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모금주의 『리듬 타는 피노키오』는 포스트모더니즘을 기반으로 빚어낸 형상과 같다. 합리적이고 이성적 질서와 체계를 뒤흔들고 전복시키는 혁명적 투쟁가의 노래와 같다. 그것은 진보적 직관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인의 날카로운 통찰에서 기인한다. 기존에 이루어진 세상의 모든 텍스트 문자, 이미지, 상징, 신호 등등 우리가 읽을 수 있는 것들에 부여된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라는 통념을 벗기고 새로운 의미와 시적 언어를 빚어냈다. 이는 모금주 시인이라는 프리즘으로 투과해 낸 새로운 빛깔의 세계이다. 그의 이번 시집 『리듬 타는 피노키오』에는 이제까지 우리가 보지 못한 빛의 향연이 채워져 있다.리듬 타는 피노키오피노키오, 세상에 대한 독서도 거짓말처럼 즐길 수 있다면 푸른 이마의 새들처럼 자유로울 수 있겠네 알고리즘의 노예 족쇄 찬 발걸음이 무거워 난 절룩거리고 있다 피노키오, 작은 구멍의 죄에도 손들고 벌을 세우는공의의 화살촉이 거짓말하는 너를 향해 있어넘어진 자의 노래의 가뭄을 모른 척하는 폭력의 밑그림을 감춘 무덤이야발효되지 않은 정직한 말에 상처 입은 자들 깊은 동굴 카타콤에 매장되고정직한 직유의 폭언으로 우리의 이웃 욥이 울고 있다*때론 유쾌한 거짓말이 희망의 메시지를 흘려 삶을 이어가게 한다고, 거짓말 같은 내일을 위해 오늘을 속아주며 사는 모순을 눈감아 주듯이, 전지를 해 줬어야 했던 묵은 가지 꽃이 유난히 붉어 가지치기의 유예함을 핑계 대며 올해도 사과나무를 붙들고 있음과 같이,*피노키오 코처럼 키만 키우는7년 된 발렌타인 쟈스민 내년 봄에는 하얀 꽃을 피울 수 있을 거라고(우연히 본 같은 이름의 쟈스민은 보라색 꽃이었다)내일의 희망을 위해 오늘 거짓말 꽃을 난발하지만발렌타인 쟈스민과 우린 진실을 알고 있다스페인 엔카츠 벼룩시장의 한 켠에서오르골 소리에 머리를 끄덕이며 리듬 타는 낡은 목각 인형 피노키오마음의 가뭄에 단비 같은산자락에서 뛰어나온 듯 넌 사랑스러운 초록의 봄이었다오 거짓말쟁이 피노키오너의 거짓말에 마냥 웃고 싶은데 난 정직한 어른이 되어야 해사람들의 가느다란 하얀 뼈가 굵어질 때까지 거짓말을 하고 싶은데만우절 오늘도 엄격한 어른들은 신의 눈으로 회초리를 든다지엄한 세상의 제피토 어르신들피노키오와 나에게 심각한 표정으로 거짓말하지 않기를 맹세시키고그래도 난 내일의 발렌타인 쟈스민 같은 이들에게희망적인 하얀꽃 같은 거짓말을 할 거라고설득당하지 않을 각오를 붙들고피노키오 긍정인지 부정인지 리듬 타듯 고개를 자꾸 끄덕이고
작가 소개
지은이 : 모금주
마산 출생.2021년 『미래시학』으로 등단.시집으로 『금요일에 흔들리는 풍경』이 있음.섬유공예가로 활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