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김연동 시인의 이번 시집에서 성찰을 다룬 시편들은 삶의 연륜이 배어 있는 절묘한 이미지가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인 시조는 민족 정체성의 뿌리로서, 혹은 민족 문화의 씨앗으로서 소중한 면모를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시간의 영역을 초월하여 불멸성의 지평으로 비상하는 ‘푸른 하늘’의 이미지가 지니고 있는 영원성인데, 이러한 이미지가 민족혼이라든가 역사의식과 결합되어 있기에 그것은 집단적 무의식의 심연과 통하고 있었다. 이 시조집은 개인의 실존적 고민을 다룬 개성과 민족의 전통과 역사를 다룬 민족성이 조화를 이룬 빼어난 작품집임에 틀림없다. ― 황치복 문학평론가초록빛이 은혜롭다지나 온 삶의 길섶 초록빛이 은혜롭다시간에 할퀸 자국 상흔으로 남아 있는차창 밖 낯익은 풍경 눈을 뗄 수 없구나 바람에 나부끼던 꽃 이파리 떨어진다 이제 그만 놓아야지, 손에 쥐고 온 것들을… 때 묻은 신발을 털고 푸른 숲길 가야겠다
그런 날 그런 꿈내 뜰 안 가꾼 꽃이 훗날까지 이어 피는그런 날 그런 꿈을 바람이 흔들지라도문간에 빗장을 풀고 맞을 채비 해야겠네 애타는 강토 위에 소망도 접어놓고금 간 아픔으로 멍이 든 가슴마다환한 꽃 연이어 피는그런 날을 맞으리니오는 봄 피는 꽃을 손 모아 기다리면 신의 선물인양 문득 다가설 것 같아 그리움 웃자란 화원 그 꿈 하날 그려 섰네
천명天命― 울돌목장군! 여깁니다, 저 물길 보십시오 감돌다 휘돌다가 솟구치고 휘어지는 어기찬 물굽이 앞에 누가 감히 성하리까 ‘안위야, 지켜야 한다 물러서지 말거라’ 어둠 속 결의에 찬 병사들 눈빛 속에새파란 불꽃이 튀어 파도를 제압한다 ‘이곳을 내어준다면 천하가 무너진다’‘무도한 저 왜구를 놓쳐서는 아니 된다’‘자존의 칼을 뽑아서 치욕을 베어내거라’별빛 부서져 내린 피 발린 물안개 속등을 후려치는 채찍 같은 독전 소리열세 척 거북선 위에 피어나는 연꽃, 연꽃……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연동
1987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조문학》 천료, 《월간문학》 신인상 당선 등으로 등단했다. 시조집으로 『저문 날의 構圖』 『바다와 신발』 『점묘하듯, 상감하듯』 『시간의 흔적』 『휘어지는 연습』 『낙관』 등이 있고, 사화집으로 『다섯 빛깔의 언어 풍경』(5인 시조집) 『80년대 시인들』(8인 시조집) 1, 2가 있다. 평론집으로 『찔레꽃이 화사한 계절』, 시조 칼럼집 『가슴에 젖은 한수』 등이 있다. 중앙시조대상 신인상, 성파시조문학상, 경남시조문학상, 마산시문화상, 경상남도문화상, 중앙시조대상, 경남문학상, 김달진지역문학상, 가람시조문학상, 이호우·이영도시조문학상, 토지문학제 하동문학상, 제3회 노산시조문학상, 올해의시조집상(『낙관』) 등을 수상했고,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 김해여자중학교장, 경남교육연구정보원장, 인제대교육대학원 겸임교수 등 교직 생활을 했으며, 경남시조문학회 회장, 마산문인협회 회장, 경남문인협회 회장, 오늘의시조시인회의 의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마산문인협회 고문, 경남문인협회 고문, 오늘의시조시인회의 고문, 한국시조시인협회 자문위원. 노산시조문학상 운영위원장으로 있다.E-mail: kyd9312@hanmail.net
목차
시인의 말 05
제1부 풍경
초록빛이 은혜롭다 13
그런 날 그런 꿈 14
쉼표 15
천변 풍경 16
풀무질 17
죄목 18
근성 19
당신 20
호사豪奢 21
천국으로 가는 길 22
쉴랑께 23
편안케 하고자 할 따름 24
눈감은 하늘 아래 25
추상秋霜의 말씀 26
광장 풍경 27
실족 28
제2부 열사烈士의 뼈
천명天命 31
열사烈士의 뼈 32
천년송松 33
묵상黙想 34
잡초 35
기일 36
안부 37
당신은 별 38
천년이 지난다 해도 39
5월, 블라디보스톡 40
아침 산행 41
갈대가 흔들리는 강안 42
청산도 43
꽃 잔치 44
눈부신 꽃 45
반성문 46
제3부 돌아보고 또 보네
창원중앙역 49
제비꽃 50
돌아보고 또 보네 51
내자 52
팬데믹 53
천유문天羑門 앞에서 54
자리 55
입곡 저수지 56
훌라후프 57
우포 58
성주사 조감鳥瞰 59
돌팔매 60
향림사 61
오백 년 은행나무 62
하코네 63
제4부 섬에 와 섬이 되다
지금 이 시간 67
섬에 와 섬이 되다 68
청산도를 가보시라 69
하동포구 70
미완의 그림 한 폭 71
어쩌다 인연 72
섬이 된 오후 73
쇠뜨기처럼 거기 산다 74
노자산老子山 동백 75
아침 산 76
광장 77
역사의 갈피에서 78
선물 79
썬셋타운 80
마지막 악장 81
해설_성찰과 운명, 혹은 ‘푸른 하늘’의 시조 미학/황치복 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