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잭 케루악, 앨런 긴스버그와 함께 1950년대 비트 세대(Beat generation)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윌리엄 S. 버로스의 두 번째 장편소설. 2차 세계 대전 후 1950년대 중반에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을 중심으로 대두된 보헤미안적인 문학, 예술가 그룹인 비트 세대는 1960년대에 등장할 히피 세대들과 그 이후로도 이어질 미국의 ‘서브컬처’ 탐구에 깊은 영향을 남겼다.1950년대 초, 윌리엄 S. 버로스가 자신을 대변하는 인물로 주요 작품에 등장시킨 인물 ‘윌리엄 리’는, 버로스의 첫 작품 『정키』에서 그랬듯이 여전히 마약 중독과 치료의 과정을 오가고 있다. 그는 이국적인 아름다움과 거친 폭력이 공존하는 도시 멕시코시티에 와 있다. 그는 여러 술집을 전전하면서 이곳에 머물고 있는 군인 출신의 미국인 대학생들과 게이들, 술집 주인들과 덧없는 만남을 반복하다가, 아름다운 청년 유진 앨러턴을 만난다. 리는 앨러턴의 관심과 애정을 갈구하지만, 앨러턴은 리를 진지하게 대하지 않는다. 리는 그의 관심을 끌기 위해 더욱 긴 장광설을 늘어 놓고 광대 같은 행동을 일삼는다. 리는 한 가지 이론을 믿고 있다. 남미의 숲속에 있다는 전설적인 환각제 ‘야헤’를 구하면, 이를 통해 텔레파시 능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리는 앨러턴을 끈질기게 설득해서 함께 신비로운 약초 야헤를 찾아 남아메리카 끝으로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천신만고 끝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결국 허무와 파국이다.중독자는 스스로의 이미지를 그다지 높게 보지 않는다. 가장 더럽고 초라한 옷을 입고, 다른 사람의 눈길을 끌 필요를 전혀 느끼지 않는다. 탕헤르에서 중독자로 지내는 동안 나는 ‘엘 옴브레 인비지블(El Hombre Invisible)’, 즉 ‘투명 인간’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런 자기 이미지 분열은 종종 이미지를 마구잡이로 열망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빌리 홀리데이는 텔레비전 시청을 멈추었을 때 자신이 중독에서 벗어났음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내 첫 소설 『정키』에서 주인공 리는 조화롭고 자족적인 인물,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로 가는지 잘 알고 있는 인물로 등장한다. 『퀴어』에서 리는 분열되고, 절박하게 만남을 바라고, 자신과 자신의 목적에 전혀 확신이 없는 인물이다.
『퀴어』에 함께 들어갈 이 글을 쓰기 시작하자, 엄청난 거부감에 몸이 마비되었다. 작가가 마주하게 되는 구속복 같은 장벽. 『퀴어』의 원고를 훑자, 읽지 못하겠다는 생각만 든다. 나의 과거는, 운이 좋은 사람만 탈출할 수 있는 독이 든 강이었다. 기록된 사건들이 벌어진 뒤 이미 긴 세월이 지났어도 보자마자 위협을 느끼게 되는 독이 든 강. 『퀴어』에 대해 쓰기는커녕 읽기조차 힘들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다. 말 한마디 몸짓 하나에 진저리가 난다.” 억지로 들여다보려 하자 이 거부감의 이유가 더 명확해진다. 이 책이 만들어진 동기는 내가 전혀 언급하지 않은, 사실은 애써 피한, 어떤 사건이다. 1951년 9월, 내가 아내 조앤을 총으로 쏘아 죽게 만든 사고다.
리는 이제 정리할 때임을 알아차렸다. 오클라호마시티에 살던 유대인 동성애자 친구가 떠올랐다. 리가 그 친구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왜 여기 살아? 원하는 곳 어디서도 살 만한 돈이 있잖아?” 대답은 이랬다. “내가 멀리 이사하면 우리 어머니는 죽어.” 리는 할 말을 잃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윌리엄 S. 버로스
제2차 세계대전 후 1950년대 중반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을 중심으로 대두된 보헤미안적인 문학, 예술가 그룹인 비트 세대의 대표 주자. 1914년 2월 5일, 세인트루이스의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윌리엄이라는 이름은 할아버지의 이름을 딴 것으로, 할아버지는 오늘날의 계산기를 발명한 사람이다. 외삼촌 아이비 리는 오늘날의 피아르(PR) 개념을 만든 사람이기도 하다. 1936년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후 사립 탐정, 해충구제업자, 바텐더, 신문기자, 작가 등 여러 직업에 종사했다. 버로스는 작품에서처럼 실생활에서도 현대 미국의 윤리와 정치, 경제를 전복하려고 애썼고, 자신의 가정환경에도 반기를 들었는데, 이런 주변 상황에서 벗어나고 동성애와 마약 중독을 다스리고자, 1950년에 모국을 떠났고 곧이어 글쓰기를 시작했다. 1950년대 초까지는 작가로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으나 1953년에 『정키: 회복되지 못한 마약 중독자의 고백』으로 그의 이름이 세간에 알려졌다.『정키』는 마약 중독의 초기를 자전적으로 그린 작품으로 이후에 등장하는 혁신적인 소설 기법과 주제를 가늠하는 시초로서 평가된다. 『정키』와 같은 시기에 쓰였으나 1985년이 되어서야 처음 출간된 『퀴어』는 버로스의 문학 세계를 이해하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하는데, 동성애자의 비극적 상황을 그리고 있으며, 그 서문에 자신의 부인 조앤을 실수로 총살하고 그것이 동기가 되어 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했다는 고백이 담겨 있다. 1959년 파리에서 먼저 출간되어 논쟁을 일으킨 후, 1962년 미국에서 출간된 『벌거벗은 점심』으로 작가로서의 정점에 이르렀다. 당시 실험주의 소설가 노먼 메일러 등으로부터 천재적인 작품이라는 극찬을 받았고,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에 의해 영화로 제작되기도 하였다. 그의 작품 활동은 꾸준히 계속되어, ‘컷업’ 삼부작(『부드러운 기계』, 『폭발한 티켓』, 『노바 익스프레스』), 『와일드 보이스』, 『세 번째 생각』, 『버로스 파일』, 『애딩 머신』, 『인터존』, 『윌리엄 버로스의 편지, 1945~1959』, 마지막 3부작 소설(『붉은 밤의 도시들』, 『죽은 길들의 장소』, 『웨스턴 랜드』), 『캣 인사이드』, 『나의 교육』, 『마지막 말들』 등이 출간되었고, 임종을 맞을 때에는 20세기 예술가 가운데 정치적으로 가장 신랄하고, 문화적으로 가장 영향력이 크며, 최고의 혁신적인 작가로 널리 인정받았다. 멕시코시티, 탕헤르, 파리, 런던 등지를 오가며 생활한 뒤 1974년에 미국으로 돌아왔으며, 캔자스 주 로렌스에서 말년을 보내다가 1997년 8월 2일에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