. 세상에 대한 불평이 늘고 동시에 아집이 강해진다는 것은, 아니 이런 태도를 세련되게 잘 감추지 못하게 된다는 것은 슬프게도 나이가 들어간다는 증거일 수 있다.
이른바 공정과 상식을 그럴듯하게 내세우며 등장했던 윤석열 정권은 불공정한 한국 사회의 맨얼굴을 만천하에 공개하고 몰상식이 불러온 모든 해악을 국민에게 떠넘긴 채, 들끓는 혐오 속으로 나라를 몰아넣고 불쾌하게 퇴장했다. 계엄, 탄핵, 파면 그리고 조기 대선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목도하며 우리가 느낀 가장 강렬한 감정은 아마도 수치심일 것이다. 무시되는 원칙과 심지어 악용되는 수많은 관행, 숙고 없이 이루어지는 천박한 말과 행동, 위선을 연기할 성의마저 내팽개친 이기적 욕망. 이러한 것들을 마주하며 내가 느낀 것은 어쩌면 사소한 것일지도 모른다. 크고 작게 반복되는 패배 속에서도 포기라는 용기를 내지 못했던 일상 속 우리의 애씀이, 그러니까 보다 나은 삶을 살고자 했던 안간힘이 모조리 부정된 듯한 모욕감이다. 내 삶을 결정짓는 것이 왜 온전히 나 자신의 몫이 될 수 없는가를 수없이 고민했던 시간이 수치스럽다. 무수한 작품을 읽으며 인간의 불가해한 운명이라든가, 보편적 삶의 이치라든가, 함께 사는 윤리를 논해온 시간이 허탈하다.
그리고 그 과정을 거치며 보다 뚜렷해진 것은 우리의 불행은 사실, 운 좋게 권력을 누릴 수 있는 자리에 올라선 누군가의 무성찰, 반지성, 몰상식한 판단과 행동 들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새로운 발견은 아니다. 더는 비밀이 아닌 자명한 사실이기는 해도 이 불공정과 몰상식을 멀쩡한 얼굴로 모른 척하고 있는 자들을 계속 마주해야 한다는 사실이 모욕적으로 느껴질 뿐이다. 우리는 이 거대한 분노와 허무의 상태를 어떻게 건너가야 할까.

지난 계절 『문학과사회 하이픈』은 ‘탄핵–일지’라는 기획 아래 12·3 내란 사태 이후의 상황을 사실 그대로 기억하고 증명하기 위해 문인들의 사적 기록들을 아카이빙했다. 차갑고도 뜨거웠던 탄핵 시국, 비통하면서도 명랑했던 광장의 시간을 진실되게 기억하기 위한 기획이었다. 지난 호 기획에 대한 독자들의 반향이 적지 않았다는 사실은, 그만큼 우리가 얼마나 비상식적인 상황 속에 내몰려 있었는지를 새삼 실감하게 했다.
그렇다면 다음 정권의 출범을 코앞에 둔 지금, 우리는 새로운 변화를 맞이할 시대를 조심스럽게 기대해도 될까. 150호를 맞이한 이번 『문학과사회 하이픈』의 키워드는 ‘이후–상상’이다. 답이 없는 양자택일의 상황을 넘어설 상상력, 적대와 혐오의 상황을 극복할 대안들, 쉽게 들리지 않는 어떤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자세. 이러한 것들을 고민하면서 천박한 정치 상황으로 인해 정지된 새로운 미래를 향한 탐구와 상상을 지속해보고자 한다. 다가올 미래마저 분노와 환멸에 저당 잡히지 않기 위해서 지금의 우리는 어떤 탐구와 실천을 지속해야 할까? 우리는 과연 다른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까? 다음 여덟 편의 글이 이러한 질문에 대한 고민을 확장해줄 것이라 기대한다.
박권일의 글은 12·3 내란 사태를 ‘특수한 일탈’적 사건이 아닌, 이미 적대와 혐오로 넘실대는 ‘글로벌 트렌드’에 동조하는 세계사적 사건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은 계엄 이후의 사회를 ‘민주주의 회복’이라는 협소하고 진부한 프레임을 넘어 철학적·정치사회적으로 상상하기 위해 요청된다. 아즈마 히로키, 리처드 로티, 이졸데 카림, 제임스 퍼거슨 등의 이론을 교차적으로 검토하며 그는 ‘약한 결속weak ties의 정치’를 성찰하고 나아가 ‘공감’에 기반을 둔 ‘현존presence의 정치’를 새롭게 제안한다.
기유정의 글에서는 ‘마주침의 윤리’가 또 다른 대안으로 사유된다. 보수 대중과 진보 진영의 극단적 대립을 혐오라는 감정을 통해 설명하는 이 글은, 스피노자의 정서이론과 엘리아스 카네티의 대중이론 등에 기대어 보수 대중을 다양한 욕망이 공존하는 사건적 주체로 재구성할 것을 요청한다. 적대 세력에 대한 혐오와 공포가 정치적 무력감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필자는, 슈퍼 사장님과 폐지 줍는 할머니 사이의 ‘마주침’이라는 일상적 윤리의 장면을 통해 ‘전선’에 대한 새로운 상상을 요청한다.
김수아의 글은 차별금지법을 중심으로 광장의 정치와 온라인 담론의 흐름을 분석한다. 특히 ‘주목 경쟁’과 ‘응징의 서사’ 그리고 ‘속도’를 중심으로 형성된 ‘온라인 혐오 구조’를 개개인의 심성의 문제가 아닌 플랫폼의 구조로 인한 것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주장이 중요해 보인다. 결론적으로 필자는 “온라인 공간에서 흔히 만나는 속도의 정치 구도에서 파편화된 조각들로 타인의 삶을 재단하지 않기 위해, 종국적으로는 서로 다른 우리가 서로 다른 방법으로 함께 살아가기 위해, 차별금지법”의 원칙과 구체적 방법론에 대해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조문영의 글에서도 극단적인 대립 사이 일상적 ‘마주침’과 ‘현전’이 새로운 정치적 상상을 위해 중요하게 숙고된다. 필자의 고백처럼 우리는 누구나 세계에 대한 ‘관찰자·심판자’인 동시에 자질구레한 일상과 연루된 ‘생활인’이다. 소래에서 관찰한 지역 선주민들과 이주 청년들의 연결을 소개하며, “마주침은 대개 극적이지 않으며, 가능성을 운운하기에는 너무나 자질구레한 사건들의 연속이”라는 점, 그럼에도 마주침이 시작되면 “제 자리 한 뼘을 상대에게 내어주는 행위”가 무수하게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조민서의 글은 강원도 삼척 맹방해변에서 시작된 ‘탈탈탈 순례(2030 탈핵 탈석탄 탈송전탑 희망 기후 도보 순례)’를 소개하면서 지역의 환경운동이 그곳과 거리가 먼 서울의 광화문에서 벌어지고 있는 ‘광장의 민주주의’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확인한다. 특정 지역의 환경운동은 광장에 등장한 목소리에 다양성을 부여하는 일이자 기후 위기 시대의 전 지구적 시민운동으로 확장되는 일이다. 이 글을 단지 지역의 환경운동 보고서로만 읽을 수 없는 이유이다.
배세진의 글은 12·3 내란 사태 이후 ‘정치적 뉴노멀’ 상황과 관련하여 지식인의 시대적 존재 및 역할에 대해 고민한다. 이 글에 따르면 우리 시대의 연구자들은 기존의 앎과 지식이 붕괴한 상황에서 ‘보편적·비판적·공적·정의로운’ 지식인이 될 수 없으며, 탈진실의 시대에서 전문가로서도 기능할 수 없게 된 자들이다. 발리바르를 따라 ‘독특한 지식인’의 개념을 제안하는 그는 “자신이 놓여 있는 현행성이라는 역사적 독특성 속에서 증상적 읽기를 수행하며 진실–말하기를 실천하는 독특한 지식인”의 의무를 음미한다.
김수환의 글은 지난 10여 년간 소비에트의 문화와 사상, 특히 소비에트 후기의 ‘활기’와 ‘담대한 이미지’ 들을 파고들었던 한 연구자의 회고록이다. ‘사라진 미래’와 ‘영속적 현재’라는 감각에 익숙해진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과거로부터 온 미래’를 사유하는 것, ‘비판 정신’이 아닌 바로 ‘위기의식’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소비에트 작가 안드레이 플라토노프로부터 영감을 받은 두 가지 개념, 즉 ‘가난한 삶poor life’과 ‘우울’의 감각을 앞으로의 연구 주제로 제시하며 마무리되는 이 글은 그의 후속 연구를 기대하게 한다.
김홍중의 글은 “종말론적인 것의 진정한 의미를 ‘마지막 시간’에 두지 않고 ‘경계’와 ‘한계’와 ‘타자’와의 피할 수 없는 마주침으로 옮겨 사고한다면, 우리는 ‘다른’ 종말론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주장으로 시작한다. 그에 따르면 이러한 종말론적 상황에서는 “자기–비움, 자기–삭감, 자기–제한, 자기–박탈, 자기–삭제를 의미하는 케노시스”에 기반을 둔 수동적 주체성이 나타난다. 김홍중이 말하는 이러한 종말론적 주체는 기후 위기와 생태 파국의 상황 속 가능한 존재 방식에 대한 발견이자 일종의 제안이기도 하다.

내란 수괴의 탄핵과 파면, 체포와 재판의 과정을 지켜보는 답답한 상황에도 일상의 작업에
매진하며 소중한 글을 탈고해 주신 필자들께 특별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허연, 김소연, 이제니, 장수진, 이서하, 윤지양, 이다희, 이새해, 김보나 시인이 따끈한 신작 시를 보내주었다. 강영숙, 박지영, 윤단의 신작 소설과, 새롭게 장편 연재를 시작하는 이승우의 소설도 관심을 갖고 읽어주시기를 바란다. 지난 계절에도 흥미로운 신간이 많이 출간되었다. 지면의 한계로 리뷰 코너에서 더 다양한 작품들을 다루지 못해 매번 아쉬운 마음이 크다. 송연정, 송현지, 신은조 , 조대한, 강도희, 김유림, 이소 , 인아영, 정의정 평론가의 애정 어린 리뷰를 흥미롭게 읽어주시기를 바란다.
이번 호는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의 선정 소식과 함께 더욱 풍성하게 꾸려졌다. 『문학과사회』 편집동인 외에 소설 부문에서는 손보미, 위수정 소설가가, 시 부문에서는 김상혁, 백은선 시인이 응모작에 대한 예리한 평가와 따뜻한 감상을 나눠주었다. 시 부문에서 김사라를 신인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하였으며, 아쉽게도 소설과 평론 부문에서는 수상작을 내지 못했다. 여러모로 어려운 시기임에도 문학에 대한 여전한 열기를 확인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작품을 보내주신 모든 응모자들께 특별한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수상작과 수상 소감 그리고 각 부문의 심사 경위 및 심사평은 본권을 통해 확인해주시기 바란다.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 생각된 언어 예술로서의 문학은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의 부상과 함께 거대한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미래에는 기계가 쓴 글을 기계가 읽게 될 것’이라는 예언이 실감할 수 있는 가까운 미래의 사태로 상상되고 있는 이즈음이다. 이런 시대에, 일상에서 수없이 “제 자리 한 뼘을 상대에게 내어주는” ‘마주침과 현존의 윤리’는 어떻게 사유되고 상상될 수 있을까. 앞으로도 독자들과 함께 이러한 고민을 이어가고 싶다.

편집동인 조연정

「만원 버스의 윤리학」 _박권일
이념을 떠나 공동체 해체를 막기 위해서라도, 우리에게는 이질적 시민들이 섞여드는 만원 버스 같은 공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개인화된 필터 버블 속에 갇혀 타자를 제대로 인지하지도 못하는 오늘날이기에 더더욱, 익명의 타인을 직접 마주할 기회를 만들어내야 한다. 우리는 만원 버스 속에서 주류–정상에서 벗어난 이상한 사람과 아픈 사람, 떼쓰고 시끄럽게 떠드는 아이들을 더 많이 만나게 될 것이다. 그곳은 필시 고요하고 쾌적한 천국은 아니겠지만, 불평등과 각자도생의 지옥에 비하면 훨씬 나을 것이다. 적대와 혐오의 분리 장벽이 만원 버스의 윤리로, 나아가 현존의 정치로 변환되어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 골목 슈퍼 사장님과 할머니 그리고 나―대중 정치의 윤리학을 위한 제언」 _기유정
전선은 언제나 존재할 것이다. 그 전선 위에서 둘로 나뉜 싸움 역시 언제나 계속될 것이다. 문제는 특정한 성격의 전선, 이를테면 좌파 대 우파, 진보 대 보수 같은 거칠고도 낡은 전선에 매여 있지 않기 위해서는 새로운 마주침에 대한 상상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 상상력을 발휘하는 데 있어 우리 안의 공포, 혐오라는 공포가 얼마나 순기능적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탄핵과 선거, 특정 정치 세력에 대한 지지와 그를 위한 결집! 그 익숙한 되돌이표의 순환이 이 공포와 불안의 억제에 얼마나 지속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까? 제도 정치, 그 형태가 무엇(내각제든 대통령제든)이 되었건 그 안에서 이미 양도해버린 권력에 미련한 집착을 못 버리는 대중이 있는 한, 대중의 정치는 계속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도 정치를 넘어선 대중의 정치, 아니 정확히 대중 정치의 윤리학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한국적인 고민이 필요한 때다.

「온라인 속도의 정치 속에서 ‘우리’를 새롭게 상상하기 위하여」 _김수아
소수자에 대한 폭력적 발화가 갖는 파장과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차별금지법은 꼭 필요하다. 차별금지법은 차별받지 않아야 하는 대상들에 대해 숙고하여 제시하고, 모든 유형의 차별에 대해 시민들이 상상해볼 수 있게 하는 제도적 장치이다. 차별금지법은 궁극적으로 평등의 실현을 목표로 하기에 다양성, 포용성, 동등한 대표성과 같은 가치들을 통해 평등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게 된다. 포용성을 제도화한다는 것은 그저 다양한 정체성을 나열하여 숫자의 정치를 실현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 안의 차이를 인정하고 차이를 가진 타인의 삶들이 살 만한, 그리고 세어질 만한 삶이라는 것을 인식하여 타자에 대한 인식론적 폭력을 멈추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표현의 영역은 물론 삶의 모든 영역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법이 제정된다고 해서 자동으로 가능해진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차별금지법은 타자에 대한 인식론적·제도적·실제적 폭력을 멈추어야 한다고 말하기 위해 필요하다. 온라인 공간에서 흔히 만나는 속도의 정치 구도에서 파편화된 조각들로 타인의 삶을 재단하지 않기 위해, 종국적으로는 서로 다른 우리가 서로 다른 방법으로 함께 살아가기 위해, 차별금지법을 그 원칙부터 구체적 차별 금지의 방법론까지 천천히 들여다보는 과정을 이제 시작해야 한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문학과사회 편집동인

  목차

| 본권 |
여름호를 펴내며


허연 주기 1 외 1편
김소연 기록적인 폭염 외 1편
이제니 되기-노래하는 그릇 소리 외 1편
장수진 손은 보트 밖으로 걸쳐져 있는 그런 여름 외 1편
이서하 모두 다 있게 외 1편
윤지양 서향 외 1편
이다희 난반사 외 1편
이새해 촉각 길들이기 외 1편
김보나 서울숲을 걷고 있었지 외 1편

소설
강영숙 중회
박지영 내일의 닭
윤단 애플시나몬티
이승우 집으로 가는 중[장편 연재 1회]

리뷰
송연정 기이한 집들이
—차현준, 『온몸일으키기』(문학과지성사, 2025)
—박술, 『오토파일럿』(아침달, 2025)
송현지 정글짐 타기
—백가경, 『하이퍼큐비클』(문학과지성사, 2025)
—윤지양, 『기대 없는 토요일』(민음사, 2025)
신은조 밝고 수다스러운 세계에서 살아남기
—남현지, 『온 우주가 바라는 나의 건강한 삶』 (창비, 2025)
—고선경, 『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 알』 (열림원, 2025)
조대한 아름다움의 도굴자들
—이새해, 『나도 기다리고 있어』(아침달, 2025)
—임경섭, 『종종』(민음사, 2025)
강도희 없지만 있는
—박선우, 『어둠 뚫기』(문학동네, 2025)
—김채원, 『서울 오아시스』(문학과지성사, 2025)
김유림 녹는점을 만지는 비인칭 주체들
—김숨, 『무지개 눈』(민음사, 2025)
이소 어른의 서정
—백수린, 『봄밤의 모든 것』(문학과지성사, 2025)
인아영 당신을 향한 리듬
—조시현, 『크림의 무게를 재는 방법』(문학과지성사, 2025)
—현호정, 『한 방울의 내가』(사계절, 2025)
정의정 유령이 하는 일
—윤성희, 『느리게 가는 마음』(창비, 2025)
—정한아, 『3월의 마치』(문학동네, 2025)

제25회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 발표
김사라 스크린을 깨뜨리면 외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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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픈 | 이후 – 상상

박권일 만원 버스의 윤리학
기유정 우리 골목 슈퍼 사장님과 할머니 그리고 나
—대중 정치의 윤리학을 위한 제언
김수아 온라인 속도의 정치 속에서 ‘우리’를 새롭게 상상하기 위하여
조문영 광장 너머의 마주침을 상상하고 발견하고 등장시키기
조민서 맹방해변의 민주주의
배세진 우리는 누구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
—탈진실과 계엄 상황에서 독특한 지식인의 증상적 읽기를 위한 시론
김수환 어느 소비에트 연구자의 회고
—‘사라진 미래’와 ‘앞당겨진 미래들’사이에서
김홍중 종말론 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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