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소울앤북 시선. 이장호 시집. 이장호 시인의 시들이 가지는 문학적 함의의 커다란 단초는 앞서 정치 사회적 의미의 과정의 생략이나 쇄말을 미학적으로 극복하고 복원하는 차원에서의 과정이 지닌 혁혁하고 유니크한 시적 재생에 방점이 있다.
이장호는 한마디로 과정이 지닌 독특하고 충만한 아름다움에 심미적인 존재의 형질을 발견하는 시인이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 예민하고 독특한 눈길을 던지는 남다른 촉수의 발휘는 이장호의 시가 결과나 결론만의 예술이 아니라는 것을 반증하기도 한다.
더불어 미리 결어처럼 이 과정의 미학이 지닌 존재의 의미를 내다보자면, 이것은 그대로 모든 소외된 그리고 주류나 비주류를 포함하는 모든 존재의 자기회복의 방법론에 그 맥락이 닿아 있다는 점이다. 과정의 당위성이 지닌 감각적 특이성과 그 변화의 인상과 그 의미적인 함축성이 이장호 시인에게서 남다른 추이로 진진해진다.
출판사 리뷰
이장호 시인의 시들이 가지는 문학적 함의의 커다란 단초는 앞서 정치 사회적 의미의 과정의 생략이나 쇄말을 미학적으로 극복하고 복원하는 차원에서의 과정이 지닌 혁혁하고 유니크한 시적 재생에 방점이 있다. 이장호는 한마디로 과정이 지닌 독특하고 충만한 아름다움에 심미적인 존재의 형질을 발견하는 시인이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 예민하고 독특한 눈길을 던지는 남다른 촉수의 발휘는 이장호의 시가 결과나 결론만의 예술이 아니라는 것을 반증하기도 한다. 더불어 미리 결어처럼 이 과정의 미학이 지닌 존재의 의미를 내다보자면, 이것은 그대로 모든 소외된 그리고 주류나 비주류를 포함하는 모든 존재의 자기회복의 방법론에 그 맥락이 닿아 있다는 점이다. 과정의 당위성이 지닌 감각적 특이성과 그 변화의 인상과 그 의미적인 함축성이 이장호 시인에게서 남다른 추이로 진진해진다.
익명의 프레임
배경은 빨간 꽃 잎사귀 그림자는 보편적인 그림자 색
꽃잎은 떨어지려는 의도를 내색하고 있는 듯 아래로 늘어져 있다
흰색이었던 과거는 흰 물감을 덧칠하면서 현재로 바뀐다
액자는 몇 개의 색을 가두어 주변의 시선으로부터 독립시킨다
캔버스에 스며든 물감은 여러 가지 파장을 일으키는데
자색과 적색 바깥의 색들은 보이지 않는 색으로 캔버스를 위협한다
그림은 어느 벽에든 걸려야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되지만
관객은 누가 만든 프레임인지 알지 못하고 프레임 속에 갇히고 만다
꽃은 잠시 떨어지는 중이거나 그려지는 과정에 있다 모호한 여론은 프레임이 완성되는 순간부터 색을 가진다
꽃으로 색을 배운 관객은 갤러리에 모여 그림을 읽는다
연출된 음악과 동선을 지나며 같은 색의 액자에 사로잡히게 된다
꽃은 흰색이거나 붉은색으로 그려지는 중이다
액자는 언제나 벽에 걸리는 중이거나 걸려 있기를 원한다
노랑은 색이 아니에요
늙은 호박은 언제부터 늙어 있었는지
날카로운 말을 찔러 넣어도 아프지 않은가 봐
비릿하며 달짝지근한 외로움은 어디에 숨겼을까
단단했던 침묵은 노랗게 짓물러지고 꼭지만 말라간다
늙으면 약해지고 상처를 잘 입을 텐데
조심해서는 껍질을 벗기기 어렵다
따끈한 눈물을 흘리고 나서야 훌훌 벗어지는 것들
그렇게 칼칼한 낱말들만 사용했던 것은
어쩌면 뜨겁게 울어줄 무엇이 필요해서였는지 모른다
궁금한 안부에 퉁퉁하던 반응은 속을 갈라 보고야 알게 된다
씨앗들이 파먹고 남긴 것은 노랗게 휜 공간
그 빈 곳을 숨기려고 껍질에 잔뜩 힘을 주고 있었나 보다
엄마는 노랗게 아팠다
지천이 은행잎으로 깔린 공원을 자주 걸었고
시집도 오기 전부터 고개 숙인 벼밭을 거두기도 했다
맑은 눈에 노란 물을 들이고 나서부터는
돌아누우며 뜨거운 음식을 멀리 두었다
차갑게 식은 죽을 데우고 있지만
나는 아직 어느 한 곳도 뜨거워지지 못하고
노오란 동굴만 파고 있는 중이다
모음으로 말해 줘
가슴을 부풀려서 숨을 마셔 봐
입속을 둥글게 만들어 소리 내는 거야
자음은 없어도 괜찮아
하나의 문장이 아니어도 좋아
느끼는 그대로 담아서 보내 줘
높고 낮음이 없어도 좋겠어
감탄사처럼 마음이 느껴지는
한마디 모음이라면 충분해
소리를 낼 수 없으면 모양만 보여 줘
가까이 있으니까 그걸로 충분해
배우지 않아도 표현할 수 있는
언어나 문장이 아니어도 괜찮아
모음으로 말해 줘
작가 소개
지은이 : 이장호
강원도 평창에서 출생하였으며 2022년 계간『창작21』로 등단하였다.서정문학회와 한뉘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목차
제1부
익명의 프레임 12
벽에 바름질을 하고 14
노랑은 색이 아니에요 16
슬픔은 팔지 않아요 18
마당귀에 선 사내 20
꽃다발을 꽂은 파란 꽃병 22
레고 가족 24
검은 말을 탄 흑인의 사진 26
비누 28
발우 30
선인장은 시들지 않아요 32
불안도 장사가 되나요 34
저수지 36
모음으로 말해 줘 38
제2부
맹장은 어디쯤일까 40
무슨 잼을 바를까요 42
미장 조 씨 44
관계를 파는 가게 46
종양은 세 시에 끝나요 48
밤은 자꾸 깊어져요 50
매운 유산 52
실버타운 54
오래된 말씀 56
마담 보봐리 58
크런치 60
아이 연대기 62
해피 프라이드 64
짠맛의 밀도 66
제3부
앙금빵 70
피노키오는 다행이었어요 72
여백의 시간 74
그대를 만나러 가는 길 76
MMORPG 78
검은 구멍 80
흔들리는 사람들에게 82
민달팽이의 이별 84
망고가 뭘 알겠어요 87
군고구마 90
상상 레시피 92
아마존은 흐르고 있어 94
높은 풀숲에서 96
달가림 98
제4부
라면에 대하여 102
세일즈맨의 저녁 식사 104
건빵이 좋아 106
언어는 도시에서 자란다 108
웃음이 어떤 것인지 물어볼게요 110
나락투성이 112
적도에 가자 114
녹내장 116
풍선효과 118
반짝이는 통증 120
매직 히어로 122
약한 지붕 124
동백길 126
깊은, 안녕 128
해설
과정의 예술정치학과 존재 회복의 시학│유종인 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