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2005년 출간된 연애소설 앤솔러지 《I LOVE YOU》를 통해 처음 이름을 알린 나카타 에이이치는 서정적인 문장과 뛰어난 스토리텔링 감각으로 평단의 호평을 얻었다. 원래 얼굴을 공개하지 않고 활동하는 복면 작가였으나, 2011년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미스터리·라이트노벨 작가 오츠이치의 또 다른 필명임을 밝히며 화제가 되었다. 그는 현재 미스터리, 호러, 청춘, 연애 등 자유롭게 장르를 넘나드는 일본 현대 문단의 독보적 천재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모모세, 여기를 봐》는 나카타 에이이치 명의로 출간된 첫 번째 단행본으로,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청춘들의 미묘한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네 편의 단편에는 모두 자신은 연애와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는 소년 소녀가 등장하며, 뜻하지 않게 위장 연애에 휘말리거나 엉겁결에 거짓말을 하며 기묘한 관계가 시작된다. 처음 겪는 낯선 감정 앞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때로는 코믹함을 유발하고 때로는 애처로움을 자아낸다. 상처받는 것을 두려워하던 인물들이 자기 비하를 떨쳐내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은 단순한 연애소설을 넘어 상쾌한 청춘소설로서의 매력을 더한다.

연인 행세를 시작하고 일주일 동안은 특히 힘들었다. 그저 학교에서 모모세와 사귀는 시늉을 하는 것뿐인데, 워낙 여자에게 면역이 없어서인지 모모세와 마주 보고 앉거나 그의 옆을 걷기만 해도 얼굴이 빨개졌다. 내가 민망해서 거리를 두려고 하면 그는 아무도 없는 곳으로 나를 끌고 가서 “그러면 사귀는 것처럼 안 보이잖아! 할 생각이 있는 거야?”라며 무섭게 다그쳤다.
“이제 가짜 행세는 무리야.”“어째서?”“예전처럼 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모모세가 진짜 좋아졌구나?”나는 실소가 터지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애초에 그런 애 모르는 게 나을 뻔했어. 그냥 남남이었으면 좋았을 텐데.”모모세가 나한테 한 짓을 생각하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말도 안 되는 짓이었다. 손을 잡질 않나 엄마의 말벗이 돼주질 않나, 게다가 머리까지 잘라주다니. 정도를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다. 그간의 추억 하나하나가 언젠간 나를 구렁텅이로 밀어버릴 터였다. 치명적인 독약을 마신 것이다. 덕분에 나는 약해질 대로 약해졌다. 예전에는 혼자인 게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작가 소개
지은이 : 나카타 에이이치
오츠이치, 야마시로 아사코 등의 다른 필명으로도 활동 중이다. 2008년 나카타 에이이치 명의의 데뷔작 《모모세, 여기를 봐》에서 이제 막 연애 감정이 싹튼 청춘들의 모습을 섬세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그려내어 《다빈치》를 비롯한 각종 도서 잡지에서 올해의 책 베스트 순위에 들었다. 표제작 〈모모세, 여기를 봐〉는 2005년 연애소설 앤솔러지 《I LOVE YOU》에 처음 수록돼 ‘연애소설의 걸작’이라는 평과 함께 독자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으며 2014년 실사 영화로도 제작되어 일본과 한국에서 개봉했다.저자의 또 다른 작품으로는 《기치조지의 아사히나 군》, 쇼가쿠칸 아동출판문화상을 수상한 《입술에 노래를》, 《나는 존재가 공기》, 《메리 수를 죽이고》, 《오늘 너를 다시 만난다》, 《네가 있는 세계 1》 등이 있다.