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2012년 등단 후 두 권의 시집을 내며 많은 독자의 관심을 받은 이제야 시인이 7년 만의 산문집으로 돌아왔다. 오랫동안 시의 쓸모에 대해 생각해 온 시인은 처음으로 자신과 주변인의 이야기를 꺼낸다. 시인이 되기 훨씬 전부터 품어온 마음과 등단 무렵, 그리고 이후의 시간에 대해 그가 어렵게 꺼낸 고백은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건네는 다정한 편지와도 같다.이제야는 시인으로 살아가는 일의 외로움과 지난함을 내내 토로하면서도 시를 쓰는 행위가 주는 내밀한 위안에 대해 말한다. 그에게 시를 쓰는 일은 소중히 포획한 단어들의 의미로 비밀스러운 사전을 엮고, 이를 독자에게 건네는 일이다. 세련된 시어로 가득한 소란한 세상에서 그는 다소 투박하고 잊히기 쉬운 서정의 가치를 끝까지 붙들고자 한다. 산문집이지만 꼭지마다 덧붙인 짧은 시와 장마다 직접 찍은 사진이 실려 있어 책장을 넘기는 독자의 손과 눈을 멈추게 한다. 동료 시인이자 사진작가인 이훤의 아름다운 해설을 읽는 것 또한 놓칠 수 없는 특별한 재미. 시인으로서의 삶이 궁금하거나 시를 써보고 싶다는 마음을 한 번이라도 품어본 독자라면, 이 책에서 엿볼 수 있는 시가 되는 순간들과 담백한 위로를 통해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시는 사랑을 몰랐던 때로 돌아가 모든 사랑을 바라보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시를 쓰는 순간 기존의 믿음은 완전히 깨집니다. 우리가 잊었던, 아니면 영영 모를지 모르는 것을 다시 아껴 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시를 쓰는 일은 우리가 알고 있던 단어를 지워가며 사랑의 애초를 소중히 하는 것. 사랑을 하며 잊어갔던, 어쩌면 영영 기억하지 못했을 단어들을 모으는 일인지도요. _<언어가 되기 전의 사랑>
힘든 감정을 잘 어루만지고 공감하는 사람이 글을 쓴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습니다. 그것이 시인이라고 믿었던 어린 시절도 있고요. 그런데 그것은 나의 고통은 없으리라, 무탈하게 지나가리라 믿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할 생각만 하던 어린 날의 생각이죠. 이제 압니다. 아프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것을. 앞으로도 종종 상처가 찾아올 겁니다. 그러나 이것도 압니다. 그 상처가 앞으로 시를 더 사랑하고 써야 할 이유가 된다는 것을요. _<아름답지 않은 것들이 아름다워지기>
건네는 마음과 받는 마음, 그리고 둘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기다림. 마음이 전달되는 방향을 화살표로 그리면 이런 모습일까요. 어렵고 흐릿하기만 했던 방향이 처음으로 머리에 그려졌습니다. 그때 다짐했지요. 화살표를 내가 시작해보겠다고. _<도착한다는 믿음>
작가 소개
지은이 : 이제야
2012년 등단 후 시집 『진심의 바깥』과 『일종의 마음』, 산문집 『조각의 유통기한』, 『그런 사람』, 『그곳과 사귀다』 등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