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2015년 책둥이 추천도서 선정
19세기 대표적 시인이었던 조수삼(1762~1849)이 쓴 <추재기이秋齎紀異> 중 ‘이야기책 읽어주는 사람 전기수’ 부분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추재기이>는 조선 후기의 범상치 않았던 인물 70명의 삶을 담았던 책이다. 먼저 한문으로 된 원문을 성균관대학교 한문학과 안대회 교수가 원문 풀이를 하고, 그림책에 맞도록 새로운 이야기로 구성하고 그림을 그려 넣었다.
출판사 리뷰
특급 이야기꾼 ‘전기수,’
재미와 감동으로 대중을 사로잡다
‘전기수’ 이야기가 그림책으로 만들어지기까지그림책 <전기수 아저씨>는 19세기 대표적 시인이었던 조수삼(1762~1849)이 쓴 <추재기이秋齎紀異> 중 ‘이야기책 읽어주는 사람 전기수(傳奇?)’ 부분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추재기이>는 조선 후기의 범상치 않았던 인물 70명의 삶을 담았던 책이다.
먼저 한문으로 된 원문을 성균관대학교 한문학과 안대회 교수가 원문 풀이를 하고, 그림책에 맞도록 새로운 이야기로 구성하고 그림을 그려 넣었다.
<추재기이>의 등장인물들은 조선 후기 대중들 사이에서 꽤나 유명했는데, 그중에서도 ‘전기수’는 매우 흥미로운 캐릭터였다. 전기수는 조선 후기인 18, 19세기에 활약했던 전문적인 이야기꾼을 일컫는다.
전기수, 옛사람들에게 이야기의 즐거움을 전해주다인류의 독서 형태가 혼자 조용히 책을 읽는 묵독의 형태로 정착된 것은 근대의 일이다. 근대 이전에는 읽는 독서가 아닌, 듣거나 소리를 내어 읽는 -선비가 글공부를 할 때처럼- 낭독의 형태였다. 조선 후기 역시, 남녀노소 신분고하를 떠나 소설을 낭독하는 것이 성행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설책이 한문으로 쓰여 읽을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은 아주 극소수였다. 한글로 쓰였다 해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그만큼 문맹률이 높았던 것이다.
우리가 오늘날 고전소설로써 읽는 「춘향전」, 「홍길동전」, 「심청전」을 비롯한 「삼국지」 등도 그 감상은 눈이나 입으로가 아닌 귀로 듣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다시 말해 독서는 혼자서 읽는 것이 아니라 여럿이서 함께 듣는 것이었다.
여기에 책 자체가 워낙 귀한 것이어서 이래저래 이야기책은 읽는 사람보다는 듣는 사람이 더 많았고, 이야기책이 주는 즐거움에 동참하고 싶지만 읽지 못하는 대중들을 위해 새로운 직업이 탄생했다. 그런 직업인을 조수삼은 전기수(傳奇?)라 불렀다. 전기(傳奇)는 소설이나 이야기책을 가리키는 말이므로 전기수는 이야기책을 읽어주는 노인이란 뜻이다.
그러나 그들이 단순하게 문맹자만을 고객으로 삼은 것은 아니었다. 낭송의 기술이 발달하면서 소설을 읽어주는 기법이 예술의 단계로까지 성장했고, 글을 알고 책을 소유한 사람일지라도 듣는 즐거움을 위해 전문적인 낭송자를 찾았다. 심지어 사대부 양반가에도 여성 낭독자가 드나들었고, 남성들 역시 책 읽어주는 소리를 한가로이 즐겼다.
전기수가 사람을 모은 장소는 서울 종로나 청계천 다리 등 인파가 모여드는 곳이었다. 시끄러운 장터나 번화가의 소음을 배경으로 그들은 대단히 감동적으로 이야기책을 구연하여 청중을 완전히 소설 속으로 몰입하게 만들었다. 급기야 1790년(정조 14년)에는 현실과 허구를 분간하지 못하고 구연하는 사람을 살해하는 일까지 발생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런 사건을 보면, 당시 시장 한 모퉁이에서 수많은 청중에 둘러싸인 채 이야기책을 흥미진진하게 구연하는 전기수와 그의 구연에 몰입한 청중들이 뿜어내는 긴장과 열기를 다소나마 유추해볼 만하다.
신간 그림책 <전기수 아저씨>는 이야기에 몰입한 청중과 전기수가 벌인 이야기판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전기수가 상업적인 목적을 위해 이야기를 멈추자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안타까워하기는 주인공 어린이인 영복이도 마찬가지이다. 전기수의 이야기에 매료된 아이들은 심지어 커서 전기수가 되기로 결심한다. 지금의 연예인처럼 아이들에겐 이야기 솜씨 하나로 사람들의 혼을 쏙 빼놓는 인기인, 전기수가 무척 부러웠을 것이다. 독자들도 <전기수 아저씨>를 통해 독특한 장단과 화술로 사람들의 가슴을 움직이고 이야기에 생명을 불어넣은 전기수의 매력에 빠져보길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