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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바람
문학의식사 | 부모님 | 2025.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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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 소나기에 찢겨진 가슴팍
그 사이 남기고 간 망울진 여름의 눈물

너는 계절 잇는 신호등
텅빈 공원 마른가지에 두 팔 걸치고
파랗고 빨간 신호 깜박이면
벤치 소녀는 넘기던 책갈피 닫고
붉은 보조개 접어 서산에 숨는다

여름은 동에서 남으로 방향을 틀어
백발 할미 낭자 풀어진 미로 사이로
뻥 뚫린 파란 하늘 한 점 남기면
검게 그을린 녀석은
터진 가슴 깁고 지우다 지치면
그대로 로댕의 웅크린 시인이 된다
- 1963. 고교백일장

- 본문 <거미줄>

사수(射手)는 막판에도 변죽만 쏜다

석양 다 되어 게으른 눈 비비고
가지 끝 까치밥 쪼는 새를 겨눈다
새는 눈 한번 깜박 않고
갈색 이파리 하나 떨어진다
화살이 서편 하늘 날며 산마루에 꽂히자
얼굴은 금세 황혼(黃昏)이다

부끄러워 돌아오는 길
곱게 시드는 들국화를 본다
다시 한 번 꽃피울 수 없느냐
바람을 넣는다
무섭단다

- 본문 <늦바람>

  작가 소개

지은이 : 고석원
▪ 전주교육대학▪ 전북대학교 교육대학원▪ 초등교사, 중등 국어교사, 교장으로 정년퇴직(43년간)▪ 2015년, 시 <숨비소리> 외 4편으로 《문학의식》 신인상 등단▪ 퇴직 후 현재까지 유럽, 아프리카, 남미 등 약 60여 개국 부부 동반 배낭여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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