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조손 가정의 아픔을 따뜻한 사랑으로 그려낸 글과 그림의 하모니어린 시절의 보물, 비밀상자.
이 책의 주인공인 연이의 비밀상자에는 할머니를 위한 새 고무신 한 켤레가 들어 있습니다.
구멍 난 고무신을 늘 꿰매어 신는 할머니께 드리려고 새 신을 사놓은 손녀 연이.
그렇지만 선뜻 드리지는 못하지요.
혹시 그 신을 신고 할머니가 멀리 어디론가 가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랍니다.
이미 엄마와 아빠를 떠나보낸 연이에게 ‘이별’에 대한 두려움과 아픔은 매순간 피할 수 없는 감정이 되었습니다.
할머니가 자기편임을 확인해야만 마음이 편안해지는 연이는 할머니가 잠시만 자리를 비워도 기운이 빠져버립니다.
빨래를 걷고 먼 길을 바라보는 연이의 뒷모습은 깊숙이 숨겨둔 엄마를 향한 속마음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새 신을 선물하면 할머니가 떠날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연이가 극복해나가는 과정이
비밀상자를 드러내고 풀어나가는 과정으로 오버랩 되어갑니다.
그리고 마침내 연이는 환한 미소를 머금게 되지요.
연이의 사랑스러운 이 미소는 더 이상 혼자 남겨질 것에 대한 불안감 따위로 힘들지 않을 것임을 짐작하게 해 줍니다.
연이와 할머니, 가족의 전 구성원인 그 둘이 나들이를 가는 장면에서 할머니의 새 고무신은 유독 빛납니다.
이 그림책에서는 글이 연이의 현실을, 그림이 그 주변에서 연이를 감싸고 있는 사랑을 보여주며
연이와 할머니를 위한 따뜻한 하모니가 연주되는 듯합니다.
앞 면지와 달리 뒷 면지에서는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연이의 마음에 화사한 봄이 왔음을 표현한 것 아니까요?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연이와 같은 처지의 아이들이 생각보다 적지 않습니다.
연이의 이야기를 통해 조손 가정이나 결손 가정의 아이들이 겪는 아픔을 이해하고
보다 넓고 따뜻한 품으로 친구들을 감싸 안아주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외롭고 아픈 성장기를 할머니의 사랑으로 이겨나가는 연이,
연이를 향한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며 마주 읽는 책이 되기를…….연이의 이야기는 어쩌면 요즘 아이들과 너무 먼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또 어쩌면 드러나지 않은 어느 곳에서는 너무 흔한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처음, 원고를 받고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과연 요즘도 이런 아이가 있을까? 하지만 작가의 주변에서 경험한 실화라고 하더군요.
가슴 아린 이 이야기를 그림으로 더 깊고 따뜻하게 풀어내야만 했습니다.
뛰어난 색감의 그림에 바느질로 마무리를 하며 화단에서 개성 있는 작품세계를 펼쳐가고 있는 김보라 작가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할머니가 고무신을 꿰매어 신는 장면을 모티브로 삼아 전체적으로 바느질이 들어가도 좋을 것 같았고,
그동안 그림책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예술적 표현으로 독자들에게 자극을 주고 싶기도 했거든요.
긴 시간 동안의 작업이었습니다.
어느 때는 연이가 가엽기만 했고, 그 어느 때는 연이가 행복하기만을 바랬습니다.
그런 마음들이 연이가 홀로 있는 장면에는 어김없이 새 한 마리를 등장시키게 한 것 같습니다.
연이는 알지 못하지만 늘 옆에서 연이를 지켜보는 새의 눈길에는 엄마의 마음이 담아서요.
연이를 바라보는 독자들은 대부분 엄마아빠와 함께 살고 있는 어린이 독자들이지요.
그들에게 보일 듯 안보일 듯 숨어있는 새를 찾아 엄마의 사랑을 연이에게 알려주는 메신저의 역할을 청하고 싶었습니다.
“연이야, 울지 마. 니네 엄마가 보고 있잖아.” 아마도 새를 찾아낸 사랑스런 독자는 연이에게 이렇게 외쳐줄 것이라 기대하며,
책을 읽는 시간동안 연이와 마주보고 마음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