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광복 80주년을 맞아 총과 폭탄 대신 펜과 종이를 들고 싸운 서영해의 생애를 다룬 『파리의 독립운동가 서영해』 개정판이 출간됐다. 외교관이자 언론인이자 소설가였던 서영해는 일생을 조선 독립운동에 바쳤고 서방 세계에 조선 독립의 당위성을 알리는 데 힘썼다. “미국에 이승만이 있다면 유럽에는 서영해”가 있다고 할 정도로 임시정부의 공식적인 양대 외교 축이었지만, 안타깝게 역사에 오랫동안 묻혀 있었다.이 책은 그동안 숨겨진 서영해의 삶과 사상을 발굴해 정리했다. 일제강점기부터 광복, 정부수립시기까지 세계사와 현대사의 굴곡이 서영해의 삶에 투영되어 있다. 서영해는 당시 유럽사회에 외교 중심지였던 프랑스 언론에 끊임없이 조선을 알렸고 여러 국제회의에 참가해 유창한 불어실력으로 조선이 직면한 어려움을 알리는 활약상을 펼쳤다. 그는 도산 안창호가 일경에 체포되자 유럽에서 맹렬한 석방교섭을 하며 국제 여론을 조성해 일본 정부를 압박했다. 비록 석방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으나 운영하는 고려통신사의 존재감이 드러나는 계기가 되었다. 저자는 국내에 부족한 서영해의 자료를 직접 발굴하고 가족과 친척 관계자를 만나 서영해의 삶을 짚어간다. 책에는 서영해가 쓴 유고 글과 프랑스 현지 언론에 기고한 글, 인터뷰 등을 모아 번역해 실었다. 방대한 분량이지만 독자들에게 글로 서영해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이번 개정판에는 2025년 6월 서영해 관련 자료 323건 686점이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내용과 함께 저자가 최초로 발견한 남목청 사건 당시 김구 총상 사진과 발견 과정, 서영해의 손녀인 수자가 쓴 『수지가 만난 세계』의 한국판 출간, 서영해 관련 언론 기사 등이 새롭게 수록되었다.서영해의 활동범위는 파리에 한정되지 않고 벨기에, 제네바, 스페인 등 유럽전역과 때로는 중동의 이집트,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까지 광범위하였다. 따라서 엄밀히 말해서 ‘파리의 독립운동가’라기보다는 ‘유럽의 독립운동가’라고 불러야 옳을 것이다.
서영해가 다른 일반 유학생과 구별되는 점은 그가 단순히 유학만한 것이 아니라 임시정부의 주불대표로서 활동하였다는 것이다. 그는 프랑스에 있는 유학생들과 임시정부 간의 공식적인 연결통로였다. 주불유학생들은 서영해를 통해 임정의 소식을 듣고, 그는 유학생들의 유학현황을 임정에 보고하고 그들을 결집하는 역할을 담당하였다.
만약 서영해가 시류에 편승하여 권력의 편에 섰더라면 안락한 생활이 보장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타협을 모르고 오직 한 길, 조국광복이라는 대의를 위해 유럽에서 혈혈단신으로 고군분투하며 국제사회에 한국이라는 나라와 한국인이라는 존재를 알리기 위해 그의 청춘을, 그의 인생을 다 바친 사람이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정상천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불어교육과를 졸업, 프랑스 파리 제1대학(팡테옹-소르본느)에서 역사학 석사(DEA)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9년부터 상공부와 통상산업부에 근무했고 1998년부터 외교통상부에 15년간 외교관으로 근무하면서 한국과 프랑스 관계 연구에 매진했다. 이후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통령직속국가균형발전위원회, 한국지역난방공사(상임이사)를 거쳐 현재 안동시설관리공단에 재직 중이다.역사에 대한 열정과 관심으로 꾸준히 역사서를 읽고 공부하며 집필을 계속하여 ‘일요일의 역사가’로 불리기도 한다.주요 논문으로 「1886~1910간 한·불 통상관계가 미약했던 원인에 대한 역사적 고찰」, 「일제강점기(1910~1945) 동안의 한국독립운동에 대한 프랑스 정부의 정책」, 「프랑스 소재 외규장각 도서반환 협상 과정 및 평가」 등이 있다.대표 저서로 『아시아적 관점에서 바라본 한불통상관계』 (파리 출간), 『불교 신자가 쓴 어느 프랑스 신부의 삶』, 『나폴레옹도 모르는 한-프랑스 이야기』, 『한국과 프랑스, 130년간의 교류』가 있고, 역서로 『벽이 없는 세계』, 『지리로 보는 세계정세』, 『보통사람의 정치학』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