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사회를 지배하는 잔인한 시장논리와 비인간적인 시스템을 그리며 자본주의의 민낯을 드러낸다고 평가받은 소설가 조미형이 10년 만에 두 번째 소설집 『뿔피리』를 출간했다. 2006년 국제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뒤 조미형은 섬세한 필력과 깊이 있는 시선으로 성인 대상 소설뿐 아니라 아동서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창작의 지평을 펼쳐왔다.첫 소설집 『씽푸춘, 새벽 4시』에서 삶의 심연과 수렁에 빠진 인간 내면을 탐색했던 그는 『뿔피리』에서 절망적인 현실을 그리는 데서 나아가 자신이 처한 현실을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가는 인물을 그린다.사회의 어른들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청년 세대의 냉혹한 현실과 힘겨운 하루하루를 보내면서도 내일을 향한 끈을 놓지 않는 인물을 포착한 일곱 편의 이야기는 “꿋꿋하게 오늘을 살아가는 누군가를 이해하려는 노력”(220쪽)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독자로 하여 오늘을 살아내고 내일을 기대하게 만드는 일상의 작은 순간을 돌아보게 만든다.나는 하복부에 힘을 주고 고개를 들었다. 한 대 쳐 봐라. 고시원 월세도 밀렸는데, 몇 대 맞아 줄 수 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집을 나와 한동안 거리에서 지냈다. 같이 몰려다니던 친구들끼리 별것도 아닌 말에 주먹질하고, 길지도 않은 다리를 차올리며 발길질했었다. 심야 편의점 아르바이트하면서 반품되거나 유통기간 지난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는 날도 많았다. 사내가 눈을 부라리고 소리를 질러도 딱히 두렵지 않다._「고릴라1 고릴라2 그리고 사람」
‘이제 진짜 그의 울타리에서 완전히 벗어났구나.’밀려오는 안도감과 알 수 없는 씁쓸함에 눈앞이 흐려졌다.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삐질 새어 나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나는 계산대에 엎드려 고개를 숙이고 한참을 꺽꺽 웃었다. 눈꼬리에 눈물이 맺혔다._「뿔피리」
언제 죽을지 모르는, 언제 깨질지 모르는 일상적인 하루. 모든 것들이 뒤죽박죽 섞였다. 눈앞이 어지러웠다. 내일 내 심장은 뛸까? 무엇 하나 확실한 건 없었다. 갑자기 막막함이 밀려왔다._「어떤, 하루」
작가 소개
지은이 : 조미형
2006년 국제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9년 현진건 문학상 추천작에 「각설탕」이 선정됐다. 지은 책으로 『씽푸춘, 새벽 4시』, 『바다가 걱정돼』, 『맨날 놀고 싶어』, 『해오리 바다의 비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