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모든 동물은 먹고 싸고 죽는다. 그런데 그다음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생태학자 조 로먼은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자연의 숨은 순환 고리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동물이 배설하고 사라진 자리에 또 다른 생명이 움트고, 남겨진 배설물과 사체는 이동과 분해를 거쳐 에너지와 영양분으로 바뀐다. 그렇게 생태계를 타고 흐르며 숨겨진 순환의 고리를 이룬다. 저자는 이 보이지 않는 흐름이야말로 지구를 살아 있게 하는 근본적인 동력이라고 되짚는다.
아이슬란드의 신생 화산섬에서부터 곤충이 군무를 이루는 어느 집 뒷마당까지, 그는 전 세계를 누비며 동물과 연구자들이 마주하는 생명의 현장을 생생하게 전한다. 묵직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글 곳곳에 유머와 감탄, 슬픔과 통찰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독자는 익숙한 시선을 벗어나 살아 있는 세계를 다시 바라보게 된다. 날카로운 관찰력과 경쾌한 서술, 입체적인 스토리텔링 덕분에 우리는 자연 속 숨은 연결고리와 그 의미를 한층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자연은 지금 이 순간에도 먹고, 싸고, 죽으며 순환한다. 이 단순한 반복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일은, 우리가 마주한 생태 위기를 이해하고 그 해법을 찾는 데 중요한 실마리가 된다. 배설, 사체, 분해, 탄소, 질소, 기후, 생물다양성. 이런 핵심 요소들이 얽힌 고리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결국 하나의 질문에 이르게 된다. “지구는 어떻게 살아 있는가?”
출판사 리뷰
★ 레이철 카슨 환경도서상 수상 작가의 유쾌한 생태 탐사기
★ 《Scientific American》 선정 2023 최고의 과학 교양서
★ 최재천, 엘리자베스 콜버트 등 전 세계 석학들이 극찬한 책!
우리가 몰랐던 생태계의 진짜 동력
똥에서 시작된 이야기, 지구의 미래로 이어지다
1963년, 북대서양 한가운데 솟아오른 화산섬 쉬르트세이. 아무 생명도 없던 그곳에 갈매기 한 마리가 내려앉고, 그 똥에서 생명이 시작된다. 이 장면을 시작으로 저자는 전 세계를 누비며 동물들이 먹고, 싸고, 죽으며 남긴 ‘흔적’이 어떻게 지구의 순환을 움직여 왔는지를 치밀하게 추적해 나간다.
동물이 남긴 흔적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 뒤를 따라 생명이 자라고 에너지가 이동하며 자연의 거대한 순환이 완성된다. 고래의 분변은 바다를 비옥하게 만들고, 연어의 사체는 숲에 질소를 남기며, 곤충 떼의 집단 죽음은 강가의 식생을 바꾸고 또 다른 생명의 밥상이 된다. 이 책은 먹이사슬의 위계가 아닌, ‘배설과 분해’를 중심으로 한 또 하나의 자연 설계도를 그려낸다. 흔적은 곧 순환이다.
저자는 이러한 동물들을 ‘생태계 엔지니어’라 부른다. 먹은 것을 남기고, 죽은 뒤에도 영양분을 퍼뜨리며 생명을 다음 생명으로 잇는 존재들. 우리가 그 역할을 간과해 온 것은 실로 큰 생태적 손실이었다. 고래의 배설물이 먹이에 따라 어떻게 다른 냄새를 풍기는지, 곰과 연어의 잔해로 재구성되는 숲, 들소의 배설물에서 되살아나는 초원 등 다양한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우리가 하찮게 여겨온 흔적은, 실은 생명의 연료였다.
남극의 조류 번식지에서 측정된 방사선 수치의 이상 현상은, 이 작고 사소한 흔적 하나가 지구 시스템 전체를 뒤흔들 수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배설물 속 질소와 유기물이 토양과 해양 미생물 군집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지구 시스템의 균형을 흔들기 때문이다. 이 책은 바로 그 낯설고 작은 시작점에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지구는 어떻게 살아 있는가?”
사라진 동물, 무너진 순환
거대한 생명들이 떠난 자리에서 생긴 균열
순환의 고리를 다시 잇는 일―동물과 인간이 함께 살아갈 방식
한때 지구에는 고래, 코끼리, 들소, 곰 같은 대형동물이 들판과 바다를 누볐다. 이들은 이동하며 에너지와 영양소를 땅과 바다 곳곳에 흩뿌렸고, 지구는 그 움직임을 따라 숨을 쉬었다. 그러나 지금 그들의 빈자리는 깊은 흔적을 남긴 채 땅과 바다는 점점 더 균열을 드러내고 있다. 고래가 사라진 바다에서는 탄소의 순환이 끊기고, 들소가 떠난 초원에서는 질소와 인의 흐름이 멈추었다. 순환이 멈춘 땅은 더 이상 숨 쉬지 못한다.
하나의 거대한 몸이 사라졌을 뿐인데, 생태계 전체의 흐름이 달라진다. 자연은 그만큼 정교하고 섬세한 연결망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우리가 하찮게 여겨 온 배설물이나 사체 같은 흔적이 놓여 있다. 저자는 고래의 똥, 곰의 사체, 바닷새의 구아노가 지구를 움직이는 핵심 동력임을 과학적 사례를 통해 드러내며, 이들을 생태계 ‘엔지니어’로 다시 불러낸다. 우리가 무심코 버려진 찌꺼기로 치부해 온 것들이, 실은 자연 순환을 가능하게 하는 정밀한 부품들이었던 셈이다.
시선을 더 넓히면, 이 순환은 개별 생명에 그치지 않는다. 사라졌던 동물들이 다시 그 자리에 돌아오는 재야생화rewilding의 흐름은 멈췄던 고리를 천천히 되잇는다. 들소가 돌아온 초원에는 풀이 살아나고, 늑대가 복원된 숲에서는 강의 흐름이 바뀌었으며, 해달이 돌아온 해안에서는 조개류와 해조류, 해양생물이 함께 복원되고 있다. 이 복원의 현장을 따라가며 저자가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지구를 다시 움직이게 하는 힘은 복잡한 인공 시스템이 아니라, 본래 그곳에 있어야 했던 생명 자체라는 것이다.
이 책은 우리가 왜 지금 이 시대에 ‘동물의 자리’를 다시 이야기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과학적 통찰과 현장 이야기로 하나하나 짚어 가며 독자를 조용히 설득한다. 정보와 감성, 과학과 문화를 넘나드는 스토리텔링 덕분에, 독자는 이 책을 머리로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비인간 이웃’들과 함께 살아갈 길을 스스로 모색하게 된다.
다시 살아 있는 자연과 연결되기
죽음과 순환―드넓은 생명의 연결망으로 들어가는 길
연어는 바다에서 수천 킬로미터를 거슬러 올라와 산란을 마치고 죽는다. 그 사체에 모여드는 구더기, 그것을 핥는 곰, 곰의 분변에서 자라나는 식생. 하나의 죽음이 다시 수많은 생명의 연쇄로 이어질 때, 자연은 다시 살아난다.
인간의 죽음조차 예외는 아니다. 최근 주목받는 자연장과 생태장 같은 새로운 장례 방식은 인간의 몸마저 생태계의 일부로 되돌리려는 실천이다. 흙과 뿌리, 곤충과 박테리아의 회귀선 위에서 죽음은 더 이상 파괴가 아니라 순환의 고리가 된다. 저자는 우리 각자의 마지막 순간마저 지구 생명력 회복에 기여할 수 있음을 조용하고도 단단한 문장으로 일깨운다.
죽음과 재생, 배설과 분해 사이를 흐르는 생명의 숨결. 그 고리에 인간이 다시 들어갈 수 있을까? 이 이야기에서 우리는, 별것 아닌 똥 한 줌에서조차 자연으로 되돌아갈 작은 문을 발견하고, 생명의 일부가 되려는 전환의 시대를 마주하게 된다. 《먹고, 싸고, 죽고》는 이 드넓은 연결망 안에서 인간이 다시 자연과 연결될 수 있는 길을 조용히 제시한다. “죽음을 순환으로 되돌리는 일, 그 단순한 전환이 우리가 자연과 다시 연결되는 시작점이다.”
■ 장별 주요 내용
• 처음의 땅에서
불쑥 솟아오른 아이슬란드 화산섬 쉬르트세이. 아무것도 없던 땅에 날아든 갈매기 한 마리의 배설물에서 생명이 시작된다. 황무지를 식물이 자라고 곤충이 움직이는 생명 공간으로 바꾼 건 다름 아닌 동물의 흔적들이다. 저자는 그 섬에서 생명의 순환이 어떻게 시작되는지를 생생하게 따라간다.
• 깊은 바닷속으로
고래는 바다의 바닥에서 먹고, 위로 배설하며, 죽어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다. 이 단순한 행위가 탄소를 저장하고 플랑크톤을 키우며, 바다를 살린다. 그러나 인간의 포경 산업으로 이 거대한 ‘바다의 펌프’는 사라졌고, 그 공백은 바다 생태계를 서서히 무너뜨리고 있다.
• 먹고, 산란하고, 죽다
연어는 바다에서 육지로 돌아와 산란하고, 그 사체는 곰과 곤충의 먹이가 되며 숲을 비옥하게 만든다. 장어나 바다거북처럼 먼 길을 돌아 생을 마감하는 동물들 역시 죽음을 통해 육지에 바다의 영양분을 가져온다. 이 장에서는 ‘죽음’이 또 다른 생명의 출발점이 되는 방식을 보여 준다.
• 심장부 – 동물이 지구를 움직이는 방식
한때 북미 대륙을 가득 메웠던 들소 떼. 그들의 움직임은 초원을 숨 쉬게 했고, 질소와 인을 땅에 퍼뜨렸다. 그러나 들소가 사라지자 대초원도 함께 쇠락했다. 대형동물의 존재가 땅의 생명력과 기후 적응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피며, 그 부재가 남긴 공백을 조명한다.
• 닭의 행성 – 지구를 뒤덮은 깃털
오늘날 지구 위를 덮고 있는 동물의 대부분은 가축, 특히 닭이다. 인간은 생태계에서 가장 많은 영양소를 이동시키는 존재가 되었고, 가축 사육과 환경 파괴는 지질학적 변화까지 일으켰다. '닭의 행성'이 된 지금, 우리는 인간 중심의 생물학적 전환이 불러온 변화를 마주하게 된다.
• 모두 똥을 싼다, 그리고 죽는다
모든 생명은 흔적을 남기고 떠난다. 똥과 사체는 생태계의 핵심 자원이자 생명의 순환을 완성하는 퍼즐 조각이다. 현대 인류는 이 순환을 끊고 있다. 하수 시스템, 장례 문화, 토양의 황폐화까지, 이 장에서는 ‘뒤처리’라는 생명 활동이 왜 지금 다시 복원되어야 하는지 묻는다.
• 해변에서 책 읽기
해안 생태계는 바다와 육지의 연결점이다. 바닷새, 물개, 해양동물의 배설물과 사체가 해변의 식물과 토양, 생물다양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보여 준다. 동시에 하와이 해변에서 문화와 환경이 함께 소멸했다가 다시 회복되는 과정을 통해, 자연과 공동체의 회복 가능성을 그려 낸다.
• 노래하는 나무
17년 만에 땅 위로 올라온 매미의 노래는 곤충도 생태계를 움직이는 힘임을 일깨운다. 땅속에 머물다 집단으로 떠오르고, 죽음으로 다시 땅을 살리는 곤충의 삶은 작지만 거대한 순환의 일부다. 먹고, 울고, 사라지는 곤충을 통해 우리는 ‘작은 생명체’의 가치를 다시 본다.
• 흐리고 깔따구가 내릴 것으로 보입니다
아이슬란드의 호수에서 대량으로 발생해 죽어 가는 깔따구 떼. 그 사체는 토양을 살리고 풀을 키운다. 곤충의 일생이 지역 생태계를 어떻게 바꾸는지, 또 포식자의 존재가 생태계에 ‘심리적 압력’을 주며 물질 순환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과학적 실험도 소개된다.
• 해달과 수소폭탄
포식자인 해달은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조율자다. 해달이 멸종 위기를 겪고 다시 돌아온 이야기는 ‘재야생화’의 희망을 상징한다. 수소폭탄 실험이라는 위기 속에서 해달을 살리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우리가 생태계의 회복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묻고 있다.
※ 재생용지로 만든 책입니다. 특히 표지는 비목재 펄프를 함유한 재생지를 사용하고, 자원순환을 위해 코팅을 하지 않았습니다.
동물은 지구의 심장이다. 쉼없이 뛰며 영양을 지구 곳곳으로 옮겨준다. 우리 몸에서는 그 역할을 주로 피가 담당하지만, 자연 생태계에서는 미국의 추상표현주의 화가 잭슨 폴록의 그림처럼 흩뿌려지는 똥과 오줌이 감당한다. 식물과 달리 동물은 먹고 움직이는 행위만으로도 생태계의 다양성과 화학 구성을 뒤바꾼다. 식물을 뜯고, 초식동물을 사냥하고, 때로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며 지구화학적 순환을 견인한다. 죽은 뒤에도 그야말로 사체 기증을 통해 생명의 그물망에 풍요를 더한다.
(추천글. 이야기하는 생태학자 조 로먼을 소개합니다)
생성 후 10년이 지나도록 쉬르트세이에는 식생이라 할 만한 것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 한때 NASA에서 우주 비행사의 훈련장으로 활용했던 아이슬란드 고원지대처럼 말이다. 어쩌다 식물이 나타나도 흙 속에 질소가 거의 없어 살아남지 못했다. 하지만 변화는 조용히 시작되고 있었다.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심지어 분화구가 아직 활동 중이던 그 시점에 질소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가 나타났다. 아이슬란드 본섬에 흔한 세가락갈매기한 쌍이 검은 바위로 뒤덮인 해안에 내려앉은 것이다.
(1장. 처음의 땅에서)
고래는 전 지구를 누비는 여행자로서 깊은 바다와 얕은 바다, 극지와 열대의 바다를 잇는 해양 생태계의 연결고리다. 그뿐만 아니라 바다와 육지를 이어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해안에 떠밀려 오는 고래 사체는 육상동물에게 소중한 영양 공급원이 된다. 흰머리수리와 큰까마귀는 피부를 쪼아 먹고, 늑대는 장기를 파먹는다. 대형 청소동물이 헤집어 놓은 틈새에는 게가 파고들어 보금자리를 튼다. (…) 19세기에 산업적 포획이 시작된 후로 해양 포유류의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자 남미의 청소 조류들은 과나코나, 구할 수만 있다면 말·소·양 같은 가축의 사체라도 먹어야 했다. 먹잇감이 줄어든 북태평양에서 캘리포니아콘도르는 멸종위기에 처했다.
(2장. 깊은 바닷속으로)
작가 소개
지은이 : 조 로먼
환경 저술계의 최고 영예 ‘레이첼 카슨 환경도서상’을 수상한 해양생태학자이자 보전생물학자. 고래의 똥, 동물의 사체, 외래종 문제처럼 얼핏 사소해 보이는 현상 속에서 지구 시스템의 본질을 집요하면서도 유쾌하게 파고든다. 저술을 통해 해양생물과 인간 문화, 멸종위기종과 보전 문제를 날카롭고 유머러스하게 조명해 왔다. 현재 버몬트대학 환경연구소에서 펠로우 겸 상주 작가로 활동하며,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서비스를 주제로 연구와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뉴욕 타임스》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이언스》 등 유수 매체에 글을 기고하며 자연과 생명을 둘러싼 놀랍고도 중요한 이야기를 전해왔다. 대중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이어서 외래종을 요리해 먹자는 독창적인 캠페인 사이트 eattheinvaders.org를 운영하며 자신을 “editor ’n’ chef”라고 소개한다.www.joeroman.com학력 및 주요 경력하버드대학 생물학 학사플로리다대학 야생동물 생태 및 보전 석사하버드대학 유기 및 진화생물학 박사하버드대학 허디Hrdy 펠로십(과학 커뮤니케이션 분야)듀크대학 해양연구소 방문 연구원미국 환경보호청EPA생물다양성·인간 건강 프로그램 설립에 기여《Whale》(2006), 《Listed: Dispatches from America's Endangered Species ACT》(2011) 출간2012년 《Listed》로 레이첼 카슨 환경도서상 수상
목차
이야기하는 생태학자 조 로먼을 소개합니다 최재천
1. 처음의 땅에서
2. 깊은 바닷속으로
3. 먹고, 산란하고, 죽다
4. 심장부 - 동물이 지구를 움직이는 방식
5. 닭의 행성 - 지구를 뒤덮은 깃털
6. 모두 똥을 싼다, 그리고 죽는다
7. 해변에서 책 읽기
8. 노래하는 나무
9. 흐리고 깔따구가 내릴 것으로 보입니다
10. 해달과 수소폭탄
이 책을 함께 걸어온 사람들에게 조 로먼
살아 있는 모든 것과 다시 만나기 위하여 장상미
참고 자료
인명·생물명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