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춘향전」의 뿌리는 판소리 「춘향가」다. 18세기 중반 이전에 이미 「춘향가」가 공연되었으니, 「춘향전」 또한 늦어도 18세기 후반에는 성립되지 않았을까 한다. 「춘향전」은 근대 이후 꾸준히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수많은 변화와 개작을 거쳐 140종 이상의 이본을 남겼다. 이 책에는 이본 중에서 작품성이 높은 「열녀춘향수절가」(완판 84장본)와 「춘향전」(경판 30장본)을 소개한다. 다양한 정보가 넘쳐나는 현대를 살며 책 한 권을 <통독>(通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분명히 읽는 텍스트의 양은 늘었는데, 유독 책만은 요약 발췌의 형태가 이미 대세를 이룬 듯하다. 뼈대만 남은 글로 작품 본래의 맛과 멋을 느낄 수 있을까? 정보 습득이 목적이 아닌, 작품 감상에 목표를 둔다면, 적어도 ‘고전’만은 완전한 형태로 한 글자 한 글자 음미하며 읽어야 그 미세한 차이를 발견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이 책은 한글 고어를 읽으면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행간에 아래첨자 형태로 현대어 번역을 나란히 놓았다. 이 책에 마련된 두 종류의 「춘향전」을 맛있는 음식을 먹듯 마음껏 천천히 음미했으면 한다. 어느 쪽이 어떻게 맛있는지 품평하며 <통독>의 즐거움을 누렸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