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자연의 다양한 생명, 특히 식물(풀)을 주제로 작업하는 화가 김제민의 그림 에세이. 20여 년간 애정 어린 시선으로 관찰하고, 촬영하고, 그린 풀 이야기가 그의 대표작과 함께 펼쳐진다. 풀과 함께한 그림 인생이 녹아 있는 24편의 글을 읽으며 엉뚱하고 유쾌한 작가의 상상에 동참하며 풀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작가가 풀을 그리며 자연으로부터 배운 ‘다양성과 공존’의 가치를 되새기게 한다.

나는 졸업 미전에 왜곡된 형상의 자화상 드로잉 연작, 그리고 다양한 풀이 무성하게 자라는 이미지의 회화와 판화 연작을 나란히 걸었다. 그런데 나중에야 깨달은 사실이지만 언뜻 보기에 서로 공통점이 없는 듯 느껴지는 이 두 갈래의 작품은 실은 모두 내 자화상이었다. ‘서로 다른 것들의 집합’인 ‘heterogeneous’는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자연의 상태이기도 하지만, 서로 다른 것들이 섞여 있어서 더 좋고 더 아름다운 (물론 때로는 더 복잡하기도 한) ‘나’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쉽게 외래종을 탓하지만 결국 그들을 그 자리로 데려온 것은 인간이다. 그동안 외래종 생물을 박멸하거나 통제하려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외래종은 결국 환경에 적응해 살아갈 것이고, 변화된 상황 속에서 자생생물도 어떤 식으로든 적응하게 될 것이다. 결국 어떻게 공존하며 살아갈 것인가의 문제인데, 아마 인간보다는 자연이 더 현명하고 효율적인 해결책을 알고 있지 않을까.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제민
시각예술가이자 교육자. 한때 역사를 전공했으나 뒤늦게 방향을 돌려 그림을 공부했고, 서구적인 외모와는 다르게 유치원을 제외하고는 한국에서만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한 국내파다. 얕은 지식과 썰렁한 유머를 무기 삼아 소소한 식물을 소재로 인간 사회에 일침을 가하는, 가벼우면서도 심오한 작품을 추구한다. 자연의 다양한 생명, 특히 식물에 관심이 많아서 늘 이들을 관찰하고 촬영하고 그리면서 인간을, 나 자신을 생각한다. ‘잡초’라 불리는 식물처럼 끈질기게 버티면 언젠가는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www.jei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