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황선열 평론가의 문학평론집. 이 책은 오늘날 가속화되고 있는 지역 소멸의 현실 속에서 지역 문학이 처한 상황을 깊이 있게 성찰한다. 지역이 사라져가는 시대, 지역 문학 역시 예외일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이 평론집은 ‘지역’이라는 화두를 중심에 놓고 문학의 현재를 다시 묻는다.
저자는 오랜 시간 지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바탕으로 축적해 온 평론들을 한데 모아, 지역 문학의 의미와 가능성을 다각도로 탐색한다. 지역 문학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지역민과 함께 향유하는 일이 단지 문학적 실천에 그치지 않고, 지역의 소멸을 늦추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특히 이 책은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명제의 이면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며, 지역이 스스로의 정체성과 특수성을 외면할 때 어떤 위기를 맞게 되는지를 짚어낸다. 더불어 시, 시조, 동시, 디카시 등 다양한 장르의 변주와 확장을 통해 문학 내부의 중심과 주변의 관계를 새롭게 조명한다. 중심과 주변은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 서로를 지탱하고 확장시키는 관계라는 점을 강조하며, 문학의 생동하는 구조를 역동적으로 드러낸다.
지역의 문제, 지역의 의미, 그리고 지역 문학이 나아갈 길에 대한 치열한 사유가 담긴 이 평론집은, 지역 문학을 다시 중심에 놓고 한국 문학을 성찰하려는 중요한 시도다. 오늘의 문학과 지역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의미 있는 길잡이가 될 것이다.미디어는 현실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문학은 그 현실의 진실에 공감하는 것이다. 미디어가 사실을 왜곡하면 현실은 왜곡된 정보를 전달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미디어의 한 부분을 담당하는 문학만이라도 미디어의 허위에 맞서야 할 것이다. 그것이 미디어 시대에 문학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몫이다. 정부의 언론 검열에 대항하여 1644년 11월 24일 밀턴은 ≪아레오파지티카:허가받지 않고 인쇄할 자유를 위해 영국의회에 보내는 존 밀턴씨의 글≫이라는 소책자를 발간했다. 이 글은 당시의 영국 국교회에 대항한 작가의 목소리라는 점에서 언론 미디어의 자유를 외친 당대 최고의 문학적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언론 탄압의 경계를 넘어서 존재해야 하고 언론의 자유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것을 잘 보여준 사례다. 밀턴 당시의 시대야말로 보수적인 체제 내에서 미디어라고 하는 것은 집권자의 취향에 맞추어서 재구성을 할 수밖에 없었던 시대였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밀턴의 시대나 지금 시대나 권력의 구조에 맞서는 언론은 탄압을 받았으며, 권력에 동조한 언론은 권력의 지침대로 허위 보도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 하버마스는 현대 세계에서 여론은 언론의 필요에 따라 조작되는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며, 관료 조직과 정당은 그들이 조직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론을 조작한다고 생각했다. 이처럼 언론은 권력과 결탁하여 끊임없는 허위를 조장하고 있는 매체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뉴저널리즘 운동의 핵심 이론가인 톰 울프는 이러한 언론의 왜곡된 기능에 맞서서 작가야말로 “독자의 진짜 감정에 공명하는 멋진 방식으로 독자의 기억을 조작하는 사람이다. 사건은 단순히 지면 위에 인쇄된 형태로 발생할 뿐이지만 그 감정은 진짜이다.”라고 옹호하고 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재능이 있는 작가들이란, 독자들의 감정과 공명하면서 왜곡된 기억을 이끌어내고 그것을 참된 감정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언론은 딱딱한 보도를 피하고 부드러운 흥미물과 가십거리에 초점을 두면서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에 작가는 현실과 공명하는 감정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가서 진실된 기억을 이끌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미디어 시대의 작가는 현실의 진실을 알리는 데 그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현대 미디어의 긍정적 역할을 극단적으로 옹호하고 있는 마샬 맥루한은 현대는 전자매체를 통해서 총체적 경험이 제공되는 새로운 세계의 도래를 선언하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의 선언은 새로운 미디어가 인간의 삶을 새롭게 장악하는 도구가 될 것이라는 문제점은 생각하지 못한 선언이었다. 맥루한의 스승이지만 맥루한과는 사상이 다른 기술결정론자인 이니스는 인간사에 엄청난 힘을 행사하는 테크놀로지의 도구에 의해 인간행동이 지배된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맥루한이 말한 것처럼, 지구 곳곳의 소식을 총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지만, 그 반대로 미디어의 도구에 의해 인간이 지배당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니스가 주장한 미디어의 한계를 맥루한은 간과한 것이었다. 얼마 전 카카오가 불통이 되자 카카오와 연결된 모든 미디어가 대혼란을 겪는 사태가 일어났다. 이 일로 우리는 전체로 연결된 미디어망의 허위가 어떤 것인지를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미디어의 전체성야말로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미디어 전체를 막아버리는 심각한 문제점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연하게 보여준 것이다. 이 사태를 지켜보면서 우리는 미디어의 문제점을 깊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미디어의 전체성은 왜곡과 허위, 그리고 권력 구조 속에 놓일 때 그 위험은 더 최악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미디어의 전체성은 편리함을 가져다주지만 그만큼 위험한 요소를 안고 있으며, 자칫 전체를 잃을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 때문에 미디어를 매체로 활용하고 있는 사람들은 철학적 방향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쉽게 현실을 재구성하고 사실 대신에 픽션을 만들 수 있는 실수를 범할 수 있다고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서구에서 주장하는 미디어의 폐해는 근대 이후 인쇄물의 대량 생산과 맞물리면서 더욱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동양에서는 일찍이 이 출판물의 허위에 대해서 후한 때 학자인 왕충이 적절하게 지적하고 있다. 그는 “사람들은 거짓투성이 서적을 신용해 성현이 전한 내용은 모두 옳다고 생각한다. 무조건 옳다고 여겨, 언제나 읽고 외운다. 정확한 사실이 담긴 일반 서적과 그들이 신봉하는 엉터리 경서의 내용이 일치하지 않으면, 오히려 일반 서적이 믿을 수 없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고 전제하면서 경서라고 하더라도 허위가 있을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에 말에 따르면 저울과 같이 균형을 가진 해석과 판단이야말로 허위와 진실을 가르는 기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모든 사실이 객관적으로 전달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후대의 학자들이 평가할 때는 허위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사실의 전달은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허위와 진실을 판단하는 기준은 그것을 판단하는 사람의 분명한 철학적 방향과 역사적 안목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미디어 시대, 문학의 역할」 중
작가 소개
지은이 : 황선열
경남 창녕 출생. 영남대학교 국문학과 동대학원. 문학박사. 199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문학평론가. 경성대, 부경대, 동아대대학원 겸임교수 역임, 2001, 2006년 한국문예진흥원 자료발굴조사연구비 수혜. (사)한국작가회의 부산지회 지회장 역임, 이주홍문학상 학술부문, 한국작가상 학술부문 수상, ≪작가와사회≫ 편집주간, 청소년종합문예지 ≪푸른글터≫편집주간, 계간 ≪동화읽는 가족≫기획편집위원, 시전문계간지 ≪신생≫ 편집위원, 신생인문학연구소 소장 역임, 현재 (사)한국작가회의 이사, 인문학연구소 문심원 원장. 공편 『권환 시전집』(솔, 1998) 편저 『독립군시가집』(한국문화사, 2001), 『권환전집』(전망, 2002), 『광야의 노래-만주연변지역 독립군시가집』(한국문화사, 2006) 평론집 『빛과 그늘의 문학』(전망, 2004), 『따져읽는 어린이 책』(청동거울, 2005), 『경계의 언어』(새미, 2008), 『아동청소년문학의 새로움』(푸른책들, 2008), 『동화의 숲을 거닐다』(산지니, 2009), 『현대시와 시인을 찾아서』(학술정보, 2011), 『청소년과 인문학의 향기』(신생, 2013), 『회통의 시학』(신생, 2015), 『동양시학과 시의 의미』(케포이북스, 2016), 『독립군노래이야기』(현북스, 2018), 『아동문학의 근원』(신생, 2020), 『서정의 파문』(푸른사상, 2023) 연구서 『일제시대 독립군시가연구』(한국문화사, 2005), 번역서 유협, 『문심조룡』(신생, 2018)
목차
들어가며
제1부
미디어 시대, 문학의 역할
지역 문예운동의 물적 기반
경남문학사에서 부마민주항쟁의 인식
변화의 시대와 문학 풀뿌리 문학을 옹호하면서
지역문학 살림의 길
제2부
전통 서정시의 견고한 지층 이준관 시의 동심과 시심
쪽배를 타고 떠나는 도화원 여행 조성래 시인의 시집 세 권
한의 정서를 풀어내는 독특한 방식 성미영 시의 미적 접근
서사의 변주와 확장 오미옥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산책과 여행, 길 위의 시학 류정희 시의 의미
불가능한 채널 속에서 바라본 삶의 온정 ―최승아의 시세계
무의식의 경계를 넘나드는 은유의 세계 강혜성의 근작시편 단상
눈부신 잿빛의 고독한 나무 허만하 시집 소고(小考)
제3부
정형의 기율과 변조의 역풍 김용태의 시조 세계
고통의 연대와 변주(變奏)의 미학 이민아의 시조세계
이미지와 서사, 그 풍경의 시학 우아지의 시조 세계
천연한 동심의 발견 ―김진희 동시조의 지평
유쾌하고 발랄한 청소년들의 이야기 ―서형오의 청소년 시집
탐정서사와 시적 의미 ―김현서의 청소년시
복합예술의 균형과 조화 ―최규근의 디카시집 『남한산성 신아리랑』의 미적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