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지난 십여 년간 주변 여성들이 구술한 이야기를 기록해 온 인터뷰어 정원이 메이라는 사십 대 여성을 인터뷰했다. 400쪽 분량으로 3년에 걸쳐 이어지는 세 번의 긴 대화를 통해 메이는 모녀 관계, 부부 관계, 직장 생활 전반을 돌아보며 자신의 삶을 들려준다. 1부에서 8개 챕터로 분할돼 있던 다방면의 대화가 2부에서는 엄마, 직장, 아이라는 세 가지 주제로 수렴되고 3부에서는 그 모두가 하나의 이야기로 통합된다. 이 책에서 구사된 대화 방식은 거부감을 유발할 수도 있다. 요즘 권장되는 대화 방식이 아니다. 요즘의 사람들은 선 넘는 거 싫어하고 상대가 보여주는 만큼만 봐 주는 게 배려라고 하니까. 그런 게 배려라면 『사랑받는 메이』는 배려 없는 책이다. 4백 페이지 넘는 분량이 대화로만 이루어졌는데 상대가 불편해하는 낌새가 보여도 끝까지 묻고 지적하고 판단하고 그러다 감정도 상하게 한다. 특히 3부의 강낭콩 사건이 압권으로 열두 페이지에 걸쳐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대화가 이어진다.인터뷰이이인 메이가 맷집이 좋아서 버텼지, 대부분은 그런 대화 입구에서 주저앉거나 되돌아나갈 거라 생각한다. 공감받지 못하고 공격받았다고 생각해서 기분이나 상하고 만남은 종료될 것이다. 메이와의 대화는 그 지점을 넘어 계속 이어지는데 이러한 심층적인 인터뷰 작업을 통해 메이는 오랜 시간 사로잡혀 있던 어떤 상처를 꺼내서 객관화해 낸다. 그 메타인지는 메이라는 개인의 작은 성취이자 소중한 통찰이 빛나는 지점이다.두 여성이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이어폰의 볼륨을 낮추고 관심이 없는 척 대화를 듣는다. 주식 이야기가 나오면 다시 최대로 올려버릴 작정이다. 하지만 그 대화는 재수 없다는 말로 시작되고, 보통 이런 이야기는 재미있다.
나이는 알 수 없다. 해적왕이 되길 꿈꾸기에는 다소 늦었고, 아무것도 꿈꾸지 않기는 너무 이르다는 정도를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아마 그들은 인생에서 이미 바다를 보았을 것이다. 그 너머로 가보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알기로) 그들은 지금 우물로 돌아가고 있다.
우리의 세계는 무엇이 될지, 어떤 걸 배울지, 어떤 삶을 살지 꿈꾸고 시도하고 부풀던 시기를 지나고 나면 어느 시점부터는 다시 좁아지는 게 아닌가 싶다. 지켜야 하는 것이 늘어나고 참아야 하는 것도 늘어난다. 때로는 그 포기와 타협에 붙어온 후회와도 싸워야 한다. 힘든 세상이다. 마음대로 상상할 수 있었던 인생은 현실의 가장자리에서 결국 돌봄에 대한 고민을 안고 우물 안으로 돌아온다. 바다를 겪고 난 후에 돌아온 우물은 예전보다 더 좁고, 깊다. 모두의 미래다. 조금 덜 우울하게 말하자면, 거의 모두의 미래다. 하지만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우물 속에서도 조금씩 조금씩 손을 뻗어가다 보면 보통은 어딘가에 닿게 된다. 조금 틀어서 생각해 보면, 결국 세상의 모든 우물은 연결되어 있는 거 아닌가. 우물 아래는 어쩌면 바다보다 넓을지도 모른다. 같은 고민을 가진 우리는 각자의 우물 아래서 균사체처럼 연결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