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한여름의 강렬한 햇빛 같은 첫 시집 『한여름 손잡기』로 끈적하게 열렬하면서도 싱그럽게 반짝이는 사랑을 독자들에게 나누어주었던 권누리 시인이 두번째 시집 『오늘부터 영원히 생일』을 펴낸다. “오늘부터 영원히 생일을 축하받고 싶다”는 고백에서 따온 제목은 화사한 첫인상이었다가 서술어로 시선을 옮기면 서글픈 정조로 변모한다. 다만 종말을 맞은 세계에서 거짓된 아름다움과 무한한 외로움을 곱씹으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너희를 사랑한다고 위로 건네”(「오래된 섬광」)는 화자들은 쉬이 꺼지지 않는 사랑의 의지를 밝히고 있기에 주목을 요한다.
출판사 리뷰
“축하받으려고 너를 사랑했어”
플라스틱 아름다움과 외로움이 무한히 반복되는 루프-삶
그 굴레에서 우리를 구원하는 사랑-시
한여름의 강렬한 햇빛 같은 첫 시집 『한여름 손잡기』로 끈적하게 열렬하면서도 싱그럽게 반짝이는 사랑을 독자들에게 나누어주었던 권누리 시인이 두번째 시집 『오늘부터 영원히 생일』을 펴낸다. “오늘부터 영원히 생일을 축하받고 싶다”는 고백에서 따온 제목은 화사한 첫인상이었다가 서술어로 시선을 옮기면 서글픈 정조로 변모한다. 다만 종말을 맞은 세계에서 거짓된 아름다움과 무한한 외로움을 곱씹으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너희를 사랑한다고 위로 건네”(「오래된 섬광」)는 화자들은 쉬이 꺼지지 않는 사랑의 의지를 밝히고 있기에 주목을 요한다.
터지는 폭죽과 달콤한 케이크, 다정한 말들, 한편으로 생일 파티가 끝나고 홀로되는 게 벌써부터 두려워 이 시간을 한없이 늘리고 싶은 사람의 마음…… 『오늘부터 영원히 생일』에선 그처럼 슬픔과 기쁨이 맞붙어 교차하고, 미러볼처럼 한없이 돌아가며 반짝인다. 케이크 앞에서 “축하받으려고 너를 사랑했어”(「유리 껍질」) 말하는 화자들은 누군가에게 ‘받을 때’보다 ‘줄 때’가 더 편한 사람, 무언가가 ‘되는 것’보다 무언가를 ‘하는 것’이 익숙한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이 시집은 가진 사랑이 많아 고민인 이들에게 바치는 헌사가 된다. 이들이 지난 삶에서 행해온 사랑을 닮은 『오늘부터 영원히 생일』은 세계의 구석진 자리들을 사랑으로 덧칠하는 그 시선에 기꺼이 값하는 시들로 가득하다.
이 이상 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구르기 위한
언덕을 갖고 싶어
처박힐 우물도
자랑 없이
칭찬도 없이
청소기 헤드로 빨려들어가는
정오
함께 있을까
조금만
더 울어보고
_「비기너」에서
자신 있는 마음을 차리면, 애들은 얕은 냄비 안에서 실리카겔처럼 작고 동그란 슬픔을 탁탁 터뜨리며 논다
안녕, 이제 가
보낼 마음도 없이
인사를 하면 조금 수척해진 얼굴로 다시 초인종을 누른다
_「아키비스트」에서
리타. 길을 걸어. 길을 걷는다는 감각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계절에 너의 이름을 붙이고. 길을 걸어.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은 역사, 계단, 가로등. 그 아래, 오래된 간판, 노랑, 붉은색, 푸른색, 흰색, 검정. 글자. 굴림과 바탕, 명조, 돋움. 볼드. 이탤릭. 흔들리는. 네온사인과 명명, 담배꽁초와 커피, 테이크아웃, 홀더, 음식물 찌꺼기. 배설물. 리타. 걷고 있니?
_「종로」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권누리
2019년 『문학사상』 신인문학상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한여름 손잡기』가 있다.
목차
1부 새 차원의 시차
비기너/ 파랑계/ 광 선로/ 아키비스트/ 내가 살아 있었다는 것을 너는 기억하겠지/ 르상티망 키즈/ 금속 레코더/ 빛들과 완전/ 오래된 섬광/ 종로/ 유리 리코더―다른 방향에서 볼 때 더 빛나는/ 오래된 섬광
2부 아름다운 희망 곁에서 깨진 유릿조각을
유리 껍질/ 자연사 풍경/ 만타(萬朶)/ 크리스털글라스/ 크툴루 키즈/ 환멸과 혼상(魂箱)―희에게/ 스너프 박스/ 숲 빛 촉/ 오래된 섬광/ 동티―북향, 비판텐과 자상/ 서로 닮은 천사의 얼굴/ 백색 잉크는 늘 막힌다/ 연결 녹지/ 살림과 실체
3부 나와 가장 다른 나의 미래
인지 세계/ 여름과 공멸/ 동티—패, 호스트는 없음/ 기제/ 여름 유령 상처 장미/ 회전하는 의/ 파라텍스트/ 성전/ 초목과 양떼들―정인에게/ 우중 궤적/ 선택과 집중/ 순례자의 요일/ 광선과 율동
4부 동시대의 기쁨
회심/ 겁/ 전환과 의례/ 키치/ 알코브―희에게/ 천사와 유령의 토르소 토르소/ 모더니티/ 동티—불신자의 나라, 판정단 부재/ 모스와 바벨론/ 도형, 유령의 역사/ 나의 유령 어금니 모양/ 포인터/ 성, 모노레일과 케이블카/ 거주 공간/ 선정릉/ 음영
해설 | 루프물의 리얼리티 혹은 유령의 유물론 | 김미정(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