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심영의 작가의 장편소설 『경계인들』이 푸른사상 소설선 74번으로 출간되었다. 간첩 혐의로 감옥 생활한 어부, 좌우의 대립으로 희생된 가족, 왜곡된 한일 간의 역사를 체험하고 있는 작가이자 역사학자, 종군위안부 문제를 부단하게 제기하는 일본의 활동가…… 소설은 청산되지 못한 일제강점기의 유산으로 인한 경계인들의 삶을 세밀하게 조명한다.“왜 어떤 사람들은 위험과 고통을 감수하면서까지 진실을 찾으려 할까요? 진실을 알고 싶어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기도 하니까요.”
그러하니 문제는 오래전 일어났던 역사적 비극을 기억은 하되 그것이 우리가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게 붙잡는 조건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함께 있던 누군가 낮게 말했으나 말의 울림이 크지는 않았다. 부인한다고 있었던 일들이 없었던 일이 되는 건 아니지만, 부인을 계속하다 보면 언젠가 누군가는 아니라잖아, 할 수도 있을 테니까. 종군위안부든 징용이든 역사적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이들이 결국 의도하는 것이기도 할 테니까.
내가 어떻게 맨정신으로 그런 이야기를 김은주 선생에게 할 수 있을 것인가. 최동혁 씨도 운명했다고 들었다. 일본제국주의자들이 식민자의 도시에 뿌린 죄악의 뿌리가 깊고도 깊어서 그분과 같은 죄 없는 아이들을 고하도에 가두고, 김은주 선생 같은 불행한 이들을 만들고, 좌와 우로 나누어 서로를 죽이고, 증오하게 했다. 다만 그 끔찍했던 시절에 고통을 겪었던 사람들은 모두 운명했다. 최동혁 씨도, 김민규 씨도, 준영의 할아버지도, 행복원 원장 부부와 경주 나자레원 원장도 일본인 처들도 모두 저세상으로 떠나고 없다. 아주 다행으로 김은주 선생 아버지의 억울함은 재심을 통해 밝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한들 그 맺힌 한이 다 풀릴 수는 없겠으나, 그런 까닭에 지난 역사를 망각의 동굴에 가두지는 않아야겠지만, 우리 세대가 관여하지 않았던 일로 우리 세대가 고통을 대물림 하는 일은 없었으면 하고 나는 바랐다. 그런 생각을 물론 김은주 선생에게 말할 수는 없다. 그러면 그녀는 아주 냉담한 표정으로 말할 것이다. 잘못된 사회 가운데 올바른 삶은 없다고. 그건 독일 사회학자 아도르노가 했던 말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심영의
소설집으로 『그 희미한 시간 너머로』 『그날들』, 장편소설 『사랑의 흔적』 『오늘의 기분』 『옌안의 노래』, 평론집으로 『소설적 상상력과 젠더 정치학』 『5·18, 그리고 아포리아』, 연구서로 『5·18과 기억 그리고 소설』 『5·18과 문학적 파편들』 『한국문학과 그 주체』 『현대문학의 이해』 『작가의 내면 작품의 틈새』 『텍스트의 안과 밖』 『소설에 대하여』 『광주 100년-시장과 마을과 거리의 문화사』(2023년 박선홍 광주학술상) 등을 출간했다. 5월문학총서에 단편소설 「그 희미한 시간 너머로」(2012)와 문학평론 「타자로 향하는 길-역사적 폭력을 서사화한 문학의 윤리」(2024)가 수록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