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오기수 시인의 시는 삶과 사물의 본질을 들여다보고자 하는 고뇌에서 출발한다. 시인은 한 편의 시를 완성해 가기 위해 끊임없이 머릿속으로 상상의 이미지를 풀어낸다. 이때의 상상력은 막연하게 머릿속에서 풀어내는 것도 있겠지만, 대부분 사전에 인지되었거나 과거 체험했던 영역을 토대로 풀어내는 것이다.
시집 생각은 꽃처럼 아름답다은 우리 사회의 서로 다른 생각으로 인한 갈등의 간극을 조금이나마 줄였으면 하는 마음에서 썼다. 시인 자신부터 ‘생각의 다름’을 서로 인정해야 한다는 고민에 시달리면서 말이다. 물론 이 시집이 추구하는 바에 동의하는 독자들이 있겠지만 고개를 갸우뚱한 독자도 있을 것이다. 저자의 이야기가 독자에게 공감되기를 바라고 이를 통해 위로받기 바라지만 독자의 생각은 시인의 생각 이상인 경우가 많다. 그것은 긍정적이건 부정적인 건 독자의 자유다. 이 경우 시인은 독자의 감상을 존중하고 그에 반하여 생길 다양한 해석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늘 자신으로부터 시작된 ‘생각 차이’로 인한 갈등에 직면하면서 살고 있다. 또한 우리는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과의 생각 차이 즉, 다름으로 인해 늘 충돌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때 갈등은 서로 다른 견해와 대립 관계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갖는 지각으로, 차별적 견해 또는 대인관계의 부조화로 인식된 것이다. 이는 삶에서 가장 흔하면서도 치명적인 번뇌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점점 심화된 생각 차이로 인해 갈등과 충돌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매스미디어와 SNS의 시대인 지금 알고 있는 지식이 많으면 많을수록, 참(?)이 많으면 많을수록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그래서 이 시집의 대표 시(詩)인 “생각은 꽃처럼 아름답다”란 말은 생각의 다양성을 서로 인정하자는 내용이다. 특히 세대 간의 갈등이나 집단적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지금의 현상과 풍토에서 꼭 필요한 말이라고 본다. 사람들의 생각이 “꽃을 찾는/벌과 나비의 생각은/날갯짓처럼 자유롭”기 때문이다. 이 시의 결론은 “생각이 같아/함께하고/생각이 달라/미워하면//벌과 나비의/날갯짓은/영원히,/별빛 너머로 사라진다”고 한 것처럼, 생각의 다름으로 인한 갈등을 줄였으면 하는 것이다.
생각의 다름이 마치 전쟁터에서 적과 아군을 가르는 경계로 인식하는 경향이 우리 사회에서 쓰나미처럼 밀려오고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그 많은 꽃의 모양이나 향기가 다르지만, 그저 꽃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우리의 다른 생각이 그저 꽃과 같은 ‘생각’으로 인정되었으면 한다.
우리는 사랑을 말하면 ‘연인’ 간의 사랑을 제일 먼저 떠 올릴 것이다. 하지만 오기수 시인은 사랑의 원초는 어머니로부터라고 말한다. 어머니는 우리의 영혼이 지쳤을 때 가장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안식처이다. 사랑과 희생이라는 요체들을 모두 담고 있는 존재가 바로 어머니이며, 어머니는 우리의 둥지이자 우리에게 날개를 달아준 인생의 항구이다. 누구나 이런 어머니와 함께했던 삶이 공유된 정서라 할 수 있는데, 특히 어머니라는 존재는 유년기의 자식에게 커다란 영향을 준다. 어머니와 함께한 유년 시절의 기억은 우리의 영혼을 맑게 해주며 인간의 감정을 순화시킨다. 그래서 유년 시절에 대한 어머니의 재인식은 삶의 좌절감과 불안감을 이기고 자기 극복의 의지를 갖게 하며, 삶의 의미를 회복시켜 주는 근거가 되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어머니’란 단어만 떠올려도 목이 메고 눈시울이 젖는다. 어릴 적 보아온 어머니의 모습이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욱 아련해진다. 삶의 질곡 속에서도 인자한 어머니의 가난한 모습이 선하다. 다음 시인의 시 「민들레꽃 되신 어머니」는 궁핍한 현실을 헤쳐 나가신 모든 그리운 어머니의 고단한 모습 그린 것이다.
노오란 수건 쓰시고
그 색이
햇살에 지칠 때까지
허리에 목을 고이 감추시며
밭을 매시던
어머니
어느덧
푸석해진 흰머리 날리며
노을 깔린 신작로에 나와
도회지로 간 자식 그리워
소맷자락으로 눈물 지우시던
어머니
「민들레꽃 되신 어머니」 부분
이 시에서 “노오란 수건 쓰시고/그 색이/햇살에 지칠 때까지//허리에 목을 고이 감추시며/밭을 매시던/어머니”는 전형적인 어릴 적 어머니의 모습이다. 이제 생각하면 그렇게 젊다 못해 어리고 예뻤던 어머니는 늘 헤어진 수건을 쓰시고 허리가 땅에 묻히도록 고개를 숙이고 밭을 매셨다. 하지만 어머니의 품을 떠나 도회지에서 직장을 잡고 결혼해 살 즈음의 어머니는, “어느덧/푸석해진 흰머리 날리며//노을 깔린 신작로에 나와/도회지로 간 자식 그리워/소맷자락으로 눈물 지우시”며 자식들을 기다리고 기다리셨다. 그리고 ‘힘드니 내려오지 말라’는 어머니의 말씀을 청개구리처럼 참말로 여기던 그 어느 날, 어머니는 “이제는/연지곤지 지운/민들레꽃 홀씨 되어//꿈 없는 꿈/길 없는 길을 떠나”시고 말았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오기수 시인은 오늘날의 젊은 세대에게는 청춘과 젊음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다. 젊음은 인생에게 있어서는 절대적인 황금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100세 시대인 지금 그 젊음은 더 단축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생물학적으로는 당연히 청춘 시절이 늘어나고 있지만, 청년들이 그 젊음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열심히 노력하면 언젠가 성공할 수 있다.’라는 말은 단지 기성세대의 상식에 불과했다고 한다. 열심히 노력해도 성공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죽을힘을 다해 열심히 노력해도 취업이나 연애, 결혼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청년이 갈수록 늘어난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암울한 시대에 어떻게든 살아내야 하는 젊은 세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외친다.
그래서 시인은 시 「목련꽃에게」를 통해 말한다. 사람들은 봄날 꽃피운 목련꽃에게 얼마나 따스한 눈길을 보내며 애찬하는가! 한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잎이 나기 전 피어오른 꽃봉오리는 참으로 숭고함마저 든다고……
가진 것을 허무하게 만든 겨울
더 이상 잃을 것 없는
메마른 가지들
이파리를 뿌리에 감추고
정말 아무것도 없이, 꽃피운
목련꽃은
젊음이 메고 가야 할 아름다움이다
「목련꽃에게」 부분
저자는 목련꽃의 꽃봉오리를 젊음이라고 생각하였다. 겨우내 메마른 가지를 보면 생명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삶의 추위는 “가진 것을 허무하게 만든 겨울/더 이상 잃을 것 없는/메마른 가지”를 만든다. 하지만 모진 추위를 이겨내고, 그 아름다운 꽃봉오리를 터뜨릴 때 우리는 환호한다. 젊은 날의 고통을 견디어 내야 할 이유다. 저자는 이러한 모습 속에서 “이파리를 뿌리에 감추고/정말 아무것도 없이, 꽃피운/목련꽃은/젊음이 메고 가야 할 아름다움이다”라고 생각했다. 목련꽃 같은 젊음을 갈구하라고 말하고 싶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젊음의 꽃은 반듯이, 기필코 피워야 한다. 하지만 그 목련꽃도 꽃지고 잎이 무성해지면 다음 봄이 올 때까지 그 누구도 돌아보지 않는다. 저자는 인생의 풍요로움 속에서 이것을 느꼈다. 그래서 “뿌리를 기억하지 못한/이파리로 꽉 찬/목련은/눈길 없는/발자국 없는/그림자들만이 한가로운/삶의 뒤안길”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비록 젊음이 그토록 힘들었어도, 그 젊음을 뒤로한 인생은 젊음의 그림자로 그 시절을 그리워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오기수
약력· 1957년생· 숭실대학교 대학원 회계학 박사과정 졸업· 전 김포대학교 교수· 전 김포대학교 총장(직무대행)· 전 한국조세사학회 회장· 1급정사서(제000496호)시작(詩作) 활동· 2022년 글여울 신인문학상 시부문 우수상(늦가을 여행)· 『(월간)문예사조(文藝思潮)』(2024년 1월호) 시 2편 발표 - 「생각은 꽃처럼 아름답다」, 「가을의 뒤안길」 · 『(월간)문예사조(文藝思潮)』(2024년 5월호) 시 2편 발표 - 「꽃의 사랑」, 「나의 그리움」SNS 활동· 블로그 : https://blog.naver.com/okyes0612(300만뷰, 구독자 5,300명)· 유튜브 : https://www.youtube.com/@tv-yi8sd(시터지기tv)· okyes0612@naver.com주요 저서· 『백성의 신 황희(장편소설)』 어울림, 2018.3.· 『조선을 망친 대동법』 보림에스앤피, 2019.9.· 『세종대왕님 세금이 뭐예요?』 미래문화사, 2019.6.· 『황희, 민본 시대를 이끈 행복한 2인자』 고반, 2017.5.· 『세종 공법』 조율, 2016.2.(대한민국 학술원 우수학술도서 선정)· 『세종대왕의 혁신 리더십』 어울림, 2013.10.
목차
시인의 말 5
제1부 봄길 : 민들레꽃 되신 어머니 17
목련꽃에게 18
꽃의사랑 19
생각은꽃처럼 아름답다 20
숨 쉬는것보다 더 아름다운 것 21
언제까지 꽃을피워야 할까 22
손은 마음의시작입니다 23
민들레꽃 되신 어머니 24
어머니와 삼일 밤 25
그 사람을 정말 사랑한다면 26
봄을 앞서려다 27
당신에게 28
봄비와 소녀 30
어머니의 두견주 31
꽃처럼 지고 싶다 33
수수꽃다리에게 34
사랑은 함께 느낄 때 36
가장 행복한 순간 37
부부라 해도 39
돌틈에 핀 민들레꽃 41
웃음의 뒤끝 42
사랑의 관계 43
어머니의 한계를 꿰맨다 44
봄날 온팥죽장수 46
첫사랑 47
시(詩)터의 쉼 48
제2부 여름길 : 아침 햇살보다 더 짧은 젊음에게 51
칠월을 맞이하며 52
벼꽃 53
아침 햇살보다 더 짧은 젊음에게 54
돌양지꽃 56
그리운 적벽강 58
선풍기의 영토 60
하루살이 62
소녀는풀잎 되어 63
뱀딸기 64
꿈이머물 수 없는 마음에 65
무곡(無谷) 66
여름밤 67
내 마음의 빗소리 68
새벽이슬 70
사랑에 대한 잠언 71
슬픔 식사 72
무소유 73
그래도 나는 정상이다 74
막걸리 75
간절한 기도 76
이유 있는 존재 77
막걸리와 고추 78
이끼 79
잃어버린 희망에 대하여 80
헤아리는 관습 81
제3부 가을길 : 가을의 뒤안길 83
늦가을 여행 84
나의 그리움 86
가을의 뒤안길 87
늙은 날의 시(詩) 88
풀꽃 향기로 빈 가슴 채우고 90
허수아비 91
나의 외로움 92
가을 미소가영근다 94
물망초 96
고독한 침묵 98
고추잠자리 100
나무는 죽을때까지 젊게 삽니다 101
옥수수와 감자로 고운 저녁 먹으련다 102
청춘의 수채화 104
틈내서 갈게요 어머니 105
안개처럼 106
가을비 107
언제나 거기에 가서 108
가을의 허구 110
헌책의 향기 112
지금 이 순간 114
포기의 시대 115
황혼을 먹는 삶 116
기쁨 한 톨의 그리움 117
가을의 오감 118
시터지기의 마당쇠 119
홍시 120
내 이름은 아직 122
제4부 겨울길 : 삶의 언저리에서 125
눈 오는 날의 기도 126
철없는 겨울딸기 128
벌써 12월 130
세월이 채찍질하네요 131
겨울꽃이 피었습니다 132
개화역에서 134
멸치똥은 똥이 아닌 삶이다 136
나 여기에 서서 138
그림자 찾는 촛불 139
인생과 삶 140
삶의 언저리에서 141
서툰 이별 142
나는 돌덩이 144
아버지의 노래 146
슬픔이슬픔에게 148
김치죽 149
쓴맛을 중독처럼 150
언어의 힘 152
들쭉나무 153
설날 먹는 나이 154
철이 들기까지 155
좌우명 156
혼술 157
생각의다름과 틀림 158
마음의 촛불을켜라 159
또다시월요일 출근한다 160
용서 161
사랑한 타인에게 돌아가고 싶다 162
새해 아침에 164
고드름 1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